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성인은 마음 속에 교회를 다시 세우라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것이 실제로 무너져 가는 교회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돌들을 모아 작은 경당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목소리의 의미는 물질적인 교회가 아니라 영적인 교회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는 내면의 교회를 다시 세우는 일을 시작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영혼의 눈이 감겨 있을 때는 엉뚱한 일을 두고 그것이 좋은 일인 양 매진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신학교를 다니던 무렵만 하더라도 좋은 신학생이 된다는 것은 마치 술을 잔뜩 많이 마시고도 취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잘 버티는 신학생이 좋은 신학생이라는 분위기가 존재했습니다. 오죽하면 소주 한 잔 못 걸치고 고스톱 칠 줄 모르고 개고기 먹을 줄 모르면 신부가 아니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소위 술사목이라는 것이 활개를 치던 때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사람들이 많이 모여 북적대기만하면 그 교회는 성장 하는 것이고 본당의 재정 규모가 커지고 흥청망청 원하는 대로 돈을 지출 할 수 있으면 좋은 교회 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교회는 그렇게 성장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문턱이 닳도록 교회를 드나 들었고 새로 지어지는 본당의 숫자는 늘어만 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기성세대 신앙 생활을 바라본 자녀들은 교회의 영적 가치를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실망 해 버린 그들은 교회를 떠나게 됩니다. 교회는 짠맛을 잃게 되었고 아무 짝에 소용없어 사람들에게 짓밟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성전에 돈만 생각하는 상인들이 가득하고 하느님의 기도하는 집이 강도들의 소굴이 되었습니다.
교회 한해가 다시 밝았습니다. 저 멀리서 주님의 빛이 새롭게 비추어 옵니다. 이제 우리의 감겨져 있던 눈을 뜨고 하느님께서 우리 교회 바라시는 뜻을 올바로 이해하고 살아가기 시작해야 합니다.
밤이 물러가고 낮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 그 대신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로마 13,12-1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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