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올바른 표지판이라면 사람들에게 다가올 일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그저 헛된 위안이나 위로로 감싸는 것은 답이 아니다. 특히나 오늘날은 하느님에 대한 그저 막연하고 푸근하기만 한 이미지가 판을 치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실제로 들은 한 사람의 말은 이러했다.
"하느님은 무조건 용서하시는 분이잖아?"
틀렸다. 하느님은 아무 조건 없이 용서하시는 분이 아니다. 하느님은 뉘우치는 이를 용서하시는 분이다. 아무런 뉘우침도 회개도 없는데 그가 한 잘못을 용서하는 것은 그 잘못의 피해자가 되는 이에게는 계속 그 피해를 당하고 있으라는 선포나 다름이 없다. 그렇게 되면 하느님의 정의는 온데간데 없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우리가 행하고 있는 어떠한 불의도 훗날 교정될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육신과 더불어 영혼까지 파멸시킬 수 있는 분 앞에서 '거룩한 두려움'을 지녀야 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교회는 이 힘을 상실해 버린 것 같다.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해서 인원이 빠져나가고 교회의 세속적 힘이 약화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하느님을 그저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시는 분 정도로 소개하고 말아 버린다. 이는 강자의 복음이 되고 만다. 그들이 가난한 이들을 짖밟으면서도 영원 안에서도 높은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거짓 복음인 셈이다.
참된 복음은 우리를 전능하신 하느님 앞에 서게 도와준다. 그렇게 우리의 현실을 이해하고 우리 스스로의 삶을 바로잡도록 도와준다. 복음은 나약하지 않다. 복음은 짠 맛이며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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