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메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기가 마을인가 싶어서 달려가보면 오아시스의 환상이기를 여러차례... 그렇게 그 사람은 메말라갔고 기진맥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그는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온 몸에서 힘이 솟아난 그는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달려갔습니다. 우물이었습니다! 그렇게나 간절히 찾아 다니던 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깊이가 꽤나 깊어 보였습니다. 지금 기력으로 저 우물벽을 타고 내려갔다가는 올라오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때마침 인기척이 들려왔습니다. 누가 이 야밤에 우물을 길러 온 모양입니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나에게 물 한 그릇만 퍼주시오!” 그러자 그는 아무말 없이 자신이 가진 두레박으로 우물을 퍼서 건네 주었습니다. 심하게 목이 말랐던 그는 그 물을 받아서 정신없이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두레박에 얼굴을 파묻고 물을 마시던 그는 그제야 혼미하던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뒤늦게 그 물을 건네준 이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고맙... 아, 아니! 당신은!” 은은한 달빛에 비춰진 그의 모습은 기괴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한쪽 눈은 눈이 있었던 빈 자국만 남아 있었고 얼굴 피부는 흐느적거리는 고무를 얹어 놓은 모습이었습니다. 팔은 더러운 붕대로 얼기설기 휘감아 있었는데 손가락은 엄지와 검지 뿐이었고 나머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문둥이잖아! 에이 제길!” 그 사람은 갑자기 성질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마치 더러운 것을 만지기라도 한 듯이 온 몸을 쓸어 내리면서 그 자리를 벗어나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문둥이는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그런 취급은 그에게는 일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나그네는 이내 길을 멈춰 섰습니다. 왜냐하면 이 밤에 자신은 길을 모르고 있었고 그 문둥이는 이 야밤에 물을 길러 나온 걸로 보아 마을까지 가는 길을 알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다시 발길을 돌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