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하신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고 진리와 선과 사랑의 일입니다. 하지만 그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1독서에서 모세는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불뱀의 형상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 둡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원하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구리로 불뱀의 형상을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일이 핵심입니다. 하느님은 불뱀에 물린 사람이라도 구리뱀을 보면서 살아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교회 안에는 수많은 일이 있습니다. 성탄이 다가오면 성탄절 행사를 준비하고 부활이 다가오면 부활절 행사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일들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일을 통해서 추구하는 목적이 중요합니다. 예컨데 부활 행사를 하면서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 경쟁이 붙고 서로 다툼이 일어난다면 그건 절대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람직한 부활 행사가 아닙니다. 이런 일은 교회의 여러 단체에서도 유사하게 일어납니다. 아무리 성가대를 한다고 해도 아무리 전례를 위해 봉사한다고 해도 그 안에서 구원을 위한 움직임이 존재하지 않고 자기들끼리의 모종의 파티가 되어 버린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사실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이라는 것은 뭔가 하나를 콕 집어서 말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방향성의 문제이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때로는 그냥 가만히 숨 쉬고만 있어도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진심으로 참여하는 성 시간과 같은 일입니다. 또한 정신없이 바빠 심지어는 기도할 시간이 없을 때조차도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선교지에서 실제 가난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그 시간 동안에는 정말 코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 모든 일들이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짐짓 거룩한 일들을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이라고 무작정 말에서는 안 됩니다. 속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바리 사이와 율법학자들도 길거리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옷자락에 술을 늘리면서 스스로는 그것을 거룩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시선과 하느님의 시선은 서로 다릅니다. 사람에게는 크고 화려하고 값 비싸고 내 세울 만한 것이 가치로운 것처럼 여겨지지만 하느님에게는 진실하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신심 있는 것이 더 소중한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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