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학생 때에 나는 신학자들이 정말 현명하고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현란한 수식어와 고급진 단어들로 가득한 신학 서적들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면서 이런 책을 쓰는 사람들은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정말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자신이 배운 것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저 어렵디 어려운 단어로 스스로를 포장하는 것은 때로는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문의 커튼 뒤로 비겁하게 숨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신학자들이라는 사람이 순수하게 연구하는 분야와 자신의 구체적인 삶의 범주가 전혀 다르게 놀아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윤리를 공부한다고 윤리적이 되는 것이 아니며 영성을 공부한다고 영성적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신학을 공부한다고 더 거룩해 지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론이라는 것이 적지 않은 경우에 '가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만일 이러이러 하다면 하는 식으로 시작하는 지적 놀이터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때로는 혼란이 더욱 가중된다는 것도 알았다.
신앙은 이성과 함께 어울려야 하지만 이성의 지배를 받아서는 안된다. 신앙 안에는 초월적인 영역이 존재하게 마련이고 그것은 우리의 이성의 범주를 월등히 뛰어넘기 때문이다. 이성은 신학에 충실히 봉사하는 봉사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칫 교만해진 이성은 신앙을 재단하기 시작하고 산산조각난 신앙의 파편들은 그 원초적인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우리는 이해하고 책을 쓰기 위해서 신앙을 지니는 게 아니라 그 신앙을 구체화하고 살기 위해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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