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긴다'는 개념에 대해서 그릇되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와의 대결에서 이기고자 하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그를 무릎 꿇리고 처참하게 만들어야 내가 승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비굴하게 만들고 복종시켜야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스승이신 주님은 '이긴다'는 개념을 전혀 새롭게 정의하셨습니다. 그분은 당신의 피를 흘림으로써 이 승리를 이루십니다. 즉 주님 안에서 '승리'라는 개념은 단순한 피상적 승리가 아니라 진정으로 영원한 승리입니다. 즉 어둠이 영원 안에서 무릎 꿇는다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우리 주님이신 예수님은 이 참된 승리를 위해서 오히려 현세에서 당신 생명을 내어주는 결정을 하십니다. 우리가 드리는 미사는 그 기억을 되살리는 것입니다. 정복하고 지배하는 왕이 아니라 먹히는 음식으로 사람들에게 주어짐으로써 그 십자가의 승리에 동참하도록 우리의 기억을 일깨우고 함께 살아가게끔 하는 것이지요. 바로 이 근본적인 승리관에 대한 차이가 현세를 살아가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어떻게든 남을 짓밟아 이기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느긋하고 여유롭게 하느님의 승리를 희망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실패하고 자신들의 자존심이 짓밟히는 걸 견뎌내지 못합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지상의 승리가 짓밟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원 안에서 승리를 기다리는 사람은 오히려 그런 쓰러짐이 영원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을 알고 묵묵히 견뎌낼 줄을 압니다. 지상의 온갖 쾌락과 환락에 도취되어가는 이들, 그들은 훗날 반드시 멸망할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묵묵히 따른 이들에게 승리의 월계관을 씌우실 것입니다.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 우리 형제들을 고발하던 자, 하느님 앞에서 밤낮으로 그들을 고발하던 그자가 내쫓겼다. 우리 형제들은 어린양의 피와 자기들이 증언하는 말씀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