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규칙이 존재합니다. 아이들끼리 모여서 놀이를 하는 데에도 규칙은 존재하고, 나아가 돈을 벌기 위해서 존재하는 규칙도 있습니다. 이를 더 확장해 나가면 영원으로 나아가는 여정에도 '규칙'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모든 규칙들이 '동일'하거나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규칙들은 그 상황이 끝나면서 규칙도 함께 끝나버리고 맙니다.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데에 정한 규칙은 밥먹을 때에도 통하지는 않습니다. 1등 따라하기 놀이를 하다가 집에 들어와서는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에게 왜 내가 1등인데 따라하지 않느냐고 떼를 쓰다가는 등짝을 얻어맞게 됩니다.
지금 이 세상에서는 강하게 작용하는 규칙들이 존재합니다. 성공을 해야 한다는 규칙이지요. 물론 세속적 성공입니다. 남 부끄럽지 않은 존재가 되어야 하고, 특히나 한국에서는 남과 비교해서 꿀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규칙 속에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민을 가 본 분들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한국에서만 적용되는 이 규칙은 외국에서는 엉뚱한 것으로 취급받기 일쑤입니다. 어떤 나라는 자신이 지닌 것을 충분히 누리고 사는 가치를 가르치기도 하니까요. 굳이 남들 부럽지 않게 성공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것이지요.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신앙인들 안에서 일어납니다. 우리는 '하늘 나라의 규칙'을 배워 익혀서 그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데 여전히 '세상의 규칙'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둘이 충돌하면서 내면이 엇나가는 신앙인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즉 '위선'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성당에 가서는 한껏 '거룩함'을 흉내내면서 현실에 돌아와서는 누구보다도 세속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중적 면모를 지니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하늘 나라의 규칙은 예수 그리스도로 대변됩니다. 즉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분이 종의 신분으로, 나아가 죄인의 역할을 도맡으신 모습으로 대변됩니다. 그것이 하늘 나라의 규칙입니다. 너희 가운데 가장 낮은 이가 가장 높은 이가 된다는 규칙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규칙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 하늘나라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성모님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모든 성인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니 오히려 반대로 그런 분들의 자리를 드높게 장식합니다. 사업을 벌이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축물을 세웁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따른 성인들의 삶을 본받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을 대적한 이들의 속내를 고스란히 따라합니다. 전혀 다른 규칙을 지키면서 살아갑니다.
마치 놀이를 하던 아이가 툭툭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듯이 우리도 생의 마지막에 그러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하던 수많은 일들을 내려두고 손을 툭툭 털어야 할 때가 다가올 것입니다. 과연 그때 더 놀겠다고 떼를 쓰지나 않을지 우리 스스로를 반성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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