세상에는 여러 '관계'가 있습니다. 관계에는 깊이가 있어서 정말 피상적인 관계도 있고 심오한 관계도 있습니다. 또 누구와 관계를 맺게 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어릴 때 유명 가수를 좋아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극히 일방적이고 피상적인 관계에 불과했습니다. 그 사람은 저를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요.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그저 미숙한 시절의 열정이었을 뿐입니다. 그는 세상적인 유명세를 지니고 있었지만 사실 그의 내적 가치 중에서 존경할 만한 부분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대한 식별이 점점 커져 가면서 저는 분별력 있게 관계를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관계 가운데에는 정말 피상적으로 유지되는 관계도 있고 심도 있게 나아가는 관계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묶여 있는 관계에 불과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내면의 진실성과 선함으로 인해서 깊은 우정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밖에 없는 특성을 가진 사제라는 직분은 이런 저의 능력을 충분히 발달시켜 주었고 저는 이제 어느정도 식별이 가능합니다. 누가 그의 내면 속에 어둠을 품고 있는지, 누가 보석을 감추고 있는지 이제는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감출 수 없고 결국 그의 말과 행동, 표정, 그리고 그가 살아가는 삶의 태도로 열매를 드러내게 마련입니다. 그러한 가운데 진정으로 소중히 여겨야 하는 분에 대한 인식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하느님입니다. 사실 세상 사람들은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 하더라도 '한계'가 존재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완전히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근원적인 한계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십니다. 또한 우리에게 어떤 좋은 가치가 있다면 사실 그 원래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라 그 가치를 선물해 주신 하느님이십니다. 모든 선과 의로움은 그분에게서 나옵니다. 그래서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그분의 소유가 되는 것, 그분에게 특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