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어린 시절은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하나 드러나는 것이 바로 오늘 복음의 부분입니다. 이 내용을 무심히 살펴보면 마치 예수님이 부모님에게 반항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이는 복음을 지나치게 표면적으로 읽는 것입니다. 마치 술꾼들이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성모님의 카나의 혼인잔치의 말씀을 제멋대로 인용해서 '아들아 술이 떨어졌다'고 하면서 서로 농을 주고받는 것처럼 성경은 누가 어떤 태도로 읽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마련입니다. 성경은 그냥 소설처럼 읽고 우리가 가진 상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 안에 무게 중심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고 읽고 거기에서 우리에게 가르치는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부모님의 말을 듣지 않고 경솔하게 가출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참된 아버지가 누구이며 예수님이라는 분이 내면에 갖추고 있는 지혜가 겉으로 드러나는 외면의 어린 모습과는 상관없이 상당히 심오하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부모는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그 말의 진의를 깨닫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었음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여전히 일어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활동을 하기는 하지만 내면 깊숙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진정으로 하느님의 외아들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는 데에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많이들 의심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린 예수님조차도 지혜와 키가 자라난 것처럼 우리의 하찮은 신앙도 성모님처럼 꾸준히 내면에 간직하면 언젠가 점점 더 성장해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