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라도 하지 않으면...'이라는 두려움으로 신앙인들을 붙들어온 지가 한참 되었다. 설레고 기뻐서 성당에 가는 것이 아니라 구원에서 제외될까 두려워서 겨우 붙어 있던 시간들이었다. 코로나가 오고 이제는 교도권에서 먼저 관면을 주었다.
'바이러스가 있는 동안은 주일 미사에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헌데 이 바이러스가 사라질 줄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덕분에' 푹 쉬게 되었다. 그마나 지탱되어 오던 최후의 신앙감이 끊어지게 된 이들이 적지 않다. 미사 참례율이 60%대로 뚝 떨어지게 되었다.
교회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미사를 '그리워 할' 것이라고. 그러나 일어난 일은 정반대이다. 사람들은 이 참에 쉬는 법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게 마련인데, 교회가 이부자리를 깔아 준 김에 깊이 잠들기 시작해 버린 것이다.
신자들이 그렇게 휴식을 취하는 동안 교회 지도자들은 자신이 가진 도구의 날을 세워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발견되지 않는다. 누군가 언젠가 무언가 하겠거니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그 성가시고 힘든 일을 맡길 뿐이다. 어떤 연구팀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겠거니 생각만 할 뿐 설령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하더라도 참여할 의지가 별로 없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시대적 현실은 모든 이에게 어마어마한 도전이 되는 시기이고 이는 교회에도 마찬가지 현실이다. 우리는 이전의 동일한 수단과 방법만을 지니고서는 앞으로 다가오는 이 시기에 전혀 대비되어 있지 않다. 전에 하던 것을 조심스럽게만 반복해서 신앙감을 유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복음 선포의 구체적 방식을 연구해야 할 시기이다.
- 감염의 걱정 없이 마주할 수 있는 만남의 수단 강화(youtube, zoom 등 활용)
- 성당이라는 영역에 국한되지 않은 복음 선포의 자리 재인식(직장, 친구 및 친지모임 등)
- 가정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신앙생활의 구체적 방식 마련 및 교육(온라인 어른 교리교육 강화 및 부모가 자녀에게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 교리 방식 마련)
- 포기할 수 없는 성사적 영역의 실현 방식 마련(세례, 성체, 고해성사 및 기타 성사)
- 복지의 사각지대에 소외된 이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
무엇보다도 우리 안에 빛과 소금의 짠 맛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가 될 것이다. 아무리 바이러스가 와도 사람들은 밥을 먹을 것이고,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게 될 것이다. 교회가 사람들의 영적인 배고픔과 영적인 지향을 올바로 읽어내서 그것을 확보해 두고 원하는 이에게 줄 수 있는 활기가 존재하는 이상 사람들은 교회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없는 교회, 여전히 옛 영화에 취해 있고 독선적이고 닫혀 있는 교회라면 이제는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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