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들 사이에 머물다 보면 "한 사람의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살다보면 그 가운데 '내'가 없어진다."는 식의 표현을 듣곤 합니다. 하지만 이 표현은 합당한 분별과 더불어 들어야 합니다. 즉, 말 그대로 아내되는 것, 그리고 엄마되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타인에 의해 질질 끌려 다니는 삶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정말 그러한 것일까요? 그리고 그러한 직분에서 벗어나서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럼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남녀간의 결합과 자녀의 축복에서 오는 그 직분들은 하느님이 굉장히 잘못 생각하셨다는 말일까요?
저 역시도 비슷한 표현을 해볼 수 있습니다. '사제'라는 직분 속에 살아가는 동안 '내'가 없어지는 것 같다. 이 말은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사제직분이 그것을 가로막는 것 같은 표현입니다.
아닙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형성해 나아가는 데에는 바로 그러한 직분들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은 그러한 길을 통해서 우리를 시험하시고 실제 우리 안에 들어있는 영원의 요소들을 검증하게 하십니다. 그래서 묵묵히 한 사람의 아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기쁘게 자신의 인격을 완성해 나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한 사람의 아내가 되는 것, 아이들의 엄마가 되는 것이 성가시고 싫은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그 어떤 인간이든지 완벽하게 홀로 존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공동체 안에서 주어직 직분에 합당하게 살아가면서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한 직분들을 마주해서 우리의 내면에서 어떠한 가치를 끌어올리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지 외적 직분 자체가 우리를 다른 존재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직분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소극적이고 비관적인 태도는 가장 아름다운 것에도 불평불만을 쏟아놓게 됩니다. 하긴, 예수님에게도 불평하고 시기하고 증오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오늘날이라고 예외는 아니겠지요.
아내가 되는 것, 그리고 엄마가 되는 것은 하나의 영예이고 축복입니다. 그것을 저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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