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치지'는 않습니다. 책은 독자에게 읽혀지기를 조용히 기다립니다. 과거에는 책이라는 것은 저자의 권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저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읽히기도 하고 거부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디자인'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 담겨 있고 아무리 지속되는 가치가 담긴 책이라도 예쁘지 않거나, 활자가 지나치게 작거나, 너무 두꺼우면 외면당하곤 하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책도 좀처럼 읽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저마다의 손에 들린 기기에서 활자 혹은 영상으로 된 '디지털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고 그 정보들은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읽어 달라고 보아 달라고 외쳐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만 한눈을 팔다가도 엉뚱한 정보에 현혹되고 거짓 뉴스에 속아 넘어가서 존재하지도 않는 사실을 실제라고 믿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증오하기도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진리는 여전히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잔잔하게 제 몫을 성실히 실행합니다. 그리고 오직 '참된 진리'를 찾는 이들에게만 자신을 내비치며 원하면 이리로 오라고 초대를 합니다.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도 않으리라. (이사 42,2) 진리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는 우리가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려고만 하면 언제라도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진리입니다. 진리는 직장을 출근하는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 속에,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가장의 힘찬 발걸음 속에, 홀로 악과 대항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대의 수많은 신앙인들의 현실 속에 이미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너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너희 입에 있고 너희 마음에 있어서 하려고만 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