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이 올린 사제 성화의 날 메세지를 읽고는 잠시 생각해본다. 성화, 거룩하게 됨. 거룩하다는 개념은 '분리된다'에서 나온다고 한다. 세상에서 분리되어 하느님 가까이 머무는 만큼 거룩하다고 보면 된다. 헌데 분리라고 해서 어느 한 쪽으로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게 아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드신 건, 인간이 되라고 만드신거다. 가장 인간다운 게 가장 거룩한 거다. 뭔 소리냐고? 거꾸로 생각해보자. 우리는 인간답지 않은 걸 인간답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인간은 육과 정신과 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세 가지를 골고루 추구하지 않고 하나에 치중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누구는 몸, 즉 이 세상의 삶만 잘 보살피려고, 잔뜩 모으려고 난리, 누구는 정신적으로 고상해지려고 잔뜩 배우려고 난리, 누구는 영만을 챙기겠노라고 잔뜩 교만해져 난리... 이 세 파트를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도 안될 것이다. 몸도 챙기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정신도 챙기고, 할 수 있는 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고, 건전한 사고를 유지하고, 어느 하나에 고립되지 않고... 영도 챙겨야 한다. 하느님 잊지 않고, 늘 기도하고, 많이 사랑하고, 기꺼이 이웃의 고통도 나누고... 거룩하다고 해서 맨날 천날 성경만 파거나, 기도만 한답시고 일상을 전혀 챙기지 않는다면 뭔가 이상한거다. 관상 수도원인 갈멜 수녀원에도 일상의 일을 해야 하고, 배움의 길을 걸어야 하며, 대학 교수도 가정을 보살피고 신심행위에 참여할 필요가 있으며, 노가다 아저씨도 때로는 배워야 하고, 하느님을 기억하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많은 사제들은 보다 치중해야 할 영을 제쳐두고는, 너무 몸과 정신만 챙기는 느낌이다. 많이 가지려 들고, 많이 배우려 들어서 독선적이고 교만하고 탐욕스럽다는 비판을 받는 걸 많이 봤다. 영적인 부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제 성화의 날, 신자들이 거룩한 사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