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당대의 유대인들의 부패상, 대사제들의 권력의 횡포와 바리사이들의 종교적 교만 가운데 유대인으로 태어나셨다. 또한 예수님은 그분이 사는 마을 주민들, 즉 갈릴레아 사람들의 불신 가운데 갈릴레아 출신 예언자로 활동하셨다. 그분의 제자들은 수난 직전까지도 서로 누가 으뜸인가를 두고 싸우고 있었고, 정작 배신자는 그 사도들 중의 한 명인 유다 이스카리옷이었다. 사람들은 곧잘 그를 '유대인'으로 몰아세우곤 했다. 야곱의 우물에서 일어난 일만 보더라도 그 여인의 눈에 예수님은 '유대 사람'이었다. 예수님은 구태여 자신이 유대인임을 부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아가 사람들은 그를 갈릴레아 출신 예언자로 몰았다. 그곳에서는 예언자가 나올 수 없는 천박하고 초라한 곳이라는 의미다. 예수님은 베들레헴 출신이긴 했지만, 갈릴레아 지방 나자렛에서 자라난 자신을 숨기려 들지 않았다. 유대인의 왕이냐고 묻는 빌라도 앞에서 예수님은 내 나라는 이곳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것이 유일한 답이었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 대구대교구의 사제다. 그리고 그게 사람들 앞에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면 나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자녀일 뿐이다. 그러나 굳이 지금의 소속을 부정하려고 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우리가 소속된 영역에서 모두 '영원'을 추구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하느님의 나라는 동서남북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 될 수 있는 곳이다. 그게 아니면 가나안 지역에서, 시온 지역에서, 다윗 왕조의 뒤를 이은 고귀하신 분들만 구원받을테지. 하지만 주인은 잔칫상이 준비되었으니 나가서 누구나 길에서 만난 이들을 데려오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그 초대를 받은 셈이다. 어디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것을 놓쳐버리면 우리는 소비적인 출신 싸움이나 하고 있게 된다. 헛된 흐름에 말려들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