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에서 곧잘 물이라는 것은 '혼돈'이나 '혼란'으로 상징됩니다. 그래서 영성적인 면에서 물은 곧 세상의 혼잡한 정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 신앙인이 그 세속이라는 물에 빠지게 되면 우리는 곧 영혼의 죽음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홍해바다라는 '죽음'을 앞에 두고 하느님의 보호 속에서 그것을 당당하게 뚫고 지나갑니다. 하느님은 그런 혼란함 속에 '질서'를 부여하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질서는 보다 광범위하게 이루어집니다. '구름'이라는 것, '먹구름'이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의 '비정형'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름을 어떻게 도구처럼 다룰 수 있을까요?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에게는 구름이 옷처럼, 먹구름이 포대기처럼 간주됩니다. 혼돈이 가득한 가운데 하느님은 그 모든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관장하시는 분이십니다.
세속성은 우리의 '신앙'이라는 질서를 망가뜨리려 합니다. 이 혼잡한 세상 속에서 결국 세속의 강한 힘에 기대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리를 더한 혼란으로 밀어넣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혼돈의 힘에서 나오는 것은 결국 혼돈일 뿐입니다. 강한 파도는 커다란 배를 순식간에 파괴해 버릴 힘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그 역시도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혼돈의 결과일 뿐입니다.
참된 질서는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하느님은 모든 것의 올바른 경계를 아시고 그것이 멈추어야 할 때를 아십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신뢰하는 이가 진정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참된 질서는 인간에게 '안정'을 허락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믿는 이들은 지상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고 박해를 당해도 결국 그 내면에 '평화'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그런 그들을 조롱하고 핍박하는 세상의 힘은 아무리 겉꾸민 평화를 드러내고자 해도 결국 그 내면에 숨겨진 '불안'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곤경 속에서 주님께 부르짖자, 역경에서 그들을 빼내 주셨네. 광풍을 순풍으로 가라앉히시니, 거친 파도 잔잔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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