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떠난다는 이 간단 명료한 사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사는 사실이다. 죽음이 전제되고 나면 사람은 두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된다. 죽음을 끌어안고 함께 절멸해 버리던가 아니면 죽음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맞이하는 사람은 드물다. 생의 혼란스러움이 그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에서 떼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반드시 죽음의 모습을, 죽음의 향기를 만날 수 밖에 없다. 늙어가는 부모님의 얼굴에서, 마주하게 되는 병자들의 모습에서, 또 죽은 친지들과 친구들에게서 인간은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할 수 있으면 그 현실을 외면하려고 하고 애써 다른 대체물들로 그 빈공간을 메꾸려고 한다. 그렇게 다들 살다가 죽어간다. 흩날리는 먼지처럼 공허한 삶이다. 저마다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서 외쳐대려 하지만 결국 공허로 돌아가는 삶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우리의 내면을 채워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올바로 성찰하지 않으면 인간은 누구나 그렇게 공허한 삶을 살게 된다. 하느님의 목소리는 이런 공허 가운데에서 희망의 속삭임을 들려준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그리고 그 뒤에 오히려 본질적인 생이 시작된다고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알려준다. 하지만 인간의 영혼에 대한 무지와 교만은 스스로를 가장 현명한 이로 생각하게 만들어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잊고 상실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 안에는 어둠의 영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깨어나야 한다. 이 공허의 세상 속에서 참된 충만함을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이 마지막 말이 아니라고 세상에는 영원을 살아가는 분이 계시고 그분이 우리를 당신의 영원에 초대하고 계신다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