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녀님께서 오늘이 김대건 성인 축일이라고 한국의 사제들의 사제직 생일이라며 축하를 해 주셨다.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마음 속에 문득 드는 생각이, "나는 그런 거 전혀 상관 안하는데..."라는 마음이었지만, 그 축하하는 마음을 잘 받아들이려고 아무말 않고 묵묵하게 감사하다고 했다.
어떤 절기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무슨 기념일, 무슨 생일... 세상 사람들에게는 중요하겠지만 나에게는 점점 더 그 의미를 상실해 가는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는 무슨 '데이'들이 그렇게나 많던지, 그에 대한 반감일지도 모르겠다. 발렌타인 데이까지는 봐줄만 했는데, 아니 화이트 데이까지는 그렇다 치자... 지금은 무슨 짜장면 데이, 빼빼로 데이, 키스 데이, 허그 데이, 뭐 말만 갖다 붙이면 다 데이다. 웃긴데이...
나 개인적으로는 뭔가를 절기로 기억할 것이 아니라 그 깊이로 분별하는 것이 필요한 듯 싶다. 매일 사랑한다면 데이가 왜 생겨날까? 매일 부모님을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따로 어버이의 날이 필요없을 것이다. 매일 태어남을 감사하고 기뻐한다면 매일이 생일일 수 있지 않을까?
절기가 생겨난 이유는, 우리 인간이 망각의 존재이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곧잘 까먹기 일쑤다. 늘 삶의 본질을 흐리는 것들에 둘러싸여 정신을 빼앗긴다. 그래서 교회에도 교회력이 있고, 시간경도 있는거다.
하지만 늘 하느님의 은총 속에 사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ㅎㅎㅎ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있다고 믿는다. 아마 한명 쯤은 알고 있는 것 같다.
땡~ 하고 종이 쳐서야 정신을 차리는 사람이 되지말고 늘 깨어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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