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로마의 압제로부터 구원받는 것이 가장 절실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구원’이라고 생각했지요. 헌데 지금은 자기 나라를 억압하는 로마도 없고 나아가 이스라엘 민족은 온 세계를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와는 정반대로 자신들이 다른 약한 나라를 억압하고 있는 중이지요. 우리가 지금 가장 시급하다고 느끼는 일들은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찰나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진정한 해방을 위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영원 안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은 이가 세상 안의 목표에서 성과를 이루었다고 자유로워졌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진정한 변화는 외적 조건을 바꾼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동네 아이를 한국의 우수한 교육환경에 데려다 놓는다고 절로 그가 훌륭한 사회의 역군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변화는 이미 내면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지요. 내면이 변화되어 정의와 진실과 선으로 향해 있는 이가 자신이 속해 있는 상황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것입니다. 역사는 인간에게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자리바꿈을 가르쳐 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은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그 내면을 바라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셈입니다. 옛날에는 가마를 타고 노비들을 천시하면서 거리를 다녔다면, 지금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일용직 노동자들을 천시하면서 거리를 다닐 뿐인 것이지요. 인간의 내면은 하나도 변한 게 없습니다. 그러니 그 가운데에서 진정으로 드높아지려는 사람은 시선을 들어 높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원을 바라보고 거기에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돌고 도는 수레바퀴같은 인생인데 자신에게는 그 회전주기가 한 번 뿐이기 때문에 이미 수많은 이들이 겪은 여정을 똑같이 겪으면서도 새롭게 느껴질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