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준주성범

준주성범

라틴어로 씌어진 15세기의 신심서(信心書). 저자는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a Kempis, 1380~1471)로 알려져 있다.

모두 4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편의 제목은 `영적 생활에 유익한 훈계'(Admonitiones ad spritualem vitam utiles), 2편의 제목은 `내적 생활을 지도하는 훈계'(Admonitiones ad interna trahentes), 3편의 제목은 `내적 위안을 얻는 법'(Liber internae consolationis), 4편의 제목은 `성체성사에 대한 훈계'(Devota exhortatio ad sacram communionem)이며, 1,2편은 주로 묵상과 기도로 이루어져 있고, 3,4편은 대화(對話)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그리스도교인 생활의 기본원리들을 명백히 밝혀 주는 영신지도서로서 교회 신심에 많은 영향을 주어 일찍부터 세계 각국어로 번역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냐시오(Ignatius de Royola)의 《영신수련》에 이용되었고, 또 17세기에 일어난 프로테스탄트의 경건주의(敬虔主義, pietismus)운동에도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에서 활동하던 서양 선교사들이 한역(漢譯)한 《경세금서》(經世金書), 《준주성범》이 전해져 두 책 모두 한글로 번역 필사되었고, 1938년 연길교구의 차일라이스(V. Zeileis, 徐) 신부가 라틴어 원본을 번역한 《준주성범》이 간행되었으며 그 뒤 1954년 윤을수(尹乙洙) 신부가 새로 번역한 《준주성범》이 경향잡지사에서 간행되어 현재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성서 다음 많이 읽히는 책이다.

제1편 영적생활에 대한 유익한 훈계

제1장 그리스도를 본받음과 세상의 모든 헛된 것을 업신여김

1.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 (요한 8,12) 이라고 주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그리스도 께서 우리를 훈계하시는 말씀이니 우리가 진정으로 광명을 받아 깨칠 마음이 있고 마음의 소경 됨을 면하고자 하면 그리스도의 생활과 행실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장 힘쓸 바는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묵상 함이다.

2. 그리스의 성훈 (聖訓)은 모든 성인들의 교훈을 초월하므로, 마음이 있으면 그곳에 감추인 만나 (신령한 음식)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복음의 말씀을 자주 들어도 감동하는 바는 적으니 이는 그리스도의 정신을 가지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충분히 알아듣고 맛들이고자 하는 사람은 그 일생을 그리스도와 맞추도록 함써야 할 것이다.

3. 삼위 일체에 대한 고상한 교리를 변호한다고 하더라도, 네게 겸손이 없으므로 聖三께 불합하면 네게 유익이 있겠느냐? 웅변이 성인이나 의인을 이루는 게 아니다. 오직 덕성스러이 살아야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통회가 무엇이라고 해석할 줄을 아는 것보다는 차라리 통회 하는 정을 느끼지를 나는 원한다. 네가 겉으로 성경을 다 알고 또 모든 철학자의 말을 안다 하자.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없다면 이 모든 것이 무슨 이익이 있으랴?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을 섬기는 것 외에는 "헛되고 헛되다. 세상 만사 헛되다"(전도 1,2).현세를 얕보고 천국을 사모하는 것은 가장 높은 지혜다.

4. 그러므로 소멸(消滅)하고야 말 재물을 찾고 그 재물에 희망을 두는 것은 헛된 일이다. 존경을 탐내거나 높은 지위를 꾀하는 것도 헛된 일이다. 오래 살기만 원하고 착하게 살려고는 별로 작심하지 않음도 헛된 일이다. 현세의 생활에만 골몰하고 장차 후세를 미리 생각지 않는 것도 헛된 일이다. 잠깐 사이에 지나가 버릴 것을 사랑하고 영원한 즐거움이 있을 곳으로 내닫지 않음고 헛된 일이다.

5. "아무리 보아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수가 없고 아무리 들어도 듣고 싶은 대로 듣는 수가 없다"(전도 1,8). 이 격언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이 세상 물건을 사랑하는 마음을 없애고 무형한 사물을 찾아 나가기로 너는 힘써라. 세상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따르게 되면 양심을 더럽히고 하느님의 은총을 잃게 된다.

제2장 겸손히 자기를 낮춤

1. 알고자 함은 사람마다 가진 천성이다. 그러나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는 지식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자기 사정을 돌보지 않고 일월 성신의 도는 길을 익히 연구하는 교오한 철학자보다도 하느님을 섬기는 촌 백성이 확실히 더 낫다. 자기를 아는 사람은 스스로 낮추며 사람의 칭찬을 즐기지 않는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해도 사랑이 없으면, 나를 행실로써 심판하실 하느님 대전애서 네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2. 너무 과히 알고자 하지 말아라. 거기서 큰 분심거리가 많이 생기고 많이 속는다.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남에게 유식하게 봉고자 하고 지혜롭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한다. 안다 해도 그다지 영혼에 유익하지도 않거니와 혹 아주 무익한 것도 많다. 자기 영혼 구하는 데 도움 되는 것은 제쳐 놓고 다른 사정에 열중하는 사람은 실로 미련하다. 허다한 말이 영혼에 만족을 주지 못하지만 착한 행실은 정신을 새롭게 하고 조촐한 양심은 하느님께 대한 의뢰심을 준다.

3. 더 많이 알고 더 낫게 알수록 그만큼 더 거룩하게 살지 않으면 이 때문에 그만큼 더 중한 판단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무슨 기술이 있고 무슨 지식이 있다고 자랑하지 말 것이며, 차라리 얻은 지식에 대하여 두려워하라. 네가 스스로 많이 아는 것 같고 무엇을 잘 이해하는 것같이 생각 되거든 네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은 줄로 생각하라. "두려워 할지언정 자랑할 것은 하나도 없다"(로마 11,20). 차라리 네가 모르는 것을 자복하라. 너보다 더 박학하고 너보다 법에 더 익숙한 자가 많거늘 어지 에가 남보다 나은 줄로 생각하느냐? 무럿을 유익하게 알고 배우고자 하거든 남이 너를 몰라주기를 좋아하고 남이 너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김을 좋아하라.

4. 제일 고상하고 제일 유익한 지식은, 자기 자체를 참되게 알고 자기를 낮추어 봄에 있다. 자기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남은 항상 좋고 고상한 줄로 생각하는 것은 큰 지혜여 고상한 완덕이다. 남이 드러나게 범죄하고 혹 무슨 큰 폭행을 하는 것을 볼지라도,네가 그보다 나은 줄로 생각지 말 것이니, 네가 얼마 동안이나 그런 착한 지위에 항구할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약하다. 그러나 너보다 연약한 자는 아무도 없는 줄로 알아라.

제3장 진리의 도리

1. 사라져 없어지는 형상이나 말로써 배우지 않고 진리 자체를 진리 그대로 배우는 사람은 행복하다. 우리 소견과 우리 생각은 자주 우리를 속일 뿐더러 또 그 보는 바는 작다. 심오하고 희미한 사정에 대하여 수다하게 논중하는 것이 무엇에 유익하랴? 심판 때에 이런 것을 몰랐다고 책망을 들을 리는 없다. 유익하고 요긴한 것을 소홀히 보고,호기심에서 해로은 일에 즐겨 마음을 둠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이는 눈을 가지고도 보지 못함이다.

2. 유(類)와 종별(種別) 을 따지는 것이 우리에게 무슨 관계가 있으랴? 영원하신 말씀의 가르치심을 듣는 이는 여러가지 소견에 잡히지 않는다.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이 말씀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생겨난 모든 것이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며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요한 1,3-4). 아무도 그로 말미암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하고 바르게 판단하지도 못한다. 모든 것을 하나에서만 보는 사람은 마음이 동요되지 않을 수 있고 하느님 안에 평화로이 항구할 수 있다. 오, 진리이신 하느님이여! 영원한 애덕에서 나를 당신과 하나가 되게 하소서. 많이 읽고 많이 듣는 것이 싫사옵니다. 내가 찾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당신께 모두 있나이다. 주 대전에는 모든 학자가 다 묵묵할지며, 우주의 만물이 잠잠할 것이로소이다. 그리고 주께서만 네게 말씀하여 주소서.

3. 누구든지 자기 정신을 집중하고 도 마음을 순박하게 할수록, 그만쿰 힘들이지 않고 많이 또 깊이 깨달을 것이니 이는 위로부터 오는 총명(聰明)의 빛을 받기 때문이다. 마음이 정결하고 순직하고 항구하면 일이 많아도 정신이 산란치 아니하니,이는 모든 것을 하느님의 존경을 위하여 행하고 자기를 표준하는 사사로운 이익을 찾지 않는 까닭이다. 네 마음에 누르지 않은 정욕보다 더 너를 방해하고 성가시게 구는 것이 또 있으랴? 착하고 신심이 있는 사람은 겉으로 행 할 일을 먼저 마음에 예산한다. 또 무슨 일을 한다고 그로인하여 사욕으로 기울어지는 원의를 따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그 일을 바른 이성의 명령대로 따르게 한다. 자기를 이기려고 하는 싸움보다 더 맹렬한 전쟁이 어디 있으랴? 그러므로 우리가 날마다 할 일은 나 자신을 이기고 나날이 나를 이김에 용맹해지고 선으로 더 나아가려고 힘쓰는데 있는 것이다.

4. 이 세상 완덕이란 어느 것에든지 얼마간 결함이 없지않고 우리의 연구도 얼마간 애배함을 면치 못한다. 깊이 학문을 연구함보다는,너를 천히 생각할 줄 아는 것이 하느님께로 가는 더 확실한 길이다. 그렇지만 학문을 탓함이 아니요, 혹 무슨 사룸을 연구하여 앎을 그르다는 것은 아니다. 학문 자체는 좋은 것이요 또 하느님이 안배하신 것이다. 다만 양심 껏 착하고 덕성스러이 살아 나감이 더 낫게 여길 것이다. 많은 사람이 착하게 살기보다도 알려고만 힘쓰므로 자주 그르치고 거의 아무 결과가 없고, 혹 있어도 아주 미소 할 뿐이다.

5. 오! 사람들이 허황된 문제를 일으키는 그만한 열정을 가지고 악습을 뽑고 덕행을 닦는다면, 민중 사이에 이런 참담한 쇠퇴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심판 날을 당하여 우리가 심문당할 것을 무엇을 읽었는지가 아니요, 무엇을 행하였는 지를 물을 것이며, 무엇을 배웠는지를 묻지 않고 얼마나 열심하게 살았는지 물을 것이다. 네가 잘 알던 저 모든 학자들과 선생들이 살아 있을 때 박학하다고 이름이 자자하더니 지금 어디 있느냐? 벌써 그들의 자리는 다른 사람들이 점령하였으며 한 사람이라도 그들을 기억이나 해주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살 동안에는 위대한 것처럼 우러러보더니, 지금 와서는 그들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도 없다.

6. 오! 세상의 영화는 그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가! 그들도 아는 것만큼 그렇게 생활을 해 나갔다면! 이런 경우에 잘 공보 하였을 것이요, 잘 읽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 람들이 헛된 학문 때문에 망하는가? 그들은 하느님을 섬김에 별로 상관치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겸손되이 지내려 않고 훌륭한 사람으로 보이여 하므로 그들의 생각이 헛되게 된다. 참으로 위대한 사람은 애덕을 많이 가진 사람이다. 참으로 높은 사람은 자기를 스스로 작게 보고 모든 존귀한 영예를 허무한 것과같이 보는 사람이다. 참으로 슬리고운 사람은 그리스도를 얻기 위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쓰레기로"(필립 3,8)여기는 사람이다. 참으로 유식한 사람은 하느님의 성스러운 뜻에 따르고 자기의 뜻을 버리는 사람이다.

제4장 행위의 지혜로움

1. 무슨 말이든지 다 믿을 것도 아니요,안으로 무슨 충동이 있다고 즉시 그대로 할 것도 아니다.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여 매사를 깊이 주의하여 마련할 것이다. 슬프다! 우리는 남을 착하다고 하기보다 그르다고 믿고 말하기가 일쑤다. 우리는 이렇게 연약한 자들이다.그러나 완덕에 이른 사람은 쉽사리 남의 말을 함부로 믿지 않으니, 그는 사람들이 연약하여 악으로 잘 기울여지고, 말에 실수하기가 쉬움을 알기 때문이다.

2. 무슨 일을 하든지 조급히 굴지 않고 자기 주견만을 고집하여 내세우지 않음은 큰 지혜다. 누구의 말이나 다 분별없이 믿지 않고, 또 들은 것이나 자기가 믿는 것을 즉시 다른 사람의 귀에 옮기지 않음도 큰 지혜다. 지혜롭고 또 양심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 가서 훈계를 청하라. 그리고 네 사사로운 생각을 따르는 것보다, 너보다 더 나은 자에게 가서 배우기를 힘써라. 착하게 살아야 하느님의 뜻에 맞는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이요, 많은 일에서 경험을 얻으리라. 사람이 스스로 자기를 낮추어 생각할수록, 또 하느님께 더 잘 순종 할 수록 모든 일에 지혜로울 것이요, 평화로이 살 것이다.

제5장 성서를 읽음

1. 성서에서는 진리를 찾을 것이요,문체를 따질 것은 아니다. 성서를 읽을 때는 그것을 쓴 그 정신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성서에서는 말의 정묘함보다도 유익한 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고상하고 심오한 서적을 읽는 그만한 정성을 가지고 신심적으로 순박한 서적을 읽어야 할 것이다. 저술자의 권위를 헤아리지 말아라. 그의 문예가 묘하든지 묘하지 못하든지 상관치 말고, 단순히 진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읽을 것이다. 누가 이 말을 하였는지 말고 무엇이라 하였는지 주의하라.

2. 사람은 죽어 사라져도 "그분의 진실하심 영원하시다"(시편 117,2). 하느님은 사람에 대하여 편벽됨이 없이 여러가지 모양으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우리는 호기심을 가지고 성서를 읽으므로 자주 해를 받는다. 그대로 읽어 나가도 좋을 것을, 알아들으려고 하고 해석하려 하기 때문이다. 성서를 보아 유익을 얻으려면 겸손되이 읽고 순직하게 읽고 또한 성실하게 읽어라. 그리고 도무지 남에게 박학하다는 명성을 들을 마음을 두지 말아라. 묻기를 즐기며 잠잠히 성인들의 말씀을 들어라. 선배들이 한 비유를 싫어하지 말아라. 뜻 없이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6장 절제 없는 감정

1. 사람이 무엇을 의리에 어긋나게 탐할 때마다 즉시 내심에 불안을 느끼게 된다. 교만한 사람과 인색한 사람은 한 번도 평안히 있을 때가 없다. 마음으로 가난하고 겸손한 사람은 평화가 충만한 중에 산다. 자기에 대하여 온전히 죽지 않은 사람은 오래지 않아 시련을 당하고,사소하고 천한 일에도 실패한다. 마음이 약하여 아직도 육신의 노예가 되어 육신 쾌락에 기울어지는 사람은 세속의 모든 욕망을 다 끊어 버리기를 매우 어려워 한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은 세속적 쾌락을 떠나면 그 마음에 슬픈 기분이 들고, 누가 그를 반대 하면 경솔히 분노를 발한다.

2. 자기가 탐하던 바를 얻어 행하게 되면 즉시 양심이 보채어 괴롭다. 그는 마음에 구하던 평화에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사욕을 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욕을 쳐이김으로써 마음에 참된 평화를 얻을 수 있으며, 그 사욕을 따름으로써 평화를 얻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평화는 육신의 종이 된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요, 바깥 일에 오로지 몰두한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도 아니요, 오직 열심 있고 신령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제7장 헛된 희망과 교만을 피함

1. 사람들에게나 다른 조물들에게 제 희망을 두는 사람은 허황한 사람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고, 이 세상에 빈한한 자로 보이기를 부끄러워 하지 말아라. 너는 너를 믿지 말고,네 희망을 하느님께만 두어라. 너는 네가 할 만한 데까지 하라. 그러면 하느님께서 네 좋은 지향을 보시고 너를 도우시리라. 너는 네 지식도 믿지 말고 어떠한 生物의 기술도 믿지 말고, 오직 하느님의 은총에만 의뢰할 것이니 하느님은 겸손한 사람을 도우시고 자기를 믿는 사람들을 낮추시는 까닭이다.

2. 네게 재물이 있다고 영광을 삼지도 말고 세력이 있는 친구가 있다고 높이 생각지도 말고 오직 모든 것을 주시고 모든 것 위에 자기를 주시고자 하시는 하느님을 모시는 것만 영광으로 생각하라. 너는 네 몸이 건전하고 아름답다고 스스로 자랑하지 말아라. 사소한 병으로라도 썩을 것이며 냄새를 발할 것이 아니냐? 너는 무엇을 민첩히 잘한다고 혹 무슨 재주가 있다고 自慢하지 말아라. 네가 타고난 모든 善은 다 하느님의 것이니, 주께 불합할까 봐 두렵다.

3. 네가 다른 사람보다 나은 줄로 생각지 말아라.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아시는 하느님 대전에 네가 남만 못 할까 봐 두렵다. 네가 무슨 좋은 일을 하였다고 교만치 말아라. 하느님의 판단하심은 사람이 판단하는 것과 같지 않으니 흔히는 사람들이 좋다는 것이 하느님게는 불합하게 되는 까닭이다. 네게 무슨 선한 것이 있다면 남들에게는 이보다 더 선한 것이 있는 줄로 생각하여 겸손한 마음을 보존하도록 하여라. 네가 너를 모든 사람 밑에 둔다면 조금도 해가 없지만 한 사람 위라도 너를 높이게 되면 매우 해로울 것이다. 겸손한 사람에게는 항상 평화가 있으나 교만한 사람의 마음에는 분노와 질투심이 자주 일어난다.

제8장 과도한 우정을 피함

1. "아무에게나 네 마음을 털어놓지 말아라"(집회 8,9).지혜롭고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네 사정을 말하라. 젊은 사람들과 바깥 사람들과의 교제는 드물게 하라. 부자들에게 아첨하지 말고 대관들과 교제하기를 그리 좋아하지 말아라. 겸손하고 순진한 사람들과 사귀고 신심 있고 행실이 착한 사람들과 사귀어라. 그리고 建設的 사정에 대하여 이야기하라. 어느 여인과든지 너무 친히 지내지 말고 오직 보편적으로 모든 착한 여인들을 하느님께 의탁하라. 하느님과 주위 천사들과 친근히 지내고 남 앞에 드러나기를 원치 말아라.

2.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할 것이로되, 지나친 우정은 유익할 것이 없다. 어떤 사람은 교제하여 보기 전에는 명성이 좋아 보이나, 대면하여 보면 그렇지 못한 수가 흔히 있다. 어떤 때에는 남에게 잘해 줌우로 마음을 즐겁게 하려다가 도리어 우리의 결점이 드러난 탓으로 그에게 불합하기 시작하는 수 가 있다.

제9장 순명하는 마음과 복종

1. 윗사람에게 순명하면서 살고 제멋대로 살지 않는 것은 매우 장한 일이다. 윗사람 노릇 하며 사는 것보다 어른에게 순명하면서 지내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애덕으로 순명하기보다도 억지로 순명하기 때문에 순명을 괴롭게 여기고 조금씩 원망을 발한다. 온전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위하여 스스로 자기를 굴복시켜 순명하기 전에는 마음의 자유를 얻지 못하리라. 이리로 혹 저리로 다 돌아 다녀 보라. 윗사람에게 겸손되이 순명치 않고는 安堵를 얻지 못하리라. 많은 사람들이 어디를 가면 더 낫겠다고 생각하여 자리를 옮기지만 마침내 스스로 속았음을 깨닫게 된다.

2. 누구나 다 자기 뜻을 따라가기를 좋아하고 자기와 같은 사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울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우리 가운데에 계신다면 우리는 때때로 평화를 보존하기 위하여 우리의 뜻을 양보할 필요가 있다. 누가 그리 지혜로워 모든 것을 완전히 알 수 있으랴? 그러므로 네 主見을 과도히 믿지 말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기쁜 마음으로 들을 생각을 하라. 네 의견이 좋다 하여도 하느님 때문에 그 의견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르면 거기서 많은 효과를 얻을 것이다.

3. 남에게 의견을 주느니보다는 남의 의견을 듣고 받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말을 나는 자주 들었다. 각 사람의 의견이 다 좋을 수도 있으나, 상당한 이유가 있고 까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다면,이는 교오와 고집의 표일 뿐이다.

제10장 수다스러움을 피함

1. 너는 할 수 있는 대로 사람들의 騷亂을 피하라. 왜냐하면 세속 일에 대하여 論難함은 제아무리 순진한 생각에서일망정 적지 않게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쓸데없는 것에 물들기가 쉽고 사로잡히기가 쉽다. 나는 전에 한 일을 생각하면 말을 안하고 사람들과 상종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이 말을 잘하며 서로 지껄이기를 즐길까! 말을 그치고 보면 양심에 상처 받는 것을 깨닫지 않을 때가 매우 적은데! 우리가 서로 수작 하기를 즐기는 것은 많은 말로써 서로 위로를 찾고자 함이요, 또 여러 가지 생각으로써 피곤해진 마음을 쉬게 하고자 함이다. 우리가 즐겨 말하고 또 즐겨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많이 사랑하는 것이나 많이 원하는 것 혹 우리에게 거슬리는 사정이다.

2. 그렇지만 슬프다. 흔히는 쓸데없이 또는 공연히 그렇게 한다. 이러한 바깥 위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안으로부터의 위로를 받는 데 적지 않은 장애거리가 된다. 그러므로 때를 헛되이 보낼까 주의할 것이요,기도할 것이다. 말하는 것이 가하고 유익할 듯하면 이익될 만한 사정을 말하라. 악한 습관이 있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데 주의가 부족한 탓으로 말을 삼가지 못한다. 그렇지만 영신 사정을 信心的 으로 논함은, 더욱이나 마음과 정신이 하느님 안에 서로 합한 친구들 사이에는, 완덕에 나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제11장 평화를 얻음과 성덕의 길로 나아가려는 열정

1. 남의 말과 행위에 참견하지 말고 또 우리에게 상관없는 일에 관계하지 않는다면 평화를 많이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남의 일에 간섭하고 바깥 일을 찾으며 안으로 마음을 수습하기를 적게 또 드물게 하는 사람이 어떻게 오랫동언 평화를 누릴 수 있으랴? 순진한 사람들은 복되다. 저들에게는 평화가 많이 있으리라.

2. 많은 성인들은 어찌 그리 완전하였으며, 觀想的생활을 하였던고! 이는 저들이 자기를 온전히 克服하여 모든 세속적 욕망을 없애기로 힘쓴 까닭으로 온전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정을 붙이고 자유롭게 자기를 지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나 우리의 邪慾을 생각하고 너무나 사라질 일에 대하여 근심 걱정한다. 우리는 한 가지 惡習이라도 완전히 이기기 드물고 날로 진보하기를 게을리하므로 항상 싸늘하고 냉랭하게 지낸다.

3. 우리가 완전히 節慾 하고 안으로 번잡함이 없다면 하느님의 사정에 맛들일 수도 있고 天上的 觀想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제일 크고 오직 하나인 장애거리는 사욕과 逸樂을 온전히 끊지 못함과 성인들이 가진 완덕의 길로 들어가고자 힘쓰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무슨 조그마한 역경을 당하여도 너무 급히 실망하며 세상의 위로를 찾으려 든다.

4. 우리도 용맹한 사람들과 같이 싸우는 데 항구히 서 있다면,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도우시는 것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가 싸우는 것을 보시고 또 당신 은총에 의지하는 것을 보시고 도와 주시려고 하시며 싸울 기회를 마련하여 주시어 이기에 하신다. 겉으로 지켜 나가는 것만으로 완덕의 진보로 삼는다면 우리의 신심은 오래지 아니하여 끝장나고 말 것이다. 차라리 뿌리에 도끼를 대어서 우리로 하여금 정욕에서 조촐하여져서 평화로운 심정을 갖게 하자.

5. 매년에 악습을 하나씩만 뽑는대도,오래지 아니하여 완전한 자가 되리라. 그러한 許願 을 발한 지 여러 해가 된 오늘에 도 入會하던 시초만큼 더 낫지도 못하고 더 조촐치도 못함을 도리어 자주 깨닫게 된다. 우리의 열정과 우리의 진보가 날로 켜졌어야 할 것이지만, 오늘에 와서는 그전 열심의 한 부분이나마 보존하였다면 그것이 크나큰 다행으로 생각된다. 시초에 조금만 힘써 한다면 후에는 모든 것을 힘 안들이고 즐겁게 행할 수 있으련만!

6. 오래 동안 하던 것을 버리기도 어렵지만 자기 원의를 버리기는 더 어렵다. 그러나 너는 작고 경한 것도 이길 줄을 모르니 언제나 극난한 일을 이겨 나아가랴? 좋지 못한 습관이 있으면 즉시 빼어 버기기로 힘써라. 두려워하건데 차차 더 어럽게 될까 하노라. 네가 너를 잘 지배함으로 네게는 얼마만큰 평화가 있겠으며 남에게는 얼마만한 출거움이 될 줄을 생각한다, 영신상 진보에 대하여 더 많은 열정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제12장 역경의 이로움

1. 가끔 어떠한 걱정을 당하고 역경을 당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매우 유익하다. 이런 경우를 당하게 되면 자연 우리가 귀양살이한다는 것을 생각하여 회심하고, 세속 물건에 희망을 두지 않게 된다. 가끔 우리는 우리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어 괴로움을 당하고 비록 잘못한 일이 없고 잘못 생각한 게 없어도 남이 우리를 그르게 또 부족히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게 해롭지 않다. 그런 일이 있으면 가끔 우리는 겸손한 마음을 발하게 되고, 허영심을 드러낼 위험이 없게 되어 많은 도움이 된다. 밖에서 사람들이 우리를 천히 돌리고 우리를 그리 잘 믿어 주지 않으면 자연 안으로 하느님을 증인으로 찾게 되리라.

2. 그러므로 사람은 하느님께만 온전히 의탁하여 세상의 많은 위안을 찾을 필요가 없도록 하여야만 한다. 마음이 착한 사람이 괴로움을 당하거나 혹 시련을 당하거나 혹 악한 생각으로 괴롭게 되면 자연 하느님의 도우심이 얼마나 자기에게 필요한가를 깨닫게 되고 하느님 없이는 사소한 善이라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사람은 근심하여 涕泣하고 자기가 당한 불쌍한 처지를 생각하고 기도한다. 이러한 경우에 오래 사는 것이 염증나고, 죽을 때가 어서 와, 죽어서 그리스도와 같이 생활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 사람이 세상에서는 도무지 위험이 없이 안전한 생활을 못할 것을 깨닫고, 세상에는 온전한 평화가 없음을 잘 깨닫는다.

제13장 시련을 이김

1. 우리가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곤란한 없이 살 수가 없고 시련 없이 살 수가 없다. 그러므로 욥기에도 "인생은 땅 위에서 고역"(욥기 7,1)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자기가 당하는 시련에 삼가 주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깨어 기도하여 우리를 속일 틈을 마귀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 "여러분의 원수인 악마가 으르렁대는 사자처럼 먹이를 찾아 돌아다닌다"(1베드 5,8). 한번도 시련을 당하지 않고 있을 만큼 그렇게 거룩하고 완전한 자는 없다. 우리는 도무지 시련을 조금도 안 당할 수는 없다.

2. 시련이 어떤 때에는 우리에게 몹시 성가시고 위험하지만 하지만 매우 유익한 때가 많으니, 사람이 시련을 당함으로 겸손해지고 조찰해지고 또한 많은 경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성인들은 누구나 다 많은 곤란과 시련 중에 지냈으며 그러는 가운데 진보하였다. 그리고 시련을 참아 받을 줄 모르는 사람은 버림을 받아 타락하였다. 시련이나 역경이 없을 만큼 그렇게 거룩한 수도회도 없고, 그렇게 은밀한 곳도 없다.

3. 사람이 세상을 사는 동안에는 시련을 아주 면할 수 없으니 이는 우리가 타고난 사욕으로 말미암아 우리 안에 시련의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시련이나 괴로움 한 가지가 지나가면 다른 것이 또 온다. 그래서 우리는 본시 행복을 잃은 관계로 항상 곤란이 있다. 많은 사람이 시련을 피하려 하다가 더 큰 시련을 당한다. 시련은 피하기만 한다고 이겨내는 것이 아리라, 오직 인내하고 참으로 겸손하게 되면 자연 모든 원수를 이길 만큼 힘이 나는 것이다.

4. 시련의 뿌리를 뽑지 않고 다만 겉으로 기회만 피하는 사람은 많은 진보를 보지 못할 것이요, 그뿐만 아니라 오래지 않아 시련이 다시 돌아올 것이니 그전보다 더 마음이 거북하리라. 마음이 번거롭게, 부적절하고 모질게 시련을 물리치려는 것보다는 차라리 하느님의 도우심을 힘입어 천천히 오랫동안 참아 나가며 싸우는 것이 더 낫다. 네가 시련을 당하게 되면 자주 훈계를 청하고,시련을 당하는 사람이 있거든 엄하게 대접하지 말고,너도 이러한 경우에 남에게서 위로받기를 원할 터이니 많이 위로해 주어라.

5. 모든 악한 시련의 시초는 마음이 한결같이 서 있지 못하는 데, 그리고 하느님께 의뢰하는 마음이 부족한 데 있다. 키가 없는 배는 물결을 따라 이리저리 흘러가듯이,사람도 마음이 약하여 자기가 정한 뜻을 버리면 여러 가지로 시련을 당한다. 불은 쇠를 증명해 주고 시련은 의인을 증명해 준다. 우리는 가끔 무엇을 얼마나 할 만한지 모른다. 그러나 시련을 당하여 보면,우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시련이 시작될 때 많이 주의해야 한다. 도무지 원수가 마음의 문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게 하고, 들어오려고 할 때 문 밖에서 대항하면 매우 쉽게 이길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오비디우스)이 말하기를 "시초에 막아라. 별이 오래 되어 중해지면 약을 준비해도 이미 늦으리라."하였다. 처음에는 마음에 단순한 생각만 나고, 그 다음에는 맹렬한 想像이 일어나고, 그 후에는 괘락이 생기고,잇따라 악한 衝動이 발하고, 마침내는 승낙을 한다. 이와 같이 원수를 처음에 대적하지 않으면 꽤 많은 원수가 차차 온전히 들어온다. 그리고 시련을 당하고 오랫동안 대적하지 않으면 星戰에 게으른 그만큼 사람은 날로 더 약해지고 사람을 거슬러 치는 원수는 점점 더 강해진다.

6. 어떤 이는 입회(入會) 시초에 큰 시련을 당하고 어떤이는 마지막에 큰 시련을 당한다. 또 어떤 이는 거의 일평생 시련 때문에 곤한을 당한다. 또 어떤 이는 매우 가볍게 시련을 당하니, 이는 사람의 지위와 공로를 헤아리시고 모든 것을 뽑힌 이들의 구령을 위하여 미리 안배하신 하느님의 지혜와 공의로 배치하심이다.

7. 그러므로 우리가 시련을 당할 때 실망할 것이 아니요, 오히려 하느님께 더 열심으로 기도할 것이니, 하느님은 우리가 곤란을 당할 때면 어느 때나 잘 도와 주시며, 그리고 성 바오로의 말씀대로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힘에 겨운 시련을 겪게 하지는 않으신다. 시련을 주시더라도 그것을 극복하고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실 것이다"(1고린 10, 13). 그러므로 우리는 시련을 당할 때나 곤란을 겪을 때나 항상 우리의 영혼을 하느님의 손아래 낮추어야 할 것이니 하느님은 마음으로 겸손한 자를 구하시고 또한 들어 올리시기 때문이다.

8. 시련을 당해 보고 곤란을 당해 보아야 얼마나 진보하었는지 알게 되고 공로도 더 얻고 덕행이 잘 드러나는 것이다. 아무 어려움이 없을 때 열심하고 성실히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곤란을 당하면서도 잘 참아 나가는 것은 많이 진보할 희망이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큰 시련에서 보호되나 매일 당하는 작은 시련에 자주 떨어진다. 이는 이와같이 사소한 일에 자기가 떨어짐을 보고 스스로 겸손하여 큰일에서 도무지 자기를 믿지 말게 함이다.

제14장 경솔한 판단을 피함

1. 눈을 돌려 제 자신을 살피되,남의 행위를 판단할까 조심하라. 사람이 남을 판단하는 데서는 헛된 수고를 하고 자주 그르치고 쉽게 죄를 범하지만, 자기를 판단하고 자기를 살피는 데서는 오히려 항상 유익을 본다. 우리는 무엇을 판단할 때 오직 우리 마음에 있는 대로 판단한다. 그래서 사사로운 사랑으로 인하여 참된 판단을 쉽게 잃는다. 우리의 源慾이 항상 쏠러 나가는 것이 홀로 하느님을 향해서라면, 남이 우리의 뜻을 반대하더라도 쉽게 번민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2. 흔히 보면 우리 속에 무엇이 숨어 있어 이끌리는 수 가 있고 혹은 우리 밖에 무엇이 있어 이끌리는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에서 은근히 자기를 찾지만,그것을 모른다. 잘하는 일이 자기 원과 자기 생각대로 되는 경우에는 평화로이 잘 지내는 듯하나, 원하는 것과 달리 되면 곧 번민하여 근심한다. 자주 친구간에나 동족간에나 수도자들간에서 信心 있는 자들 가운데 쟁론이 일어나는 것은 각 사람의 의견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3. 오래 된 습관은 끊기가 어렵다. 누구나 제 생각을 초월하여 남의 의향을 따라가기를 싫어한다. 네가 예수 그리스도의 순명지덕을 따르지 않고 그보다도 네 주견과 네 재주를 따르려 하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의 빛을 받아도 매우 드물게 받을 것이요, 늦게 받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께 온전히 순종하기를 원하시고 뜨거운 사랑으로 온갖 이치를 초월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제15장 애덕으로 인한 행동

1. 세상의 무슨 물건을 위하여, 또는 어떤 사람을 사랑하기 위하여 도무지 악한 일을 하지 말 것이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하여 좋은 일이라도 중지하여야 할 때가 있고, 더 좋은 일과 바꾸어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한다면 좋은 일을 궐하는 것이 아니요, 도리어 더 좋은 일과 바꾸는 것이다. 사랑이 없이 겉으로 하는 일은 아무 소용이 없고,애덕으로써 하는 일은 아무리 작고 천한 일이라도 모두가 유익하다. 이는 하느님께서 사람이 일을 얼마나 많이 하였는지 살피시지 않고 얼마만한 사랑으로 하였는지를 헤아 리시는 까닭이다.

2. 사랑이 많은 사람이 일을 많이 한다. 일을 잘하는 것이 일을 많이 하는 것이다. 일을 잘하는 것은 자기 뜻을 채우기 보다도 公益을 위하여 하는 것이다. 흔히 사람이 이것은 애덕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사욕에 지나지 않은 때가 많다. 이는 그러한 일에 자연히 이끌려서 하기도 하고, 자기의 뜻을 따라 하기도 하고,무슨 보수를 바라서 하기도 하고 安逸을 얻으려고는 마음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3. 참다운 애덕이 있고 완전한 애덕이 있는 사람은 무슨 일에든지 자기를 찾지 않고 모든 일에 다만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기만 원한다. 이런 사람은 아무에게도 질토심을 내지 않으니 이는 자기의 사사로운 재미를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자기에 대하여도 스스로 만족치 않고 다만 모든 복을 초월하여 하느님의 품에서 복을 누리기만 원하는 까닭이다. 무슨 좋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사람에게 돌리지 않고 전혀 하느님께만 돌림은 하느님께로부터 만물이 근원삼아 나왔음이요, 또 하느님 안에서 모든 성인들이 극진한 복락을 누리고 있는 까닭이다. 오!참된 사랑의 불 한덩어리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것이 허황됨을 확실히 깨달으련만!

제16장 남의 과실을 참음

1. 사람이 자기에게서 또는 남에게서 고치지 못할 무엇이 있으며 하느님께서 달리 마련하실 때까지 인내로이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너를 단련하고 인내하는 법을 배우는 데 아마 더 나을 줄로 생각하라. 그리고 단련도 없고 인내도 없다면 우리의 공로는 그리 크게 헤아릴 바가 못 되리라. 그렇지만 이러한 거리끼는 일을 충심으로 잘 참아 나가기 위하여 하느님께서 너를 도우시기를 간절히 구할 일이다.

2. 누가 만일 네게 한두 번 훈계를 듣고도 그대로 안하더라도 그와 쟁론하지 말고 오직 하느님께 그 사정을 다 맡겨 그 뜻이 이루어지고 그 영광이 하느님의 모든 종들에게 현양되기를 구할 일이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악을 선으로 잘 바꾸실 줄 아시기 때문이다. 너는 남의 과실과 연약함을 어떠한 것이든지 끈기 있게 참는 법을 배워라. 너도 남에게 괴로움을 끼쳐 주는 일이 적지 아니하리라. 너도 네 자신을 마음대로 못하여 네가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는데 어찌 다른 사람이 네 뜻대로 되기를 바랄 수 있으랴? 우리는 남들이 완전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지만 우리 자신의 허물을 고치지는 않는다.

3. 우리는 남을 엄히 꾸짖어 그 과실을 고치기를 원하나,우리 자신을 꾸짖어 우리의 과실을 고치기는 싫어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너무 너그러운 관면을 청한다고 좋지 않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청하는 것이 있으면 거절 당하기를 싫어한다. 다른 사람은 규칙으로써 拘束을 받아야 한다. 하면서도 우리는 조금치도 구속되기를 싫어한다. 이렇게 우리가 남을 헤아리는 데 있어 우리를 헤아림과 같이 하지 않는 일이 가끔 있는 것이 분명하다. 모든 사람이 다 완전하다면 하느님을 위하여 남으로부터 고난받을 거리가 어디 있으랴.

4. 이제 하느님께서 이렇게 조처하시어 우리로 하여금 "서로 남의 짐을 져 줄"(갈라 6,2)것을 배우게 하셨으니, 이는 아무도 결점이 없는 사람이 없고, 짐이 없는 사람이 없고, 저 스스로 만족할 사람이 없고, 저 스스로 족히 지혜로운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 참고, 서로 위로하고, 서로 같이 도와 주고, 서로 가르쳐 주고, 서로 훈계함이 마땅할 것이다. 누가 얼마만한 덕행이 있는지는 역경을 당할 때에 잘 드러나는 것이다. 機會라는 것은 사람을 연약하게 하는 것이 아니요, 그 사람이 어떠한지 드러내 줄 뿐이다.

제17장 수도생활

1. 남과 화목하려 하고 평화를 원하거든, 많은 일에 너를 억제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수도원이나 어느 단체에 살면서 원망 없이 지내고, 죽을 때까지 착실하고 항구하게 나아가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그러한 곳에서 착하게 살고 복되이 마치는 사람은 행복하다. 네가 제대로 서 있고 또 앞으로 나아가려거든, 세상에 있는 것을 마치 귀양소에 있고 여행 중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너를 지배하라. 네가 열심하게 살려거든, 그리스도를 위하여 미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2. 수도복을 입고 삭발을 하는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니다. 행위를 고치고 모든 사욕을 완전히 억제함으로써만 참다운 수도자가 되는 것이다. 오로지 하느님을 찾지 않고 또 자기 구령을 도모하지 않고 다른 것을 찾는 사람은 번민과 곤란밖에 아무 것도 얻지 못하리라. 자기가 스스로 말째 되기를 힘쓰지 않고 모든 이 아래 순종하려고 힘쓰지 않는 사람은, 오랫동안 평화를 보존할 수 없으리라.

3. 네가 이곳에 온 것은 다스리러 온 것이 아니요, 복사하러 온 것이며, 또 너를 이곳에 부른 것은 괴로움을 참아 받고 일을 하라고 한 것이지, 한가히 살거나 담화하기 위하여 한 것이 아님을 알아라. 그러므로 이곳에서는 금을 불가마에 넣어 단련하듯이 사람을 단련한다. 하느님을 위하여 온전한 마음으로 자기를 스스로 낮추고자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이곳에서 항구히 살 수 없다.

제18장 거룩한 교부들의 행적

1. 거룩한 교부들의 열렬한 표양을 보라. 그들에게서는 참다운 완덕과 정성이 빛난다. 이에 우리의 행하는 바가 얼마나 작은 것이며 거의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달으리라. 슬프다, 우리의 생활을 저들에게 비한다면 그 무엇이냐? 그리스도의 벗인 성인들은 주림과 목마름 중에, 추위와 헐벗음 중에 수고 하면서, 몸이 고달프게 일하면서, 밤을 새워 가면서, 엄재 하면서, 신공을 바치면서, 거룩히 묵상하면서, 많은 박해와 모욕을 당하면서 주님을 섬겼다.

2. 사도들과 치명자들과 증거자들과 동정녀들이며, 그 밖에 모든 그리스도의 성적을 따른 이들은 얼마나 많고 얼마나 큰 고생을 당하였는가. 저들은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 저기 영혼을 구하려고 이 세상에서 자기를 미워하였다. 오! 거룩한 교부들은 광야에서 얼마나 엄하고 절제 있는 생활을 하였는가! 얼마나 크고 오랜 시련을 당하였으며. 얼마나 자주 원수에게 부대겼으며, 하느님께는 얼마나 자주 또 간절하게 기고를 드렸으며, 얼마나 엄하게 매일 재를 지켰으며, 완덕에 나아가는 데 얼마나 열중하였으며 얼마나 정성을 다하였는가! 악습을 제어(制御)하기에 얼마나 맹렬한 싸움을 하였는가! 또 그들의 지향(志向)은 얼마나 바르고 순전하게 하느님께만 향하였는가!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오랫동안 기도하였으며 일하는 중에라도 묵상을 그치지 않았다.

3. 그들은 모든 시간을 유익하게 보냈으며, 하느님께 바치는 모든 시간을 짧게 여겼고. 신묘한 묵상 중에 신락(神樂)을 누릴 때에는 육신에 필요한 음식까지 잊어버렸다. 모든 재물과 지위와 존영과 친우와 친척들을 다 떠나 세상의 것은 무엇이나 가리려 하지 않고, 생명에 필요한 것이나 겨우 취하며, 필요한 경유에 육신을 돌보는 것까지라도 섭섭히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 세상 물건에는 빈한하였으며 은총과 덕행 방면으로는 매우 부요한 이들이었다. 밖으로는 매우 궁핍하였으나 속으로는 하느님의 은총과 덕행의 위로가 풍성하였다.

4. 그들은 세상과는 멀었지만 하느님께는 가까웠고 그분의 친근한 벗이 되었다. 자기를 볼 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이 세상이 그들을 경천히 보았으나, 하느님의 눈에는 귀하고 사랑스러운 이들이었다. 그들은 항상 참된 겸손 중에 살았고 순전히 순명만 하며 살았고 사랑과 인내를 가지고 살았으며 날마다 완덕의 길에 나아갔으며 하느님께로부터 막중한 은총을 받았다. 그들은 모든 수도자들에게 아름다운 표양이 되니, 그들은 본받아 완덕에 잘 진보할 마음을 분발 하여야 할 것이요, 다른 많은 냉담자들을 보고 게을리 살지 말 것이다.

5. 오! 거룩한 수도원이 창설되는 시초에는 모든 수도자들이 얼마나 열심하였는지. 오! 얼마나 그들은 기도에 열절하였으며,얼마나 덕행을 닦는 데 열중하였으며, 얼마나 엄밀히 규칙을 지켰는가! 모든 수도자들은 스승의 지도를 얼마나 잘 존중하고 순종하였던가! 그들이 남겨 놓고 간 유적(遺跡)은 아직도 그들이 얼마나 거룩하였고 완전하였는가를 증거해 준다. 그들은 그와같은 용맹히 싸워 세속을 정복하였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규칙이나 범하지 않으면 장한 줄로 알고, 맡은 임무를 잘 참아 가며 행하면 대단한 일이나 하는 줄로 여긴다.

6. 오! 우리는 얼마나 게으르며 우리의 임무를 얼마나 소홀히 하는가! 우리는 이렇게 급히 전에 있던 열심을 잃어 게을러지고 식어서, 이제는 살기에도 염증이 난다. 너는 많은 신심(信心) 있는 이들의 행적을 보았으니, 부디 덕행의 길에 나아가는 발거음이나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제19장 착한 수도자의 수업

1. 착한 수도자들의 생활은 모든 덕행으로 충만하여야 할 것이다. 밖으로 사람들에게 나타남같이 안으로도 그러해야 한다. 또 사길 밖으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안에 있는 것이 더 나아야 한다. 우리를 살피시는 이는 하느님이시니 그분을 어디서든지 힘을 다하여 공경해야 할 것이요, 그 대전에서 천사들같이 조촐하게 지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 처음으로 수도원에 든 것처럼 매일 우리의 뜻한 바를 새롭게 하고 열심을 분발하며, 다음과같이 하느님께 기도할 것이다. "주 하느님, 제 뜻한 바를 행하고 당신을 섬기는 이 거룩한 일에 저를 도와 주소서. 또 제가 오늘까지 한 바가 아무 것도 아니오니, 오늘 이제 완전히 시작하는 은혜를 주소서."

2. 우리 마음에 결심하는 데 따라 진보하는 것이 잘 나아 가겨면 반드시 삼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굳센 결심을 발하여도 자주 그렇게 안 되거든 더구나 뜻을 세우는 일도 별로 없고, 있다 하여도 아무 힘이 없는 약한 것이라면 어찌 되랴! 그리고 그 뜻한 바를 실행치 못하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리의 매일 일과 중에 작은 것이라도 궐하게 되면 거기서 어떤 해를 받지 않는 일이 매우 드물다. 의인들은 무엇에 정진할 때 자기의 지혜에 기대지 않고 하느님의 은총에 의탁하며 또 무엇을 하든지 항상 하느님께 의탁한다. 사람은 뜻을 둘 뿐이요, 하느님은 마련하여 배치하시니, 그 길은 사람에게 있지 않은 까닭이다.

3. 우리가 다른 성공을 하기 위해서나 다른 사람을 도와 줄 뜻으로, 매일 하는 일과(日課)를 궐하면 후에 이를 쉽게 보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마음에 염증이 난다고, 혹은 소홀한 생각으로 일과를 궐하게 되면, 이는 적지 않은 과실이요 미구에 거기서 해를 볼 것이다. 우리 힘이 자라는 데까지 힘 쓰자. 그렇게 하더라고 많은 일에 조금씩 잘못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럴지라도 항상한 가지를 확실히 정하여 가지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에게 몹시 장애되는 것이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 정진하여 나아 갈 것이다. 우리의 밖의 일과 안의 일을 다 같이 살피고 정돈해 놓아야 한다. 두 가지가 다 같이 진보에 유조한 까닭이다.

4. 간단없이 정신을 수렴할 수 없거든, 적어도 가끔은 하라. 하루 동안 적어도 아침이나 저녁에 한 번은 반성하라. 아침에는 뜻을 세우고 저녁에는 네가 한 일을 살펴보라. 오늘 하루 동안 말은 어떠하였고, 생각은 어떠하였고, 행동은 어떠했는지 살펴보라. 혹시 이 점에 있어 하느님과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적이 있을까 하노라. 마귀에 흉계를 거슬러 사내답게 문을 단속하라. 그리고 탐도를 제어하라. 그러면 모든 육욕(肉慾)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언제나 아주 한가히 있지 말고 책을 보든지, 글씨를 쓰든지, 기도하든지, 묵상하든지,공익을 위하여 무슨 유익할 만한 것을 행하라. 그러나 육신 일에 대하여는 지혜롭게 할 것이며 또 모든 이가 다 같이 할 바도 아니다.

5. 공동으로 하는 일이 아니면 겉으로 드러낼 것이 없으니 사사로운 것은 비밀히 하는 것이 더 안전한 것이다. 그러나 사사로이 하는 일은 민첩히 잘하면서 공동 일은 게을리 할까 주의할 것이다. 네가 반드시 할 일과 맡은 직무의 일을 완전히 정성껏 다 미친 후에, 그러고도 시간이 있거든 네 열심대로 하고자 하는 바를 행하라. 모든 사람이 다 같이 같은 일을 할 수 없으니 어떤 사람에게는 이것이 더 낫고 어떤 사람에게는 저것이 더 낫다. 또는 때를 따라서 뜻에 맞는 일이 있으니 어떤 것은 축일(祝日)에 하기에 좋고, 어떤 것은 여느 날에 하기가 좋다. 어떤 것은 시련을 당할 때에 필요하고 어떤 것은 평화롭고 안온한 때에 하기가 좋다. 어떤 것은 근심할 때에 생각하는 것이 좋고 어떤 것은 하느님 안에 즐거리 지낼 때에 생각하는 것이 좋다.

6. 주요한 축일을 당하면, 착한 수련을 더욱 새롭게 할 것이요, 열심을 더해 성인들의 전달을 구할 것이다. 오늘 축일을 당하거든 다음 축일까지 정지할 것이니, 마치 그 때는 이 세상을 떠나 영원한 축일로 옮아갈 것처럼 하라. 그러므로 우리는 마치 오래지 않아 하느님 대전에 나아가서 우리 수고의 값을 받을 것처럼 이 거룩한 때에 힘써 준비하고 열심을 배가하여 살며, 모든 규칙을 어김없이 지키자.

7. 만일 이 복된 때가 미루어지거든 우리가 아직도 완전히 준비가 되지 못할 줄로 생각하고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로마 8,18)을 받기에 아직도 부당한 줄로 생각하여 우리의 최후를 힘써 더 잘 준비하자. 루가 복음에 이르기를, "주님이 돌아왔을 때 깨어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들은 행복하다. 틀림없이 주인이 그에게 모든 재산을 맡길 것이다."(루가 12,37.44)

제20장 고요함과 침묵을 사랑함

1. 네 사정을 생각할 만한 적당한 때를 찾아라. 그리고 자주 하느님의 은혜를 생각하라. 호기심의 자료(資料)는 무엇이나 버려라. 취미거리보다는 마음을 감동케 할 만한 것을 더 익히 읽어라. 무익한 담화를 말고 필요치 않은 왕래를 끊고 새로운 일과 전설을 들으려 귀를 기울이지 아니하면, 묵상을 잘할 만한 넉넉한 때가 있으리라. 대성인들은 사람들과의 교제를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하느님과 같이 숨어 살기를 더 원하였다.

2. 어떤 사람의 말에 "네가 사람을 상종할 적마다 항상 전만 모못하여 돌아왔노라."(세네카) 하였다. 우리도 과연 오래 담화를 한 후에는, 자주 그러한 경험을 한다. 아주 말을 안하는 것은 쉬우나 말을 과도히 않기는 어렵다. 집에 숨어 사는 것은 쉽지만 밖에서 자기를 족히 지키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안으로부터의 영신적 생활을 하려고 뜻을 두는 사람은 예수님과같이 많은 군중을 피하여야 한다. 누구든지 조심하여 자기를 숨기지 않으면 완전히 남 앞에 나설 수 없다. 누구든지 묵묵하기를 즐기지 않으면 말에 실수를 안할 수 없다. 누구든지 조심하여 남에게 굴복하여 있지 않으면 남을 잘 지배할 수 없다. 누구든지 잘 순명할 줄 모르면 잘 명령을 내릴 수도 없다.

3. 누구든지 착한 양심이 인정해 주지 않으면 안심하고 즐거워하지 못한다. 그러나 성인들은 안전히 살면서도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가득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덕행이 놀랍고 은총이 많았거만 그렇다고 덜 조심하거나 덜 겸손하지 않았다. 악인들이 안심하는 것은 교오와 자존심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니 마지막에는 스스로 속았음을 깨닫게 된다. 네가 아무리 착한 수도자로 보이고 신심 있는 은수자로 보일지라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안심하고 살 수 있다고는 도무지 믿지 말라.

4. 흔히 보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너무 믿었기 때문에 큰 위험을 당하였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을 위하여는 시련이 아주 없지 않은 것이 유조(有助하며 자주 마귀의 공격을 당하는 것이 필요하니 혹시나 너무 자기를 믿어 교오를 발하며 바깥 위로에 지나치게 기울어질까 함이다. 오! 사람이 만일 지나가는 잠세(暫世)의 낙을 한 번도 찾지 않고, 한 번도 세속 사물에 상관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그 양심이 맑으랴. 오! 사람이 만일 헛된 염려를 다 버리고 유익한 사정과 하느님께 대한 사정만 생각하고 자기의 모든 희망을 하느님께만 둔다면 얼마나 큰 평화와 안심을 얻으랴!

5. 누구든지 오랫동안 거룩히 통회를 힘써 발하는 수련을 않고는 천상으로부터 오는 위로를 받기를 부당하다. 너 진심으로 통회 발하기를 원하거든 "자리에 누워 반성하여라."(시편 4,4) 한 말씀같이, 네 방에 들어가 세상의 모든 번잡을 피하라. 네가 밖에서 자주 잃은 바를 방 안에서 찾아 얻으리라. 방에 항상 거하면 거하기가 좋아지고 방을 잘못 지키면 염증이 난다. 네가 입회(入會)하기를 시작한 때부터 방에 잘 거하기로 힘쓰고 방을 잘 지키면, 후에 사랑하는 벗이 될 것이요, 달고 단 위로가 될 것이다.

6. 침묵과 정숙 가운데서 신심 있는 영혼이 진보하고 성서의 심오한 것을 배운다. 잠잠하고 정숙한 곳에서 체읍,통곡의 근원을 얻어 밤마다 자기를 씻어 조촐히 하며 세상의 모든 번잠을 더욱 멀리하여 더욱 조물주와 침밀해진다. 그러니 사람이 자기를 아는 이들과 친우를 떠나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거룩한 천사들과 더불어 그에게 가까이 오실 것이다. 자기를 소홀히 하고 기적을 행하는 것보다는 숨어 살며 자기를 살펴 다스리는 것이 낫다. 열심한 사람으로서 드물게밖에 나가고, 남의 눈에 보이기를 피하고, 사람들을 보기까지 싫어함은 매우 아름다운 일이다.

7. 네가 소유(所有)하기 부당한 것을 무엇 하러 보려 드느냐? "세상도 가고 세상의 정욕도 다 지나간다"(1요한 2,17). 육체의 욕망으로 우리는 이리저리 끌리나, 그 시간이 지나면 그와 같이 한 것이 양심의 짐을 더하고 정신을 산란케 한 것밖에 무엇을 얻겠느냐? 즐거이 나갔던 것이 흔히 근심 중에 돌아오게 되고 저녁에 늦도록 즐겨 논 것이 아침에 걱정거리가 된다. 이와 같이 모든 육체의 오락은 시작에 단맛을 주나 끝에는 물고 또한 죽인다. 이곳에서 보지 못한 바를 어찌 다른 데서 보리라 생각하느냐? 천지와 그 안의 만물을 보라. 이것으로써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다.

8. 네가 어디를 가면 하늘 밑에 있는 것으로서 영구히 있을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줄 아느냐? 네가 아마 만족할 줄로 생각하나 그렇게 아주 만족할 위치에는 이르지 못하리라. 네가 모든 것을 다 본다 할지라도 그것을 허무한 환상 외에 무엇이랴? 너는 눈을 하늘로 들어 하느님께 향하고 네죄와 네 소홀함을 뉘우쳐 간구하라. 헛된 사람들에게 그 헛된 사물(事物)을 내버려두고 너는 하느님께서 네게 명하신 바를 삼가 행하라. 너는 네 안의 문을 잠그고 네 사랑하는 예수를 네게로 불러라. 너는 그분과 같이 방안에서 살아라. 다른 데서는 그만한 평화를 얻지 못하리라. 네가 밖에 나가지 않고 또 이러저러한 세상의 풍설(風說)을 듣지 않았으면, 안온히 평화한 중에 살았을 것이다. 네가 가끔 새것 듣기를 즐기는 까닭에 반드시 마음의 번민을 당하게 된다.

제21장 절실한 통회심

1. 완덕에 얼마큼 진보할 마음이 있거든,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생각 중에 너를 보존하여 너무 자유스러이 지내지 말고 오직 오관을 다 규율로써 제어하고 무리하게 즐거워 말아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통회를 발하기로 힘써라. 그러면 신심을 얻으리라. 통회심에서 많은 좋은 일이 시작되나 마음의 방일(放逸)함으로는 흔히 많은 선을 급히 잃게 된다. 우리가 귀양살이함을 생각하고 우리 영혼의 그만한 위험을 생각하면서도 이 세상에서 사람이 완전히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은 과연 이상한 일이다.

2. 우리는 마음이 경솔하고 우리의 과실을 게을리 살피는 까닭에 우리 영혼의 병고를 깨닫지 못하며, 울어야 마땅할 터인데 가끔 쓸데없이 웃고 지낸다.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과 양심의 평화를 얻기 전에는 참된 자유도 없고 착한 즐거움도 있을 수 없다. 온갖 분심거리를 멀리 피하여 거룩히 통회심을 발할만큼 수습하는 사람은 복된다. 자기의 양심을 더럽히거나 거북하게 할 만한 모든 것을 피하고 버리는 사람은 복되다. 사내답게 싸워라. 습관은 습관으로 이기게 된다. 네가 사람들을 끊어 버릴 줄을 알면 사람들이 네가 하고자 하는 바를 하도록 내버려두리라.

3. 너는 다른 사람들에 관한 일에 상관치 말고 윗사람의 일에 참섭치 말아라. 네 눈은 항상 무엇보다도 먼저 너를 살필 것이요, 네 모든 친우들을 훈계하기 전에 너를 먼저 훈계하라. 네가 남에게 호감을 못 받는다고 근심치 말고 다만 하느님의 종된 생활을 못하고 신심 있는 수도자와 같이 생활치 못함을 또 그만큼 주의를 못함을 걱정하라.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무슨 위로가, 특히 육신의 위로가 많지 않은 것이 흔히 유익하고 더 안전하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주시는 위로가 우리에게 없고, 혹 있다 하여도 드물게 있는 것은 우리의 과실(過失)이다. 참된 통회심을 자아내려고 힘쓰지 않고 쓸데없는 바깥 사물을 완전히 떠나지 않는 까닭이다.

4. 너는 스스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위안을 받기에 부당하고 더욱 많은 고란을 당하여야 의당한 줄로 생각하라. 사람이 완전히 통회심을 발하게 되면 세상 만사가 거북하고 싫어진다. 착한 사람은 항상 아파하고 울 만한 자료(資料)를 넉넉히 얻는다. 이는 자기를 살펴보든지 남을 살펴보든지 누구나 이 세상에는 괴로움 없이 생활하는 사람이 없음을 아는 까닭이다. 또 사람이 주의를 다하여 자기를 살필수록 더욱 아파하게 된다. 의당히 아파하고 진정하고 툉회를 발할 많은 자료는 우리의 죄악과 우리의 악습이니 우리는 죄악과 악습에 묻혀 천상 것을 드물게 묵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5. 네가 오래 살 궁리를 하는 것보다 죽을 사정을 더 자주 생각 한다면 네 생활을 개선하려고 힘을 더 쓸 것이 틀림없다. 네가 지옥이나 연옥에서 장차 당할 벌을 진심으로 묵상한다면 일을 어려워 않고 괴로움을 끈기 있게 참을 것이요, 험한 생활을 무서워하지 않을 줄로 나는 믿는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이 마음속까지 이르지 못하고 세상의 오락을 아직도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냉담하고 나태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 자주 우리 영혼이 약해지기 때문에 우리의 가련한 육신이 경솔히 반항하는 것이다. 그러니 겸손되이 하느님께 기도하여 통회의 정신을 빌고, 다윗 성왕과같이 "당신 백성에게 눈물의 빵을 먹이시고 싫도록 눈물을 마시게 하였사옵니다"(시편 80,5)하라.

제22장 인간의 불쌍한 처지를 생각함

1. 네가 하느님께로 향하지 않으며, 어디 있든지 어느 방향으로 돌든지 너는 불쌍한 사람에 지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네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번민할 것이 무엇이냐? 저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나도 그렇지 못하고 너도 그렇지 못하고, 산 사람으로서는 그러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세상에 있는 사람으로는 왕이나 교황일지라도 무슨 걱정이나 무슨 괴로움이 없는 이는 하나도 없다. 그러면 남보다 좀 낫게 지낸다는 사람은 누구냐? 그는 하느님을 위하여 고통을 참을 줄 아는 사람이다.

2. 많은 무력하고 허약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보라, 저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 생활을 하느냐? 저 사람은 얼마나 재물이 많고 얼마나 위대하며, 얼마나 세력이 있고 얼마나 존귀한가?" 그러나 너는 천상의 부귀를 살펴보라. 저 모든 세상의 부귀한 다 아무 것도 아니요, 아주 확실치 못하며, 사람의 마음을 거북하게 할뿐이니 세상 것을 차지하고 있자면 번빈과 두려운 마음이 그칠 사이가 없는 것이다. 세상 것을 가진다고 그것이 사람의 행복이 아니다. 어지간히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과연 세상에 사는 것은 괴로움이다. 사람이 영신적으로 살려고 할수록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욱 괴롭게 보인다. 그는 부패한 인성(人性)의 결함을 더 잘 깨닫고 더 밝히 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떠나고 모든 죄를 피하여 자유스러운 생활을 도모하는 신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먹고, 마시고, 깨어 있고, 자고, 쉬고, 일하며, 그 외에 육신 생명에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하는 것조차 큰 고역이요 매우 큰 괴로움이다.

3. 이 세상에 없지 못할 육신의 요구로 말미암아 내적 사람은 매우 어려워한다. 그래서 예언자는 그러한 육신의 요구에서 구원해 주십사고 열절히 기도하여 이르되 "나의 근심을 말씀히 씻어 주시고 곤경에서 이 몸을 건져 주소서." (시편 25.17)하였다. 그러나 자기의 처참한 지위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화 있으리라. 이 가련하고 부패한 생활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구나 화 있으리라. 어떤 사람들은 일을 해서나 애긍을 받아 필요한 것이나 간신히 얻는다 할지라도 이 가련한 생활을 어떻게나 사랑하는지, 만일 세상에 항상 살게만 된다면 하느님의 나라에 대하여는 조금도 생각지 않을 것만 같다.

4. 오! 미치고 마음에 신앙에 없는 그들! 그들은 이와 같이 이 세상 만물에 깊이 잠겨 육체의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불쌍하게도 끝 날을 당하여 자기들이 그렇게 사랑하던 것이 그 얼마나 비천하고 그 얼마나 허무하였던 지를 깨달을 것이요. 이 때문에 고통을 당하리라. 하느님의 성인들과 그리스도의 모든 신심 있는 친우들은, 육신이 즐기는 바와 현세에서 빛나는 것을 상관치 않았고, 그들의 온전한 희망과 지향(志向)은 다만 영원한 행복만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들은 세상의 것에 유혹되어 저급(低級)한 데로 이끌릴까 조심하여 모든 원의가 오로지 위로만, 영구하고 무형한 복으로만 꺼리고 있었다. 형제여, 영신상 진보에 대한 확신을 잃지 말라. 아직도 때가 있고 시간이 있다.

5. 너는 어찌 결심한 바를 내일로 미루어 가느냐? 용맹히 일어나 현장(現場)에서 시작하며 이와 같이 말하라. "지금은 내가 행할 때요, 지금은 싸울 때요, 지금은 나의 생활을 고치는 데 매우 적당한 시기다." 살기가 어렵고 고통 중에 있을 때는 공로를 새울 때인 줄로 알아라. 네가 서늘한 곳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불과 물을 지나야 할 것이다. 네가 용기를 발하여 너를 이기지 않으면 네 악습을 이기지 못하리라. 우리가 이 유약(柔弱)한 육신을 짊어지고 있는 동안에는 죄 없이 있을 수도 없고 염증과 고통이 없이 살수도 없다. 우리가 아무 곤란이 없이 안온히 살 것 같으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우리는 죄악으로 말미암아 무죄한 지위를 잃었으므로, 참된 복까지도 잃어버렸다. 그러므로 인내를 가지고 항구히 나아갈 것이다. 이 악이 지나가고 생명으로써 죽음이 멸할 때까지 하느님의 인자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6. 오! 인생은 왜 그리 연약하고 악습으로 끝없이 기울어지는가! 너는 오늘 네 죄를 고하고, 내일 또다시 그 고한 죄를 범한다. 지금은 주의하겠다고 결심하나, 한 시간 후에는 아무 결심도 안한 듯이 행한다. 우리는 이와같이 연약하고 항구치 못하니, 우리를 스스로 경천히 봄이 당연하련만! 그리고 우리가 많은 수고를 다하여 은총의 힘으로 얻어 놓은 것이라도 소홀히 함으로써 급히 잃을 수 있다.

7. 우리가 아침에 이와같이 게으르니, 날이 지나는 때에는 어찌되랴? 우리에게 화 있으리라. 우리에게는 아직도 참다운 성덕의 표가 드러나 보이지 않는데도, 우리는 벌써 평화를 얻고 위험이 없는 것처럼 휴식을 찾으려 하니, 화 있으리라. 지금도 장래에 개과할 희망이 있고 영신상 진보를 볼 바람이 있을 것 같으면, 순량한 수련자들과 같이 착하게 사는 법을 다시 배움이 좋을 듯하다.

제23장 죽음을 묵상함

1. 미구에 네게는 이런 사정이 닥쳐오리라. 그러니 지금 네가 어떠한 처지에 있는지 살펴보라. 오늘 있던 사람이 내일은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지 않게 되면 정신에서도 쉽게 잊혀진다. 오! 사람의 마음은 어찌 그리 아둔하고 완고한가! 지금 일시만 생각하고 장래 일은 미리 생각지 않는다. 네 모든 일과 생각에 오늘 죽을 것처럼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네 평한하다면 그렇게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을 피하는 것보다 죄를 피하는 것이 더 낫다. 오늘 준비가 다 못 되어 있으면, 내일은 어떻게 준비되어 있겠느냐? 내일은 일정치 못한 날이다. 내일의 해를 네가 볼는지 어떻게 아느냐?

2. 우리가 이와같이 개과 천선함이 적으니 오래 사는 것이 무엇이 유익하랴. 슬프다! 오래 삶으로 항상 선에 나아가는 것이 아니요, 도리어 흔히는 죄를 더할 뿐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다만 하루하도 잘 살아 보았으면! 많은 사람들은 흔히 입회(入會)한 지가 여러 해라고 헤아리나, 흔히는 별로 나아진 표가 보이지 않는다. 죽는 것이 두렵다면 아마 오래 사는 것이 더 위험할 것이다. 자기의 죽을 시간을 항상 눈앞에 두고 있고 매일 죽음을 예비하는 사람은 복되다. 네가 한번 사람 죽는 것을 보았거든, 너도 그와 같은 길로 지나가리라는 것을 생각하라.

3. 아침이 되거든 저녁때까지 이르지 못할 줄로 생각하고, 저녁 때가 되거든 내일 아침을 못 볼 줄로 생각하라. 그러니 너는 항상 준비하고 있어 죽음이 어느 때 너를 찾든지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것을 만나게 하라. 많은 사람이 갑자기 준비가 없이 죽는다.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을 때에 올 것이다" (마태 24,42. 44;루가 12,40). 저 마지막 시간을 당하게 되면 네가 지낸 일생에 대하여 아주 달리 생각하기를 시작할 것이요, 이와같이 소홀히, 또는 게을리 지낸 것을 매우 후회하리라.

4. 죽을 때에 예비되어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항상 그와 같이 생활하고 있는 사람은 그 얼마나 복되고 슬기로우냐! 세상을 완전히 경천히 보고, 덕행에 나아갈 간절한 원의를 품고 수고를 다하여 보속하며, 괘활히 순명하고 자기를 이기고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뜻으로 무슨 곤란이든지 참아 견디게 되면, 복되이 주겠다는 자신(自信)이 많이 나리라. 네가 성하여서는 많은 선공을 할 수 있으나, 병이 들면 무엇을 할 만할는지 나는 모르겠다. 병중에 나아지는 이가 드물고 병중에 진보하는 이가 드물다. 이와같이 또 순례(巡禮)를 많이 하는 사람은 드물게 성덕에 나아간다.

5. 친구나 친척에게 의뢰하지 말고 또 네 영혼 구하는 일을 미루지 말라. 사람들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자 더 빨리 너를 잊으리라. 네가 죽은 후에 사람들이 돕기를 바라는 것보다, 지금 미리 준비하고 선공을 미리 세워 놓는 것이 더 낫다. 네가 지금 더 자신을 위하여 삼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장래에 너를 위하여 힘써 주랴? "지금이 바로 그 자비의 때이며 오늘이 바로 구원의 날이다"(2고린 6,2). 그러나 슬프다. 이 때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만한 때이나 너는 이 때를 더 유익하게 쓰지 않는다. 네가 회개하기 위하여 하루나 혹한 시간만이라도 원할 때가 오리라. 너는 그 때 그러한 것을 얻겠는지 나는 모르겠다.

6. 오! 사랑하는 이여, 네가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고 곧 죽음을 당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얼마나 큰 위험을 면하며 얼마나 큰 두려움을 면하랴! 이제 너는 죽을 때를 당하여 무서워하기보다도 도리어 즐거워할 만큼 그렇게 살기를 도모하라. 이제부터 너는 후세에서 그리스도와 더불어 살기 위하여 세속에 대하여 죽기를 배워라. 이제부터 너는 후세에 거리낌없이 그리스도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경천히 여기기를 배워라. 너는 죽을 때에 확실히 안심하기 위하여, 지금 보속하여 네 육신을 책벌하라.

7. 오! 미련한 이여, 하루라도 더 살 줄을 분명히 모르면서, 어찌 오래 살 줄로 생각하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살줄로 생각하고 있다가 속았으며, 그 육신을 떠났는가! 누구는 칼에 죽고, 누구는 높은 데서 떨어져 목이 부러져 죽고, 누구는 먹다가 죽고, 누구는 놀다가 최후를 맞이하였다는 것을 너는 몇 번이나 들었느냐? 어떤 이는 불에 타 죽고, 어떤 이는 군도(軍刀)에 맞아 죽고, 어떤 이는 염병에 죽고, 어떤이는 강도한테 죽었다.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은 죽음으로 끝을 맺으니, 사람의 생명은 그림자와 같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8. 네가 죽은 다음에 누가 너를 기억하여 주며, 누가 너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랴! 사랑하는 이여, 네가 무엇이든지 할만한 것이 있으면 하라. 지금 하라. 이는 네가 언제 죽을 지 모르고, 또한 네가 죽은 후 사정이 어떻게 될는지 모르는 까닭이다. 시간이 있을 때 불멸하는 재물을 쌓아 놓아라. 네 영혼을 구하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지 말고, 하느님의 사정만 주의하라. 하느님의 성인들을 공경하고 그들의 행위를 본 받음으로써 지금 벗을 삼아라.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에 "너희는 영접을 받으며 영원한 집으로 들어갈 것이다"(루가 16,9).

9. 너는 이 세상을 지나는 순례자(巡禮者)와 나그네로 여겨 세상의 모든 사정에 상관치 말아라. 네 마음은 아무 것도 거리낌 없이 자유스러이 보존하고 하느님께로, 위로 향하여 둘 것이니, "이 땅 위에는 우리가 차지할 영원한 도성이 없는"(히브리 13, 14)까닭이다. 너는 매일 저곳을 바라보고 기도하며 탄식하고 체읍하여, 사후에 네 영혼이 주님의 품으로 복되이 옮겨가기를 빌어라. 아멘.

제24장 심판과 죄인의 벌

1. 너는 모든 일에 끝을 생각하라. 지엄(至嚴)한 판관 앞에 신문(訊問)을 당할 것을 생각하라. "그는 겉만 보고 재판하지 아니하고 말만 듣고 시비를 가리지 아니하리라"(이사 11,3). 오! 극히 불쌍하고 미련한 죄인아, 분노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무서워 떠는 너로서, 너의 모든 잘못을 아시는 하느님께 무엇이라 대답하겠느냐? 너는 어찌 심판의 날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있느냐? 저 날에는 누가 너를 변호하여 주지도 않을 것이요, 두호하여 주지도 못할 것이니 누구나 다 각각 제 짐을 제가 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수고하면 값이 있고, 울고 들어주고, 탄식하면 보아주고, 괴로우면 보속이 되고, 영혼을 조찰케 하는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2. 남이나를 모욕하더라도, 자기가 받은 욕은 생각지 않고, 욕한 사람의 불행을 아파하고, 자기를 반대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여, 진심으로 그 과실을 용서하여 주며, 남에게 용서 청할 것이 있으면 지체치 않고 청하며, 분노를 발하기 보다 자비를 발하기 쉽게 하고, 가끔 자기를 엄혹히 다스려 육신을 영혼에 완전히 복종케 하는 이는 참을성이 많은 사람으로서, 세상이 그에게 큰 연옥이 되고 유익한 연옥이 된다. 장래의 보속거리를 남겨 두는 것보다는 지금 죄를 보속하고 악습을 없애는 것이 낫다. 우리는 육신에 대한 절제 없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속고 있다.

3. 저 불은 네 죄 외에 무엇을 태우랴? 지금 네가 너를 아껴 네 육신을 섬길수록 후에 엄한 벌을 당할 것이요, 불에 탈 자료만 더할 것이다. 사람의 죄를 범한 그 내용에 마땅한 벌을 중히 당할 것이다. 거기서는 게으르던 사람들은 불에 단 채찍으로 맞을 것이요, 탐욕 하던 사람들은 목마르고 주리는 괴로움을 당할 것이다. 거기서는 음란하고 쾌락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뜨거운 역청( 靑)과 냄새 나는 유황 속에 잠실 것이요, 질투하던 사람들은 괴로움을 못 견디어 미친 개들과 같이 날뛰며 울부짖을 것이다.

4. 어느 악습이든지 다 각각 특별한 형벌이 있을 것이다. 거기서는 교오한 자들은 부끄러움에 싸일 것이요, 인색한 자들은 몹시 궁핍하여질 것이다. 거기서 한 시간을 벌받는 것이, 여기서 몇 년 동안 큰 벌을 당하는 것보다 더하다. 거기서 벌받는 자들은 쉴 새가 없고 아무 위로도 없다. 이 곳만은 그래도 가끔 수고를 그치는 때가 있고, 친구들의 위로도 있다. 심판 날에 성인들과 더불어 안심하고서 있으려거든, 지금 네 죄를 깊이 생각하고 울어라. 그 때에 의인은 자신 있게 일어서서 그를 핍박한 자들과 그가 고통을 받을 때에 멸시한 자들과 맞설 것이다(지혜 5,1). 지금 남들의 비평을 받고 겸손되이 수그러졌던 자는 저 때에는 심판하러 일어설 것이다. 저 때에는 가난하고 겸손하던 자는 크게 안심할 것이요, 교오하던 자는 어디서든지 두려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

5. 저 때에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미련하여지고 천하여지기를 힘 쓰던 사람이, 세상에서 지혜로웠던 사람으로 드러날 것이다. 저 때에는 인내로이 참았던 어떠한 곤란이라도 즐겁게 생각 될 것이요"무룻 악한 자들은 말문이 막히리라" (시편 107, 42). 저 때에는 신심이 있던 사람은 누구나 즐거워할 것이요, 열심 없이 살던 사람은 누구나 다 근심하리라. 저 때에는 육신을 쾌락 중에 기른것보다 괴로움 중에 지내게 한 것이 즐겁게 될 것이다. 저 때에는 천한 의복이 도리어 빛날 것이요, 값진 의복은 도리어 빛을 잃을 것이다. 저 때에는 세상의 황금 궁궐이 그립지 않을 것이요, 도리어 가난한 오막살이가 더 좋아 보일 것이다. 저 때에는 온 세상을 휘두를 만한 능력보다는, 끝끝내 참던 것이 더 유익하리라. 저 때에는 세속의 모든 재주를 다 부린 것보다는 순직하게 순명한 것이 더 찬미를 받을 것이다.

6. 저 때에 우리가 즐거워할 것은 훌륭한 철학이 아니요, 깨끗하고 착한 양심일 것이다. 저 때에 값지게 나갈 것은 세상의 모든 보물보다도, 재물을 경천히 여기는 마음일 것이다. 저 때에 위로가 될 것은 훌륭한 요리를 먹었음이 아니요, 신심 있게 기도한 것일것이다. 저 때에는 오랫동안 담화하고 많은 말을 한 것보다 침묵을 잘 지킨 것이 더 기쁠 것이다. 저 때에 가치가 있을 것은 아름답게 꾸민 많은 말이 아니요, 거룩히 일한 것일 것이다. 저 때에 우리의 마음에 들 것은, 세상의 온갖 쾌락을 누렸음이 아니요, 생활을 규율있게 하고 엄혹히 보속하였음일 것이다. 저 때에 큰일로 곤란을 면하려거든, 이제 조그마한 일에 참는 법을 배워라. 네가 후에 무엇을 할 만할는지 여기서 먼저 시험해 보라. 지금 이렇게 조그마한 것도 참지 못하면서, 영원한 벌을 어떻게 참을 것이냐? 지금은 조금만 괴로워도 참지 못해 하면서, 지옥 벌을 어떻게 참으랴? 그리고 두 가지 즐거움은 같이 누릴 수 없으니, 세상에서 쾌락을 누리고 또 후세에 그리스도 와 더불어 다스리는 것은 될 수 없는 일이다.

7. 네가 오늘날까지 영광과 쾌락 중에 살았다 하자. 이 시간에 죽는다면 이 모든 것이 네게 무슨 유익이 있으랴? 그러니 주님을 사랑하고 그분을 섬김 외에는 모든 것이 헛된 것이다. 하느님을 온전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죽음은 무섭지 않고, 형벌도, 심판도, 지옥도 무섭지 않다. 그는 완전한 사랑이 있어, 안심하며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있기때문이다. 아직도 죄짓기를 사랑하는 이는 죽음과 심판을 두려워하는 것이 물론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너 아직도 하느님을 사랑함으로 죄를 피하지 못하겠거든, 적어도 지옥을 두려워함으로 죄를 피함이 좋다.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적은 사람은 오랫동안 착하게 살 수가 없을 것이요, 오래지 아니하여 마귀의 올가미에 걸릴 것이다.

제25장 우리의 온 생활을 열심으로 개선할 것

1. 너는 삼가 하느님을 섬기는 데 부지런하라. 그리고 가끔 생각하되, "너는 무엇 하러 여기 왔는가, 무엇 하러 세속 을 떠났는가?" 하라. 하느님을 위하여 살고, 영신적 인간이 될 목적에서가 아닌가? 그러므로 앞으로 나아가는 데 열중하라. 미구에 네 수고의 값을 받으리라. 그리고 그 때는 네 주위에 다시는 두려움이나 괴로움이 없을 것이다, 지금 조금만 수고하면 많이 쉬게 될 것이요, 아니 끝없는 즐거움을 얻으리라. 네가 행실에 충실하고 열중하면, 하느님은 의심 없이 성실히 또 후하게 네게 갚으실 것이다. 네가 영생을 얻겠다는 좋고 굳은 희망을 둘 것이나, 안심할 것도 아니다. 게을러 지거나 교오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2. 어떤 사람이 한 편으로는 두렵고 한 편으로는 바라는 마음이 있어 번민하여 자주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한번은 심히 근심 되어 성당 어떤 제대 앞에 부복하여 기도하기를, "오!내가 끝까지 항구할 줄을 안다면!"하고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여 보았다. 그 때 즉시 안으로부터 하느님께서 "네가 그것을 안다면 무엇을 하고자 하느냐? 너 그것을 알고 나서 하려는 바를 지금 행하라. 그러면 잘 안심하고 지나리라."고 하시는 대답을 들었다. 미구에 그는 위로를 받고 기운을 얻어 하느님의 성의에 자기클 맡긴 결과, 모든 걱정스러운 번뇌가 그치고 다시는 자기의 장래에 대하여 부질없이 알려 하지 않고, 다만 무슨 일이든지 시작하거나 완성할 때에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분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를 분간하도록 했을 뿐이었다(로마 12, 2).

3. "야훼만 믿고 살아라. 땅 위에서 네가 걱정 없이 먹고 살리라.(시편 37, 3)하고 예언자는 말하였다. 많은 사람이 진보를 못하고 열성 있게 자기를 고치지 못하는 것은 한가지 이유로 그러하니, 즉 어려움을 지겨워하고 싸우기를 수고롭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기가 어렵고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일수록, 힘을 다하여 이기려 애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덕행으로 나아간다. 자기를 이기고 마음의 보속을 더 잘하는 데서, 사람이 더욱 진보하고 더욱 은총을 받기 때문이다.

4. 자기를 이기고 자기를 죽이는 일에 누구나 똑같은 힘을 갖지는 않는다. 사욕이 많다 할지라도, 덕을 닦는 데 힘만 많이 쓰게 되면 그리 열심치 않은 본성이 양순한 사람보다 더 빨리 진보할 것이다. 우리의 일생을 새롭게 하는 데 두가지 특히 도움이 될 것이 있으니, 즉 본성의 악한 경향을 힘있게 누름과, 누구나 자기에게 요구되는 선을 열심히 얻으려 힘씀이다. 그리고 네가 보기에 남의 어떤 악습이 네게 매우 불쾌함을 깨닫거든 너도 그것을 더욱 주의 하고 피하라.

5. 모든 일에 네 진보를 찾아 취하라. 착한 표양을 보거나 듣거나, 본받을 마음을 일으켜라. 남의 무슨 잘못하는 것을 보거든, 너도 그와같이 할까 주의하고, 전에 너도 그렇게 한 일이 있거든 바삐고치기로 힘써라. 네 눈이 남을 살피는 것과같이, 남도 너를 살핀다. 열심하고 신심이 있으며 순종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형제들을 보는 것은 얼마나 유익하고 좋은가! 그러나 제 성소에 당한 일을 행하지 않고 온당하지 않게 함부로 사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그 얼마나 근심되며 거북한가! 제 성소의 직무를 행하지 않하고 제게 맡겨지지 않은 일에 상관하려는 것은 얼마나 해로운가!

6. 네가 이미 작정한 입지를 기억하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것을 생각하라. 그리스도의 일생을 생각 하여 보라. 하느님의 길을 따른 지 오래면서도, 그리스도를 모방하는 공부에 힘쓰지 아니하였으니 심히 부끄러을 것이다. 주의 거룩한 일생과 그 수난을 정성되이, 주의를 다하여 묵상하는 수도자는 거기서 모든 유익하고 필요한 것을 풍성히 얻어 만날 것이요, 예수 외에 다른 더 좋은 무엇을 찾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오! 만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께서 마음에 오신다면 우리는 얼마나 빨리 또 넉넉히 배우랴!

7. 열심한 수도자는 자기에게 명한 모든 것을 잘 알고, 따라 행한다. 소흘하고 열심 없는 수도자는 곤란에 곤란을 거듭하며, 사방에서 일어나는 역경을 당하니, 안으로 위로가 없고 밖으로는 위로받기를 금하는 까닭에 찾을 수도 없다. 규칙 밖에서 사는 수도자는 크게 떨어질 위험이 있다. 헐하고 쉬운 것만 찾는 사람은 항상 곤란중에 살 터이니, 이것이나 저것이나 자기 마음에 합하지 않는 것이 항상 있을 것이다.

8. 수도적 규칙 밑에 꽉 틀이 잡힌 다른 많은 수도자들 어떻게, 행하는가? 밖에 나오기를 드물게 하고, 고요히 살며, 가난하게 먹으며, 거칠게 입으며, 일을 많이 하고, 말은 적게 하며, 오랫동안 깨어 있고, 일찍 일어나며, 기도하는 시간은 많고, 읽기를 자주하며, 모든 훈련을 다하여 자기를 엄히 지킨다. 카르투시안 수도자들과 치스테르치안 수도자들과 그 외에 다른 여러 수도원의 수사, 수녀들이 밤마다 하느님 을 찬송키 위하여 일어나는 것을 생각하라. 그렇게 많은 수도자들은 벌써 주님을 찬송하기를 시작하는데, 너는 게을러 성무를 소홀히 한다면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냐?

9. 우리가 마음과 입을 다하여 우리 주 하느님을 찬송하는 것 외에 다른 할 일이 없다면 얼마나 행복스러우랴! 오!네게 먹고 마시며 잠잘 필요가 없다면, 항상 하느님을 찬송하고 영신적 공부에만 힘 쓸 수 있다면, 육신을 돌보게 되는 지금 처지보다 퍽 다행할 것이다. 우리에게 그러한 필요가없다면, 그리고 다만 영혼의 신령한 음식만 먹게 된다면 오죽이나 좋으랴!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위로를 드물게 맛볼 이다.

10. 사람이 어떠한 조물한테든지 위로를 찾지 않게 되는 그러한 처지에 이르게 되면, 처음으로 하느님을 완전히 들이기를 시작하며, 그 때에는 어떠한 일을 당하든지 완전히 만족케 된다. 그 때에는 잘 성공이 되었다고 과히 즐거 하지 않을 것이요, 성공이 변변치 못하여도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하느님께 온전히 자기를 부탁하게 되니, 그는 모든 일에서 하느님 한 분만 찾기 때문이다. 과연 하느님께 대하여 보면, 아무 것도 없어지는 것이 없고 죽는 것이 없으며,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다 살고 그 원하시는 대로 지체 없이 순종한다.

11. 너는 항상 종말을 생각하라, 또 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생각하라. 삼가지 않고 힘쓰지도 않으면 도무지 덕행을 닦을 수 없다. 네가 냉담하기 시작하면, 괴롭기 시작하리라. 네가 만일 열심을 분발하면 평화를 많이 얻을 것이요, 하느님의 은총의 도움과, 덕행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모든 수고가 가볍게 될 것이다. 열심하고 부지런한 사람은 모든 일을 행할 마음이 있다. 일 가운데도 땀을 흘리며 하는 육신 일보다, 악습과 사욕을 이기는 것이 더욱 어렵다 조그마한 과오를 피하지 않는 사람은 차차 더 큰 과오에 떨어진다. 네가 하루를 유익하게 잘 보내었으면 저녁때에는 항상 즐거워하리라, 너를 항상 살피고 너를 항상 깨우치며, 너를 훈계하고, 다른 사람은 어떠하든지 너를 살피는 데만 주의하라. 네가 힘을 쓰는 그만큼 진보하리라. 아멘.

제2편 내적 생활로 인도하는 훈계

제1장 내적 행동 거지

1.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루가 17, 21)고 주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께로 향하고 이 가련한 세상을 끊어라, 그러면 네 영혼이 고요할것이다. 바깥 사물을 가벼이 보고, 안의 일에 주의를 다하여 공부를 하라. 그러면 하느님의 나라가 네 안에 이르는 것을 보리라. 하느님의 나라는 "성령을 통해서 누리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이니"(로마14,17),이는 악한 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네 안에 마땅한 자리를 준비하여 놓으면, 그리스도 께서 너를 위로해 주시면서 네게 임하시리라. 그 모든 영광과 모든 아름다움은 안으로부터 있고 또 그분은 그 안에 있는 것으로써 스스로 즐거워하신다. 그분은 내적 생활을 하는 사람을 자주 찾으시며, 그와 더불어 유쾌히 담화하시고, 기쁜 위로를 주시며, 평화를 가득히 내려 주시고, 놀라운 우정을 표시해 주신다.

2. 그러니 충실한 영혼아, 이 그리운 정배(淨配)를 위하여 네 마음을 꾸며라. 그분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나의 아버지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겠고 아버지와 나는 그를 찾아가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23)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니 다만 그리스도께 자리를 드리고, 다른 모든 것이 들어오기를 허락치 말아라. 네가 그리스도를 가지면 부요하고 만족하리라. 그분은 너를 돌보아주실 것이요, 모든 일에 성실히 간섭하시어, 사람의 도움을 바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급히 변하고 빨리 힘을 잃으나, 그리스도께서는 변함이 없이 영원히 그대로 계시고, 끝까지 우리 옆에 굳게 서 계실 것이다.

3. 어떤 사람이 네게 유익하고 사랑스러울지라도, 그도 역시 약하고 또한 죽을 인생이니, 지나치게 의뢰할 바 못 되며, 또 간혹 너를 거스리고 네게 반대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가지고 지나치게 걱정할 것도 없다. 오늘 너와 같이 있던 사람이 내일은 갈릴 수도 있고 또 그와 반대로도 될 수 있으니, 사람은 바람과같이 변하기를 잘한다. 너는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라. 하느님은 네 두려움도 되시고 네 사랑도 되셔야 할 것이다. 하느님은 너를 대신하여 대답하실 것이요, 더 낫다고 생각하시는 바를 잘해 주실 것이다. "이 땅 위에는 우리가 차지할 영원한 도성은 없다"(히브리13,14). 그리스와 친밀히 결합해 있기 전에는 한 번도 안정을 얻지 못할 것이다.

4. 여기서 무엇을 두루 살펴보느냐? 이곳은 네가 편안히 살 곳이 못 된다. 네 처소는 하늘에 있어야 할 것이요, 세상의 모든 것은 지나가면서 볼 것이다. 만물은 다 지나간다. 너는 또한 그들과 더불어 지나간다. 그러니 너는 무엇에 애착하여 잡힐까, 망할까 주의하라. 네 생각은 지존하신 하느님께 있어야 할 것이요, 그리고 기침 없이 그리스도께 간구하는 말씀을 올려라. 고상한 문제와 천상 것을 고찰할 수 없거든,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그 오상에 즐겨 거처하라. 예수의 상처로 피하고 예수의 보배로운 오상으로 신심을 다하여 피하면, 고통 중에 많은 격려가 될 것이요, 남들이 경천히 본 다고 그리 문제삼지 않고, 훼방하는 말을 들을지라도 잘 참게 될 것이다.

5. 그리스도께서도 세상에 계실 때 역시 사람들에게 많은 천대를 받으셨고, 매우 궁핍한 지경에서도, 많은 곤욕 중에 계실 때에도 친척들과 친우들에게 버림을 받으셨다. 그리스도께서는 괴로움을 받으시고 천대를 받고자 하셨거늘 너는 어찌 감히 무슨 일이 좀 있다고 원망하랴! 그리스도께서도 반항하는 자와 비방하는 자들이 있었거늘, 네게는 모든 사람이 다 동무와 은인이 되기를 바라느냐? 네게 조금도 거슬리는 것이 없다면, 무엇으로 네 인내가 화관(花冠)을 얻겠느냐? 만일 아무 거슬림도 받지 않으려 하면, 어찌 그리스도의 벗이 되겠느냐? 만일 그리스도와 함께 다스리려 하면 그리스도와 함께, 또 그리스도를 위하여 고통을 참아라.

6. 한번이라도 예수의 품속에 들어가 그분의 타는 사랑을 조금 맛보았을 것 같으면, 자기의 편리와 불편을 상관치 않고 이미 받은 치욕으로 즐거워하리니, 예수의 사랑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경천히 여기게 하기 때문이다. 예수와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 참으로 내적생활(內的生活)을 하는 사람, 모든 절제 없는 감정에서 해방된 사람은, 자유로운 하느님께로 향하고, 정신적으로 자기 위로 올라 평화스러이 쉬게 되리라.

7. 남의 평판(評判)과 평가(評價)를 따르지 않고 본래 있는 그대로 판단하는 사람은 명석한 사람이니, 사람에게 배웠다기보다 하느님께 배운 사람이다. 안으로 닦고 바깥 일을 천히 여기는 사람은 신심적 수업을 행함에 곳을 가리거나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영신적인 사람은 자기 정신을 쉬이 집중시키니, 이는 언제든지 제정신을 온전히 바깥 일에 흩어 놓는 때가 없기 때문이다. 바깥 일이나 시간상 긴요한 사무라 할지라도 그에게 장애가 되지 않음은, 일이 닥치는 대로 자기를 그 일에 순응(順應)시키는 까닭이다. 자기 마음을 잘 배치하고 정돈한 사람은 남의 탄복할 행위와 망측한 소행을 살피지 않는다. 사람이 무슨 일에 관심을 가지면, 갖는 그만큼 장애와 분심이 된다.

8. 네가 참으로 착하고 정결했으면, 모든 것이 네게 선이되고 진보가 되리라. 그러나 너는 아직 너 자신을 완전히 극복하지도 못하고, 또 모든 속사를 떠나지도 못하였으므로 많은 것이 불만스럽고 또 가끔 마음이 산란케 되는 것이다. 속사에 대한 순결치 않은 애착심(愛着心)처럼 사람의 마음을 더럽히고 어지럽히는 것은 다시없다. 네가 만일 바깥 위로를 버린다면 천상 사정에 맛들이고 마음의 즐거움을 자주 느낄 수 있으리라.

제2장 겸손된 복종

1. 누가 네 편에 있든지 혹 반대편에 있든지 걱정 말고, 네가 하는 모든 일에 하느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도록 행하고 힘써라. 너의 좋은 양심을 보존하라. 그러면 하느님께서 너를 잘 보호하시리라. 하느님께서 도와 주시고자 하시는 사람은 어떤 사람의 사악(邪惡)이라도 그를 해하지 못하리라. 만일 네가 잠잠하고 참을 줄을 안다면 의심 없이 주께서 도우시리라. 그분은 너를 구할 시간과 방법을 아시니 너는 너를 그분에게 맡겨야 한다. 모든 일에 도와 주시는 모든 혼잡에서 구원하심은 하느님의 일이다. 우리가 겸손을 보존하기 위하여는 우리의 허물을 남들이 알고 책망하는 것이 가끔 매우 유익한 일이다.

2. 사람이 제 허물로 인하여 자기를 낮출 때에는 남을 쉽게 위로하고 자기에게 성낸 이의 마음을 쉬이 만족케 한다. 하느님께서는 겸손한 이를 보호하시고 구원하시며, 겸손한 이를 사랑하시고 위로하시며, 겸손한 이를 굽어보시어 큰 은총을 내리시고 그를 낮추신 후에는 영광으로 올리신다. 겸손한 이에게 당신의 신비를 드러내시고, 다정히 당신께로 이끄시며 당신께로 청하신다. 겸손한 사람은 부끄러움을 당하여도 평화를 잃지 않고 잘 있으니 그는 세상에 마음을 붙이지 않고 하느님께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가 모든 사람들보다 도 낮은 자라 생각되지 않거든, 완덕에 무슨 진보를 하였다고 생각지 말아라.

제3장 착하고 순량한 사람

1. 너는 너 자신을 먼저 평화한 가운데 보존하라. 그러면 남에게 평화를 줄 수 있으리라. 순량한 사람은 박학한 사람보다 더 많은 유익을 준다. 악습에 걸린 사람은 좋은 것이라도 악하게 만들고, 악한 것을 쉽게 믿는다. 순량한 사람은 모든 것을 선으로 돌린다. 평화한 가운데 잘 있는 사람은 남을 의심치 않는다. 모든 일에 만족할 줄을 모르고 항상 불안한 사람은 가지가지의 의심이 일어나 번민을 느끼고 결국 에는 자기도 편히 못있고 남도 편히 못 있게 하고,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가끔 말하고 해서 유익한 일을 하지 않으며, 남은 무엇을 할 의무가 있다고 잘 살필 줄을 아나. 자기의 의무는 소홀히 한다. 그러니 너 자신에 대한 걱정을 하라. 그러면 당연히 남의 걱정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2. 너는 네 행동을 핑계 대어 두호하고 가릴줄을 잘 알면서, 남의 이유는 믿으려 하지 않는다. 네 형제는 잘 양해해주고 너 자신은 잘못한 줄로 자복함이 당연한 일이 아니냐? 남이 너를 양해하기를 원하거든 너도 남을 양해해 주어라. 보라, 너는 참다운 사랑과 겸손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참다운 사랑과 겸손은 자신에게만 분노할 줄 알고, 남에게는 도무지 분노하거나 역정을 낼 줄 모른다. 착하고 양순한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은 큰일이 아니다. 이는 누구나 다 자연히 좋아하는 바요, 또 누구든지 평화를 즐기며, 자기와 감정이 같은 이를 더 사랑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무정하고 성질이 악한 사람이나, 반항하는 사람이나, 우리의 마음과 맞지 않는 사람과 더불어 무사히 화목하게 살아 나가는 것은, 하느님의 큰 은혜요, 매우 아름답고 사내다운 일이다.

3. 사실 자기도 안온히 지내고 남과도 화목하게 잘 지내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기도 불안하고 남도 안온히 있지 못하게 하여 남에게도 곤란을 주고 자신에게도 항상 더 큰 곤란이 되는 사람이 있다. 또 평화한 가운데 자기를 안온히 지배하면서 다른 사람도 평화한 가운데 살게 하려고 힘쓰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가련한 이 세상에서 우리의 평화는 바대를 당하지 않는 데 있지 않고 , 겸소되이 참아 가는 데 있다. 그래서 참을 줄을 잘 알면 알수록 그만큰 평화를 누리를 것이다. 그 법을 아는 사람은 자기를 이긴 승리자요, 세상의 주권자요, 그리스도의 벗이며 천국의 상속자다.

제4장 순결한 마음과 순박한 지향

1. 사람이 세상 것을 떠나 위로 오르는 데 두 날개가 있으니 즉 순박과 날개다. 지향에는 받드시 순박이 있어야 할 것이요, 감정에는 반드시 순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순박으로는 사람이 하느님께로 향하고 순결로는 그분을 얻어 누리게 된다. 네가 안으로부터의 무슨 절제 없는 정에서 벗어나면, 어떠한 선한 행동이라도 네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것과 남의 유익 외에는 아무 것도 네게 뜻하지 않고 찾지 않는다면 안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 네 마음이 바르면 모든 조물은 생명의 거울이 될 것이요, 거룩한 학문을 가르치는 책이 될 것이다. 조물이 미소하고 천하다 할지라도 하느님의 선을 드러내지 못할 만큼 그렇게 미소하고 천한 것은 없다.

2. 네가 안으로 착하고 조촐하면 모든 것을 거리낌없이 볼것이요, 잘 알아들을 것이다. 조촐한 마음은 천국과 지옥을 투시한다. 누구나 제 속에 머금은 그대로 밖으로 판단한다. 이 세상에 무슨 즐거움이 있다면 이는 과연 마음이 조촐한 사람의 소유물일 것이다. 또 어느곳에 무슨 곤란이 있고 걱정이 있다면 이는 양심이 악한 자가 제일 잘 경험할 것이다. 쇠가 불에 들어가면 녹이 없어지고 온 덩어리가 빛남과 같이, 사람이 완전히 하느님께로 향하면 게으른 생각이 벗겨지고 새 사람으로 변한다.

3. 사람이 냉담하기 시작하면 그 때에는 조그마한 수고하도 무서워하고 밖으로 무슨 위로가 있으면 즐겨 받는다. 그러나 사람이 자기를 완전히 이기기 시작하고 하느님의 길을 씩씩하게 밟기 시작하면, 전에 어렵다고 생각하던 것이 쉽게 여겨질 것이다.

제5장 자기를 살핌

1.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나치게 믿을 수 없으니, 가끔 은총도 없고 지각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빛이 있다 해도 미소한 것이요, 그것도 소홀히 하는 탓으로 급히 잃어버린다. 또 우리는 안으로 이와같이 눈먼 것을 깨닫지 못하는 때가 자주 있다. 자주 우리는 잘못하고도 핑계하여 악을 더한다. 어떤 때 우리는 사욕(私慾)에서 한 것을 열정으로 할 것처럼 생각한다. 남의 조그마한 잘못을 책하면서 우리의 더큰 잘못은 상관치 않고 지낸다. 남들 때문에 우리가 얼마만한 괴로움을 받아 참게 되는지는 꽤 빨리 깨닫고 헤아리지만, 우리가 남에게 괴로움을 끼치는 것은 깨닫지 못하낟. 자기 사정을 바르게 잘 관찰할 줄 아는 사람은 남에 대하여 엄하게 판단할 것이 없을 것이다.

2. 내적 생활을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지배하는 일을 첫째로 힘쓰고, 또 이렇게 자기 자신을 부지런히 돌보는 사람은, 남의 장단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 것이 어렵지 않다. 내적 생활을 하고 신심 있게 살자면 남을 들어 말을 말 것이요, 자신을 특별히 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네 생각이 오로지 너 자신과 하느님께만 있다면밖에 무슨 일이 있다 할지라도 별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네가 너 자신에 생각을 두지 않은 때 네 생각은 어디 있었느냐? 또 너 자신의 일을 제쳐놓고 이리저리 모든 일에 참견하였을 때 무슨 신통한 효험을 보았느냐? 참다운 평화와 화합을 바라거든 반드시 모든 것을 다 제쳐놓고, 너 자신만 눈앞에 세워 놓고 나아갈 것이다.

3. 그러므로 네가 온갖 세상의 걱정을 물리치고 자유스럽다면 크게 진보할 것이다. 네가 잠세의 것을 중히 여기고 있으면 매우 퇴보할 것이다. 단순히 하느님이나 혹 하느님께 관계되는 것 외에는 큰 것도 없고, 높은 것도 없고 유쾌한 것도 없고, 마음에 드는 것도 없다. 어떠한 위로든지 무슨 조물에서 오는 것이면 전혀 헛것으로 생각하라. 하느님을 사랑하는 영혼은 하느님 밑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천히 본다. 하느님 홀로 영원하시고 무량하시며, 모든 것을 채우시고 그분 홀로 영혼의 위로시오, 마음의 참된 즐거움이시다.

제6장 어진 양심의 즐거움

1. 착한 사람의 영광은 어진 양심이 증명하여 주는데 있다. 양심을 어질게 가져라. 그러면 항상 즐거운 것이다. 양심이 어질면 많은 수고를 참아 견딜 수 있고, 역경 중에라도 많이 즐거울 것이다. 양심이 악하면 두려움이 그칠 사이 없고 편한치가 못하잗. 네 마음이 너 자신을 책하지 않는다면 유쾌 하고도 평한할 게 아니겠느냐? 무엇이든지 잘한 다음이 아니면 즐거워 말아라. 악한 사람은 참즐거움이 있을 수 없고 마음속에 평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악인들에게 무슨 평화가 있으라?"(이사 57,21)고 주께서 말씀하셨다. "우리는 평화한 중에 살고, 우리에게는 아무런 재앙도 미치지 않을 것이며 또 누가 감히 해치라."고 악인들이 말한지라도. 그말을 믿지 말아라. 하느님께서 갑자기 분노하실 때가 있을 것이니, 그때에는 악인들의 행위가 허무로 돌아갈 것이요, 그들의 생각이 멸망하고 말 것이다.

2. 사랑이 있으면 곤란 중에 있음을 영광으로 삼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이렇게 영광을 삼는 것은 주의 십자가로 영광을 삼는 것이다. 사람이 주고받는 그 영광은 잠깐이다. 세속의 영광에는 항상 근심이 따른다. 어진 사람들의 영광은 그 양심에 있고, 사람들의 입에 있지 않다. 의인들이 즐기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것이며, 하느님 안의 것이다. 그들의 즐거움은 진리에 대한 즐거움이다. 참되고 영원한 영광을 원하는 사람은 잠세(潛勢)의 영광을 도모하지 않는다. 참세의 영광을 찾거나, 혹 찾지 않아도 진심으로 자신을 경천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하늘의 영광을 덜 사랑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칭찬을 듣거나 책망을 듣거나 무관심한 사람은 그 마음이 매우 고요하다.

3. 양심이 깨끗한 사람은 만족을 누리기 쉽고 평화를 누리기도 쉬을 것이다. 네가 칭찬을 듣는다고 더 거룩해지지 않고, 책망을 듣는다고 더 천해지지도 않는다. 너는 그대로 너다. 하느님께서 아시는 그것보다 더한 가치를 가졌다 할 수 없다. 너는 네 속이 어떠한지 잘 살핀다면, 밖에서 사람들이 너를 자기고 무엇이라 하든지 상관치 않을 것이다. 사람은 얼굴을 보고 가치를 헤아리나, 하느님은 마음에 있는 것을 보신다. 사람은 행동을 살피고, 하느님은 마음에 있는 것을 보신다. 사람은 행동을 살피고, 하느님은 그 뜻을 살피신다. 항상 잘하면서도 자기는 변변치 못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겸손한 영혼의 표다. 무슨 조물의 위로를 받고자 하지 않는 것은, 깨끗한 마음과 내적 의탁의 표다.

4. 밖에서 남들이 자기를 인정해 주기를 원치 않는 사람은 하느님께 자기를 완전히 맡긴 분명한 증거다. 성 바오로의 말씀대로 "참으로 인정받을 사람은 스스로 자기를 내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께서 내세워 주시는 바로 그 사람이다"(2고린 10,18). 안으로는 하느님과 더불어 살아 나가고, 밖으로는 어떠한 정에든지 잡히지 않을 만큼 산다면, 이는 내적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할 것이다.

제7장 예수를 만유 위에 사랑함

1. 예수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이며, 예수로 인하여 자기를 천히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듣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사랑하는 이를 버릴 필요가 있다. 예수께서는 당신 홀로 모든 것 위에 사랑받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조물에 대한 사랑은 거짓 것이요, 오래가지 않는다. 예수의 사랑은 미쁨이 있고 항구성이 있다. 조물에 마음을 붙인 사람은, 사라지는 조물과 함께 사라지리라. 예수를 품에 모시고 있는 사람은 영원히 안도(安堵)하리라. 모든 벗이 다 너를 버려도, 너를 떠나지 않을 사람, 네가 나중에 망하도록 버려 두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고 친구로 사귀어 두어라. 네가 좋듣지 싫든지 모든 사람과 헤어질 때가 한 번은 받드시 있고야 말 것이다.

2. 사나 죽으나 예수께만 의지하고 그분의 성실함에 오로지 너를 맡겨라. 그분은 모든 이가 다 힘을 잃어도 혼자서 너를 도우실 수 있다. 너의 사랑하는 분은 다른 사람을 네 마음에 두기를 허락치 않으신다. 그래서 그분은 홀로 네 마음을 차지하시기를 원하시고 마치 왕이 자기 어좌(御座)에 앉아 있음과 같이 네 마음에 계시기를 원하신다. 네 안에 조물에 대한 마음을 없앨 줄을 잘 안다면 예수께서는 감심으로 너와 같이 사시게 될 것이다. 무엇이나 예수를 떠라 사람들에게서 희망한 것이 있다면, 거의 전부가 실패에 돌아갈 줄을 알아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믿지도 말고 의탁하지도 말아라. "모든 인생은 한낱 풀 포기, 그 영화는 들에 핀 꽃과 같다!"(이사 40,6).

3. 사람의 겉모양에 드러나는 것만 살핀다면 속기를 잘할 것이다. 네가 다른 데서 위로를 찾고 유익을 구하면 자주 해를 받을 것이다. 네가 모든 일에 예수를 찾는다면 과연 예수를 얻을 것이다. 네가 너를 찾으면 과연 너를 얻었으나 이것이 네게 망함이 되리라. 예수를 찾지 않는 사람이라면, 온세상과 그의 모든 원수들보다도, 자기 자신이 자기를 더 해칠 것이다.

제8장 예수와 더불어 친밀히 지냄

1. 예수께서 가까이 계시면 모든 것이 다 좋고 어려울 것이 없지만, 예수께서 좀 멀리하시면 모든 것이 어렵다. 우리안에 예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면 위로가 없고, 있다 해도 변변히 않고 예수께서 한 말씀만 하시면 마음에 위로가 크다. 마르타가 마리아에게 "선생님이 오셔서 너를 부르신다."(요한 11,28) 할 때 마리아는 그 말을 듣고 발떡 일어나 예수께 달려가지 않았느냐? 예수께서 우리를 찾으시어 눈물을 멈추게 하시고 영원의 신락을 주시는 그 때는 참으로 복된 때다. 예수께서 없으시다면 네 마음은 얼마나 마르고 빡빡하랴! 예수를 원치 않고 다른 무엇을 원한다면, 이는 얼마나 미련한 일이며 헛된 일이랴? 이는 온 세상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큰 손해가 아니냐?

2. 예수를 떠난다면 세상이 무엇을 네게 줄 수 있으랴? 예수를 떠나 사는 것은 큰 지옥이요, 예수와 같이 사는 것은 즐거운 낙원이다. 예수께서 너와 같이 계신다면 어떠한 원수도 너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예수를 얻어 만난 사람은 아름다운 보배를 얻을 것이요, 아무리 좋은 것이 있다 해도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예수를 잃은 사람은 그 손해가 너무나 크니, 온 세상은 잃은 것보다 더 큰 손해를 보았다. 예수 없이 사는 사람은 극히 가난한 자요, 예수를 모시고 사는 사람은 큰 부자다.

3. 예수와 같이 사는 법을 아는 것은 큰 예술(藝術)이요, 예수를 떠나지 않게 모시는 것은 큰 지혜다. 너는 겸손하고 양순하라. 그러면 예수께서 너와 같이 계실 것이다. 겸손과 평화를 보존하라. 그렇게 하면 예수께서 너와 더불어 머물러 계시리라. 네가 바깥 사물을 탐하기 시작하면 급히 예수를 쫓을 것이요, 그 은총을 잃을 것이다. 그리하여 예수를 쫓아 그분을 잃었다면, 이제 누구에게로 가면 누구를 벗으로 사귀랴? 너는 벗이 없이는 잘 살 수 없으리라. 예수께서 너의 제일 사랑하는 벗이 되시지 않는다면, 너는 너무나 비참하고 위로 없는 생활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의탁하고 즐거워한다면 몹시 미련한 짓이다. 예수의 마름을 상해 드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온 세상이 너를 거스르는 것이 낫다. 그러니 네가 사랑하는 분이 되어야 한다.

4. 사람은 다 예수로 인하여 사랑한 것이요, 예수는 예수 자신 때문에 사랑할 것이다. 다만 예수 그리스도 하나만 특별히 사랑할 것이다. 그분은 홀로 착하시고 아무리 미쁨 있는 벗이 있다 하여도 그분만큼 미쁨 있는 벗이 없다. 그분으로 말미암아, 또 그분 안에서 벗이나. 원수나 다 사랑할 것이다. 또 벗이나 원수나 다 같이 예수를 알고 사랑하게 하기 위하여 예수께 간구할 것이다. 너는 특별히 찬미를 받고자 하지도 말고, 특별한 사랑을 받고자 하지도 말아라. 이는 비 할 때가 없으신 하느님께만 마땅한 것이다. 네 마음에 어느 사람을 두어익히 생각할 것도 아니요, 남에게 특별히 사랑을 받아 주목을 받지도 말아라. 네 안에는 예수께서 계셔야 할 것이다.

5. 너는 어느 조물에서든지 거리낌없이 안으로 조촐하고 자유스로유러야 한다. 네가 장애 없이 "주의 어지심"(시편 34,8)을 맛들이려거든, 모든 것을 다 벗어 버리고 마음을 조촐히 하여 예수께 향하여 있어야 한다. 과연 네 안의 모든 것을 비워버리고 비질하여 깨끗이 한 다음에, 예수와 더불어 결합하는 이러한 정도에 이르자면, 하느님의 은총이 먼저 내리고 또 너를 이끌지 않으면 안 되리라. 하느님의 은총이 사람에게 이르면 모든 일을 다할 만한 힘이 있지만 은총이 물러가면 즉시 궁핍해지고 약해져, 책찍질이나 받기 위하여 살려 주는 것 같이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우에 마음으로 답답하여 실망할 것이 아니다. 다만 마음을 안온히 가지고 하느님의 성의를 따를 것이요, 일신에 당하는 모든 환결을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하여 참아 받을 것이다. 무릇 겨울이 지나면 여름이 올 것이요, 밤이 새면 날이 밝을 것이요, 비바람이 지나면 화창한 일기가 다시 돌아오는 법이다.

제9장 위로가 없을 때

1.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로해 주시면 사람의 위로를 업신 여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사람의 위로도 없고 하느님의 위로도 없이, 다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즐겨 마음의 유배(流配)를 견디고자 함은 어려운 일이며, 매우 위대한 일이다. 또한 모든 일에 자기를 찾지 않고 자기가 세운 공로를 생각지 않는 것은 퍽 위대한 일이다. 은총이 있어, 마음에 좋고 신심이 난다면, 얼마나 훌륭한 일이냐? 이런 좋은 시간은 누구나 다 원하는 바다. 하느님께서 은총으로 이끄신다면 그는 참으로 유쾌히 말을 타고 가는 것과 같다. 이런 사람이 어려움을 모른다는 것이 이상할 것이 무엇이냐? 전능하신 분의 손이 그를 붙들고, 제일 훌륭한 안내자가 그를 이끄시지 않느냐!

2. 사람이 무슨 위로가 되는 것을 곧잘 좋아하지만,자기 편익을 모도하지 않기는 퍽 어렵다. 치명 성인 라우렌시오는 자기가 모시던 사제와 세상을 함께 이겼으니, 이것은 세상에서 무슨 즐거움이 될 만한 것은 다 천히 보고, 또 자기가 극히 사랑하는 하느님의 대사제 식스토까지,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너그러이 떠나 이별하였던 까닭이다. 그러므로 그는 조물을 사랑하는 것보다도 조물주를 더 사랑하였고, 인간이 위로를 구하는 것보다도 하느님의 원의를 따라 행하려 하였다. 너도 그와같이 하느님을 사랑함에 필요 하다면, 아무리 없지 못할 벗이요, 극히 사랑하는 벗이라 할지라도 떠나야 할 것을 알아야 한다. 벗이 너를 버리고 떠났다고 괴로워 말아라. 우리는 다 한 번은 서로 떠나고야 말 것이다.

3. 사람이 자기를 완전히 이기고 자기의 모든 정을 하느님께로만 모으고 있자면, 먼저 오랫도안 많은 전투(戰鬪)를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자기를 믿고 있게 되면, 오래지 않아 사람의 위로를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참으로 사랑하는 이요, 그리고 덕행을 부지런히 닦는 이라면, 이런 위로에 이끌러 떨어지지 않고, 그런 감각적 낙을 찾지도 않고 도리어 심히 자신을 시련(試鍊)하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어려운 일을 참아 견딘다.

4. 그러므로 너는 하느님께서 영신적 위로를 주시거든 감사하게 받아라. 그렇지만 네 공로로 생각지 말고 지나치게 즐거워하지도 말고, 헛되이 무엇을 과분(過分)히 바라지도 말아라. 도리어 은혜를 받앗음에 대하여 겸손한 마음을 더 둘 것이요, 그리고 네 모든 행동에 있어 주의를 더하고 조심을 더하라. 무릇 이러한 시간이 지나면 시련이 따라올 것이다. 하느님의 위로가 끊어지거든, 그렇다고 즉시 실망하지 말아라. 겸손과 인내를 다하여 하느님의 찾으심을 기다리고 있어라. 하느님은 네게 더 큰 위로를 주실 수 있다. 하느님의 길을 걸어 본 사람에게는 이런 일이 새삼스럽게 보이지도 않고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이름난 성인들과 예날 선지자들에게도 그런 변천이 없지 않았다.

5. 그래서 어떤 사람이 은총을 누릴 때 말하기를 "이제는 절대로 안심이다."(시편 30,6)하였다. 그러나 은총을 잃은 후에는 자기가 당한 것을 생각하고 "야훼께서 얼굴을 돌리셨을 때에는 두렵기만 하였사옵니다."(시편 30,7)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우라도 그는 실망치 않고 더 정성스러이 하느님께 간구하기를 "야훼여, 이 몸은 당신계 부르짖었고 당신께 자비를 구하였습니다. 야훼여, 부디 이 애원을 들으시고 불쌍히 여겨 주소서. 야훼여 부디 도와 주소서."(시편 30,8.10)하고, 마침내 자기 기도가 들어 하락됨을 받아 좋은 결과를 낸 것을 증거하여 말하기를 "당신은 나의 통곡하는 슬픔을 춤으로 바꿔 주시고 베옷을 벗기시고 잔치 옷으로 갈아입히셨사옵니다."(시편 30,11) 하였다. 그렇게 큰 성인들도 이러한 변천을 면치 못하였거늘, 우리같이 연약하고 힘없는 사람으로서, 어떤 때는 열심한 마음이 있고 어떤 때는 마음이 차다고 실망할 것이 없다. 성령이 오시고 물러가시는 것은 당신 뜻대로 하시는 까닭이다. 성 욥이 이에 대하여 말하기를, "어찌하여 아침마다 그를 찾으시고 잠시도 쉬지 않고 그에게 시련을 주십니까?"(욥기 7,18) 하였다.

6. 그러니 나는 무엇을 바라고 무엇에 의지하고 살랴? 오로지 하느님의 무한한 인자를 바라지 않고 하느님의 은총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을 바랄 수 있고 무엇에 의지하여야 되겠느냐? 착한 사람들이 있고 신심 있는 형제들이 있고, 충실한 벗들이 있고 거룩한 서적이 있고, 아름다운 문구(文句)가 있고, 듣기 좋은 노래가 있고, 시(詩)가 있다 할지라도 은총이 나를 떠나고, 나 자신이 궁경(窮境)에 버림을 받았다면 이 모든 것이 별로 도움이 될 것이 없고, 별로 재미를 주지 못할 것이다. 이런 때는 참는 수밖에 없고, 하느님의 의향을 따라 나 자신을 희생하는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다.

7. 한 번도 은총의 물러감을 느끼지 않고, 열심히 쇠하는 것을 모르고 지낸다는, 그렇게 신심 있고 충실한 사람을 나는 아직 만나지 못하였다. 어느 성인을 막론하고 처음에나 혹은 후에나 한 번도 시련을 당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고상한 탈혼상태에 이르고, 그러한 신광(神光)을 누린 성인은 하나도 없다. 무릇 하느님을 위하여 무슨 곤란으로 단련되지 않은 사람은 하느님을 신묘(神妙)하게 관상하는 데 합당한 이가 아니다. 흔히 보면 무슨 시련이 있는 것이 머지 않아 받을 위로의 전조처럼 되어 있다. 무릇 시련을 당하여 잘 나간 이에게는 하느님의 위로가 허락될 것이다. 주께서 말씀하시기를 "승리하는 자들에게 하느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 나무의 열매를 먹게 하겠다"(묵시 2,7)하셨다.

8. 하느님께서 위로를 주시는 것은 사람이 역경을 잘 참아 나가기에 필요한 용기를 주시기 위함이다. 위로가 있은 후에 시련이 다시 있는 것은 잘했다고 자긍할까 해서 그렇게 하시는 것이다. 마귀는 자지 않고 네 육신도 아직 죽지 않았다. 그러므로 네 좌우편에는 원수가 쉬지 않고 너를 노리고 있으니 싸울 준비를 그치지 말아라.

제10장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함

1. 너는 일하러 왔건만 왜 편히 쉬려 드느냐? 위안을 누리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괴로움을 잘 참으려고 준비하고 있어라. 또 무슨 즐거움을 보려고 할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려고 준비하고 있어라. 세속 사람일지라도 영혼에 위로가 항상 있고 즐거움이 항상 있다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누구랴? 영혼의 위로는 세상의 모든 오락과 육신의 괘락을 멀리 초월하는 까닭이다. 세속의 괘락이란, 그 어느 것을 막론하고, 혹 헛되든지 그렇지 않으면 누추한 것이지만, 영신의 낙은 덕행에서 발하고, 하느님께서 조촐한 마음이 있는 이에게 내려 주시는 것인만큼, 오로지 기쁘고 조금도 누추함이 없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주시는 이러한 신탁은, 아무도 항상 제 마음껏 누리지 못한다. 시련이 없는 동안이 오래지 못하기 때문이다.

2. 정신의 헛된 자유와 자기를 너무 믿는 것은, 주께서 방문하시는 데 적지 않게 방해가 된다. 하느님께서 은총을 내려 위로해 주심은 오죽이나 잘하시는 일이냐? 그러나 많은 사람은 이것을 하느님께로 돌려 잘 감사치 않음으로 잘못한다. 우리는 그러기에 은총을 주시는 분에게 배은 망덕하고, 근원되는 분에게로 모든 것을 전혀 돌리지 않으므로 은총의 선물이 항상 내리지 않는다. 감사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은총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교오한 사람의 경우는 겸손한 사람이 보통으로 받는 것도 빼앗기게 된다.

3. 나는 통회하는 마음이 없어지게 되는 위로를 원치 않고, 교오한 마음을 내게 하는 신묘한 관상기도(觀相祈禱)를 탐하지 않는다. 뜻에 맞는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며, 모든 원의가 다 순결한 것도 아니요, 귀하다고 다 하느님께 의합한 것도 아니다. 항상 겸손한 마음이 더욱 일어나고, 두려운 마음이 커지며, 나 자신을 망각(忘却)하는 데 더욱 주의가 깊게 되는 그러한 은총을 나는 기꺼이 받는다. 하느님께 은총을 받음으로써 훈계받고, 감히 그 은총을 잃음으로써도 훈계받는 이는 제가 무슨 잘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요, 도리어 자기를 가난하고 헐벗은 것을 자백할 것이다. 하느님 것은 하느님께 드리고, 네 것은 네가 차지하라. 즉 하느님께는 은총을 받은 것을 감사하고, 네게는 네 잘못을 돌리고, 죄의 마땅한 벌을 받을 줄로 생각하라.

4. 너는 항상 제일 낮은 곳에 있으라. 그러면 너에게는 제일 높은 곳이 주어질 것이니, 극히 높은 것은 극히 낮은 것이 없이는 서 있을 수 없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극히 높은 성인은, 자기 생각에는 극히 비천하게 자기를 보니, 그들이 영광스러운 지위에 실상 있을수록 자기 자신을 더 천히 보게 된다. 진리와 천상의 영광만 생각하는 이들은 헛된 영광을 탐하지 않는다. 그들은 하느님 안에 기초를 두고 또 그 안에 견고케 세운 이들이니, 교오를 발할 수가 없다. 무엇이든지 좋은 것을 다 하느님께로 돌리는 이는 남에게서 영광을 찾지 않고, 다만 하느님께만 그 영광을 구한다. 하느님께서 당신 본체와 모든 성인들로 인하여, 만유 위에 찬미받으시기를 간절히 원하고 항상 하느님만 향하여 나아간다.

5. 그러므로 너는 아무리 작은 은혜를 받았을지라도 감사하라. 그러면 큰 은혜를 받을 자격이 생길 것이다. 너는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큰 것으로 생각하고, 소홀히 여길 만한 것이라도 특별한 은혜로 생각하라. 은혜를 베푸시는 이의 지위를 생각 한다면, 작은 것이 없고 천한 것이 없다. 은혜를 내리시는 이는 지존하신 하느님이시니, 어찌 작은 것이 있을 수 있으랴? 벌을 내리시고 매를 때리신다 할지라도 감사 하여야 한다. 무엇이든지 우리에게 하시는 일은, 다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하시는 것이다. 하느님의 은총을 잘 보존하려 하거든 은총을 받을 때는 감사하여야 할 것이요, 은총을 잃을 때눈 참아야 할 것이다. 은총을 잃었거든 다시 주십사고 기도할 것이요, 얻었거든 잃지 않기 위하여 조심하고 겸손할 것이다.

제11장 예수의 십자가를 사랑하는 이의 수가 적음

1. 이제 예수를 사랑하는 이들 중에 천국을 탐하여 사랑하는 사람은 많으나, 그분의 십자가를 지고자 하는 사람은 적다. 위안을 구하는 사람은 많으나, 곤란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적다. 잔치의 벗을 많으나, 재 지키는 벗은 적다. 누구나 다 예수와 더불어 즐기려 하지만, 그분을 위하여 고통을 참겠다는 사람은 적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따르되 떡을 뗄때까지만 따르고, 수난의 잔을 마시는 데까지 가는 사람은 적다. 그분의 기적을 숭배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십자가의 모욕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은 적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사랑하되, 곤란을 당하지 않는 때만 사랑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분을 기리고 그분에게 축원하되, 자기가 무슨 위로를 받을 때만 그렇게 한다. 예수께서 당신을 숨기시고 잠깐 그들을 떠나실 것같으면, 원망을 발하기도 하고, 혹은 너무 낙담하기도 한다.

2. 예수를 사랑하되 그 사랑이 자기의 무슨 위안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다만 예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은, 어떠한 곤란과 마음에 어떠한 번민이 있다 할지라도, 위안을 극히 누릴 때와 다름없이 예수를 찬미한다. 이런 사람들은 예수께서 한 번도 위안을 주지 않으신다 할지라도, 그래도 항상 예수를 찬미하고 항상 감사하리라.

3. 예수께 대한 사랑이 순수하여 자기의 편익이라든지 자신에 대한 사랑이 섞이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 항상 위안을 찾는 사람은 누구나 다 품팔이하는 사람이라 함이 옳지 않으랴? 자기의 편함과 이익만을 항상 도모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스도보다도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으냐? 보수없이 하느님을 섬김 만큼 충실한 이는 어디 있는가?

4. 정말 모든 것을 다 버렸다 할 만큼, 그렇게 영혼의 일에 착실한 사람은 드물다. 정말로 마음으로 가난하고 모든 조물을 내버린 사람은 어디 있는가? "그 값은 진주보다 더 하다"(잠언 31,10). 사람이 자기의 재산을 다 준다 할지라도, 이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보속을 많이 하였다 할지라도, 그래도 별로 장한 것이 없다. 학문을 다 연구했다 할지라도, 아직도 멀다. 무슨 큰 덕행이 있고 타는 듯한 신심이 있다 할지라도 아직도 퍽 크게 부족한 것이 있다. 즉 무엇보다도 필요한 한 가지가 없다. 그러면 그것을 무엇인가? 모든 것을 다 떠나 후에 또한 자기를 버리고 자기를 완전히 벗어 버리며, 사사로운 사랑은 조금도 가지지 않음이다. 자기가 하여야 할 바를 다한 후에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줄로 스스로 생각하여야 한다.

5. 비록 무슨 큰일이라고 할 만한 일을 하였다 할지라도, 그것을 가직 장하게 여기지 말고, 도리어 사실에 있어서 자기는 무익한 종이라 자백하라. "너희도 명령대로 모든 일을 다하고 나서는 '저희는 보잘 것 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하고 말하여라."(루가 17,10) 하신 진리의 말씀과같이 하라. 그렇게 하게 되면 참으로 마음으로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이 될 것이며, 다윗 성인과같이 과연 "외롭고 괴로운 이 몸입니다."(시편 25,16)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와 모든 것을 버릴 줄을 알고, 자기를 말째에 두고자하는 그러한 사람보다 더 부요한 이가 없고, 더 세력 있는 이가 없고 더 자유스로운 이가 없다.

제12장 거룩한 십자가의 왕도

1. 많은 사람들은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태 16,24) 하시는 이 말씀을 모진 말씀인 줄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저주 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의 졸도들을 가두려고 준비한 영원한 불속에 들어가라."(마태 25,41) 하시는 이 마지막 말씀을 듣기가 한층 더 모진 것이 될 것이다. 지금 십자가의 말씀을 잘 듣고 따르는 사람은 영원한 벌을 선언(宣言)할 때에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주께서 심판하러 오실 때는 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그리스도와 생활을 일치하게 하게 한 모든 이는, 판관 그리스도 대전에 안심하며 나아가리라.

2. 그러면 너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그 십자가 지기를 왜 두려워하느냐? 십지가에는 구원이 있고, 십자가에는 생명이 있고, 십자가에는 원수의 공격을 막는 병기가 있다. 십자가에는 천상의 아름다운 맛이 흐르고, 십자가에는 마음의 용기가 있고, 십자가에는 영신의 즐거움이 있으며, 십자가에는 덕의 극치(極致)가 있고, 십자가에는 성화(聖化)의 원만함이 있다. 십자가가 아니면 영혼도 구하지 못하고 영생도 얻을 희망이 없다. 그러니 너는 네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라라. 그러면 영생의 길을 갈 것이다. 예수는 자기 몸에 십자가를 지시고 너를 앞서 나아가시어(요한 19,17), 그 십자가 위에서 너를 위하여 죽으셨다. 이는 그와같이 네 십자가를 지고 네 십자가에서 네 생명을 바칠 간절한 원의를 가지라고 하신 것이다. 네가 그분과 더불어 죽으면 그분과 더불어 살 것이다. 그분과 더불어 형벌을 당하면 그분의 영광에 너도 참섭할 것이다.

3. 보라, 모든 것이 십자가에 있고, 모든 것이 죽음에 있다. 거룩한 십자가의 길밖에 또 날마다 극기(克己)하는 길 밖에는 생명으로 인도하고 참다운 마음의 평화로 인도하는 다른 길이 또 어디 있는가! 네 뜻대로 어디든지 가 보고, 네 원의대로 무엇이든지 찾아 보아도, 위로는 거룩한 십자가의 길보다 더 고상한 길을 만나지 못할 것이요, 아래로는 더 안전한 길을 얻지 못할 것이다. 네 뜻과 네 생각대로 모든 것을 배치하고 마련해 보아도, 네가 항상 좋든지 싫든지 무슨 곤란을 당하고야 말 것이다. 또 이렇게 항상 십자가를 만날 것이다. 혹 네 육신이 괴롭든지 혹 네 영혼에 영신적 번민을 느끼든지 할 것이다.

4. 어떤 때는 하느님께 버림을 받을 것이요, 어떤 때는 다른 사람 때문에 괴로움을 당할 것이다.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가끔 너 자신이 네게 괴로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괴로움을 면하기 위하여나 혹 감하기 위하여는 약도 없고 위로도 없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그 때까지 참을 수밖에 없다. 하느님의 뜻은 네가 위로 없이 곤란을 받는 법을 배우기를 바라시고, 또는 오로지 너 자신을 당신께 맡기기를 바라시며, 곤란을 당하는 데서 겸손한 마음을 발하도록 힘쓰기를 원하신다. 그리스도와같이 고난을 체험한 사람이 아니면, 진정으로 그리스도의 고난을 깨닫지 못한다. 십자가는 항상 준비되어 있고, 사방에서 너를 기다린다. 네가 어디로 달아나든지 십자가를 피할 수 없으니 이는 어디로 가든지 너 자신과 같이 가고, 너 자신을 항상 만나기 때문이다. 위로 오르고, 아래로 내려다보라. 밖으로 나가 보고 안으로 들어와 보라. 이 모든 방면에서 십자가를 만날 것이다. 그리고 안으로부터의 평화를 누릴 마음이 있고, 영원한 월계관을 얻을 마음이 있으면, 어느 곳에 가든지 인내할 필요가 있다.

5. 네가 불평 없이 십자가를 지고 가면, 십자가가 너를 지고 네가 원하는 목적지로 데리고 갈 것이다. 비록 이 세상은 아닐지라도 저곳에서는 곤란이 끝나리라. 그렇지 않고 억지로 지고 간다면, 네게 짐이 될 것이요, 또 너 자신을 괴롭게 할 것이며, 참기는 참아야 할 것이다. 한 십자가를 내버리면 의심 없이 다른 십자가를 만날 것이며, 아마 그것은 전보다 더 무거울 것이다.

6. 죽은 인생으로서는 아무도 피하지 못할 것을 너만은 피할 줄로 아느냐? 성인 중 누가 십자가 없이 또는 곤란 없이 지내셨는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사시는 동안 한 시간을 괴로움 없이 지내신 적이 없다. 그분의 말씀이 "그리스도는 영광을 차지하기 전에 그런 고난을 겪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루가 24,26) 하셨다. 그런데 너는 어찌 거룩한 십자가의 왕도 외에 다른 길을 찾는냐?

7. 그리스도의 온 일생은 십자가요 순교였거늘, 너는 편함을 원하고 즐거움을 찾는냐? 괴로움 받는 것 외에 다른 무엇을 이 세상에서 찾는다면, 이는 그르치는 일이요, 크게 그르치는 일이다. 이는 현세의 생활이란 괴로움이 가득하고 주위에 십자가가 둘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이 영신으로 높이 오를수록 그만큼 자주 무거운 십자가를 만나게 되니 유배의 고역은 사랑으로 인하여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8. 그렇지만 이런 사람은 여러 가지로 곤란을 당하여도 위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니, 자기 십자가를 잘 참아 견디는 것으로써 성공의 보수가 크게 불어나는 것을 알게 되는 까닭이다. 사람이 십자가를 불평 없이 지게 되면, 그 괴로움의 무거운 짐이 하느님의 위안을 바라는 신뢰심으로 변한다. 그리고 육신이 괴로움을 받아 누릴수록 그만큼 영혼 안에 은총을 받아 기운을 얻는다. 또 어떤 때는 그리스도와같이 십자가를 져 보겟다는 열정으로 고난을 사모하고 역경을 원하여, 곤란과 가난이 없이는 살 마음이 없을 만큼 그런 용기도 발한다. 이는 사람이 하느님을 위하여 괴로움을 많이 받고 중히 받을수록 그만큼 하느님께 위합한다는 것을 믿게 되는 까닭이다. 이는 사람의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은총의 작용이다. 사람이 본성으로 싫어하고 피하는 것에 마음의 정성을 다하여 착수하고 사랑할 만큼 그러한 힘을 연약한 육신에 주는 것이 은총의 작용이 아니고 무엇이냐?

9.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를 사랑하여 육신을 괴롭게 하여 정복하는 것이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요, 영예를 피하고 모욕을 즐겨 받는 것도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자기를 천히 보고 남에게 천히 여김 받기를 원하는 것도 사람의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요, 무슨 역경이든 손해든 잘 참으며 이 세상의 무슨 행복을 원치 않음도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네가 너 자신을 살펴보면, 이런 일은 하나라도 네 힘으로 할 수 없는 둘로 알리라. 그러나 하느님께 간구하면 하늘로부터 이런 용기가 내릴 것이니, 네 아래에 세상과 육신이 정복되리라. 그리고 신앙의 병기로 무장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기만 들었다면, 원수 마귀도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10. 그러므로 너를 위하여, 너를 사랑하여 그 위에 죽으신 네 주의 십자가를, 그리스도의 착하고 충실한 종과같이 씩씩하게 지도록 정신을 차려라. 가련한 이 현세에서 당하는 많은 역경과 여러 가지 불편을 잘 참아 받도록 마음을 가다듬을 것이니, 네가 어디 있든지 네 환경이 있으리라. 또 이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 거지 악의 곤란과 고통을 면할 방침이 없으니 잘 참는 수밖에 없다. 주의 벗 되고 구분과 더불어 한몫을 받으려 하면, 주의 잔을 달갑게 마셔라. 위로에 대한 것은 하느님께 맡겨라. 하느님은 당신 성의대로 위로에 대하여 배려하실 것이다. 너는 오로지 곤란을 참아 받도록 마음을 가다듬고, 또 그런 것을 가장 큰 위로로 여길 것이니, 너 혼자 모든 곤란을 참을 수 있을지라도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된다(로마 8,18)

11. 괴로움이 네 마음에 맞고 또 그리스도를 위하여 곤란에 맛들이게 되는 경우에 이르거든 그 때에 너는 이 세상에서 만복의 터를 발견한 줄 알고, 네가 실상 잘 있는 줄로 생각하라. 네가 괴로움을 당하기를 꺼리고 피하고자 하는 동안에는 잘 있지 못하고 또 어디를 가든지 곤란이 너를 따를 것이다.

12. 너는 하여야 될 것, 즉 참고 죽기를 결심하면 빨리 잘되고 네가 평화를 얻으리라. 네가 성 바오로와같이 셋째 하늘까지 붙들려 올라갔을지라도(2고린 12,2),곤란을 당하는 것을 면하지 못할 것이니, 예수께서 이르시기를, "나는 그가 내 이름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난을 받아야 할지 그에게 보여주겠다." (사도 9,16)하셨다. 그러므로 네가 예수를 사랑하고 영원한 그를 섬길 마음이 있으면, 곤란을 당하는 것이 필요하다.

13. 바라건대,너도 예수의 이름을 위하여 무슨 괴로움을 당할 만하다면 이는 네게는 얼마나 큰 영광이 되겠으며, 하느님의 성인들에게는 얼마만한 즐거움이 되겠으며, 남에게는 얼마만한 건설이 되랴! 곤란을 받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나. 모든 이가 다 인내의 덕을 장려한다. 많은 사람들이 세속적 목적을 위하여 큰 고생을 참아 받으니, 너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그만한 고생을 달갑게 참아 받아야 할 것이다.

14. 너는 우리의 생활이 끊임없이 죽음에 있어야 할 것을 각오하라. 그리고 누구든지 자기에 대하여 죽을수록 그만큼 하느님께 살기를 시작하리라. 그리스도를 위하여 곤란을 잘 받고자 하지 않는 사람은, 천상의 것을 알아들을 자격이 없다. 그리스도를 위하는 뜻으로 곤란을 당하는 것보다 더 하느님께 의합하고 네게 더 유익한 것이 이 세상에 다시는 없다. 많은 위로를 받아 누리는 것과, 그리스도를 위하여 괴로움을 당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놓고 택하라 하면, 괴로움을 택해야 할 것이 아니냐? 괴로움을 당하면 그리스도를 닮고 성인들과 같아진다. 우리의 공로와 우리의 완덕의 지위는 신락과 위로를 많이 받는데 있지 않고, 오히려 어려운 경우를 많이 당하고 괴로음을 잘 참아 견디는 데 있다.

15. 사람이 구령하는 데 곤란을 당하는 것보다. 더 낫고 더 유조한 것이 있다면, 그리스도께서는 반드시 말씀으로라도 가르쳐 주시고 표양으로 보여주셨을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과 당신을 따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밝혀 십자가를 지라 권유하여 말씀하시기를,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마태 16,24)하셨다. 그러니 이제 모든 것을 다 읽어 살펴본 바에 위하여, 이런 결론을 내는 것이 당연하니, 곧 "우리가 하느님께 나라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사도 14,22)

제3편 내적 위안을 얻는 법

제1장 충실한 영혼에게 이르시는 그리스도의 내적 말씀

1. "나는 듣나니, 야훼께서 무슨 말씀 하셨는가?"(시편 85,8).주께서 안으로 말씀하시는 바를 듣고 주님의 입으로부터 위로의 말씀을 받는 영혼은 복되다. 하느님의 말씀의 비결을 알아 이 세상이 소곤거리는 소리에 기울이지 않는 귀는 복되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상관치 않고 안에서 가르쳐 주는 진리에 주의를 모아듣는 귀는 복되다. 밖에 있는 물건에는 뜨지 않고 안의 사정만을 살펴보는 눈은 복되다. 안의 사정을 통달하여 보고, 매일 수업으로 더욱 천상의 신비를 알려 힘쓰는 이는 복되다. 하느님과 상종하기만 좋아하고 세속의 모든 거리끼는 것을 다 없애려 하는 이는 복되다.

2. 내 영혼아. 너는 이 세상을 멀리하고 네 육정의 문을 잠자라. 이는 네 안에서 말씀하시는 네 주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기 위함이다. 사랑하시는 분의 말씀이 "나 너를 살리리라.(시편 35,3). 나는 네 평화요, 나는 네 생명이다. 내게 너를 온전히 맡겨라. 그러면 평화를 얻으리라. 잠세의 지나가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영원한 것을 구하라. 잠세의 모든 것은 유혹이 아니고 무엇이며 조물주께 버림을 받는다면 모든 조물이 네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러므로 세상 만사를 뒤로 제쳐놓고 조물주를 충실히 섬겨 그의 뜻에 맞춰라. 이에 참된 복을 얻으리라." 하신다.

제2장 진리는 요란한 음성이 없이 마음속에서 말씀하심

1. 제자의 말: "야훼여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 이 몸은 당신의 종이오니 나를 깨우쳐 주소서. 당신의 언약을 알아 차리리이다"(시편 119, 125). 주의 말씀에 내 마음을 기울여 주시고 주의 말씀을 이슬과 같이 내리소서. 전에 이스라엘 자손들은 모세에게 말하기를 "당신이 우리에게 말해 주시오. 잘 듣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면 우리는 죽을 것입니다."(출애 20,19)하였사오나, 주여, 나는 이렇게 안하나이다. 이런 기도를 안하나이다. 나는 도리어 사무엘 선지자와같이 겸손과 열정을 다하여 간구하기를, "야훼여,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하나이다. 주 하느님이여, 모든 선지자를 감도하시고 비추어 주신 분이시여, 내게는 모세도 말고 어느 선지자도 말고 주님 친히 말씀해 주소서. 주께서 혼자서라도 그들 없이 나를 완전히 가르쳐 주실 주 있사오나 그들은 주님 없이는 무슨 효험이 있는 말을 들려주지 못하나이다.

2. 과연 그들은 소리를 낼 수 있으나 정신은 주지 못하나이다. 그들의 말이 아름답다 하여도 주께서 묵묵하시면 마음을 감동케 못하고, 그들은 오묘한 도리를 말하지만 주께서는 이지를 밝혀 알아듣게 하시나이다. 그들은 계명을 가르쳐 주지만 주께서는 수계하도록 도와 주시며, 그들은 길을 가리키나 주께서는 다닐 힘을 주시고, 드들의 활동은 바깥 일에 지나지 않지만 주께서는 마음을 지도하시고 비추어 주시며, 그들은 말로 소리를 지르지만 주께서는 말을 들어 이해하게 하시나이다.

3. 그러므로 영원한 진리이신 내 주여, 내게는 모세가 아니라 주께서 말씀해 주소서. 혹시 다만 밖에서 훈계를 들어도 안으로는 아무런 감화가 없으면 죽고 아무 결과도 못 볼까 두려워하나이다. 말씀을 듣고도 행치 않고 알고도 사랑치 않고, 믿고도 준행치 않아 엄한 심판을 당할까 두려워하나이다. 그러므로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요한 6,68). 주여, 내게 말씀하소서. 내 영혼에는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나의 모든 생활을 고치고 주의 찬미와 영광과 끝 없는 존경을 이루기 위하여 주여, 내게 말씀하소서.

제3장 하느님의 말씀은 겸손을 다하여 들을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 말씀을 중히 여기지 아니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내 말을 들어라. 자애가 넘치는 말이요, 모든 철학자와 이 세싱의 모든 지혜로운 자들의 학문을 멀리 초월하는 말이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적인 것이며 생명이다"(요한 6,63). 그러니 사람이 주견대로 헤아릴 바가 아니다. 내 말은 무슨 헛된 만족을 위하여 들을 것이 아니요, 잠잠히 들을 것이며 겸손을 다하고 애정을 다하여 받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야훼여, 당신의 교훈을 받아 당신의 법을 배우는 사람은 복됩니다(시편 94,12). 그리고 당신께 당신의 법률을 배워 재앙의 날에 그 괴로움이 감소되어 세상의 버린 자 되지 않는 사람은 복되도소이다." 라고 나는 말하였나이다.

3. 주의 말씀: 시초부터 내가 선지가를 가르쳤고 또 지끔까지 모든 사람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그러나 내 말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많고 고집하여 내 말을 안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보다 세속의 말을 좇는 사람이 더 많고 하느님의 성의를 따르는 사람보다 자기 육체의 욕망을 쉽게 좇는 사람이 많다. 세속은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미소한 것을 허락하건만 사람들은 욕심을 부려 섬기고, 나는 말할 수 없이 크고 영원한 것을 허락하건만 죽을 인생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누가 나를 섬기는 데 있어 세속과 그 권력자들을 섬기는 그만한 정성으로 모든 일에 나를 섬기며 그만큼 나의 명을 지키는가? "시돈아, 부끄러운 줄이나 알아라."(이사 23,4)하고 바다는 말한다. 그 까닭을 알려거든 들어라. 변변치 않은 이익을 구하러 먼 글을 가면서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는 많은 사람들이 한 발자국을 땅에서 떼어 놓지 않는다. 천한 報酬를 찾으며, 어떤 때는 돈 한푼을 가지고 추하게 싸우며, 헛된 일을 뜻하고, 변변치 않은 희망을 가지고 밤낮 수고하기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4. 그러나 부끄럽다. 비할 데 없는 행복을 위하여, 한없는 상급을 위하여, 위 없는 榮譽와 끝없는 영광을 위하여 조금 수고하기를 어려워하는구나! 그러므로 게으르고 원망이 잦은 종아, 네가 생명을 얻으려고 힘쓰는 것보다. 저들이 죽음의 길을 가려고 힘쓰는 것이 더 대단한 것을 생각하고 부끄러워하라. 네가 진리를 얻고 즐거워하는 것보다 저들은 홋된 일을 얻고서 더 즐거워하니 너는 부끄러워하라. 사실 저들의 희망은 자주 허무로 돌아가지만, 나의 약속은 아무에게도 홋되이 되는 일이 없고, 네게 의탁하는 사람을 빈손으로 떠나게 하는 적이 없다. 내가 허락한 바는 줄 것이요, 내가 말한 바는 지킬 것이다. 그렇지만 나를 사랑하는 데 끝까지 충실한 사람에 한하여 그렇다. 나는 모든 착한 사람에게 갚아주고, 모든 신심 있는 사람들을 몹시 시험한다.

5. 너는 네 마음에 나의 말을 써 두고 삼가 연구하라. 시험을 당하는 때가 이르면 이 말씀이 네게 필요할 것이다. 네가 읽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내가 너를 찾을 때에 네가 깨달으리라. 내게는 간선한 사람들을 찾는 법이 두가지 있으니, 즉 시련과 위로다. 또 날마다 저들에게 두 가지 講和를 하니, 하나는 그들의 악한 습관을 책망하는 강화요, 하나는 덕행을 더하기 위한 勸誘의 강화다. 내 말을 듣고도 그 말을 경히 보는 사람은 끝 날에 이를 심판할 이가 있으리라.

6. 제자의 말(신심을 구하는 기도): 내 주 하느님이여, 주님은 나의 모든 행복이로소이다. 나는 누구인데 감히 주님 대전에 말씀을 드리나이까? 나는 극히 가난하고 변변치 못한 종이오며 천한 벌레로소이다. 나는 내가 알고 내가 말하는 것보다 더 불쌍하고 더 천한 자로소이다. 그러나 주여, 나는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사오며, 아무 것도 행하지 못함을 생각해 주소서. 주님은 홀로 선하시고 의로우시고 거룩하시도소이다. 주님은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고 무엇이든지 주시며 모든 것을 채워 주시고 다만 죄인을 빈손으로 버려 주시나이다. 주님은 당신이 친히 만드신 것이 비어 쓸데없는 것이 되기를 원치 않으시니 "주의 자비를 기억하시고"(시편 25,6) 은총을 내려 내 마음을 채우소서.

7. 이처럼 가련한 생활에서 주님이 불쌍히 여기시는 덕을 입지 않고 은총의 도움을 입지 않는다면 어떻게 내가 나아갈 수 있으리이까? 주의 얼굴을 내게서 돌이키지 마시고 나를 찾아 주시는 때를 너무 오래 미루지 말아 주시고 위로 없이 나를 버려 두지 마소서. "내 영혼, 마른 땅처럼"(시편143,6)될까 두려워하나이다. 주여,"당신 뜻대로 사는 법 가르쳐 주시고"(시편 144,10), 당신 대전에 타당히 또는 겸손되이 사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내 지혜는 곧 주님이시나이다. 주께서 나를 틀림없이 진실히 아시고, 세상이 있기 전에도 나를 아셨으며, 내가 나기 전에도 나를 아셨던 까닭이로소이다.

제4장 진실하고 겸손하게 하느님 대전에서 행할 것

1. 주의 말씀: 아들아, 진실하게 내 앞에서 거닐고, 순진한 마음을 가지고 내 앞에서 행하는 사람은 아무런 공격에도 염려 없을 것이요, 악인들이 유인하고 비방한다 할지라도 진리가 그를 구원해 줄 것이다. 진리가 너를 구하여 준다면 너는 참으로 자유스로울 것이요, 사람들이 말하는 헛된 소리를 상관치도 않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말씀이 옳도소이다. 내게도 이렇게 되기를 비나이다. 주의 진리가 나를 가르치고 나를 지켜 주고 행복스로운 끝까지 나를 보호하시기를 비나이다. 진리가 악한 모든 정과 절제 없는 모든 사랑을 네게서 없애준다면 나는 마음의 큰 자유를 누리면서 주님과 함께 길을 다니리이다.

3. 주의 말씀: 나는 네게 무엇이 바른 길이요, 무엇이 내게 맞는 것인지 가르쳐 주겠다. 너는 네 죄를 생각하고 그 잘못됨을 깨닫고 극히 슬퍼하라. 그리고 무슨 좋은 일을 한 것이 있다 해도 그것을 가지고 네가 도무지 무엇인 체 생각지 말아라. 너는 과연 죄인이니 많은 사욕이 있고 많은 사욕에 잡힌 사람이다. 너로서는 항상 허무한 데로 기울어지고 쉽게 떨어지며, 쉽게 번민하며, 쉽게 실망한다. 너는 스스로 영광을 삼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도리어 너를 천히 보게 될 자료만 많으니 네가 너 자신을 생각하는 것보다 너는 더 연약한 사람이다.

4. 그러므로 네가 행하는 모든 일에 훌륭한 것이 있다 생각지 말아라. 영원한 것이 아니면 큰 것도 없고, 기묘한 것도 없고, 무슨 가치를 줄 만한 것도 없는 줄로 생각하라. 또 고상한 것도 없고 참으로 찬미할 만한 것이나 부러울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라. 네가 모든 것을 제쳐놓고 사랑할 것은 다만 영원한 진리요, 네가 항상 불만히 생각할 것은 너의 말 할 수 없이 천한 처지다. 네 악습과 죄악보다 더 두려워할 것이 없고 더 책망할 것이 없고 더 피할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라. 그리고 세상에는 어떠한 손해를 보더라도 그만큼 원통히 여길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라. 어떤 사람들은 진실한 마음이 없이 내 앞에 드나드니, 자신의 일과 자기 구령에 대한 일은 소홀히 하면서 어떠한 호기심과 교오한 마음으로 나의 비밀을 알려 하고, 하느님의 고상한 사정을 알아들으려 한다. 나는 그들이 하는 일에 반대한다. 그러므로 제 교오와 호기심으로 인하여 자주 큰 시련을 당하고 큰 죄에 떨어진다.

5. 너는 하느님의 심판을 두려워하고 전능하신 분의 분노를 무서워하라. 지존하신 분의 일을 변론하지 말고 네 죄악을 두루 살펴 얼마나 크게 범죄하고, 행할 수 있는 선공을 얼마나 경홀히 여겼 는지 헤아려 보라. 어떤 사람은 책을 가지는 데 신심이 있는 줄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무슨 상본이나 무슨 표나 겉모양에 신심이 있는 줄로 안다. 어떤 사람은 입으로는 나를 모신다 하나 그 마음에는 내게 대한 생각이 별로 없다. 어떤 사람은 그 지력에 광명을 받고 情緖가 정돈되어 항상 영원한 데로 이끌리고 세속의 것을 거북하게 여기며 자연의 필요한 요구라도 간신히 돌아본다. 이런 사람은 진리의 신이 그 안에서 말씀하시는 것을 잘 깨닫는다. 성령은 세상의 것을 천히 보고 천상의 것은 사랑하라 가르치고, 세상은 소홀히 보고 천국의 주야로 사모하라 가르친다.

제5장 천상적 사랑의 기묘한 효과

1. 제자의 말: 하늘에 계신 성부여, 내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여, 가난한 나를 생각해 주시니 당신을 찬송하나이다. "인자하신 아버지시며 모든 위로의 근원이 되시는 하느님으로서(2고린 1,3)부당한 죄 인인 나를 여러 가지로 위로해 주시고 어떤 때에 친히 위로해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당신 독생 성자와 안위하시는 성령과 더불어 세세(世世)에 당신을 찬미하고 끝없이 당신의 영광을 노래하리이다. 오! 주 하느님이여, 나를 사랑하시는 거룩하신 분이여, 당신이 내 마음에 이르시게 되면 나의 모든 내장(內臟)은 즐겨 뛰리이다. "주님은 나의 영광, 내 마음의 기쁨, 나의 희망, 어려움을 당할 적마다 나의 피난처"(시편 3,3; 119,11; 59,16)로소이다.

2. 그러나 나는 아직도 사랑에 연약한 자요, 덕행이 변변치 못한 자이오니, 주의 격려를 받고 주의 위로를 받을 필요를 느끼나이다. 그러므로 나를 자주 찾아 주시고 거룩한 훈계로써 나를 지도해 주소서. 악한 사욕에서 나를 구해 주시고 내 마음의 모든 절제 없는 정을 없애 주소서. 그리하여 내 안의 병을 고치고 나를 조촐케 하시어 사랑할 자격을 얻고, 괴로움 당하는 데 용맹하고, 시작할 일에 항구하게 해 주소서.

3. 주의 말씀: 사랑이란 위대한 것이요, 극히 좋은 보배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 짐이 가벼워지고 모든 고르지 않은 것도 고르게 되어 잘 참게 된다. 사랑은 짐을 무게 없이 지게 하고 쓴 것을 달고 맛있게 만든다. 예수의 고귀한 사랑은 위대한 일을 하고 일을 항상 더 완전히 하기를 사모하게 한다. 사랑은 위로 오르려 하고 세상의 무엇에 잡히려 하지 않는다. 사랑은 자유스러우려 하고 세상 일에 도무지 정을 들이지 않는다. 그는 안으로 자기를 살피는 일에 장애가 될까, 세상의 무슨 편익으로 인하여 거리낌을 당할까, 무슨 괴로움을 좀 당한다고 탈락할까 염려한다. 사랑보다 더 유쾌한 것이 없고 더 힘있는 것이 없고 더 고상하고 더 관대한 것도 없고 더 재미있고 더 원만한 것도 없고 하늘과 땅에 더 좋은 것도 없으니, 사랑은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요, 조물에는 만족을 누리지 못하고 하느님께만 안정하여 있는 까닭이다.

4. 사랑이 있는 자는 날아가고 달음질하고 즐거워하며, 자유스럽고 또 거리낌에 붙잡히지 않는다. 모든 것을 위하여 모든 것을 주고 모든 일에 모든 것을 얻으니 모든 선이 흘러나오는 지존하신 분에게 모든 것을 초월하여 고요히 잠겨 있는 까닭이다. 사랑은 예물의 가치를 초월하여 고요히 잠겨 있는 까닭이다. 사랑은 예물의 가치를 헤아리지 않고 모든 좋은 것을 초월하여 주시는 분을 향한다. 사랑은 가끔 한계(限界)를 모르고 모든 계량을 넘쳐 이루어진다. 사랑은 짐을 져도 무게를 모르고 수고를 헤아리지 않고, 자기 힘에 넘치는 것도 하려 하고, 할 수 없다는 핑계를 안하니 못할 것이 없고, 가하지 않은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이 무슨 일에든지 적당하고, 무슨 의무든지 다채우고 사랑이 없는 사람이 기진 하여 넘어지는 그러한 일에도 좋은 결과를 낸다.

5. 사랑은 깨어 있고, 자면서도 숙면은 안한다. 곤하여도 게으르지 않고 무서운 일을 보아도 요동치 않고, 오직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같이 위로 솟아오르며 무사히 지나간다. 누구든지 사랑이 있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들을 것이다. 하느님께 말하기를 "내 주시여, 내 사랑이시여, 당신이 완전히 내 것이요, 내가 완전히 당신의 것"이라고 하는 영혼의 뜨거운 사랑이 하느님의 귀를 크게 올리는 소리이다.

6. 제자의말(하느님의 사랑을 청하는 기도): 내 사랑의 품을 넓혀 주사. 내 마음의 입으로써 사랑에 맛들이고 또 사랑에 녹고 사랑에 목욕하게 하여 주소서. 크나큰 열정과 경이로써 나 자신을 초탈하고 사랑에 잡히게 하여 주소서. 사랑의 노래를 내가 부르면서 나의 사랑하는 주님을 높은 곳까지 따르려 하며,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고 사랑의 노래를 읊음으로써 맞도록 하소서. 나는 주님을 나보다 더 사랑하려 하며, 나 자신은 주님을 위하여만 사랑하려 하고, 주님을 진실히 사랑하는 모든 일을 주님 안에서만 사랑하려 하나이다. 이렇게 함은 주께로부터 발원(發源)하는 계명이 명하는 까닭이로소이다.

7. 사랑은 신속하고 참다우며, 또 경건하고 쾌활하며, 온화하고 용감하며, 인내성이 있고, 성실하고 지혜로우며, 너그럽고 사내다우며 자기를 찾지 않는다. 누구든지 자기를 찾게 되면 그는 벌써 사랑에서 멀리 떨어지는 사람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두루 살피고 겸손하고 정직하며, 또 유익함이 없고, 경솔함이 없고, 헛된 일에 관심하는 바 없고, 담박하고 정결하며 한 번 세운 뜻을 바꾸지 않고, 고요하고, 모든 오관을 다 지킨다. 사랑은 웃어른에게 순명하며 지배를 잘 받고, 자기를 천히 보고 얕보고 하느님께 대하여는 신심 있고 은혜를 갚으려 하고 하느님을 사랑할 것이 안날 지라도 괴로움이 없이는 사랑의 생활을 할 수가 없음을 아는 만큼, 항상 하느님만 믿고 바란다.

8. 모든 것을 참아 나갈 준비가 없고, 사랑하는 이의 뜻을 따를 준비가 없다면, 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이 마땅치 않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험하고 어려운 것을 다 달갑게 받아야 되고, 무슨 역경을 당하든지 그를 떠나서는 안 된다.

제6장 사랑하는 이를 시험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아직도 용감하고 지혜로운 사랑하는 자가 못 되었다.
제자의 말: 주여, 왜 그러하옵니까?
주의 말씀: 그는 다름 아니라. 네가 조그마한 역경을 당하여도 시작한 바를 그치고 위로를 찾는 데 너무 열중하는 까닭이다. 용감히 사랑하는 사람은 시련을 당하여도 굳게 서 있고 원수에 간교한 꾐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순경을 당할 때에 나를 좋아함같이 또 역경을 당할 때에도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2. 지혜로운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가 주는 예물을 헤아리지 않고 그 주는 이의 사랑을 헤아린다. 겉에 드러나는 것보다 그 속의 정을 헤아리며 어떠한 예물이든지 사랑하는 이만 못하게 여긴다. 고상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예물에 만족치 않고 나에 대한 정이나 내 성인들에 대한 정이 네 뜻대로 느껴지지 못한다고 모든 것에 다 실패한 줄로 생각지 말아라. 현존해 있는 결과요, 천국에 낙을 미리 좀 맛보이지만, 그러한 정은 오다가 가니 그것에 너무 마음을 붙이지 말 것이다. 마음에 악한 정이 일어나는 것을 물리치고 악마의 유인을 경멸하여 물리친다면 이는 덕행이 있고 큰 공로를 세운 증거일 것이다.

3. 그러므로 너는 무슨 일에 대해서든지 환상이 난다고 번민하지 말아라. 용감히 세운 뜻을 따르고 하느님께 바른 지향을 두어라. 혹시 갑자기 탈혼 상태에 이를 만큼 나의 위로를 받다가 즉시 네 마음의 본처지로 돌아가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속은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은 네가 한다는 것보다 네가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네가 그런 생각을 합당치 않게 생각하고 없애려 힘쓰는 그만큼 공로가 되는 것이요, 무슨 실패가 아니다.

4. 예로부터 원수인 마귀는 전혀 네 마음에서 선에 대한 원을 없애려 힘쓰며 모든 신심적 수업의 정신을 없애려 도모하였다. 즉 성인들을 공경하는 정이나 나의 수난을 기억하는 정성이나 범죄한 것을 원통하게 생각하는 일과 자신의 마음을 지켜 나가는 일과 덕행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려는 뜻을 없애고자 애쓴다. 마귀가 좋지 못한 생각을 많이 일으켜 네 마음에 불안과 염증을 끼치고 기도의 정신을 빼 버리고 성서 읽을 마음을 없애려 한다. 겸손 되이 고해 성사를 받는 것을 몹시 싫게 만들고 또 할 수 있으면 영성체를 안하게 한다. 마귀가 자주 네게 올가미를 쳐 속이려 할지라도 그를 믿지 말고 또 그를 상관치도 말아라. 나쁘고 부정한 생각이 들거든 이것을 마귀에게 돌리고 다음과 같이 말하라.... 가련하고 부정한 신아, 가라. 너는 이런 것을 내 귀에 들리게 하니 참으로 퍽 부정하다. 고약한 유인자야, 내게서 물러가라. 내게는 네가 간섭할 것이 도무지 없다. 예수께서 용맹한 전사같이 나와 함께 계실 것이니, 너는 부끄럽게 서 있을 것이다. 너의 말에 동의하는 것보다는 죽기가 원이요, 모든 형벌을 당하기가 원이다. 입을 봉하고 가만히 있어라. 아무리 네가 나를 괴롭게 하여도 다시는 네 말을 안 들을 것이다. "야훼께서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오"(시편 27, 3). "내 바위 내 구원자이신 야훼여 내 생각과 내 말이 언제나 당신 마음에 들게 하소서"(시편 19,14).

5. 충성된 군사와 같이 싸워라. 그러다가 혹시 연약한 마음에 떨어지는 때 있더라도 용기를 전보다 배가하고 나의 더 많은 은총에 의지하여 다시 일어나라. 그리고 항상 특히 헛된 자만과 교오한 마음을 주의하라. 이로써 그르치는 사람이 많고 거의 고칠 수 없는 소경이 된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러한 교오한 사람들과 미련하게 자기 힘을 믿어 오던 사람들의 무서운 실패가 네게는 경계가 되어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가지도록 힘써라.

제7장 은총을 겸손으로 감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 신심의 은총을 감추고 그런 은총을 받았다고 자만치 말며 그런 일을 가지고 말을 많이 말며 또 너무 과장하여 훌륭하게 생각지도 말고, 도리어 너 자신을 천히 보고, 네가 그런 은혜를 받은 것이 부당한 줄로 생각하여 두려워하라. 이렇게 하는 것이 네게 더 유익하고 더 완전한 것이다. 네 마음에 느끼는 그러한 감정을 너무 믿지 말아라. 이는 오래지 않아 아주 반대되는 정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은총이 있을 때에는 은총이 없으며 얼마나 불쌍하고 궁하게 되는지 생각해 보라. 네가 은총이 있어 위로를 받는다고 영신적 생활이 진보하는 것이 아니요, 위로 없이 지내게 되는 때라도 겸손과 극기를 다하여 참고 신공범절에 게으르지 않고 보통 행하여 오는 일과를 궐하지 않음에 특히 영혼의 진보가 있다. 네가 아는 대로 네가 할 수 있는 데로 네 힘이 자라는 대로 무엇이나 잘 행하라. 마음이 건조하고 괴롭다고 네 할 일을 소홀히 하지 말아라.

2. 많은 이가 자기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으면 즉시 참지 못하고 혹 게을러진다. 인생 행로는 항상 사람의 권한에 있지는 않다. 다만 하느님께서는 그 거룩하신 뜻대로 주시고 위로하시니, 그 원하시는 때에 그 원하시는 정도로 그 원하시는 사람에게 당신께 합한 대로 하시고 더는 하시지 않는다. 어떤 이는 경솔하기 때문에 신심이 좀 있다고 자기 힘이 부족함을 헤아리지 않고 힘에 넘치는 일을 하다가 실패하였다. 바른 이치를 따르지 않고 다만 마음의 정을 믿었으므로 실패하였다. 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보다 분수 없이 더 하려다가 급히 은총을 잃었다. 그들은 하늘에 자리를 두었더니 자신이 힘이 없음과 천한 지위를 깨닫게 되었다. 이는 자신의 힘이 없고 궁핍함을 알게 되면 제 날개를 가지고 날지 못할 줄 깨닫게 함이요, 내 깃 밑에 안겨 날아야 된다는 것을 알게 하려 함이다. 아직도 주의 길을 밟는 데 익숙치 못하고 능하지도 못한 사람은 지혜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 나아가지 않으면 속기 쉽고 상하기가 쉽다.

3. 누구든지 다른 사람들의 경험한 바를 다 믿으려 하지 않고 자기 주견만을 따르고자 하면 그 장래가 몹시 위태하리라. 그 생각을 고칠 마음이 끝까지 없다면 그 장래가 몹시 위험하리라. 자기가 스스로 지혜로운 줄 생각하는 사람은 흔히 남의 지도를 겸손 되이 받기를 몹시 꺼린다. 지식의 보배를 많이 가졌다고 헛된 자만을 하는 사람보다는, 아는 것은 별로 없어도 마음이 겸손하여 자기를 천히 보는 것이 더 낫다. 네가 무엇을 많이 가져 교오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적게 가지는 것이 낫다. 전에 자기의 궁하던 처지를 생각지 못하고 은총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이 지나치게 즐거워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일이다. 또, 어떠한 역경을 당하든지 어려운 일을 만나게 되면 너무 실망하는 기분이 있어 나를 의뢰하는 마음이 분수없이 줄어들고 나를 믿는 마음이 부족하게 되는데 이것도 역시 덕성스러운 일이라 할 수 없다.

4. 평화를 누릴 때 너무 안심하고 있는 사람은 싸움이 일어날 때에는 자주 너무 실망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네가 항상 겸손하고 너를 미소한 자로 여기며 또 네 생각을 잘 조절하고 지배할 줄을 알 면 그렇게 쉽게 위험을 당할 리가 없고 상처를 받을 리가 없을 것이다. 마음에 열심히 날 때에 신광이 없어지게 되면 어떠할까 하는 일을 생각해 두는 것은 지혜로은 생각이다. 만일 그대로 신광이 없어지게 되더라도 다시 돌아올 때기 있으리라. 그 신광을 잠깐 없게 한 것은 네게는 주의를 일으키기 위함이요, 내게는 영광이 되기 위함에 지니지 않는 줄을 생각하라.

5. 네 뜻대로 항상 잘 되어 나가는 것이 유익하지 않고, 자주 이런 시험이 있는 것이 네게 더 유익하다. 무슨 묵시를 받거나 신락이 많거나 성서를 잘 깨닫거나 무슨 높은 지위에 있는 것으로써 공로의 가치를 헤아릴 바 아니요, 참된 겸손에 뿌리를 박고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하며 항상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만을 찾고 자기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여 참으로 천히 보며 남한테도 찬사를 듣는 것보다 천대를 받고 변변치 않게 여김을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써 공로의 가치를 헤아릴 것이다.

제8장 하느님 앞에 자기를 천히 생각함

1. 제자의 말: "티끌이나 재만도 못한 주제에 감히 아룁니다"(창세 18,27). 내가 과연 먼지보다 재보다 더 크게 나를 헤아리게 되면 주님은 즉시 나의 이런 생각의 잘못을 밝혀 주시고 그리고 내 죄악도 이 사실의 참된 증거가 되어 나서리니 그러면 나는 반대할 도리가 없겠나이다. 내가 나 자신을 천히 보고 허무한 것같이 보며 또 나를 도무지 위하는 마음이 없고 나를 먼지와 같이 보아야 비로소 주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은총을 내려 주실 것이요, 내 마음에 광명을 내려 주실 것이옵니다. 그 때는 나를 위하는 생각이 비록 묻혀 버릴 것이옵니다. 그런 지위에 있게 되면 주께서는 내게 현재의 나의 처지가 어떠하며 전에는 어떠하였으며 어떤 처지에서 지금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리니, 즉시 용기를 얻고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겠나이다. 나는 나 자신의 무게로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가는데도 이렇게 갑자기 올라가게 되고 자애롭게도 주께서 나를 품어 주시는 것은 과연 이상한 일이 아니옵니까?

2. 이는 당신 사랑의 작용이오니, 내가 잘한 것이 없어도 나를 찾아 주시는 것이나. 여러 가지 긴급한 사정에 돌보아 주시는 것이나. 큰 위험에서 나를 보호해 주시는 것이나 또 실상 말하자면 그 무수한 재앙에서 나를 구원해 주시는 것은 과연 주님의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옵니까? 내가 나를 잘못 사랑함으로 나를 잃었더니, 내가 당신 하나만 찾고 당신만 순전히 사랑함으로 나도 얻고 당신도 겸하여 얻었사오며 그 사랑으로 말미암아 나를 더 허무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나이다. 오! 극히 선하신 분이여, 당신이 내게 하시는 일은 다 나의 공로를 초월하는 것이오며, 당신은 내가 감히 바라지도 못하고 구하지도 못하는 것을 주시나이다.

3. 내 주여, 찬미를 받으소서. 나는 무슨 은혜를 받기에 부당하오나 당신은 고상하시고 한없이 착하시므로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항상 많은 은혜를 베푸시고 당신을 싫다고 멀리 달아나는 사람 들도 돌보아주시니 당신은 찬미를 받으심이 마땅하도소이다. 우리를 돌이켜 당신께로 향하게 하시고, 은혜를 갚고 겸손하고 신심 있게 하소서. 우리의 생명은 당신이요, 우리의 힘과 용맹도 당신 밖에 없나이다.

제9장 모든 것을 최종 목적인 하느님께 돌림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참으로 복되려면, 내가 너희 제일 높고 제일 마지막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뜻을 두게 되면 자주 너와 조물을 나쁜 데로 기울어지게 하는 정이 조찰 하여지리라. 만일 네가 무슨 일에 너를 찾는다면 그 즉시 너는 쇠약하여질 것이요, 메마르게 될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준 이는 주님 밖에 다시없으니 모든 것을 제일 먼저 내게로 돌려라. 이렇게 모든 것이 무한한 선으로부터 옴을 생각하고 따라서 모든 것을 그 근본인 내게로 돌릴 것이다.

2. 작은 자나 큰 자나, 가난한 자나 부자나 다 마치 신선한 샘에서와 같이 내게서 생명의 물을 마신다. 또한 나를 즐겨 또 자유로이 섬기는 사람은 은총 위에 은총을 받으리라. 나를 떠나 다른데서 무슨 영광을 취하려는 사람은, 또 무슨 사사로운 선악에서 낙을 취하려는 사람은 참즐거움을 항구히 못 누릴 것이요, 그 마음에 즐거움이 충만치 못할 것이요, 많은 거리낌을 당하고 여러 가지 역경을 만날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무엇이든지 좋은 것을 네게 돌리지 말고 또 무슨 덕을 어떤 사람에게 돌리지도 말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돌려라. 하느님 없이는 사람이 무엇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주었으니 모든 것을 다 다시 가지려 하며 내게 감사하기를 엄히 요구한다.

3. 이는 헛된 영광을 물리치는 진리다. 천상적 은총과 참다운 사랑이 들어간 그곳에는 아무런 시기나 마음의 좁음이 없을 것이요, 사사로운 애정이 그 마음을 점령치 않을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고 영혼의 모든 힘을 긴장시킨다. 네가 옳게 생각한다면 나 하나로 말미암아서 밖에서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요, 나 하나밖에는 희망도 두지 않을 것이다. 이는 "선하신 분은 하느님 한 분뿐"(루가 18,19)이기 때문이다. 그분은 홀로 모든 것 위에 찬미받으실 분이시오, 모든 일에 존경받으실 분이시다.

제10장 세속을 떠나 하느님을 섬기는 취미

1. 제자의 말: 주여, 이제 내가 다시 침묵을 깨뜨려 말씀을 드리고자 하나이다. 극히 높은 곳에 계시는 나의 하느님이시여, 나의 주시여, 나의 왕이신 주의 귀에 내 말씀을 올리고자 하나이다. "당신을 경외하는 자들을 위하여 간직하신 그 복을 당신께 피신한 사람에게 사람들 보는 앞에서 베푸십니다"(시편 31,19). 그러나 당신을 사랑하는 자, 당신을 전심으로 섬기는 자에게는 또 얼마나 선하시나이까? 당신을 사랑하는 자들에게 내려 주시는 신묘한 관상의 취미는 참으로 말로써 그려 낼 수 없이 좋사옵니다. 특히 당신이 내게 사랑의 표를 드러내 주신 것은 나를 없는 데로부터 조성하여 있게 하시고 당신을 떠나 멀리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나를 다시 이끄사 당신을 섬기게 하시고 당신을 사랑하라 명하신 것이옵니다.

2. 오! 끝없는 사랑의 근원이시여, 당신께 대하여 무슨 말을 하오리이까? 어찌 내가 쇠진하여 망하였을 때도 나를 생각해 주신 당신을 잊으리이까" 당신은 당신 종에 대하여 모든 희망밖에 인자를 베푸시고 모든 공로에 넘게 은총과 사랑을 베푸셨나이다. 이 은총을 어떻게 갚아야 옳으리이까? 모든 것을 버리고 세속을 떠나 수도 생활을 하게 되는 이러한 은총은 모든 이가 받는 것이 아니옵니다. 어느 조물이거나 당신을 섬길 의무가 있사오니 내가 당신을 섬기는 것이 무슨 장한 일이 되겠나이까? 나는 과연 당신을 섬기는 것을 장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나이다. 도리어 이렇게 가난하고 부당한 자를 종으로 삼아 주시고 당신 사랑하는 종들 중의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시니 이것을 내가 찬미하여야 마땅할 것이요, 크게 생각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3. 내게 있는 모든 것이나 또 당신을 섬기는 데 쓰는 모든 것이 다 당신의 것이 아니옵니까? 그러나 순서는 바뀌어서, 내가 당신을 섬기는 것보다 당신이 나를 섬기나이다. 사람을 돕기 위하여 당신이 만드신 하늘과 땅은, 당신 면전에 있어 당신이 명하시는 그 모든 것을 매일 이행하고 있나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은혜를 베푸셨으니 천사들에게까지 명하시어 사람에게 시중들게 하셨나이다. 이것보다 기막힌 것은 당신이 사람을 섬기시고, 당신을 사람에게 주실 약속을 하신 것이나이다.

4. 이런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은혜를 무엇으로써 갚으리이까? 어떻게 하면 나는 나의 일생을 두고 매일같이 당신을 섬길 수 있으리이까?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마땅히 당신을 섬길 수 있으리이까? 참으로 누구나 다 당신을 섬겨야 옳고 당신을 찬미하여야 옳으며, 당신을 영원히 존경하여야 옳겠나이다. 당신은 참으로 내 주시오, 나는 당신의 불쌍한 종이오니, 나의 모든 힘을 다하여 당신을 섬길 의무가 있고 당신을 찬미함에 한 번이라도 게을러서는 안되겠나이다. 내가 이것을 원하고, 내가 이렇게 되기를 사모하오니, 나의 부족한 모든 것은 당신이 채워 주소서.

5. 당신을 섬기고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천히 보는 것은 큰 영광이요, 큰 명예로소이다. 당신을 섬기는 이 거룩한 일에 스스로 즐겨 자기를 굽히는 사람은 막대한 은총을 받을 것이옵니다. 당신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모든 육체의 낙을 희생하는 사람은 성령이 주시는 극히 마음에 드는 위로를 누릴 것이옵니다. 당신 거룩한 이름을 위하여 험한 길을 자신하여 걷고 모든 세상의 걱정을 상관치 않는 사람은 마음에 큰 자유를 얻겠나이다.

6. 오! 하느님을 섬김은 그 얼마나 마음에 드는 일이며 기꺼운 일이겠나이까? 이로써 사람이 참으로 자유로워지고 거룩하여지나이다. 오! 오로지 당신을 섬기는 데 힘쓰는 거룩한 수도 생활이여, 사람을 천사와 같이 만들고, 하느님께 의합하도록 해주고 마귀에게는 무섭게 뵈게 하여 주고 모든 교우들에게는 교훈이 될 만큼 해주는 거룩한 생활이여! 오! 항상 품에 안고 항상 원함직한 주님을 섬기는 일이여! 이로써 가장 고귀한 선을 얻게 되고 끝없이 누릴 즐거움을 얻게 되나이다.

제11장 마음에 일어나는 원을 살펴 조절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아직도 네가 모르는 것이 많으니 다 배워야 한다.

2. 제자의 말: 주여, 그것이 무엇이오니까?

3. 주의 말씀: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오로지 나의 원의를 따라 두어야 할 것이요,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나의 원의를 채우는 데 힘써라. 자주 네가 무슨 원이 있어 맹렬히 너를 이끌 때가 있을 터이니, 그 때는 자세히 살펴 이 원의가 나의 영광을 위하여 일어난 것인지, 혹 오히려 네 편의를 위하여 일어난 것인지 보라. 그 원의가 나에 관한 것이면 내가 어떻게 배치하든지 네가 만족해 할 것이요, 만일 네 편의를 보아 된 것이라면 이는 네게 방해가 될 것이요, 괴로움이 될 것이다.

4. 그러므로 네가 무슨 원의를 품은 것이 있더라도, 내게 먼저 묻지 않고는 너무 거기다 미쁨을 두지 말아라. 처음에 네가 좋아서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한 것이 후에 네가 후회하게 되고 네 뜻에 맞지 않을까 두렵다. 무엇이 뜻에 맞는다고 즉시 좋은 것이 아니요, 무엇이 뜻에 맞지 않는다고 즉시 피할 것도 아니다. 무슨 좋은 일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나 무슨 좋은 원에 있어서나 어떤 때 얼마큼 제재함이 좋다. 혹시 정신이 태만함으로 분심이 생길까, 혹 분수 없이 하다가 남에게 악한 표양이 될까, 혹 다른 사람이 반대하여 네가 갑자기 산란해지고 실패할까 하는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5. 때로는 육정의 욕구를 누르고 육신의 사욕의 싫고 좋아하는 것도 관계치 않고 도리어 육정을 강제로라도 이성에 굴복시키는 대 사내답게 힘 쓸 것이다. 육정이 모든 일에서 이성에 굴복하는 그때까지 사소한 것으로써 만족할 줄을 알고 순박한 것을 즐겨 하며 제게 무엇이 맞지 않는 것이 있다고 원망을 발하지 않을 그 때까지 책찍질하고 종과같이 다스려야 한다.

제12장 참는 마음을 단련시킴과 사욕을 거슬러 싸움

1. 제자의 말: 주 하느님이여, 내가 보기에 참는 덕이 내게 매우 필요할 줄로 아오니 이 세상을 살아 나가는 데는 거리끼는 일을 많이 당하게 됨을 알았나이다. 내가 아무리 처리하여 평화를 잘 보존하려 하여도 나의 생활은 싸움과 괴로움이 없이는 있을 수가 없는 것 같사옵니다.

2. 주의 말씀: 아들아, 과연 그렇다. 내가 네게 원하는 것은 시련도 없고 거리낌도 없는 그러한 평화를 찾음이 아니다. 도리어 네가 여러 가지 괴로움으로 단련되고 많은 거리낌는 일로 단련될 때에도 네가 평화를 잃지 않을 줄로 생각하여야 한다. 네가 괴로움을 많이 참을 수 없다 하면 연옥에 가서는 어떻게 그 불을 참겠느냐? 두 자기 재앙이 있으면 둘중에 가벼운 것을 가리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장래에 영원한 벌을 면하려거든 현세의 여러 가지 괴로움을 하느님을 위하여 태연히 참는 법을 배워라. 너는 이 세속 사람들은 괴로움이 없는 줄러 생각하느냐? 아무리 호화스러운 사람을 만나 보아도 그렇지 못할 것이다.

3. 그러나 너는 말하기를 그 사람들은 많은 쾌락이 있고 자기 뜻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니 여간 고통이 있다 하여도 가볍게 여긴다고 하리라. 그것은 그렇다 하자.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다 얻는다고 하자. 그렇다고 네 생각에는 그것이 얼마나 계속될 줄 믿느냐? "야훼를 등진 악인들은 목장을 덮었던 풀처럼 시들고 연기처럼 사라지리라"(시편 37,20). 지나간 즐거움은 자취도 남지 않을 것이다. 또 세상에 살아 즐거움을 누리는 동안이라 할지라도 고통이 없고 염증이 없이 또는 두려움이 없이 편히 있을 때가 없다. 사람이 괘악을 누리를 바로 거기서 흔히 고통을 당하여 벌을 받는다. 이는 마땅한 일이니 저들이 부질없이 즐거움을 찾고 그 쾌락을 따르므로 부끄로움과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4. 오! 모든 쾌락은 얼마나 짧으며 헛되며 얼마나 부질없으며 얼마나 더러우냐? 그렇지만 그것에 취하고 눈이 멀어 그런 줄을 깨닫지 못하고 마치 이성이 없는 동물과 같이 썩어 없어질 생활의 작은 쾌락을 도모하려고 영혼의 죽음을 당한다. 아들아, 그러니까 "네 정욕을 따라가지 말고네 욕망을 억제하여라"(집회 18,30). "네 즐거움을 야훼에게서 찾아라. 네 마음의 소원을 들어주시리라"(시편 37,4).

5. 네가 참으로 즐거움을 누리려 하고 나의 위로를 풍족히 누리려거든, 새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저급한 쾌학을 없애라. 그러면 축복이 내릴 것이요, 위로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네가 조물의 위로를 배척할수록 그만큼 내 안에서 마음에 들고 힘이 있는 위로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처지에 이르자면 처음에는 반드시 어떤 종류의 근심이 없지 못할 것이요, 싸우는 수고도 없지 못할 것이다. 습관을 기름으로 이를 이긴다. 육체는 원망하겠지만 영신의 열심히 육정을 제어하리라. 옛 뱀 마귀는 너를 충동하여 괴롭게 하겠지만, 기도함으로써 그를 물리치고 그리고 유익한 일을 부지런히 함으로써 원수의 공격을 막으리라.

제13장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겸손되이 순명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순명하기를 피하는 것이 은총을 피하는 것이다. 또 사사로운 것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은 공동의 것을 잃어버린다. 제 으뜸에게 순명하기를 꺼리고 또 좋아하지 않는 것은 그 육체가 완전히 순종하지 않는 증거이며 자주 반항하고 거스르는 표다. 그러니 네가 육체를 굴복시킬 마음이 있거든 부지런히 네 으뜸에게 순명하는 법을 배워라. 네 안에서 되는 일이 타락이되지 않는다면 바깥 원수를 손쉽게 이길 것이다. 영신과 타협할 줄 모르는 너 자신이 다른 무슨 원수보다도 네 영혼에 대하여 더 몹쓸 원수요, 더 성가신 원수다. 살과 피를 거슬러 싸워 이길 마음이 있으면 반드시 너 자신을 천히 보는 것이 옳은 줄로 생각해야 한다.

2. 아직도 네가 너 자신을 절제 없이 사랑하는 관계로 남의 뜻을 맞추어 네 뜻을 희생하기를 어려워한다. 나는 허무에서 모든 것을 만든 전능하고 한없이 높은 하느님으로서 너를 위하여 겸손되이 굴복하였거늘, 먼지요 아무 것도 아닌 네가 하느님을 위하는 뜻으로 사람에게 굴복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어려우냐? 나의 겸손으로 네가 네 교오를 이기게 하기 위하여 나는 모든 이 가운데 제일 천하고 제일 낮은 이가 되었다. 먼지야, 복종하는 법을 배워라. 흙아, 또 이토(泥土)야, 너를 천히 보고 모든 이 앞에 굽히는 법을 배워라. 네 뜻을 꺾고 또 모든 이에게 완전히 굴복하기를 배워라.

3. 너를 거슬러 분개하여 일어나고, 조금만이라도 교오한 마음이 네 안에 남아 있기를 허락치 말아라. 그리고 모든 사람이 네 위에 지나가고 길거리에 밟히는 흙과같이 너를 밟을 만큼 너를 낮추고 너를 작게 보아라. 아주 쓸데없는 사람아, 네가 무엇 때문에 그리 불평을 말하느냐? 더러운 죄인아, 너를 책망하는 자들에게 네가 반대할 것이 무엇이냐? 하느님께 이처럼 득죄하고 가끔 지옥벌에 해당하게 되었구나! 그러나 네 영혼이 내게 귀여워 나의 눈이 너를 용서해 주었으니 이는 네가 나의 사랑을 알고 항상 나의 은혜를 아는자 되기 위함이고 또 네가 진정으로 너를 굴복시키고 참다운 겸손을 항상 좇기 위함이요, 또 너를 스스로 업신여김을 잘 참아 나가기 위함이다.

제14장 선행을 하였다고 교오할까 하느님의 은밀한 심판을 살핌

1. 제자의 말: 내게 당신 판결의 언도를 우레와같이 내리시니, 무섭고 두려워 내 모든 뼈가 울리고 내 영혼이 몹시 놀라나이다. 주님 대전에는 하늘도 깨끗치 못함을 생각하오니, 놀라 서 있나이다. 당신은 천사 가운데도 죄악을 찾아내어 용서 없이 벌하셨거든 내게 대하여서는 어떻게 되리이까? 하늘의 별도 떨어졌거든 먼지 같은 나로서 주제넘게 생각할수 있겠나이까? 훌륭한 일을 하는 것같이 뵈던 자들이 깊은 구렁으로 떨어졌고 천사의 면병을 먹던 자들이 돼지가 먹는 깍지를 즐겨 먹는 것을 내가 보았나이다.

2. 그러하오니 주여, 당신이 도우시는 손을 거두시면 성덕이라 할 것이 도무지 없겠나이다. 당신이 지배하여 주시기를 그치시면 지혜라 할 것이 없겠나이다. 당신이 보존하여 주시지 않으면 아무 용기도 남아 있지 않겠나이다. 당신의 보호가 없으면 전혀 정덕을 위험 없이 닦아 나갈 수도 없겠나이다. 당신이 거룩히 보살펴 주시지 않으시면 아무리 우리가 지킨다 하여도 무익하리이다. 당신이 우리를 버리시면 빠져 망할 것이며, 당신이 우리를 찾아 주시면 일어나 살겠나이다. 우리가 항구히 서 있지 못하지만 당신의 힘을 빌리면 견고하여지며 우리가 게을러지지만 당신이 도우시면 열렬하여지나이다.

3. 오! 나는 나를 얼마 천히 보아야 하고, 얼마나 낮게 생각하여야 하겠나이까! 무슨 좋은 것이 있다 할지라도 얼마나 이것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야 되겠나이까? 허무 외에는 다른 무엇이 없사오니, 주여 당신의 심연(深淵)같은 심판 아래 얼마나 깊이 순복하여야 하오리이까? 오! 헤아릴 수 없는 무게, 오! 헤엄쳐 건너갈 수 없는 바다! 그 안에는 허무 외에 아무 것도 내 것이 없나이다. 그러하오니 어디 스스로 영광을 취할 데가 있겠나이까? 내 위에 내리시는 당신 깊은 심판 속에 내 모든 헛된 영광은 사라졌나이다.

4. 당신 대전에 사람이란 그 무엇이옵니까? "진흙이 어찌 저를 만든 자를 거슬러 스스로 영광을 취하겠나이까." 참으로 하느님께 복종할 마음이 있는 자라면 어찌 헛된 말로써 교오를 발할 수 있겠나이까? 진리의 명을 일심으로 듣는 사람은 온 세상이 떠들어도 교오치 않을 것이요, 모든 희망을 하느님께만 둔 사람은 모든 사람이 찬미한다 해도 움직이지 않으리이다. 말을 하는 그 사람들 역시 누구나 다 같은 허무이고, 그 말의 음파(音波)와 같이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옵니다. "그분의 진실하심 영원하시다"(시편 117,2).

제15장 모든 사모하는 일에 취할 방법

1. 주의 말씀: 아들아, 모든 일에 있어서 다음과 같이 말하라. "주여, 이것이 당신께 의합하면 이렇게 되어지이다." "주여, 이것이 당신의 영광이라면 당신의 이름으로 되어지이다." "주여, 이것이 내게 좋다고 보시고 유익하다고 아시거든 당신 영광을 위하여 이것을 내게 주소서." "만일 내게 해롭다고 보시고 내 영혼을 구하는 데 유익이 없다고 보시거든 이러한 원의를 없애 주소서." 무슨 원이 있어 사람의 생각에 바르고 좋다고 보일지라도 그렇다고 다 성령께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사실 이러저러한 원의가 참으로 착한 신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악한 신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혹은 또 네 생각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무척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착한 신의 지배를 받는 줄로 생각하였다가 나중에는 속은 줄로 깨닫게 되었다.

2.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원함직한 줄로 생각하거든 항상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정과 마음에 겸손을 다하여 원하고 구할 것이며 그리고 특히 네 뜻을 버리고 모든 것을 내게 맡기며 다음과 같이 말하라. "주여, 이 일이 당신이 낫다고 생각하시는 그대로 이렇게나 저렇게나 당신 뜻대로 되어지이다. 당신이 원하시는 그것을 주시고, 뜻에 맞는 그 정도로 주시고, 뜻에 맞는 그 때에 주소서. 당신이 아시는 대로 당신께 더 의합하고 당신 영광에 더 도움이 되는 그대로 내게 행하여 주소서. 당신이 원하시는 그곳에 나를 두어 주시고 모든 일에 나를 마음대로 하여 주소서. 나는 당신의 손안에 있사오니 나를 돌리시고 이리저리 굴리소서. 나는 당신의 종이오니 무엇이든지 순명하려고 준비하고 있나이다. 나는 나를 위해 살고자 하지 않고 당신을 위해서만 살고자 하나이다. 원하오니 타당히 또는 완전히 그렇게 되어지이다."

3. 제자의 말(하느님의 성의가 이루어지기를 위한 기도): 극히 인자하신 예수여, 은총을 내려 주시어 내게 머무르고 나의 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또 끝까지 내게서 떠나지 말게 해주소서. 당신의 뜻에 더 맞고 당신께 의향은 곧 나의 의향이 되며 내 뜻은 항상 잘 맞추게 하여 주소서. 당신과 나 사이에 원하고 원하지 않음이 도무지 하나가 되게 해주시고, 당신이 원하시고 싫어하시는 그것 밖에는 내가 다른 것을 원하거나 싫어할 수 없게 해주소서.

4. 세상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하여 내가 죽게 해주시고, 당신을 위하여 남에게 천대받기를 좋아하고 이 세상에서 남이나를 모르기를 원하게 하여 주소서. 내가 모든 원함직한 것을 지나 당신 안에 안온히 머물게 하시고 내 마음이 당신 안에 평화를 누리게 해주소서. 당신은 마음의 참된 평화시요, 당신은 홀로 하나인 나의 위안(慰安)이시오, 당신 외에는 모든 것이 재미없고 불안스러운 것 뿐이옵니다. "누운즉 마음 편하고 단잠에 잠기오니, 야훼여, 내가 이렇듯 안심하는 것은 다만 당신 덕이옵니다"(시편 4,8). 아멘

제16장 참다운 위로는 하느님께만 구할 것

1. 제자의 말: 내가 무엇이든지 자신의 위로를 보아 원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세상에서 바라지 않고 후세에 바라나이다. 내가 혼자서 세상의 모든 위로를 다 가지고 모든 쾌락을 다 누릴 수 있다 할지라도 이 모든 것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 조금도 의심 없나이다. 그러나 내 영혼아, 아무리 해도 가난한 자들을 위로하시고 겸손한 자들을 거두어 들이시는 하느님 안에서가 아니면 원만한 위로를 누릴 수가 없고 완전히 쉴 수도 없다. 내 영혼아, 조금만 참아라. 하느님이 허락하신 바를 기다려라. 천당에서 만선 만복을 풍성히 누릴 것이다. 너무 과도히 현세의 것을 탐하면 영원한 천상의 것을 잃으리라. 세상 것은 필요히 쓰는 데 네 마음이 그칠 것이요, 영원한 것을 항상 갈망하고 있어라. 너는 현세의 어떠한 선으로도 만족할 수 없으니 이것을 누리기 위하여 네가 조성되지 않은 까닭이다.

2. 모든 조성된 선한 것을 네가 다 가졌다 할지라도 다행하고 복될 수가 없고, 오직 모든 것을 조성하신 하느님 안에 너의 모든 복이 있고 모든 낙이 있다. 세상을 사랑하는 미련한 자들이 무엇이라 하고 어떻다고 찬미한다고 그것이 행복이 아니요, 그리스도의 착한 신자들이 희망하는 그것, 천상적 생활을 하는, 마음이 조촐하고 경건한 영혼들이 어떤 때에 맛보는 것, 그것이 참된 행복이다. 인간의 위로란 그 무엇이나 다 헛되고 다 짧은 것이다. 진리에서 출발한 마음의 위로는 행복이며 또 참다운 것이다. 신심 있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지 자기 위로자이신 예수를 모시고 다니며 이렇게 말한다. 주 예수여, 모든 장소와 모든 시간에 나와 함께 하소서. 인간의 모든 위로를 즐겨 사양하는 그것이 내게 위로가 되게 하여 주소서. 만일 당신의 위로가 없게 되면 그 때는 당신의 뜻이요, 또한 당신이 하시는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없는 위로가 되게하여 주소서. "주님은 끝까지 따지지 아니하시고 앙심을 오래 품지 않으시기"(시편 103,9) 때문입니다.

제17장 모든 걱정을 하느님께 맡김

1. 주의 말씀: 아들아, 내가 네게 행하고자 하는 대로 맡겨 두어라. 나는 네게 무엇이 유익한지 안다. 네 생각은 사람의 생각에 지나지 않고 네가 느끼는 것도 보통 사람의 정에 지나지 않는다.

2.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말씀은 과연 그러하옵니다. 내가 나를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걱정보다 나에 대한 당신의 염려가 더 크옵니다. 자신에 대한 모든 염려를 당신께 맡겨 두지 않는 자는 너무 떨어지기가 쉽사옵니다. 주여, 내 마음이 바르고 당신께 굳이 머물러 있게한 한 후에는 무엇이든지 당신께 의합한 대로 내게 해주소서. 당신이 내게 행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좋지 않을 수가 없겠나이다.

3.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나와 더불어 길을 가려면 이렇게 서 있어야 한다. 즐거운 일을 만날 때나 좋아함과 같이 괴로운 일을 당할 때에도 좋아할 것이다. 모든 일이 원만하고 풍족하게 될 때에 좋아함과 같이 궁하고 가난하게 될 때에도 좋아할 것이다.

4.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이 내게 되기를 원하시는 모든 것은 당신을 위하여 기꺼이 참겠나이다. 좋거나, 싫거나, 달거나, 쓰거나, 즐겁거나, 슬픈 모든 것을 가림 없이 다 당신 손에서 받고자 하오며 내가 당하는 모든 일에 감사하고자 하나이다. 모든 죄악에서 나를 지켜 주시면 지옥이나 죽음이나 두려울 것이 없겠나이다. 나를 영원히 내치지 않으시고 생명의 책에서 내 이름을 지우시지만 않으면 아무리 어떤 괴로움을 당한다 할지라도 해 될 것이 없겠나이다.

제18장 그리스도의 표양을 따라 현세의 곤궁을 즐겨 참음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를 구하기 위하여 나는 하늘에서 내려와 내가 당할 곤욕을 당하였다. 그러나 억지로 당한 것이 아니요, 사랑에 끌려 받았다. 인내하는 불을 네게 가르치고 현세의 곤궁을 원망 없이 참는 법을 가르치기 위하여 참았다. 탄생하는 그 때로부터 십자가 위에서 죽을 때까지 괴로움을 참아 견디지 않은 때가 없었다. 세상 것이 없기 때문에 많은 괴로움을 당하였고 나를 거슬러 원망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고 부끄러움과 욕을 너그러이 받았으며 은혜를 베풀고도 배은(背恩)을 당하고 기적을 행하고도 욕을 먹었으며, 진리를 가르치고도 책망을 들었다.

2.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은 성부의 명을 지킬 뜻으로 일생을 두고 괴로움을 인내로이 받으셨으니, 극히 불쌍한 나 같은 죄인도 당신 성의를 따라 나를 인내로이 참아 견디고 당신이 원하시는 그때까지 내 영생을 위하여 파멸할 이 생명의 짐을 지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현세의 생명은 괴롭다 할지라도 당신 은총으로 말미암아 공로 될 자료가 되오며 당신의 표양과 성인들이 남기고 가신 유적을 따라 연약한 우리도 참아 나갈 수 있고 어둠 없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나이다. 그 외에 천국 문이 닫혀 있고 천국에 가는 길이 애매하고 천국을 찾으려고 힘쓰던 사람들이 매우 적던 옛적 고교(古敎)시대보다 더욱 많은 위로가 있나이다. 또 그 때의 의인과 구원될 사람들도 당신이 수난 하시고 거룩히 죽으시기 전에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였나이다. 오! 당신이 나와 모든 신자들에게 영원한 당신 나라로 인도하는, 바르고 좋은 길을 가르치셨으니, 나는 얼마나 감사하여야 하겠나이까? 당신의 일생은 곧 우리의 길이오니, 거룩히 인내함으로써 우리 영관이신 당신께로 나아갈 수 있겠나이다. 당신이 먼저 가시지 않았다면, 또 가르치시지 않았다면 누가 따라갈 수 있겠나이까? 오호! 당신의 탁월한 표양을 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멀리 뒤떨어져 있겠나이까? 이렇듯 당신의 기적과 교훈을 들어도 아직도 이렇게 게으르온데, 당신을 따르는 데에 그만한 신광(神光)이 없다면 어떻게 되리이까?

제19장 모욕을 참음과 참된 인내의 증거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 말이 무슨 말이냐? 나의 수난과 다른 성인들의 수난을 생각하고 불평하기를 그쳐라. 너는 "죄와 맞서 싸우면서 아직까지 피를 흘린 일은 없다."(히브 12, 4). 많은 수난을 당하고 맹렬한 시련을 받고, 대단히 괴로움을 당하고 여러 가지로 시험을 당하고 단련을 받는 자들에게 너를 비긴다면 네가 당하는 괴로움은 매우 작다. 그러므로 남들이 당하는 보다 큰 괴로움을 자주 생각하여 네가 당하는 작은 괴로움을 잘 참아 나갈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네가 당하는 괴로움이 작다고 생각되지 않거든 이렇게 생각되는 이유가 인내의 부족으로 그렇지나 않은지 살펴보아라. 네가 당하는 괴로움이 작든지 크든지 무엇이든지 다 인내로이 참는 법을 배워라.

2. 네가 괴로움을 당하는 데 인내할 마음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으면 그럴수록 더 지혜롭게 행하는 것이요, 공로도 더 얻을 것이다. 괴로움을 참겠다는 활발한 생각과 또 습관이 있으면 괴로움을 참기가 퍽 쉬워지는 것이다. "나는 이거을 이런 사람에게는 참을 수도 없고 참을 필요도 없으니, 왜냐하면 그는 큰 손해를 내게 끼쳤고 또 내가 이전에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을 나무라는 까닭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기꺼이 참고 또 참아야 되는 정도로 아는대로 참겠다." 이렇게 말하지 말아라. 이는 인내의 덕이 무엇인지 생각지도 않고 또 누구에게 상을 받을지 생각지도 않는 미련한 소견이요, 오로지 자기가 당한 모욕과 그 모욕에 관한 사람만을 생각하는 데서 온다.

3. 자기가 원하는 대로 또 자기 뜻에 맞는 자한테서만 괴로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참다운 인내의 덕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정말 인내하는 덕이 있는 사람은 누구한데 괴로움을 당하든지, 자기 으뜸인지, 동무인지, 아랫사람인지, 착한 사람인지, 성인인지, 악한 사람인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인지 그것을 상관치 않는다. 어떤 조물에서든지 분별없이 아무리 괴로움을 당하고 여러 번 고생 하여도 이 모든 것을 다 하느님의 손에서 감사로이 받고 큰 유익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하느님을 위하여 참는 것이라면 하느님 대전에는 공로가 되지 않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4. 그러므로 너도 승전을 희망하거든, 싸움을 잘 준비하고 있어라. 싸움이 없이는 인내의 영관을 받지 못한다. 괴로움을 참을 마음이 없다는 것은 곧 영관을 사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관을 받고자 하면 용맹히 싸우고 참아 견뎌라. 수고 없이는 안정한 데 이를 수 없고, 싸움 없이는 승전할 수 없다.

5. 제자의 말: 주여, 본성으로 내게 될 수 없는 이것을 당신의 은총으로써 이루어지게 하여 주소서. 주여, 당신이 아시는 바와같이 나는 많이 참을 수 없는 자요, 조그마한 곤란을 당하여도 곧 번민하나이다. 어떠한 괴로움에 시달리든지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위하여 마음 내키고 원함직한 것이 되게 해 주소서. 당신을 위하여 참고 괴로움을 당하는 것은 내 영혼에 매우 유익하옵니다.

제20장 자신의 약함과 현세의 고역

1. 제자의 말: 주여, 나를 거슬러 나의 불의함을 고하고 나의 약점 늘 당신께 말하고자 하나이다. 나는 가끔 조그마한 일을 당해도 번민하고 근심하나이다. 뜻을 정할 때에는 용맹히 행하기도 하지만, 조그마한 시련만 있어도 큰 걱정거리가 되나이다. 흔히 매우 변변치 않은 일에서 큰 유혹이 생기나이다. 아무 유혹이 없어 좀 안정되었다고 생각하면 어느 틈에 조그마한 욕망으로 거의 패하게 됨을 깨닫게 되나이다.

2. 그러므로 주여, 나의 천함을 보시고, 당신이 모든 방면에서 잘 아시는 나의 연약함을 살펴보소서.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내가 빠져 드는 이 수렁에서 건져 주소서"(시편 69,14). 내가 이처럼 약한 것을 볼 때, 자주 마음이 울렁거리고 당신 대전에 부끄러워하나이다. 내가 무슨 시련에 동의(同意)하기까지 이르지는 않지만, 사욕이 이처럼 나를 귀찮게 하여 성가시고 괴롭사오니, 이렇게 날마다 싸움 중에 지내는 것이 매우 어렵사옵니다. 여기에서 나는 연약함을 알았으니 즉 지겨운 여러 가지 환상(幻想)이 항상 더디 물러 가고 쉽게 또다시 들어오는 까닭이옵니다.

3. 극히 용맹하신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시며, 신자들의 영혼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이시여, 원컨대 당신 종의 수고와 고통을 굽어보시고, 어떤 환경에 있든지 모든 일에서 돌보아 주소서. 천상의 용기를 내려 내 힘을 더 주어, 영혼에 아직도 완전히 정복되지 않은 가련한 육체가, 즉 묵은 사람이 다시는 일어나 거스르지 말게 하여 주소서. 이 육체를 거슬러 반드시 이 가련한 생명을 유지하는 동안 싸워야 하나이다. 오! 곤란과 곤궁이 없지 못한 이 현세의 생활은, 모든 것에 올가미가 가득하고 원수가 많은 이 현세의 생활은 그무엇이라 하여야 옳게사옵니까! 한가지 괴로움이니 시련이 물러가면 다른 것이 닥쳐오고, 또 이미 들어온 시련과 싸워 아직도 끝을 못 낸 동안에, 뜻밖에 다른 여러 가지 시련이 들어오나이다.

4. 이렇게 여러 가지 괴로움이 있는 이 생활을, 이렇듯 많은 재앙과 가난에 구속을 받는 이 생활을 어찌 사랑할 수 있나이까? 이러한 여러 가지 죽음과 벼을 낳는 이 생활을 어찌 생명이라고 하겠나이까! 그러나 이 생활을 사랑하는자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생활에서 만족을 구하려 하나이다. 세속이 거짓되고 헛됨을 자주 사람이 깨달으나, 육체의 사욕이 너무 세력을 잡앗으므로 그리 쉽게 세속을 떠나지도 못하나이다. 그러나 그중에는 세속을 사랑케 하는 것도 있지만, 또 세속을 경천히 보게 하는 것도 있나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체의 쾌락과 눈의 괘락을 좇는 것이나 재산을 가지고 자랑하는 것을 아버지께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고 세상에서 나온 것입니다"(1요한 2,16). 세속을 미워하고 세속에 대해 염증을 내게 하는 것은, 그 원욕의 결과가 되는 모든 벌과 괴로움이옵니다.

5. 그러나 슬프게도 세속에 젖은 그 마음은, 나쁜 쾌락에 이끌리고 사욕을 채우는 것을 복락으로 생각하나이다. 이는 하느님의 선하심과 덕의 참된 가치를 깨닫지도 못하고 체험하지도 못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세속을 전혀 천히 보고, 거룩한 규율 아래 하느님을 향해 거룩히 살려고 힘쓰는 자는 모든 쾌락을 참으로 거절하는 자들에게 허락하신 천상적 복락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고, 또 세속은 그 얼마나 심히 그르치고 여러 가지로 속는지 자세히 보게 되나이다.

제21장 모든 선과 모든 은혜를 초월하여 하느님께 평안히 쉼

1. 제자의 말: 내 영혼아, 모든 것을 초월하여 또 모든 일에서 주님 안에 평안히 쉴 것이니, 주님은 성인들의 영원한 안위이신 까닭이다. 지극히 착하시고 지극히 사랑하올 예수여, 모든 조물을 초월하여 당신께만 평안히 쉬게 하여 주소서. 어떠한 건강이든지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든지 다 초월하여, 영광과 명예를 초월하여, 어떠한 권세나 지위를 초월하여 당신 안에만 쉬게 하시고, 모든 학문과 정밀한 연구보다도, 모든 재물과 예술보다도, 모든 환희와 쾌락보다도,모든 평판과 찬미보다도, 모든 낙과 위로보다도, 모든 희망과 약속보다도, 모든 공로와 원의보다도, 당신 안에 쉬게 하여 주소서. 당신이 베풀어 주실 수 있는 모든 은혜와 선물을 초월하여, 정신이 깨달을 수 있고 또 감각할 수 있는 모든 즐거움과 쾌락을 초월하여, 또다시 모든 천사와 대천사를 초월하여, 모든 천상 군대를 초월하여, 또 유형 무형한 모든 것을 초월하여, 마침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이 아닌 그 모든 것을 초월하여 당신께만 쉬게 하여 주소서.

2.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은 모든 것 위에 제일 좋으시고 당신 홀로 전능하시고, 당신 홀로 풍족하시고 완전하시고 당신 홀로 인자하시고 극히 위로하시는 분이시며, 당신 홀로 극히 아름다우시고 극히 사랑스러우신 분이시며, 당신 홀로 모든 것 위에 극히 높으시고 극히 영광스로우시니, 선이라는 것은 무엇이나 당신 안에 항상 완전히 있고, 이전에 있었고 또 이후에도 있겠나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내게 주시지 않고 다른 무엇을 주신다면, 그것은 다 내게 부족하고 내 원을 채워 줄스 없겠사오며, 당신을 뵈옵지 못하고 또 당신은 얻지 못한다면, 당신께 대한 것을 나타내 주시고 혹 허락하신다 할지라도 만족치 못하겠나이다. 내 마음이 모든 은혜와 조물을 초월하여 당신께 쉬지 않으면 참으로 안정하여 있지 못하고 또 모든 방면으로 만족할 수도 없겠나이다.

3. 나의 극히 사랑하는 정배 예수 그리스도여, 극히 정결하신 애자여, 우주 만물의 지배자여, 누가 내게 참된 자유의 날개를 주어, 당신께로 날아가서 당신 안에 쉬게 하리이까? 오! 내 주 하느님이여, 언제나 나는 완전히 자유로이 당신의 사랑스러우심을 보게 되겠나이까? 나는 언제나 완전히 나를 당신께로만 모아서 당신을 사랑하여 나 자신을 잊고 모든 감각과 모든 방법을 초월하여 다는 알지 못하는 그 어떠한 방법으로 당신만을 따르게 되겠나이까? 이제 나는 자주 탄식하여 애통 중에 내 불행을 참나이다. 괴로움이 가득한 이 세상 골짜기에서 많은 악이 나를 엄습하여 나를 자주 혼란케 하고 괴롭히며 또한 어둡게 하고 당신께 자유스러이 나아가서 항상 복된 천사들과 더불어 당신 품에 즐겁게 안기는 데 자주 방해하고 산란케 하며, 유인하고 가로 막나이다. 나의 탄식하는 이 소리를 들으시고 또 이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불행을 보시고 나를 측은히 여겨 주소서.

4. 오! 예수, 영원한 영광의 빛이여, 방랑하는 영혼들의 위로여, 내 입은 당신 대전에 말없이 있고, 나의 침묵은 당신께 말하나이다. 내 주님은 언제까지 오시기를 지체하시려 하나이까? 당신의 가난한 종 내게로 오사 즐겁게 하소서. 당신 손을 펴 모든 괴로움에서 불쌍한 자를 구하소서. 오소서! 오소서! 당신이 없으시면 즐거운 날도 없고 즐거운 시간도 없나이다. 당신 즐거움이 나의 즐거움이니, 당신이 없이는 나의 상(床)이 빈 상이 되나이다. 나는 당신이 오셔서 빛을 내려 나를 다시 일으키시고 자유를 주시며 사랑하는 얼굴을 드러내 보여주실 때까지는, 불쌍하게 감옥에 갇혀 차꼬로 채워진 것 같으리이다.

5. 다른 사람들은 당신 대신으로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찾을지라도, 내 하느님이시오 내 희망이시오 영원한 생명이신 당신밖에는 다른 것이 내 마음에 맞지 아니하오며, 이 후에도 맞지 아니하겠나이다. 당신 은총이 내게 돌아올 때까지, 또 당신이 내게 말씀하실 때까지 묵묵하지 않을 터이오며, 간구하기를 그치지 않겠나이다.

6. 주의 말씀: 나는 여기 있다. 네가 나를 부르기에 네게로 나왔다. 네 눈물과 네 영혼의 갈망을 보고 네 겸손과 진정의 통회를 보고 감동하여 너를 찾아오게 되었다.

7. 제자의 말: 그 때 나는 다음과같이 말하였나이다. "주여, 당신을 누릴 생각으로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심하였나이다." 당신은 당신을 찾으리고 나를 먼저 충동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주여, 당신은 한없이 관후하신 그대로 당신 종에게 착하게 대하시니 찬미를 받으소서. 당신 대전에 이르게 된 이 불쌍한 종은 그 앞에 부복하여, 내 죄악과 천함을 항상 생각하고 스스로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 외에 다른 무엇을 할 수 있겠나이까? 하늘과 땅의 모든 기묘한 것 중에 당신과 같은 분은 없나이다. 당신 사업은 극히 좋으며, 그 판단도 참되오며, 당신의 안배에 따라 모든 것이 지배되나이다. 그러므로 성부의 지혜여, 당신께 찬미와 영광이 있어지이다. 내 입과 내 영혼과 모든 조물은 다 함께 당신을 찬미하고 당신께 축복하리이다.

제22장 하느님의 많은 은혜를 생각함

1. 제자의 말: 주여, 당신 법률에 대하여 내 마음을 열어주시고, 당신 계명을 따라 행하게 하여 주소서. 당신의 성의를 알아듣게 하여 주시고, 당신 은혜를 다 합해서나 혹 하나씩 가장 공경하는 마음으로 자세히 생각하여, 이제부타 타당히 감사하게 하여 주소서. 내가 잘 알고 자백하는 바는 제일 작은 은혜를 위하여도 합당한 감사를 드리지 못함이옵니다. 나는 당신이 주신 은혜보다 매우 작은 자이오며, 당신의 숭고(崇高) 하심을 생각할 때, 너무나 당신은 위대하시어 정신이 아득해지나이다.

2. 내 영혼이나 육신이 가진 그 모든 것은, 또 밖으로나 안으로나, 본성(本性)으로나 초성으로나 가진 모든 것은 다 당신의 은혜이오며, 또 이 모든 좋은 것이 다 당신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생각할때, 당신은 너무나 후하시고 인자하시고 착하시다는 것을 알게 되나이다.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았다 할지라도 모든 것이 다 당신의 것이오며, 당신이 없이는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사람이 가질 수 없나이다. 많이 받았다고 그것을 제 공로로 된 줄로 생각하여 영광을 삼을 것도 아니요, 다른 이보다 높은 줄로 자랑할 것도 아니요, 적게 받은 자를 경히 볼 것도 아니오니, 이는 자기에게 무슨 큰 것이 있는 줄로 생각하지 않고, 다만 겸손을 더하고 신심을 배가(倍加)하여 감사하는 사람이 더 크고 더 좋은 사람인 까닭이옵나이다. 또 자기가 제일 천한 줄로 생각하고 누구보다도 제일 부당한 줄로 생각하는 그는 더 많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 자이옵니다.

3. 적게 받았다고 섭섭히 생각할 것도 아니요, 원망스러이 생각할 것도 아니요, 많이 받은 자를 보고 질투할 것도 아니오며, 다만 당신께 대한 주의를 더하고 또 사람에게 편벽됨이 없이 당신 은총을 풍성히 또는 공으로 즐겨 주시는 그 착하신 마음을 깊이 찬미할 따름이옵나이다. 모든 것은 다 당신께로부터 오니, 당신은 모든 일에 찬미를 받을실 분이시옵니다. 당신은 각 사람이 무엇을 가져야 좋을는지 아시고, 이 사람은 왜 적개 받고 저 사람은 어째서 많이 받았는지 아시나이다. 각 사람의 공로는 다 당신이 한정(限定)하셨사오니, 이 모든 것을 분간하는 것도 우리가 할 것이 아니요, 당신이 하시는 것이옵나이다.

4. 그러므로 주 하느님이여, 많이 가지기 때문에 겉으로 사람들에게 찬미와 영광을 받는 것보다 적게 받는 것을 큰 은혜로 생각하나이다. 그러므로 나 자신의 가난한 처지와 천함을 생각하고, 그렇다고 재미없이 생각하거나 근심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그것을 위로로 알고 즐거움으로 생각하게 되나이다. 이는, 하느님이여, 당신이 가난하고 천하고 세속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자들을 친구로 삼으시고 집안 사람으로 삼아 주시기 때문이옵니다. 이의 정확한 증인은 당신 사도들이오니, "그들이 온 세상을 다스리게 되리라."(시편 45,16)하셨나이다. 저들은 그럴지라도 세상에 사는 동안 원망이 없이 지냈고, 악의와 간사함이 없이 겸손하고 순직하고, 당신 이름을 위하여는 모욕을 당하는 것도 즐거워할 만큼 되었고(사도 5,14), 또 세상이 싫어하는 그것을 즐겨 받게 되었나이다.

5. 그러므로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 은혜를 아는 사람으로서는 당신의 그에 대한 원의와 영원한 당신의 배치와같이 그를 즐겁게 하는 것이 없겠나이다. 당신의 성의에만 만족하여 다른 사람들이 위대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그만큼 자기를 극히 작은 자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여야 하나이다. 당신의 의향을 따르는 자는 첫 자리를 점령하는 것이나 마지막 자리를 점령하는 것이나 불평 없이 또 불만 없이 다 좋아하며, 또 천히 여김과 남의 아래 있는 것을 좋아하고, 세속에서 사람들이 존경을 받고 남보다 낫게 보이기를 원하는 것과는 반대로, 무슨 이름이나 명예를 희망치 아니하나이다. 당신의 성의와 당신의 영광을 사랑하는 그것은 모든 것을 초월하여야 하며, 받은 은혜나 혹 받을 모든 은혜보다도 당신의 의향을 따르는 것을 더 위로로 삼아야 할 것이요, 더 좋아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제23장 평화를 얻는 데 필요한 네 가지 주의

1. 주의 말씀: 아들아, 이제 평화와 참된 자유의 길을 가르쳐 주겠다.

2. 제자의 말: 주여, 당신 말씀을 듣기가 좋으니, 말씀하고자 하시는 것을 들려 주소서.

3. 주의 말씀: 아들아, 네 뜻을 따르는 것보다 남의 뜻을 받들기를 힘써라. 항상 많이 가지는 것보다도 적게 가지기를 원하라. 항상 낮은 자리를 취하고 모든 이에게 복종하기를 도모하라. 항상 하느님의 성의가 완전히 네게 이루어지기를 원하고 구하라. 이런 사람은 평화와 안정의 경계 안에 들어 가리라.

4. 제자의 말: 주여, 당신 말씀은 짧으오나 완덕에 대한 의미를 깊사옵니다. 말씀은 적으나 뜻은 가득하오며, 결과가 풍성하옵니다. 내가 그를 충실히 지킨다면 내 안에 그처럼 쉽게 혼란이 일어날 리가 없겠나이다. 내가 불안하고 괴롭게 될 때마다 모두 다 이 도리에서 물러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나이다. 그러나 주여, 당신은 모든 것을 하실 만하고 항상 영혼의 진보를 원하시니, 많은 은총을 더하시어 당신 말씀을 채우게 하시고 내 구령을 실행하게 하소서.

5. 제자의 말 (악한 생각을 면하게 하는 기도): 내 주 하느님이여, 네게서 멀리 계시지 마소서. "하느님, 멀리 서 계시지 마시고 빨리 오시어 도와 주소서"(시편 71,12). 여러 가지 생각과 큰 겁이 내 안에서 일어나 내 영혼을 괴롭게 하나이다. 어찌 손상이 없이 지낼 수 있으며, 어찌 그를 무너뜨릴 수 있겠나이까?

6. 주의 말씀: 내가 네게 이르노니, "내가 이끌고 앞장서서"(이사 45,2) 세상의 모든 영광스러운 자들을 천히 볼것이요, 감옥의 문을 열고 비밀하고 은밀한 것을 네게 보여주마.

7.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말씀과같이 되게 하여 주시고, 모든 악한 생각이 당신 면전에서 물러가게 하여 주서서. 나의 유일한 희망과 위로는 모든 곤란 중에 당신께로 나아가는 것이오며, 당신께 의탁하고, 진정으로 당신께 부르짖고, 당신의 위로를 인내로이 기다리는 것이옵니다.

8. (정신을 밝혀 주시기를 청하는 기도)
착하신 예수여, 내적(內的) 빛을 내려 나를 밝혀 주소서. 그리고 내 마음의 집에서 모든 어둠을 없애 주소서. 내 정신이 이리저리 방황하는 것을 제어해 주시고, 나를 몹시 강박하는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나를 위하여 용맹히 싸워 주시고, 포악한 짐승과 같은 유인하는 사욕을 파괴하여 당신의 힘으로 평화하게 하시고, 거룩한 궁전, 즉 조촐한 양심에 당신 찬미의 노래가 넘쳐 들리게 하서서. 바람과 파도에게 명령하소서. 바다에게 이르시되, "잔잔하라." 하시고 바람을 보고 "불지 말라." 하소서. 그렇게 하시면 크게 고요해지리이다.

9. "당신의 빛, 당신의 진실을 보내시어"(시편 43,3) 땅을 비추어 주소서. 당신이 나를 비추시지 않으면 나는 쓸데없고 황무한 땅이 옵니다. 위로부처 은총을 내려 천상적 이슬로 내 마음을 축여 주시고, 이 땅에 물을 대어 좋고 훌륭한 열매를 맺도록 신심의 물을 부어 주소서. 죄악의 무게에 눌린 내 마음을 들어 올리시고 나의 모든 원의를 하늘로 들어 올리시어 나로 하여금 천국 행복의 맛을 보고소는 다시는 세상의 것을 생각지 않게 하소서.

10. 나를 잡아 쥐고, 모든 항구하지 않은 조물의 위로에서 나를 건져 주소서. 조물은 그 어느 것이나 내 원의를 완전히 채울 수도 없고 나를 위로할 수도 없나이다. 사랑의 끊어질질 수 없는 사슬로 나를 당신과 결합시켜 주소서. 사랑하는 자에게는 당신이 홀로 넉넉하고 당신 없이는 모든 것이 어리석은 것이옵나이다.

제24장 남의 생활을 부질없이 살피는 것을 피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호기심을 가지지 말아라. 그리고 헛된 걱정을 하지 말아라. 이것이나 저것이나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너는 나를 따르라"(요한 21,22). 저 사람이 이러하고 혹 저러하고 또 이사람은 이렇게 혹 저렇게 행하거나 말하는 것이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네가 심판당하는데 남을 위하여 대답할 필요가 없다. 너 자신에 대해서만 대답하면 되지 않느냐? 왜 쓸데없는 일에 걱정하느냐? 보라, 나는 모든 사람들을 다 안다. 그리고 하늘 밑에 되어 나가는 모든 사람을 보며 각각 다 어떻게 되는지도 알고 있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고 그 뜻이 어디로 가는지도 안다. 그러니 너는 내게 무엇이든지 맡길 것이요, 항상 참다운 평화 중에 머무를 것이며, 요동하는 사람은 아무렇게 하든지 그대로 내버려 두라. 이는 무엇이든지 행하거나 말한 것이 그 위에 떨어질 것이니, 나를 아무도 속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2. 너는 무슨 위대한 이름의 그림자를 상관치 말고 많은 사람들과 친밀히 지내는 것을 상관치도 말고, 어느 누구하고든지 사사로운 정을 주고받는 데 또한 관심(關心)하지 말아라. 이 모든 것은 분심거리가 되고 마음에 큰 어둠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네가 내심방하는 것을 삼가 살피고 마음의 문을 내게 열어 준다면, 네게 즐겨 내 말을 들려주고, 그리고 내 비밀을 알려 주리라. 삼가 주의하고 기도하면서 깨어 있으라.

제25장 굳이 마음의 평화를 보존하고, 완덕에 그리침 없이 나아가는 방법

1. 주의 말씀: 아들아,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요한 14,27)고 나는 이미 말하였다. 누구나 다 평화를 갈망하지만, 모두 참다운 평화가 어디에 있는지 주의하지 않는다. 마음이 겸손하고 순량한 사람에게 내 평화가 있으니, 네 평화는 많은 인내에 있으리라. 네가 내 말을 듣고 내 말을 따르면 평화를 풍성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하여야 하겠나이까?

3. 주의 말씀: 모든 일에 네가 어떻게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 살피고, 네 의향을 다만 내 뜻에 따른다는 그 한가지에로만 모으고 나밖에는 무엇이든지 원하거나 찾지도 말라.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일이나 말을 가지고 함부로 판단 하지도 말고, 네게 맡기지 않은 일에 상관치 말라. 그러면 마음이 사란해진다 할지라도 잠깐에 불과할 것이요, 그것도 자주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4. 도무지 마음이 혼란하지도 않고, 마음이나 육신이나 괴롭움을 조금도 받지 않는 그런 생활은 현세의 것이 아니요, 영원한 평화의 상태에만 있다. 그러므로 아무런 거북함을 깨닫지 못한다고 참된 평화를 얻은 줄로 생각지 말라. 또 아무도 너를 거스르지 않는다고 모든 것이 다 잘되는 줄로 생각지 말라. 네 원의대로 모든 것이 다 된다 할지라도 다 완던히 된 줄로 믿지 말라. 신심이 많고 신락도 많다 할지라도, 그렇다고 네게 무슨 위대한 무엇이 있는 줄로 생각지 말고, 특히 사랑을 받는줄로 생각지도 말라. 이러하다고 덕행을 사랑하는 증거가 이니요, 또 사랑의 진보와 완성도 아니다.
제자의 말 : 그러면 주여, 참된 평화는 어디 있나이까?

5. 주의 말씀: 작은 일에나 큰 일에나, 현세에서나 영원한 나라에서나. 네 것을 찾지 않고 너를 완전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성의에 맡기는 데 사람의 진보와 완성이 있다. 그러므로 순경이나 역경 중에 모든 것을 한 저울로 헤아려 한결같이 감사를 드리며 지낼 것이다. 내적 위로가 없이도 더 큰 곤란을 받으려고 마음을 준비 하고 있을 만큼, 네가 용감하고 희망이 굳고, 또 이러한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 옳지 않은 것이라 주장하지 않고 오직 나의 모든 안배하는 일에 나를 신임(信任)하고 나를 거룩하다고 찬미한다면 이런 경우에는 네 평화의 참되고 바른 길을 걷고, 의심없이 용약 중에 다시 나의 얼굴을 볼 굳은 희망이 있으리라. 네가 너 자신을 전혀 경천히 보게 되면, 네 생활의 처지에서 될 수 있는 대로 평화를 충만히 누릴 줄로 알아라.

제26장 독서보다도 겸손한 기도로 얻을 영신 자유의 고상함

1. 제자의 말: 주여, 천상의 것을 사모하는 마음을 한 번도 늦추지 않고, 많은 걱정 중에라도 걱정 없는 것처럼 지내고, 또 둔한 자의 습관대로 이것을 행하지 않고 오직 자유로운 영신의 특권으로 하고, 또 어떤 조물에도 절제 없는 애착심을 가지지 않고 행하면, 이는 완전한 사람의 일이옵니다.

2. 지극히 착하신 내 하느님이여, 당신께 간구하오니, 현세 생활의 걱정을 면케 하시어, 너무 번잡하게 지내지 말게 하시고, 육신의 많은 요구를 면케 하시어 쾌락에 잡히지 않게 하시며, 영혼의 모든 장애를 면케 하시어 괴로움으로 계속 번민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세속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온전한 마음으로 몰두(沒頭)하는 것을 면케 하시기를 청하지 않고, 다만 죽음의 공통적 저주로 인한 벌로 당신 종의 영혼을 괴롭게 하고 방해하여, 원하는 대로 영신적 자유에 들어가기에 장애 되는, 이런 곤경을 면케 하여 주시기를 청하나이다.

3. 오! 형언할 수 없이 착하신 내 하느님이여, 영원한 것을 사랑치 못하게 방해하고 현세의 잠깐 쾌락을 누리라고 악하게 꾀는 모든 육체의 위로를 내게는 쓴 괴로움으로 변케 해주소서. 내 하느님이여, 살과 피는 나를 이기지 못하게 하시고 나를 구속(拘束)치 못하게 하소서. 세속과 세속의 잠시 영화가 나를 속이지 못하게 하시며, 마귀와 마귀의 흉계는 나를 넘어뜨리지 못하게 하소서. 대항할 용기를 주시고, 참아 나갈 인내를 주시고, 꾸준히 나아갈 항지심을 주소서. 세상의 모든 위로 대신에 당신 성령의 단 위안(慰安)을 주시며, 육체적 사랑 대신에 당신 생명의 사랑을 내려주소서.

4. 보소서, 먹고 마시며 입고, 그 외에 육신을 기르는 데 관계되는 모든 것은 다 열심한 영혼에게는 짐이 되나이다. 이러한 육신을 기르는 것을 절제 있게 쓰도록 하시고, 너무 탐하여 혼잡해지지 말게 하여 주소서. 육신도 기를 것이요, 그 모든 것을 다 버린 것도 아니오나, 필요치 않은 것을 찾고 쾌락을 구하는 것은 거룩한 법률이 금하는 바이옵니다. 그렇게 아니하면 육신은 영혼을 거스르나이다. 나의 간절한 원은 모든 것을 쓰는 데 정도를 넘지 않도록 당신 친히 나를 인도하시고 가르쳐 주심이옵나이다.

제27장 사사로운 사랑은 최상선을 얻는 데 제일 큰 방해임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모든 것을 완전히 얻기 위하여 너를 완전히 내게 맡겨야 할 것이요, 도무지 아무 것도 네것으로 남겨 주지 말아야 한다. 세속의 어떤 것보다도 너 자신에 대한 사랑이 제일 너를 방해한다는 것을 알아라. 무엇이든지 네가 그것에 대하여 사랑과 정이 많고 적은 그만큼 비례하여 그것으로 이끌린다. 네 사랑이 순결하고 단순하고 또 절조가 있다면, 너는 아무 것에도 잡혀 있지 않을 것이다. 네가 가지지 못할 것은 탐하지 말라. 네게 방해되고 내적 자유를 빼앗을 수 있는 모든 것은 가지지 말라. 네가 사모하고 네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과 함께 자신을 내게 전심으로 맡기지 않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2. 왜 헛된 근심으로 몸과 마음을 소모하느냐? 왜 쓸데없는 걱정으로 번뇌하느냐? 나의 뜻을 따라라. 그러면 아무 해도 없을 것이다. 편함을 취하고 무엇보다도 너 좋아하는 것을 가지려고 이런 것 저런 것을 찾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려면 도무지 평안할 수 없을 것이요, 걱정도 없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는 어떤 것이든지 부족하지 않은 게 없을 것이요, 어느 것에서든지 너를 반대할 사람이 없지 않은 까닭이다.

3. 그러므로 무엇을 얻었다고 혹은 겉으로 많았졌다고 너를 만족케 하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모든 것을 천히 여겨 뿌리까지 뽑아 버려야 네게 유익할 것이다. 이는 다만 금전이나 재산을 가지고만 말하는 게 아니요, 그 외에 영예(榮譽)를 탐함도 그렇고, 헛된 찬미를 탐함도 그러하니 이 모든 것은 세상과 더불어 지나간다. 열심한 마음이 없으면 어떤 곳에 있다 해도 별로 안전하지 못하고, 마음의 상태는 참된 기초가 없으면, 겉에서 찾았던 평화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즉 네가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변할 수는 있어도 나아질 수는 없는 것이다. 기회가 생겨 당해 보면 네가 피하려 한 것을 다시 만날 것이요, 전의 것보다도 더한 것을 만날 것이다.

4. (마음과 정결과 천상 지혜를 청하는 기도)
하느님이여, 성령의 은총으로 나를 견고케 하소서. 내적 인간으로 굳세게 하여 주시고(에페 3,16), 내 마음에서 모든 쓸데 없는 걱정과 근심을 없애게 하는 힘을 주시어 무슨 천하거나 귀한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원의로 이끌리지 말게 하시고, 오직 다 지나가는 것으로 여기게 하소서. "하늘 아래 벌어지는 일을 살펴보니 모든 일은 바람을 잡듯 헛된 일어었다"(전도 1,14). 이렇게 관찰하는 자는 얼마나 지혜로운 자이옵니까!

5. 주여, 천상적 지혜를 내게 주시어 만유 위에 당신을 찾고 얻어 만나게 해주시며, 만유 위에 당신께 맛들이고 사랑하게 해주시며, 그 외에 다른 것은 당신 지혜의 배정(配定)을 따라 그대로 알아보게 해주소서. 아첨하는 자를 지혜롭게 피하고, 거스르는 자를 인내로이 참게 해주소서. 바람과 같은 모든 말에 흔들리지 않고, 악하게 아첨하는 자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큰 지혜이옵나이다. 이렇게 하면 시작한 길을 무사히 갈 수 있겠나이다.

제28장 비평하는 자들의 말에 대하여

1. 주의 말씀: 아들아, 남이 너를 들어 잘못 생각하고, 네가 즐겨 듣지 않을 말을 한다고 어려워 말라. 너는 너 자신에 대해서 그 보다 나쁘게 생각하여야 하고, 또 아무도 너보다 더 약한 사람은 없는 줄로 생각하여야 한다. 네가 내적 생활을 하는 것 같으면 떠돌아 다니는 풍설에 크게 관계하지 않을 것이다. 재미없는 때를 당하는 경우에 잠잠하여 있고, 속속들이 내게로 향하고, 도무지 남이 이렇다저렇다 한다고 혼란하지 않는 것은 큰 지혜다.

2. 네 평화를 사람들의 입에 맡기지 말라. 그들이 너를 잘 이해하든지 잘못 이해하든지, 그 때문에 네가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참된 평화와 참된 영광은 어디 있느냐? 네게 있지 않느냐? 사람의 뜻에 맞추려고도 않고, 남에게 불합하는 것도 무서워 않는 사람은 평화를 많이 누릴 것이다. 절제 없이 무엇을 사랑하고 헛되이 무엇을 무서워함으로 인하여 마음의 모든 불안과 오관의 산란이 생긴다

제29장 괴로움을 당할 때 어떻게 하느님을 부르고 찬미할 것인가

1. 제자의 말: 주여, 내게 이러한 괴로움을 주시고 이런 시련을 당하게 하셨으니, "주님의 이름으로 하여금 영원히 찬미받게 하소서"(토비 3,11). 그것을 내가 면할 수는 없사오니 당신의 도움을 간구할 필요가 있나이다. 나를 도와 주시어 이 모든 괴로움이 선으로 변하게 하여 주소서. 주여, 나는 지금 곤란 중에 있고, 내 마음은 불안하고 현재 당하는 시련이 몹시 괴롭나이다. 선하신 성부여, 이제 무엇이라 하오리까? 괴로움 중에 잡혀 있나이다. "이시간을 면하게 하여 주소서"(요한 12,27). 그러나 내가 이 시간에 당하여 온 것은, 내가 낮아진 후에 당신께 해방됨으로 당신이 현양되시기 위함이옵나이다. "야훼여, 너그러니 보시어 건져 주소서"(시편 40,13). 나같이 가난한 자가 당신 없이는 무엇을 행할 수 있고 어디로 가오리까? 주여, 또다시 참는 덕을 내려 주소서. 내 하느님이여, 나를 도우소서. 그러하오면 어떠한 괴로움으로 눌리든지 두려울 것이 없겠나이다.

2. 이제 다시 무슨 말씀을 드리리이까? "아버지,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태 26,42). 내가 괴로움을 당하여 눌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옵나이다. 그러니 풍파가 끝나고 안정이 돌아올 때까지 나는 반드시 참아야 하겠나이다. 원컨대 인내로이 참게 하소서. 당신의 전능하신 손은 내게서 이런 시련이라도 물리치실 수가 있고, 내가 완전히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 맹렬한 공격을 꺾어 누르실 수 있나이다. "하느님은 나의 사랑"(시편 59,17),이전 여러 번 이와같이 내게 하셨나이다. 이것이 내게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지존하신분께서 그 오른손을 거두심"(시편 77,10)이 더욱 쉽사옵나이다.

제30장 하느님께 도움을 구하고 은총이 돌아올 때를 꾸준히 기다림

1. 주의 말씀: 아들아, "야훼께서는 당신을 바라는 사람이 곤경에 빠졌을 때 잘 보살펴 주신다"(나훔 1,7). 네가 괴로울 때는 내게 오너라. 네가 천상적 위로를 빨리 받지 못하는 것은 특히 네가 기도하기를 너무 지체하는 까닭이다. 네가 힘써 내게 기도하기 전에 벌써 많은 위로를 찾고 조물에서 위안을 누리려 한다. 그러므로 네가, 내게 바라는 자를 구하는 이가 나인 줄을 깨닫기 전에는 이 모든 것이 별로 유익이 없다. 또 나를 떠나서는 유력한 도움이 없고, 유익한 의견도 없고, 오래가는 무슨 방침도 없다. 이제는 풍파가 지나 갔으니, 정신을 회복하여 내 인자의 빛으로 기운을 차려라. 나는 모든 것을 다 온전케 할 뿐 아니라, 풍성하게 또 넘치게 소생케 하려고 네게 가까이 있다.

2. 내게 무슨 어려운 것이 있으며, 내가 말만 하고 실행치 않는 자와 같다고 하랴? 네 신덕은 어디 있느냐? 굳세게 또 항구하게 서 있어라! 참는 마음을 발하라! 용감하라! 때가오면 위로가 있을 것이다. 나를 고대하라! 나를 고대하라! 내가 다시 와서 너를 낫게 하리라. 너를 요동케 하는 것은 하나의 시련에 불과하고, 너를 겁내게 하는 것도 하나의 헛된 공포(恐怖)에 불과하다. 장차 올 일에 대하여 걱정함은 무슨 유익이 있느냐? 근심에 근심을 더할 뿐이지.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마태 6,34). 분명히 있을지 모르는 장래 일에 대하여 즐거워하거나 괴로워하는 것은 어리석고 쓸데없는 일이다.

3. 이러한 상상에 속음은 사람의 짓이며, 원수의 이런 충동에 쉽사리 귀를 기울이는 것은 영혼이 아직도 약한 증거다. 원수는 사람을 속여 유인하는 데 사실을 가지고 하거나, 헛된 환상(幻像)을 가지고 하거나, 현세 것에 대한 사랑으로나 혹 장래 것에 대한 공포로 사람을 넘어뜨리거나 상관치 않는다. 그러므로 걱정하거나 두려워 말라(요한 14,27). 나를 믿고 내 인자를 바라고 의지하라. 네가 나를 멀리 떠나 있는 줄로 생각하는 그런 때에도, 흔히 내가 네 옆에 아주 가까이 있다. 네가 모든 일에 실패한 줄로 생각할 때가 흔히는 많은 공로를 세울 기회다. 네 원의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전혀 실패한 것이 아니다. 네가 현재 느끼는 대로 무엇을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 또 무슨 곤란이 있다 해도, 그원인이 어떠하든지 너무 그 곤란에 몰두하여 다시는 희망이 없는 것처럼 근심 걱정에 싸여 있지 말 일이다.

4. 내가 잠시 너를 괴롭게 한다고, 혹 위로를 주지 않는다고, 내가 너를 전혀 버린 줄로 생각지 말라. 천국에 가는 길은 이러한 법이다. 또 사실 너를 위해서나 나를 섬기는 모든이를 위해서나, 모든 일이 원의대로 되는 것보다는 괴로운 시련을 당하는 것이 더 낫다. 나는 마음의 비밀한 생각을 안다. 좋은 성공이 있을 때에 자손심이 생기고, 또 네가 하찮은 일에 만족을 얻으려 하기에, 어떤 때에 너를 신락 없이 버려 두는 것이 네 구원에 매우 유익한 줄로 나는 안다.

5. 내가 준 것은 다 내 것이요, 내가 도로 찾아가는 것도 네 것이 아니니, "온갖 훌륭한 은혜와 모든 완전한 선물은 위로부터 오는 것이다"(야고 1,17). 내가 네게 무슨 걱정거리나 어떠한 반대되는 일을 당하게 한다 할지라도, 원망치 말고 낙심하여 용기를 잃지 말라. 나는 순식간에 네게서 이짐을 벗길 수가 있고, 네 근심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가지고 이렇게 하여도 나는 의로운 자요, 온전히 찬미를 받을 자다.

6. 네가 바로 생각하고 진리대로 본다면, 무슨 괴로움이 있다고 그렇게 마음을 번거로이 하지 않을 것이요, 도리어 즐거워하고 내게 감사할 것이다. 또 그보다도 내가 너를 아끼지 않고 너를 고통으로 괴롭게 하는 것은 유일한 즐거움으로 생각하라. 나는 사랑하는 내 제자들에게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해 왔다."(요한 15,9) 하였으나, 세상의 즐거움을 맛보기보다도 큰 싸움을 당하고, 무슨 명예를 취하기보다도 모욕을 참아 받고, 한가로이 지내기보다도 수고로리 일하며 지내고, 쉬기보다도 인내함으로 많은 열매를 내게 하기 위하여 그들을 보낸 것이었다. 내 아들아, 너는 이말을 명심하라.

제31장 조물주를 얻기 위하여 조물을 천히 봄

1. 제자의 말: 주여, 어떤 사람이든지 조물이든지, 나를 방해하지 못할 그런 지경에까지 이르어야 한다면 내게는 많은 은총이 아직 필요하옵니다. 내가 어느 조물에 얽혀 있게 되는 때는 반드시 당신께로 자유로이 나아갈 수 없나이다. "비둘기처럼 날개라도 있다면 안식처를 찾아 날아가련만."(시편 55,6)하고 부르짓던 그는 자유로이 주께 향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나이다. 순직한 눈보다 더 고요한 것이 무엇이며, 세상의 것을 조금도 탐하지 않는 그 사람보다 더 자유로운 사람이 다시 있겠나이까? 그러므로 모든 조물을 초월하고 자아(自我)를 완전히 떠나 탈혼 상태에 이르러, 만물의 창조주이신 당신은 조물과 같은 점이 없는 줄을 깨달아야 되나이다. 어느 조물에 아직도 얽혀 있는 이는 하느님의 사정에 자유롭게 착심하지 못하나이다. 그로므로 조물을 전혀 떠나고, 헛된 사물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많지 않으므로 관상(觀想)적생활을 하는 사람이 매우 드무옵나이다.

2. 여기에서 영혼을 울리고 자기 자신을 초월케 하는 많은 은총이 필요하나이다. 사람이 영신으로 높이 오르고 모든 조물을 떠나 완전히 하느님과 화합치 아니하면, 그 안다는 것이나 그 가진 모든 것이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옵나이다. 홀로 하나이시오 무한하시고 여원하신 선(善)외에 다른 무엇을 귀하게 보는 그 사람은 오랫동안 약한 사람이 될 것이요, 땅으로 기울어져 있나이다. 하느님이 아닌 그 모든 것은 다 헛것이오며, 또 헛것으로 여겨야 하나이다. 천상의 빛을 받으며 신심 있는 사람의 지혜가, 유식한 학구적(學究的)인 성직자의 지식과 매우 다르다 하겠나이다. 하늘로부터 하느님 친히 영혼에게 내리시는 그 지식은, 사람의 지력으로 얻은 그 지식보다 더 존귀하나이다.

3. 많은 이는 관상 기도를 사모하지만, 그에 필요한 것은 아니하려드나이다. 여기에 제일 크게 방해되는 것은 표적과 감각물(感覺物)에만 정신을 몰두하고, 자기를 완전히 이기는 일에 진실히 마음을 쓰지 아니하는 것이옵니다. 우리는 잠시 있다가 없어질 천한 세상 사물을 위하여 수고를 많이 하고 더 많은 걱정을 하면서, 우리 내적 행동을 겨우 생각하고, 혹 생각할지라도 매우 드물게 오관을 완전히 수습하여 생각하니, 이는 무슨 일인지, 어떠한 신으로 우리가 인도되는지, 영신적 인간이라는 우리가 무엇을 주장 하는지 나는 모르나이다.

4. 슬프게도 정신을 조금 집중하다가 외적 일로 쏘다지고, 또 우리 행동을 세밀히 살펴보아 깊이 생각하지 아니하나이다. 우리 정이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가 살피지 않고, 또 모든 것이 어떻게 더러 운지 생각하고 탄식하지 아니하나이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 땅위에 냄세를 피우고 있었다"(창세 6,12). 그래서 큰 홍수가 왔나이다. 내적 감정이 썩었으니 자연히 여기서 나오는 행동이 썩은 것이었나이다. 이는 내적 능력이 없는 것을 드러나게 하나이다. 깨끗한 마음에서 착한 생활의 열매가 나오나이다.

5. 사람들은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으나, 어떠한 덕을 가지고 하였는지 별로 상관치 아니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무개가 용맹한지, 재산이 있는지, 아름다운지, 재주가 있는지, 글을 잘 쓰는지, 노래를 잘하는지, 일을 잘하는지 알려고 하나, 마음으로 어떻게 가난하지, 어떻게 잘 참는지, 어떻게 온순한지, 신심이 얼마나 있는지, 내적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그런 일에 대해서는 침묵하나이다. 본성대로 행하면 외적 것만 상관하고, 은총대로 행하면 내적 것으로 생각을 돌리나이다. 본성대로 행하는 자는 가끔 속고, 은총대로 행하는 자는 속음을 면하기 위하여 하느님께 바라나이다.

제32장 자기를 이김과 모든 탐욕을 끊음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를 완전히 이기기 전에는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재물을 가진 자와, 자애심이 많은 자와, 탐욕이 많은 자와, 호기심이 많은 자와, 방랑 생활을 하는자와, 예수 그리스도께 관한 것을 찾지 않고 오직 항상 재미스러운 것만 찾으며, 항구히 서 있지 못한 것만 꾸미며 계획하는 자들은, 누구나 다 차꼬에 채워져 있는 자들이다. 하느님께로부터 나지 아니 한 그 모든 것이 다 없어질 것이다. 너는 이 짧고도 완전한 말을 명심하라. 즉 "모든 것을 버려라. 그러면 모든 것을 얻을 것이다. 원욕을 없이하라. 그러면 평화를 얻으리라." 이것을 마음으로 연구하라. 이 말을 실행하게 되면 모든 것을 알아들으리라.

2. 제자의 말: 주여, 이 일은 하루의 일이 아니오며, 어린 아이들의 장난도 아니옵니다. 이 짧은 말에는 수도자들의 모든 완덕이 포함되어 있나이다.

3. 주의 말씀: 아들아, 완덕에 나아간 자들의 길에 대하여 듣고 나서 돌아서며 실망할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이로써 분발하여 더 고상한 것으로 나아가야 하고, 적오도 더 고상한 것을 갈망하여야 한다. 네가 이런 상태를 얻는다면, 너는 사랑하는 자가 아니고 오직 내 뜻과 내가 네게 소개한 성부의 뜻대로 순종하는 지위에 이를 것 같으면, 그 때에 너는 내 마음에 매우 맞고, 또 네 일생이 즐거움과 평화 중에 지나가게 되리라. 아직도 너는 버릴 것이 많다. 네가 이 모든 것을 내게 맡기지 않으면 네가 구하는 바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너에게 권고한다. 너는 나에게서 불로 단련된 금을 사서 부자가 되어라"(묵시록 3,18). 즉 세상의 모든 것을 멸시할 만한 천상 지혜를 사거라. 세상의 지혜를 버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버려라.

4. 내가 네게 소개하는 것은, 세상에서 귀하고 높다 하는 것 대신에 천한 것을 살 것이라는 말이다. 스스로 지혜롭다 아니하고, 세상에서 칭찬받기를 구하지 않는 참된 천상 지혜는 매우 천하고 작고 사람들이 잊어버린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지혜를 선전하지만 말에 불과하고 그 생활은 대단히 다르다. 그러나 이 천상 지혜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묻혀 있는 값진 진주(眞珠)다.

제33장 마음의 항구치 못함과 하느님을 종향으로 삼음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지금 느낀 바가 있다고 그것을 너무 믿지 말라. 지금은 이러하거니와, 오래지 아니하여 그 심정이 변하리라. 네사 사는 동안에는 네가 싫어도 어찌할 수 없이 이런 변천을 당하게 될 것이니, 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하고, 고요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신심이 나다가도 냉담하여지기도 하고, 활발하다가도 게을러지며, 신중하다가도 경솔하여질 것이다. 그렇지만 지혜가 있고 영신적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이 모든 변화를 초월하여 자기 안에 무엇을 느끼는지 혹 방향을 잡지 못하는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상관하지 않고 다만 온 마음의 의향은 적당하고 또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진보하는 것만 상관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화 중에도 지제 없이 순진한 의향으로 내게 향하여 항상 한결같이 하나인 같은 사람으로 지낼 수 있다.

2. 영혼의 지향이 깨끗할수록 더욱 항심 있게 여러 가지 풍하 중에 나아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깨끗한 지향의 눈이 어두어졌으니 무슨 유쾌한 일이 있으면 그리로 눈을 돌이킨다. 자기의 편리를 도모하는 타고난 성질의 하자(瑕疵)없는 자가 썩 드물다. 전에 유다인들이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으로 온 것도 "예수뿐만 아니라 예수께서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리신 라자로도"(요한 12,9)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므로 네 지향을 순진케 함으로써 순전하고 정직하게 하며 또 만물을 지나서 내게로 향하게 할 것이다.

제34장 사랑하는 자는 모든 것을 초월하여 또 모든 사물에 하느님만을 맛들임

1. 제자의 말: "나의 하느님이여, 나의 모든 것이여"(성 프란치스꼬), 나는 무엇을 더 원하오며, 또 무슨 더 행복스러운 것을 원할 수 있으리이까? 오! 이 말씀은 얼마나 맛이 있고 유익한 말씀이옵니까? 그러나 세속과 세속에 있는 것을 사랑치 아니하고 말씀을 사랑하는 자에게만 그러하옵니다. "나의 하느님이여, 나의 모든 것이여!" 이 말 한마디가 알아듣는 자에게는 넉넉하고 사랑이 있는 자에게는 자주 되풀이하는 것이 재미있나이다. 당신이 계시면 모든 것이 유쾌하나 당신이 없으시면 모든 것이 싫증이 나나이다. 당신이 마음을 고요하게 하시고 깊은 평화와 즐거움과 기쁨을 주시나이다. 당신이 모든 것에 대하여 정당히 생각하게 하여 주시고, 모든 것에 당신을 찬미하게 하시며, 당신 없이는 아무 것도 오랫동안 만족을 주지 못하나이다. 그리고 무엇이 마음에 들고 좋은 재미가 있으려면 당신의 은총이 있고 당신 지혜의 양념이 있어야 되겠나이다.

2. 당신께 맛을 들인 자는 무엇에 정당치 맛을 들이지 아니하겠나이까? 당신께 맛을 들이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유쾌한 것이 무엇이 있겠나이까? 그러나 세속의 지혜롭다 하는 자와 육체에 맛들이는 자들은 당신의 지혜에서 떨어지고 마오니, 세속 지혜가 대부분 허무하고 육체에는 죽음이 있는 까닭이로소이다. 속사(俗事)를 천히 보고 육체를 괴롭게 하여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은 참으로 지혜로운 자들인 줄을 아오니, 즉 헛된 사물에서 진리로, 육체로부터 영신으로 옳겨 가는 까닭이로소이다. 저들은 하느님께 맛을 들렸나이다. 무엇이든지 조물에 좋은 것이 있으면 이것은 다 그 조물주를 찬미하는 데 쓰나이다. 사실 조물주와 조물에 대한 맛이 크게 다르니, 영원한 것과 잠시 것의 맛이요, 조성되지 않은 광명과 빛을 받는 광명의 맛이옵나이다.

3. 오! 영원한 빛이여, 모든 조성된 광명을 초월하는 빛이여! 지존한 곳으로부터 내 속마음에 사무치는 광명을 보내소서. 내 영신과 그 모든 관능을 조촐케 해주시고 즐겁게 해 주시며 비추어 주시고 생활케 하시어 용약하는 탈혼으로 당신께 애착하게 하소서. 오! 언제나 복되고 사모하는 이 시간이 이르겠나이까? 주께서 나와 더불어 계심으로써 나를 만족케 하시고 모든 것에 모든 것이 되실 이 시간이 언제나 이르겠나이까? 이것을 억기 전에는 완전한 즐거움이 없겠나이다. 슬프게도 아직 내 속에 묵은 사람이 살아 있어 완전히 십자가에 못박히지 아니하였고 완전히 죽지도 아니하였나이다. 아직도 영신을 거슬러 맹렬히 탐하고 내란을 일으켜 영혼의 나라가 평화을 얻지 못하게 하나이다.

4. 그러나 "뒤끊는 바다를 다스리시며 파도치는 물결을 걷 잡으시는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구해 주소서"(시편 89,6; 44,26). "싸움을 좋아하는 저 백성들을 쫓아 버리시고, 당신 힘으로 흩으시고 치소서"(시편 68,30;59,11). 구하오니 당신의 덕능을 드러내시어, 당신의 전능을 찬송케 하소서. 내 주 하느님이여! 내게는 당신 하나밖에 다른 희망이 없고, 아무 피난처도 없나이다.

제35장 현세에는 시련이 없을 수 없음

1. 주의 말씀: 아들아, 이 세상에서는 네가 도무지 안심하고 살 수 없다. 네사 사는 동안에 항상 영신적 무기(武器)가 네게 필요하다. 원수 중에 살게 되니 좌우편으로 침입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인내의 방패로 사방으로 너를 막지 아니하면 오랫 동안 상처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 외에 나를 위하여 모든 것을 참겠다는 순전한 뜻을 가지고 네 마음을 내 안에 견고히 세우지 아니하면, 그 맹렬한 싸움을 참을 수가 없고, 성인들의 승리의 팔마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내답게 만난을 돌파하며 굳센 팔로 적(敵)을 다하여야 한다. "승리하는 사람에게는 감추어 둔 만나를 주겠고"(묵시 2,17),게으른 자는 여러 가지 괴로움을 당하리라.

2. 이 세상에서 평안을 구하면 어떻게 영원한 평안을 얻을 수 있으랴? 이 세상에서는 아주 평안히 쉬려고 힘쓰지 말고 괴로움을 잘 참으려 힘써라. 참된 평화는 세상에서 구할 것이 아니고 천국에서 구할 것이니, 사람들이나 다른 조물에서 구할 것이 아니고 다만 하느님 안에서만 구할 것이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모든 것을 다 달갑게 참아야 하니, 즉 수고나, 고통이나, 시련, 괴로움, 근심, 궁핍, 질병, 모욕, 비평, 책망, 천대, 수치, 징계, 멸시 같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덕행에 유조하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에게 시련의 재료가 되며 천상 화관을 만든다. 나는 너의 잠시 수고를 영원한 상으로 갚아 주고 잠깐 동안 당하는 수치를 무한한 영광으로 갚아 주리라.

3. 너는 생각하기에 영신적 위로를 네 뜻대로 항상 받게 될 줄로 여기느냐? 나의 성인들은 이런 위로를 항상 가진 것이 아니요, 많은 노고(勞苦)와 여러 가지 시련과 혹독한 비애(悲哀)를 당하였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경우에 인내로이 참아 견디고 자신보다도 하느님께 더욱 위탁하였으니 이는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함이다" (로마 8,18).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많이 흘리고 수고를 많이 한 후에 간신히 얻는 것을, 너는 잠깐 사이에 얻으려 하느냐? "야훼 기다려라. 마음 굳게 먹고"(시편 27,14), 용감하여라. 의심하지 말고 떠나지도 말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항구히 영육을 바쳐라. 내가 후히 갚을 것이며 네 모든 고난중에 너와 더불어 있으리라.

제36장 사람들의 헛된 판단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 마음을 주께 모두 맡긴 후, 네 양심이 너를 경건(敬虔)하고 무죄하다고 증명해 주거든 사람들의 판단을 두려워 말라. 이렇게 괴로움을 당하는 것은 좋고 행복한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겸손하고 자기보다도 하느님을 믿는 자에게는 이것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니 그리 믿음직한 것이 못 된다. 그리고 모든 이에게 만족을 준다는 것은 될 수 없는 일이다. 성바오로도 역시 주안에 어떤 사람을 대하든지 그들처럼 되었지만(1고린 9,22),세상 법정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것에 조금도 마음을 쓰지 않았다(1고린 4,3).

2. 성 바오로는 자기의 힘대로 있는 재주를 다하여 다른 사람들의 구령과 건설과 구원에 힘썼으나. 다른 이의 비난을 당하고 혹 경천히 여김을 받지 않도록 은 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아시는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어 잘못 말하는 자들이나 헛되고 거짓된 것을 생각하는 자들이나 제 마음대로 무엇이나 자랑하는 자들에 대하여 인내와 겸손으로써 자기를 보호하였다. 그렇지만 간혹 자기가 말하지 않음으로 유약한 사람들에게 걸려 넘어짐이 될까 하여 어떤 때는 대답하였다.

3. "어찌하여 너희는 죽을 인생을 겁내느냐?"(이사 51,12). 오늘 있다가 내일 없어질 것이다. 하느님을 두려워하라. 그러면 사람들이 끼치려 하는 공포를 무서워하지 않으리라. 어떤 사람이 너를 거슬러 말을 하고 모욕을 한다고 네게 무슨 해를 끼치겠느냐? 네게보다도 자기에게 더 해로우니 그가 어떤 사람이든지 하느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네 눈앞에 하느님을 모시고 있으면서 원망하는 말로 싸우지 말라. 네가 당시에는 실패하고 당하지 않을 수치를 당하는 듯할지라도 그렇다고 분개하지 말고 또 참지 못함으로 네 영광에 손실을 주지 말라. 그보다도 하늘로 향하여 주를 바라보라. 나는 모든 모욕과 수치를 면해 줄 수 있고 각 사람에게 그 행위대로 갚아 줄 수 있는 자다.

제37장 마음의 자유를 얻기 위하여 자신을 순전하게 완전히 끊어 버림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를 떠나라. 그러면 나를 얻으리라. 아무 것도 가리지 말고 아무 것도 네 것으로 삼지 말아라. 그러면 항상 이익을 얻으리라. 너를 끊어 버렸다가 다시 도로 취하지 않으면 그 즉시 더 풍성한 은총을 받으리라.

2. 제자의 말: 주여, 나는 몇번이나 나를 끊어 버리고 무슨 일에 나를 떠나야 하겠나이까?

3. 주의 말씀: 항상, 시간마다 작은 일에나 큰 일에나 너 자신을 끊어 버려야 한다. 아무 것도 제외하지 않고 모든 일에다 너를 벗어난 자 되기를 나는 원한다. 그렇지 않고 네가 안팎의 모든 뜻을 버리지 않으면 어찌 너는 내 것이 되고 나는 어찌 네 것이 되랴? 네가 이렇게 행하면 급히 행할수록 그 만큼 더 나아질 것이요, 이것을 완전히 하고 진실하게 할수록 더 내 마음에 들 것이며, 더 많이 얻으리라.

4. 어떤 사람은 자기를 끊어 버리지만 몇 가지만은 제외한다. 이렇게 하느님께 완전히 의탁하지 않는 까닭에 자기가 자기를 돌보려고 힘쓴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에는 모든 것을 바치나 그 후에 시련으로 인하여 자기 뜻으로 돌아감으로 조금도 덕행에 나아가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를 완전히 끊고 매일 매일 가지를 희생하지 아니하면 조촐한 마음의 참된 자유와 또한 나와 친밀하게 지내게 하는 은총을 받지 못하리라. 자신의 희생이 없이는 결실이 있는 결합이 성립될 수 없고 계속될 수도 없는 것이다.

5. 내가 자주 네게 말한 바와같이 지금 또다시 말하노니, 너를 떠나고 너를 끊어 버려라. 그렇게 행하면 마음의 평화를 많이 누리리라. 모든 것을 위하여 모든 것을 주어라. 아무 것도 찾지 말고 아무 것도 다시 구하지 말고, 내 안에만 순전하게 주저 없이 서 있어라. 그렇게 행하면 나를 얻고 마음의 자유를 누리고 어둠이 너를 엄습하지 않으리라. 너를 모든 것을 끊어 버리고 모든 것을 버린 채 예수 자신만을 따르며 네가 죽어 내게 영원히 살 수 있게, 그것을 힘쓰고 구하며 고대하라. 그렇게 되면 모든 헛된 환상과 고약한 혼잡과 쓸데없는 걱정이 없어지리라. 그 때에는 과도한 두려움이 물러가고 절제 없는 사랑이 죽으리라.

제38장 외적 생활을 잘 처리함과 위험중에 하느님께 의탁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어디서나 어느 행동에나, 혹 바깥일에든지 네 마음이 자유로워 네가 너 자신을 다스릴 힘이 있고, 또 네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그들의 지배를 받지 않도록 삼가 주의하여야 한다. 네가 네 행동의 주인과 관리자가 되어 행동의 종이나 팔린 자가 된지 말고, 오직 노예 지위를 벗어나서 하느님 아들의 몫과 자유를 얻은 참 히브리인이 되어라. 이런 자는 현세에 있지만, 영원한 것을 동경하며, 무상한 현세를 왼 눈으로 바라보고, 천상적인 것을 오른눈으로 바라본다. 그런 자는 물욕(物慾)에 이끌리지 않고 오히려 세상 것을 이끌어, 모든 조물에 정돈치 않은 것을 하나도 남겨 두지 않으신 하느님께서 정돈하시고, 지존하신 창조자가 설정하신 그대로 잘 복종하게 한다.

2. 또 네가 모든 일에서 겉에 드러나는 것을 상관치 않고, 보고 들은 것을 육신적 눈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직 무슨 일에든지 곧 모세와 함께 하느님께 문의하러 장막 안으로 들어가면, 너 어떤 때에 하느님이 대답하시는 말씀을 들어 현재와 장래의 많은 일에 대해서 교훈을 받고 돌아오리라. 모세는 무슨 의심이나, 어려운 문제를 풀고자 할 때 항상 장막 안으로 들어갔으며, 또 무슨 위험이나 혹 사람들의 악행을 면케 하려고 할 때에도 장막으로 피신하여 기도로 도움을 청하였다. 너도 이와같이 네 마음의 비밀한 곳으로 피신하여 더욱 열심히 하느님의 도우심을 구할 것이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인들이, 성경의 말씀대로 기브온인들에게 속았으니, 이는 먼저 하느님께 의논하지 않고 거짓 경건(敬虔)으로 미혹되어 감언이설(甘言梨雪)을 너무 쉽게 믿은 까닭이다.(여호 9).

제39장 무슨 일에 당황함을 피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내게 네 일을 항상 맡겨라. 적당한 때에 내가 잘 처리해 주마. 나의 안배를 기다려라. 그러면 진보가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주여, 달갑게 나의 모든 것을 당신께 맡기오니, 내 생각은 별로 유익치 못한 까닭이옵니다. 내가 장래의 일에 대하여 너무 생각지 않고 당신의 뜻대로 나를 지체 없이 당신께 맡긴다면 오죽이나 좋겠나이까?

3. 주의 말씀: 아들아, 사람은 무슨 원하는 일이 있으면 가끔 그 일에 열중하지만, 그것을 얻어 누리게 되면 달리 생각하기를 시작한 다. 무릇 애착심은 같은 일에 오래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변덕스러운 까닭이다. 그러므로 극히 작은 일에 자기를 끊어 버리는 것도 실상 작은 일이 아니다.

4. 사람의 참된 진보는 자기를 끊어 버리는 데 있고, 또 자기를 끊어버린 사람은 대단히 자유스럽고 완전하다. 그러나 옛날 원수는 모든 착한 자를 거슬러 싸우며 끊임없이 유혹하여, 혹시나 방심하고 있는 자가 있으면 속여 그물에 넣으려고 밤낮 중대한 음모를 계획한다. 나는 말하노니,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마태 26,41).

제40장 사람에게 본래 아무 선도 없고, 어느 방면으로 보든지 영광으로 삼을 것이 없음

1. 제자의 말: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 주십니까?(시편 8,4). 사람이 무슨 공이 있어 당신이 저에게 은총을 주시나이까? 주여, 당신이 나를 버리신들 어찌 나는 원망할 수 있겠사오며, 나의 청하는 바를 안 들어주신들 어찌 감히 반항할 수 있겠나이까? 참으로 내가 진실하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주여 나는 아무 것도 아니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나이다. 내가 가진 좋은 것은 스스로 가진 것이 하나도 없고, 모든 방면에 부족하여 허무한 그곳으로 그침 없이 향하여 가나이다."라는 말뿐이옵니다. 당신이 나를 도와 주시지 않고 또 안으로 나를 건강케 하여 주시지 않으면, 나는 완전히 냉담하여지고 쇠약하여지겠나이다.

2. 주여, 당신은 항상 여전히 머물러 계시고 영원히 변함이 없이 항상 선하시고 의로우시며 거룩하시고, 모든 것을 잘 의롭게 또 거룩하게 행하시며 지혜롭게 안배하시나이다. 그러나 나는 진보하기보다도 잘못을 거듭하는 데 기울어져 항상 같은 상태에 있지 못하게 되오니, 나는 "하루에 일곱 번씩 변하나이다"(다니 4,13 참조). 그렇지만 주께서 원하시고 손을 펴 나를 도우시면 즉시 나아지겠나이다. 당신 홀로 사람의 조력이 없이 도와 주실 수 있고, 내 얼굴을 다시는 이리저리 돌리지 않고 항상 당신께 내 마음이 향하고 당신 안에 안정하여 있을 수 있도록 든든하게 하여 주실 수 있나이다.

3. 그러므로 내가 만일 신심을 얻기 위하여서거나, 나를 위로해 줄 분 당신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찾아야 할 필요로서거나, 모든 인간적 위로를 끊어 버릴 줄 안다면, 이런 경우에 당연히 당신 은총을 바라고 새로운 위로의 예물에 대하여 즐거워할 수가 있겠나이다.

4. 내게 이루어지는 모든 성공은 다 당신께로부터 오오니, 당신께 감사하나이다. 나는 헛것이오며, "당신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오며"(시편 39,5),항심이 없고 나약한 사람이옵나이다. 그러면 무엇으로 영광을 삼고 남 앞에 명예를 얻으려 하오리이까? 허무한 그것으로써 영광을 삼겠나이까? 이는 가장 헛된 일이옵니다. 과연 헛된 영광이 나쁜 흑사병(黑死病)같고 심히 허무한 것이오니, 참된 영광에서 떨어지게 하고 천상 은총을 빼앗나이다. 사람이 스스로 만족하면 당신 마음에 맞지 못하오며, 인간적 칭찬을 즐겨 듣고자 하면 참덕행을 잃고 말 것이옵니다.

5. 참다운 영광과 거룩한 용약은 자기를 자랑함에 있지 않고 당신을 자랑함에 있사오며 자기 덕행에 있지 않고 당신 이름으로 인하여 즐거워하는 데 있사오며, 또 당신을 위하여만 어떤 조물에 기뻐하는 데 있나이다. 찬미를 받을 것은 내 이름이 아니고 당신 이름이오며, 찬송을 받을 것은 내 업적이 아니요, 당신 업적이옵나이다. 당신 거룩한 이름은 현양되오며, 사람들이 드러내는 찬미는 조금도 내게 돌려보내지 마소서. 당신은 나의 영광이시오, 당신은 내 마음의 즐거움이시옵니다. 나는 당신 안에서 종일 자랑하고 용약 하오니, "나 자신에 관해서는 나의 약점밖에 자랑하지 않겠나이다."(2고린 12,5)

6. 유다인들은 자기들끼리 영광을 구하나, 나는 하느님께만 있는 영광을 구하겠나이다. 인간의 모든 영화와 잠세의 모든 명예와 현세의 모든 작위(爵位)는 당신의 영원한 영광에 비하여 보면 헛된 것이요 어리석은 것이옵니다. 오! 나의 진리시오, 나의 인자시오, 나의 하느님이여! 복되신 성삼이여! 당신께 홀로 찬미와 존경과 권능과 영광이 무궁세에 있어지이다.

제41장 잠세의 모든 허영을 멸시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남은 존경을 받고 높은 지위에 오르건만 너는 멸시를 당하고 천대를 받는다고 상관하지 말라. 너를 하늘로 네 마음을 돌려 내게로 향하라. 그러면 땅에서 사람들이 너를 경멸한다고 슬퍼할 것이 없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주여, 우리는 소경이 되어 살아가므로 허영심에 유인 되기가 몹시 쉽사옵니다. 내가 나를 바로 바라본다면 무슨 조물이 나를 모욕했다고 할 만한 것이 없으니, 어떤 욕을 당하였다고 정당하게 당신을 원망할 아무런 이유도 없겠나이다. 내가 당신께 자주 크게 범죄한 관계로 당연히 모든 조물은 나를 거슬러 일어나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수치와 멸시를 당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오며 당신은 찬미와 존경과 영광을 받으심이 마땅하옵나이다. 나는 모든 조물이 나를 멸시하고 떠나기를 달갑게 원하지 않고, 또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김을 받을 각오가 없다면, 마음에 평화를 얻지도 못하고, 견고해지지도 못하며, 영신적 빛도 받지 못하고 당신과 완전히 결합도 되지 못하나이다.

제42장 평화를 사람에게 두지 말 것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와 뜻이 같고, 같이 산다고 해서 네 평화를 어떤 사람에게 둔다면, 너는 항구치 못하고 또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네가 의뢰하는 것이 불사 불멸하고 불변하는 진리라면 친구가 떠나거나 죽는다고 근심하지 않으리라. 동무를 사랑함도 내 안에서 해야 하며, 네가 착하다고 여기고 이 세상에서 극히 친한 사람도 나를 위하여 사랑하여야 한다. 나 없이는 우애의 가치도 없고 오래가지도 못하며, 내가 맺어 놓은 사랑이 아니면 참되고 깨끗한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자를 따르는 정에 너는 죽어 있어야 하리니, 네가 네 편에서는 아무도 교제함이 없이 살기를 원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모든 인간의 위로를 멀리 피할수록 그만큼 하느님께 가까워진다. 또 가지 스스로 깊이 낮추고 자기를 천히 볼수록 그만큼 하느님께 올라간다.

2. 자기가 선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은총을 막는 사람이니, 성령의 은총이 항상 겸손한 마음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네가 너를 완전히 허무한 것으로 여기고 또 조물적 사랑을 끊어 버릴 줄을 안다면, 나는 풍성한 은총과 더불어 네 안으로 흘러올 것이다. 네가 조물을 바라보면 조물주를 못 보게 되리라. 모든 일에 다 조물주를 위하여 너를 이기는 법을 배워라. 그렇게 행하면 하느님을 알게 되리라.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절제 없이 사랑하여 바라보면, 제일 높은 것에서 멀어지게 하고 해를 끼치는 것이다.

제43장 세속적 헛된 지식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사람이 하는 말이 아름답고 현철하다고 이끌리지 말라. "하느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않고 능력에 있다"(1고린 4,20). 마음을 뜨겁게 하고 정신을 밝혀 주는 내 말을 삼가 들을 것이니, 마음에 통회를 발하게 하고 여러 가지 위로를 주는 말이다. 남보다 박학하고 지혜롭다는 말을 들을 마음으로 아무 글도 읽지 말라. 너는 악습을 고치는 데 힘써라. 이 일은 어려운 많은 문제를 해득함보다 네게 더 유익한 까닭이다.

2. 많이 일고 많이 인식하였으면 항상 한 원리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사람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자는 나이며, 사람한테서 배워 알 수 있는 이상으로 명석한 이해력을 어린이들에게 준다. 내가 가르쳐 주는 사람은 오래지 아니하여 지혜로울 것이며 영신적 진보가 많으리라. 사람에게 헛된 것을 많이 물으면서 나를 섬기는 길엔 별로 관심치 않는 사람에게는 과연 화 있으리라. 모든 선생의 선생이요 천사들의 주인 그리스도가 나타날 때가 있을 터이니, 그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강을 받으러, 즉 각 사람의 양심을 살피러 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나는 불을 켜 들고 예루살렘을 뒤지리니"(스바 1,12), 모든 암흑에 감추인 것이 드러날 것이며, 혀는 변론을 그치고 잠잠하리라.

3. 나는 겸손한 자의 정신을 잠세에서 들어 올려 학업을 십 년간 학교에서 연구한 것보다도 더 많은 영원한 진리의 이치를 삽시간에 통달케 하리라. 나는 음성의 요란한 진동이 없이, 여러 의견의 복잡함도 없이, 허영의 외식도 없이, 논쟁도 없이 가르친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은 세상 것을 천히 보고, 잠세의 것을 싫어하고 영원한 것을 찾고 영원한 것에 맛을 붙이고 명예를 피하고, 악표를 참아 견디고, 모든 희망을 나에게 두고, 나 외에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모든 것을 초월하여 나를 열절히 사랑하라는 것이다.

4. 어떤 사람은 나를 친근히 사랑하는 데서 천상적 사정을 배워 기묘한 말을 하였다. 세밀한 연구에서보다도 모든 것을 버리는 데서 진보하였다. 그러나 나는 어떤 사람에게는 보통 것을 말하여 주고, 어떤 사람에게는 특별한 것을 말하여 주며, 어떤 사람에게는 많은 신광 중에 오묘한 도리를 계시해 준다. 책은 모든 사람에게 다 같은 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다 같이 감화시키는 것은 아니니, 그 까닭은 내가 사람의 마음속에서 진리를 가르치는 스승이요, 마음을 살피고, 생각을 통달하고, 행위를 장려하며, 나의 공정한 판단을 따라 각 사람에게 은혜를 내려 주는 자이기 때문이다.

제44장 바깥일에 관심하지 말 것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많은 일에 모르는 자가 되어야 하며, 너를 지상에서 죽은 자와같이 여기고, 또 세상이 네게는 온전히 못 박혀 있게 된 것처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또 많은 사물에 귀를 막고 지나가야 할 것이며, 네 평화에 관한 것만을 생각하여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서 눈을 돌이키는 것이 네게 유익하고, 다른 사람과 논쟁하여 공격하는 것보다는, 각각 생각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낫다. 너 항상 하느님을 잘 모시고 있고, 그분의 판단에 의지하고 있으면, 남에게 지게 된 것을 쉽게 참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오! 주여, 우리는 어느 상태에 있나이까? 무슨 세속적 손해를 보았다고 울고, 조그마한 이익을 바라 수고하며 동분서주하나, 영신적 해는 잊어버리고 겨우 늦게야 생각하나이다. 별소용이 없고 혹 전혀 유익치 않은 일에는 주의가 깊으나, 극히 필요한 것은 소홀히 해버리오니, 사람은 전체로 바깥일로만 흐르기 때문이옵니다. 급히 이를 깨닫지 못하면 바깥일에 스스로 즐겨 있고자 하나이다.

제45장 모든 사람을 다 믿을 것이 아님, 말에 그르침을 삼감

1. 제자의 말: 주여, 어서 이 곤경에서 우리를 도와주소서. 사람의 도움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시편 60,11). 몇 번이나 나는 신뢰한다고 믿던 일에서 미쁨을 보지 못하였사옵니까! 몇 번이나 나는 별로 바라지 않던 곳에서 신뢰를 발견하였나이까! 그러므로 사람을 믿는 것은 헛된 일이옵나이다. 의인들의 구원은 주여, 당신께 있나이다. 내 주 하느님이여, 우리가 당하는 모든 일에 찬미를 받으소서. 우리는 약하고 또 항구치 못하오며 쉽게 속고 변하기를 잘하나이다.

2. 누가 그리 모든 일에 주의가 깊고 삼감이 많아, 한 번도 무슨 일에 속아넘어가지 아니하고 혼란한 경우를 당하지 아니하였다 할 만한 사람이 있겠나이까? 그러하오나, 주여, 당신을 믿고 또 순진한 마음으로 당신을 찾는 자는 그리 쉽게 넘어지지 아니하나이다. 또 무슨 곤란을 당하여 아무리 복잡한 경우를 당한다 할지라도, 급히 당신으로 말미암아 빠져 나올 것이여, 당신께 위로를 받을 것이오니, 당신은 당신을 믿는 자를 끝까지 버리지 아니하시나이다. 자기 벗이 어려운 중에 있을 때에도 우정을 지켜 나가는 진실한 벗은 드무나, 주여, 당신 홀로 모든 벗 중에 제일 미쁨 있는 벗이오며, 당신 외에는 당신과 같은 이가 없나이다.

3. "내 마음은 견고해졌고 그리스도 안에 확고한 기초를 두었다."고 부르짖은 저 거룩한 영혼은 얼마나 잘 생각하였나이까? 나도 이러하다면 사람이 무서워 스스로 번거로울 필요가 없을 것이며, 말이 무서워 움직일 필요도 없겠나이다. 누가 모든 것을 다 미리 보며, 누가 장래에 당할 모든 재앙을 미리 조심하여 피할 수 있으리이까? 미리 안 것도 가끔 잘못되어 영혼을 상하거든, 미리 알지 못하다가 갑자기 당하여 중상을 받는 것은 무엇이 이상하다 하겠나이까? 그러나 나는 왜 가련한 나를 미리 더 잘 돌아보지 아니하고 있으며 어찌 다른 사람을 그리 쉽게 믿었나이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천사와 같이 여기고 천사라고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며 연약한 인간에 불과하옵니다. 주여, 누구를 믿어야 하리이까? 당신밖에 누구를 믿어야 하리이까? 당신은 속이지도 아니하시고 속지도 않으시는 진리이옵니다. 또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며"(시편 116,11), 약하고 항구성이 없고 떨어지기 쉬우며, 특히 말에 그러하여, 겉으로 바른 말과같이 보이는 것도 즉시 믿기가 어렵사옵니다.

4. "사람들을 조심하여라."(마태 10,17) 하신 당신의 말씀은 얼마나 지혜롭게 하신 말씀이옵니까? "집안 식구가 바로 자기 원수이며"(마태 10,36),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더라도"(마태 24,23) 믿을 바 못 되나이다. 내가 해로운 경험을 하고서야 깨달았사오니, 이후에 이것이더 주의하는 원인이 되고 또 미련한 짓을 하지 않게 되면 다행하리이다. 어떤 사람이 내게 무슨 말을 하고 나서 "주의하고 주의하여 비밀을 지켜 달라."도 하여, 나는 말을 내지 아니하고 또 어느 때까지든지 비밀 중에 있는 줄로 알았더니, 내게 비밀을 지켜 달라고 청하던 그 자신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즉시 나와 저 자신을 팔고 갔나이다. 주여, 나를 이러한 이야깃거리가 되게 하지 마시고, 조심 없는 사람에게서 나를 구원하여 그들의 손에 떨어지지 말게 하시고 그와 같은 일을 한 번도 행하지 말게 하소서. 내 원의는 참말을 말하고 확실한 말을 하게 하시며, 간사한 말을 내게서 멀리해 주소서.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것을 행할까, 모든 힘을 다써서 주의할 것이옵니다.

5. 남의 말을 아니하고 모든 것을 분간 없이 다 믿지 아니하고, 들은 것을 가벼이 다시 말하지 아니하며, 몇 사람에게만 자기를 드러내고, 항상 마음을 관찰해 주시는 당신을 찾으며, 바람과 같은 이러저러한 말에 흔들리지 아니하고 안팎의 모든 일이 당신 의향대로 되기를 원하게 되면, 그 얼마나 좋으며, 얼마나 평화를 주는 것이겠나이까! 사람들 앞에서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 겉으로 자랑이 될 만한 것을 원하지 아니하며, 다만 개과천선 생활에 필요하고 열심을 분발케 하는 것을 삼가 찾아 행함은 천상 은총을 보존하는데 그 얼마나 안전한 방법이옵니까! 덕이 남에게 드러나고 너무 급하게 찬미를 받게 되어 해를 받는 사람은 얼마나 많으옵니까! 모든 것이 유혹이요 전쟁인 이 위험한 세상에서 은총을 비밀히 보존하는 것은 그 얼마나 유익하옵니까!

제46장 비난을 당할 때 하느님께 의탁할 것

1. 주의 말씀: 아들아, 굳세게 서 있고 나를 믿고 있어라. 말은 무엇이냐? 말은 말에 지나지 아니하고, 공중에 날 뿐이지 돌을 상하지 못한다. 만일 네가 죄를 지었거든 달갑게 고쳐야 할 줄로 생각하라. 만일 잘못한 것이 도무지 생각에 떠오르지 않거든, 하느님을 위하여 달갑게 이러한 비난을 참아 나가야 된다는 것을 생각하여야 한다. 너는 아직도 큰 곤란을 당할 힘이 없으니, 어떤 때에 남의 말이라도 들어 참을 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작은 일이라도 네 마음에 들어가는 것은 아직도 네가 육체를 따라 살고 체면을 과도히 보는 데서가 아니고 무엇이냐? 네가 경천히 여김을 받을까 두려워하니, 잘못으로 인한 책망을 당하기를 싫어하고, 또 핑계하여 가리고자 한다.

2. 그러나 너를 잘 살펴보라. 아직도 네 안에 세속이 살아 있고, 사람들의 뜻을 맞추겠다는 헛된 사랑이 살아 있음을 알리라. 네가 천대받는 것을 피하고, 과실이 있어도 부끄러움 당하는 것을 싫어하니 네가 참으로 겸손치 아니한 것이 분명하고, 세속에 대하여 전혀 죽고, 세속도 네게 못박히지 아니하였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의 수다한 말을 상관하지 아니하리라. 너를 거슬러 악한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말을 한다 할지라도 그저 지나가게 내버려두고 티끌처럼만 헤아리면 네게 해로울 것이 없겠으며, 네게서 머리털 하나라도 뽑혀질 리가 없으리라.

3. 그러나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항상 하느님을 목전에 모시지 아니하는 사람은, 비난을 들으면 곧 흔들린다. 그러나 나를 믿고 제 판단대로 행하고자 않는 자는 사람을 두려워 아니한다. 나는 판관이요 또 모든 비밀을 아는 자이니, 내가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욕하는 사람도 알고, 욕당하는 사람도 안다. 이것은 내가 한 말이니, "반대자들의 숨은 생각을 드러나게 하기 위하여"(루가 2,35) 내가 허락함으로 이 일이 되었다. 나는 죄인과 무죄한 자를 판단하겠다. 그러나 비밀한 판단으로 둘 다 먼저 시험해 보고자 한다.

4. 사람이 증거해 주는 것은 흔히 속이지만, 내 판단은 참되며 영구성이 있고 또 무너지지 아니한다. 이것이 흔히는 숨어 있어 매사에 그 판단을 보는 사람은 적다. 그러나 한번도 그르침이 없고 비록 미련한 사람들의 눈에 바르지 않게 보인다 할지라도 그르칠 수가 없다. 그러니 모든 판단에 나를 따를 것이지 네 주견을 따라 행하지 말라. 의로운 사람은 하느님께로부터 무슨 일을 당하든지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다."(잠언 12,3). 불의하게 저를 거슬러 무슨 말을 하였다 할지라도, 그것을 가지고 별로 상관치 아니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 이치에 맞게 변명된다. 하여도 헛되이 즐거워도 아니하리라. "내가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꿰뚫어 보고"(묵시 2,23), 얼굴이나 인간의 드러나는 것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도 흔히 내 눈에는 잘못한 것으로 보인다.

5. 제자의 말: 주 하느님이여, 의로우시고 용맹하시고 참을성이 많으신 판관(判官)이시여! 당신은 사람의 연약하고 악함을 아시니, 내 힘이 되어 주시고, 나의 모든 미쁨이 되어 주소서. 내게는 내 양심 하나만으로는 부족하옵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당신이 아시니, 내가 무슨 책망을 듣든지 스스로 겸손할 필요가 있고 순량하게 참을 필요가 있었나이다. 내가 이렇게 하지 아니한 모든 것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더 잘 참을 만한 은총을 다시 내려주소서. 내 억측한 의덕이 은밀한 양심을 변호함에 유조하기보다, 당신의 풍성한 인자로 용서를 얻기 위하여 더 유조한 것이옵니다. "나는 양심에 조금도 거리끼는 일이 없으나"(1고린 4,4),그렇다고 이미 의로운 자라고 할 수 없사오니, "이 종을 재판에 붙이지 말아 주소서. 살아 있는 사람치고 당신 앞에서 무죄한 자 없사옵니다"(시편 143,2).

제47장 영생을 얻기 위하여 모든 어려운 일을 감수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나를 위하여 맡은 직업으로 말미암아 용기를 잃지 말고, 또 무슨 곤란이 있다 해도 조금도 실망하지 말라. 내가 허락한 바는 모든 일에 너를 견고체하고 위로할 것이다. 나는 모든 계량과 모든 한계를 초과하여 넉넉히 갚아 줄 수가 있다. 너는 여기서 오랫동안 수고하지 않을 것이며 또 항상 고통으로 눌리지 않으리라. 잠깐만 기다리면 곤란의 빠른 끝을 보리라. 모든 수고와 번잡한 것이 그칠 시간이 오리라. 세월과 더불어 지나가는 것이 다 짧고 작으리라.

2. 네가 행하는 것을 향하라. 나의 포도밭에서 충실히 일하라. 나는 네 품값이 되리라. 써라, 읽어라, 노래하라, 탄식하라, 묵묵하라, 기도하라, 사내답게 대립되는 일을 참아라. 영생에는 이 모든 것을, 아니 이보다도 더 큰 싸움을 참을 가치가 있다. 하느님께서만 아시는 어느 날에 평화가 있을 것이니, 그 때는 이 세상 시절의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닐 것이요, 오직 영원한 빛과 한없는 영광과 견실한 평화와 안전한 쉼이 있을 것이다. 저 때에는 네가 "누가 이 죽음의 육체에서 나를 구해 줄 것입니까?"(로마 7,24)하지 않고, 또 "케달인들 천막에서의 더부살이, 이 괴로움이여."(시편 120,5)하고 소리 지르지도 아니하리라. 죽음은 파멸을 당할 것이요, 구원에는 결점이 없을 것이며, 아무 근심도 없고, 재미있는 복락과 사랑스럽고 안락한 모임이 있으리라. 성인들이 전에는 이 세상에서 극히 천대를 받고 현세에서 살아가는 것이 부당한 것같이 생각 되었으나, 그들이 이제는 얼마만한 영광 중에 즐거워하여, 그 영원한 면류관은 얼마나 빛나는지. 아! 네가 한 번 본다면, 참으로 너는 즉시 땅에까지 스스로 낮출 것이요, 또한 사람 위에라도 있기를 원함보다도 모든 이 아래 있기를 차라리 원할 것이요, 또 이 세상의 즐거운 날을 원하지 아니하고 오직 하느님을 위하여 곤란 당하기를 더 좋아할 것이요, 또 사람들 중에서 극히 작은 자로 여겨지는 것을 큰 유익으로 생각할 것이다.

3. 오! 만일 네가 이것을 깨닫고 깊이 네 마음에 사무치게 된다면 어찌 한 번이나 감히 원망할 수 있으랴?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는 모든 수고를 참을 것이 아니냐? 하느님의 나라를 잃고 얻는 것은 응당 소용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하늘로 네 얼굴을 들어 보라. 이 세상에서 큰 싸움을 겪은 나의 모든 성인들이 나와 더불어 즐거워하고, 위로를 받고 안심하고 쉬며, 또 끝없이 성부의 나라에 머물러 있다.

제48장 영원한 날과 현세의 곤궁

1. 제자의 말: 오! 천상 국가의 극히 복된 처소여! 밤도 어둡게 할 수 없는 영원한 진리가 항상 빛나는 영원한 날이여! 항상 즐겁고 항상 안전하고 한 번도 처지가 반대로 변하지 않는 날이여. 오! 얼른 그 날이 밝아지고 이 모든 현세의 것이 끝났으면! 영원한 광채에 환한 그 날은 성인들에게는 빛나나, 나그네에게는 멀리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 희미하게"(1고린 13,12)보일 뿐이다.

2. 천국의 주민들은 저 날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지만 귀양살이하는 하와이 후손들이 이 세상 날의 괴롭고 지루한 것을 탄식하나이다. 현세의 날은 짧고 악하며 고통과 난감(難堪)이 가득하옵니다. 여기는 사람이 많은 죄에 물들어 더러워지고, 많은 사욕에 얽히며, 많은 두려움에 싸여 있고, 많은 걱정으로 시달리며, 많은 호기심으로 분심케 되고, 많은 허영심으로 이끌리고, 많은 미혹에 방황하며, 많은 수고로 쇠퇴하여지고, 시련에 눌리며, 괘락으로 허약해지고, 가난으로 들볶이나이다.

3. 오! 언제나 이 모든 불행이 끝나겠나이까? 언제나 악습의 가련한 구속을 벗어나겠나이까? 주여, 언제나 당신 하나만을 생각하겠나이까? 언제나 당신 안에 완전히 즐거워하리이까? 언제나 참된 자유가 있어 아무 거리낌이 없이 지내며, 마음과 몸의 불편이 없이 지내겠나이까? 언제나 든든한 평화가 있고, 흔들리지 아니하고 완전한 평화가 있겠으며, 안과 밖으로 또 모든 방면에 견실한 평화가 있겠나이까? 착하신 예수여, 언제나 당신을 뵈오러 당신 대전에 나아가리이까? 언제나 당신은 내게 대하여 모든 것이 되겠나이까? 오! 언제나 당신이 사랑하는 자들을 생각하시어 영원으로부터 준비하신 당신 나라에 있겠나이까? 나는 원수의 땅에 귀양살이하며 가난하게 지내오니, 여기는 날마다 전쟁이요, 불행이 가득하나이다.

4. 나의 귀양살이를 위로해 주시고 내 고통을 가볍게 해주소서. 내 모든 원은 당신께로만 향하여 가나이다. 이 세상이 내게 주는 그 모든 위로는 내게 도무지 짐이 되나이다. 당신을 친밀히 누리고 싶지만 얻을 수 없나이다. 천상 사정에만 마음을 붙이려고 원하나, 이 세상 사물과 이기지 못한 사욕이 나를 누르나이다. 정신으로는 모든 것을 초월하고자 하나, 육신으로 말미암아 억지로 그 밑에 있게 강박을 당하나이다. 이렇게 나 지신과 싸우는 불행한 자인지라, 정신은 위로 오르려 하고 육신은 아래로 내리려하므로 "나는 내게 무거운 짐이 되었나이다"(욥기 7,20참조).

5. 오! 어찌 나는 이렇게 안의 괴로움이 심하옵니까? 정신으로 천상의 것을 묵상하고 있으면, 즉시 기도하는 중에 세상 것의 무리가 덤벼드나이다. 내 하느님이여, "내게서 멀리 서 계시지 마소서. 진노하지 마시고 물리치지 마소서"(시편 70,12; 27,9). "번개를 치시고 화살을 쏘아 대시면"(시편 144,6)원수의 모든 환상은 사라지리이다. 내 모든 관능을 당신께로 모아 주시고, 세상 모든 것을 잊게 해주시며, 악습의 모든 환상을 빨리 멸시하고 배척하게 해 주소서. 영원한 진리시여, 아무 허영도 나를 요동하지 못 하도록 나를 도와주소서. 천상의 아름다운 맛이여, 임하소서. 당신 대전에서는 모든 불결한 것이 물러가게 하소서. 또한 기도 중에 당신 외에 다른 무엇을 생각하거든 그 때마다 용서해 주시고, 인자로이 용서하옵소서. 내가 흔히 분심이 많음을 솔직하게 자백하나이다. 내 육신이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곳에 흔히 내가 있지 않고, 도리어 생각이 머무는 것에 더욱 있게 되나이다. 내 생각이 있는 그것에 내가 있고, 또 내가 사랑하는 것이 있는 그곳에 흔히 내 생각이 있나이다. 본성으로 좋고 관습이 되어 즐거워하는 것은 곧 내가 기억하는 그것이옵니다.

6. 그러므로 진리이신 당신은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이 있다."(마태 6,21)고 똑똑히 말씀하셨나이다. 내가 천국을 사랑하면 즐겨 천국 일을 생각하고, 내가 세상을 사랑하면 세상의 행복을 즐거워하고, 그 역경을 보고 슬퍼하나이다. 내가 육신을 사랑하면 육신의 것을 자주 생각하고 내가 영혼을 사랑하면 영신의 일에 대하여 생각 하기를 좋아하나이다. 무엇이든지 사랑하는 그것을 즐겨 말하고 들으며, 또 이런 것의 환상을 가지고 집에 돌아오나이다. 그러나 주여, 당신을 위하여 모든 조물이 떠나기를 버려 두는 자는 복되옵나이다. 깨끗한 양심으로 당신께 조촐한 기도를 바치고 안팎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완전히 떠나 천사들의 반열(班列)에 참여하기 위하여, 본성을 힘써 누르고 육신의 사욕을 영신의 열심히 복종시키는 자는 복되옵나이다.

제49장 영원한 생명을 동경함과, 용맹히 싸우는 사람에게 허락된 행복

1. 주의 말씀: 아들아, 천상으로부터 영원한 행복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시는 것을 깨달아 변화의 그림자 없이 내 광명을 보려고 육체의 장막에서 나올 원의가 생기거든, 네 마음을 넓혀 이 거룩한 영감(靈感)을 간절한 원의로 받아라. 너를 이와 같이 돌보시고 인자로이 찾으시며, 뜨겁게 격려해 주시고, 네가 자기 무게로 세속 것에 떨어질까 힘있게 거두어 주시는 지극히 어지신 이에게 정성껏 감사하라. 이런 원의는 네 생각으로나 네 노력으로 얻는 바가인고, 천상 은총의 힘과 하느님이 돌보시는 데서만 얻는 것이다. 이러한 원의를 주심은 덕행에 진보하고 겸손하는데 더 힘쓰며, 장래에 할 싸움을 위하여 너를 준비하고, 또한 온전한 정으로 내게 애착하며, 열심을 다하여 나를 섬기는 데 애를 쓰라 하는 것이다.

2. 아들아, 흔히 불이 붙지만 연기 없이는 불꽃이 오르지 아니한다. 이와 같이 어떤 사람들의 원의가 하늘로 오르나, 육신 욕정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저들이 그렇게 간절히 구하는 것이라도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만을 휘하여 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급급하게 드러낸 네 원의도 흔히 그러한 종류의 것이다. 자기의 이해를 위하는 마음이 섞인 그런 것은 깨끗하고 완전한 것이 아니다.

3. 네게 재미있고 편한 것을 구하지 말고, 내 뜻에 맞고 내게 영광이 될 것을 구하라. 네가 옳게 생각한다면, 네 원이라 네가 희망하는 모든 것보다도 나의 안배를 더 중히 여기고 따라야 한다. 나는 네 원도 알고, 가끔 네 탄식도 들었다. 너는 벌써 하느님의 자녀들이 가지는 영광의 자유를 얻기 원하고 벌써 하느님의 자녀들이 가지는 영원한 가정을 그리워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천상 고향을 사모하나, 아직 그 때가 오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다른 때이니, 즉 싸울 때이며 수고와 시험을 당할 때다. 너는 지금 지극히 높은 선을 누리고자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될 수가 없다. 내가 바로 그 지극히 높은 선이다. 하느님의 나라가 임할 때까지 나를 기다려라.

4. 너는 아직 세상에서 시험을 당하여야 하고많은 일에 단련을 받아야 한다. 어떤 때에 네게 위로를 주겠지만, 아주 흡족하게는 주지 않으리라. 그러니 본성에 반대되는 것을 참는 일과 행하는 일에도 굳세고 용감하라. 너는 반드시 새 사람을 입고 나서 다른 사람으로 변하여야 한다. 너는 가끔 네가 싫어하는 일도 하여야 하고, 좋아하는 일도 그만두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잘되고 네가 좋아하는 것은 발전이 없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사람들이 잘 듣지만, 네가 말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구하면 받겠으나, 너는 구해도 얻지 못하리라.

5. 다른 사람들은 남의 칭송을 받겠으나. 네게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으리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런 일 저런 일을 맡기겠지만, 너는 마치 아무 데도 쓸데없는 사람처럼 버림을 받으리라. 이런 관계로 본성은 어떤 때에 슬퍼하겠으나, 아무 소리 없이 이것을 참아 받으면 이것은 위대한 일이리라. 이렇게 또는 이와 비슷한 많은 일에 나의 충실한 종은 시험을 보통으로 당한다. 그것은 얼마나 자기를 억제하고 모든 일에 자기를 이기는 힘이 있는가 함을 보려 함이다. 네 뜻에 맞지 않는 일을 하거나. 혹 네게 특히 재미없고, 또 유익이 좀 없게 보이는 일을 하라고 명령을 받는 때처럼 네가 너를 극복할 필요가 있는 때는 다시없을 것이다. 너는 남의 권하에 있어 감히 높은 권리를 항거하지 못하므로, 네 주견을 버려 다른 사람의 뜻을 따라 행하는 것이 그처럼 어렵게 보인다.

6. 그러나 아들아, 이 수고의 결과를 생각하고 이 모든 것이 빨리 끝나고 그 상급은 극히 후할 것을 생각하라. 그렇게 행하면 어려워하지 않을 것이요, 인내의 극히 힘있는 위로가 있으리라. 네가 지금 자원으로 버리는 작은 원의 대신으로 천국에서는 항상 네 원의 대로 되리라. 저쪽에서는 네가 원하는 그 모든 것을 다 가질 것이요, 네가 사모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다 얻으리라. 저 곳에서는 잃어버릴 염려가 조금도 없이 모든 선을 마음대로 사용할 권리가 있으리라. 저곳에서는 네 뜻이 항상 나의 뜻과 일치하여 다른 것이나 사사로운 것을 원치 않으리라. 저곳에서는 아무도 네게 반항하지 않을 것이요, 아무 것도 거리끼지 않을 것이며, 네 모든 욕망을 흡족케 하고 절정까지 채워 주리라. 나는 저곳에서 네가 모욕을 당한 대신에 영광을 주고, 근심한 대신에 찬미의 의복을 입혀 주고, 마지막 자리를 택한 대신에 영원한 나라의 자리를 정하여 주리라.

7. 거기서 순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요, 고신 극기하던 수고는 즐거움으로 변할 것이요, 겸손 되이 복종한 상으로 영광스러운 월계관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모든 이의 수하에 겸손 되이 너를 낮추어라. 누가 이런 말을 하고 누가 이런 것을 명했는가 캐지 말라. 누가 네게 어떠한 것을 하라고 하였거나, 하기를 바라는 듯하거든 그가 어른이거나, 아랫사람이거나, 동무거나 상관할 것 없이 다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성의껏 그 뜻을 채우려고만 많이 힘써라. 이 사람은 이런 것을, 저 사람은 저런 것을 찾게 내버려두어라. 이 사람은 이러한데, 저 사람은 저러한데 자랑을 삼아 천만 번 찬미를 받는대도 너는 이런 것도 말고 저런 것도 말고, 너 자신을 천히 보는 것과 , 내 뜻만을 맞추고 나를 찬미하기에 즐거워하라. 네가 오로지 원할 것은 , 사나 죽으나 하느님께서 항상 네 안에서 영광을 받으시기를 원할 것뿐이다.

제50장 사람의 위로가 없을 때 하느님께 의탁할 것

1. 제자의 말: 성부이신 주 하느님이여, 이제와 또 영원히 찬미를 받으소서. 당신이 원하시는 바와 같이 이렇게 되었나이다. 또 당신이 하시는 일은 다 좋사옵니다. 당신 종은 당신 안에 즐거워할 것이오며, 자기 안에나 다른 무엇에 즐거워하지 말게 하소서. 주여, 당신 홀로 참즐거움 이시며, 당신만이 내 희망이시오, 내 화관이시오, 내 기쁨 이시여, 내 영광이신 까닭이로소이다. 당신 종은 공로 없이 당신께로부터 받은 외에 가진 것이 무엇이옵니까? 당신이 주시고 행하신 그 모든 것은 다 당신의 것이옵니다. "어려서부터 기를 못 펴고 고통에 눌린 이 몸, 당신 앞에서 두려워 몸둘 바를 모르옵니다"(시편 88,15). 내 영혼이 어떤 때에 눈물을 흘리기까지 슬퍼하나이다. 또 어떤 때는 달려드는 사욕으로 인하여 스스로 혼란 되어 있나이다.

2. 평화의 즐거움을 나는 원하나이다. 주께서 위로의 빛으로 기르는 당신 자녀들의 평화를 내가 구하나이다. 내게 평화를 주시고 거룩한 즐거움을 내려 주시면, 당신 종의 영혼은 미묘한 음악 중에 잠겨 있을 것이요, 당신을 찬미하는 데 신심이 나리이다. 그러나 매우 흔히 행하시는 바와 같이, 당신이 얼굴을 돌이키시면 당신 계명의 길을 갈 수가 없고, 가슴을 치기 위하여 무릎을 꿇으리이다. 당신 종의 머리 위에는 당신 광명이 비치고 당신 깃의 그늘 밑에서 보호를 받아 닥쳐오는 시련을 피하던 어제와 그제와는 다른 까닭이옵나이다.

3. 공의로우시고 늘 찬미하올 성부여, 당신 종이 시련을 당할 시기는 이르렀나이다. 사랑하올 성부여, 당신 종은 당신을 위하여 이 시간에 무슨 괴로움을 받는 것은 당연하옵니다. 영원토록 공경하올 성부여, 당신 종이 겉으로는 잠깐 동안 눌리고 안으로는 항상 당신과 살 그 때에 왔사오니, 당신이 무시로부터 이 때를 미리 아셨나이다. 당신 종이 다시 당신과 더불어 새로운 광채 속에 부활하여 천상에서 영광을 받기 위하여, 천대를 받고 멸시를 당하고 사람 앞에서 면목을 잃고, 사욕과 고통으로 눌려 부서져도 관계치 않으리이다. 성부여, 당신이 이렇게 원하셨사오니, 당신이 친히 명하신 대로 그렇게 되었나이다.

4. 세상에서 당신 사랑을 위하여 괴로움과 역경을 당하게 되는 것은 다 그 몇 번이든지 또 누구에게서 받게 되든지, 당신 벗에게 주시는 은혜이옵니다. 당신의 계획과 안배가 없고, 또 원인이 없이는 이 세상에서 아무 것도 되지 못하나이다. 주여, "고생도 나에겐 유익한 일, 그것이 당신 뜻을 알려 줍니다"(시편 119,71). 모든 교만한 마음과 주제넘은 마음을 없애시는 데는 나를 낮추신 것이 좋사옵니다. 부끄러움으로 내 얼굴을 가리옴은 내게 유익하오니, 그로 인하여 사람에게보다도 당신께 위로를 구하게 된 까닭이옵나이다. 당신이 의인을 죄인과 다름없이 괴롭게 하시오나, 공평과 정의가 없어서 그러시는 바는 아니오니, 이로써도 당신의 통달할 수 없는 심판을 두려워하기를 배웠나이다.

5. 당신이 내 죄악을 없애지 않으시고 고통을 끼치시며 안팎으로 근심을 보내시어 매운 매로 나를 부서뜨리셨사오니 감사하나이다. 내 하느님이여, 영혼을 낫게 하시는 천상적 의사이신 당신 외에는 하늘 밑에 있는 그 모든 이 중에서 아무도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이가 없나이다. "그분은 채찍질을 하시고 또 자비로 베푸신다. 땅 밑바닥 지옥까지 끌어내리시고, 또 그 무서운 파멸에서 끌어올리신다"(토비13,2). 당신 계명으로 나를 다스리시고 채찍으로 나를 가르쳐 주시리이다.

6. 사랑하올 성부여, 보소서. 당신 수중에 나는 있나이다. 당신 징계의 채찍 밑에 나는 꾸부리나이다. 내 등과 내 목을 때리시어, 나의 비꼬인 마음을 당신 의향대로 꾸부리게 하소서. 당신이 항상 잘하시는 바와같이, 나를 경건하고 겸손한 제자가 되게 하시어, 당신의 모든 지도대로 살게 해주소서. 당신께 나와 나의 모든 것을 바쳐 고쳐 주시기를 구하오니, 후세에서보다는 현세에서 힐책을 당하는 것이 훨씬 낫나이다. 당신은 모든 것을 일일이 다 아시고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도 모르시는 것이 아무 것도 없나이다. 일이 되기 전에 벌써 당신이 장래 일을 아셨고, 세상에서 되는 일을 누가 당신께 가르쳐 드리거나 알려 드릴 필요가 도무지 없나이다. 내가 진보하는 데는 무엇이 긴하지 당신이 아시고 악습의 등록을 벗기기 위하여는 곤란이 얼마나 유익한지 아시나이다. 당신 의향대로 나를 지도해 주시고, 어느 누구보다도 당신이 제일 잘 아시는 나의 죄 많은 일생을 멸시하지 마옵소서.

7. 주여, 나로 하여금 알아야 할 것을 알고, 사랑하여야 할 것을 사랑하게 하여 주시며, 당신 마음에 맞는 것을 찬미하게 하시며, 당신이 귀하다고 하시는 것들을 중히 여기게 하여주시며, 당신 눈에 더럽게 보이는 것들을 나도 비천히 보게 하여 주소서. 겉으로 눈이 보는 대로 판단하지 말게 해주시고 경험 없는 자들의 말을 듣고 그대로 판단하게 하지 말게 해 주시고, 유형한 것과 영신의 것을 바로 판단하게 하시고, 또 모든 것을 초월하여 당신 의향을 항상 알아내게 하여 주소서.

8. 흔히 사람들은 오관에 접촉되는 대로 판단하므로 그르치며, 또 세속을 사랑하는 자들은 유형한 것만 사랑하므로 그르치나이다. 사람한테서 낫다는 평판을 듣는다고 실상 그 사람이 더 훌륭하겠나이까? 사람이 높여 준다는 것은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쟁이를, 허무한 사람이 허무한 사람을, 소경이 소경을 약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속이는 것이오니 참으로 헛되이 사람을 찬미하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게 되나이다. "누구든지 당신 눈에 나타나는 그대로의 가치가 있을 뿐이며, 조금도 더함이 없나이다."라고 겸손한 프란치스코 성인은 말하였다.

제51장 위대한 일에 힘이 부족하면 작은 일에 전력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덕행에 대한 열성이 항상 열렬할 없을 것이요, 또 항상 고상한 관상 기도를 계속해 나갈 수도 없을 터이니 원죄로부터 오는 부패한 인성으로 말미암아, 어떤 때에는 낮은 데로 내려가서, 싫고 또 염증이 나더라도 부패한 생활의 짐을 질 것이다. 죽을 육신을 지니고 있는 동안 염증을 느끼고 마음의 괴로움을 느끼리라. 그러므로 네가 육신을 가지고 사는 동안에는 자주 육신의 짐을 생각하고 탄식할 것이니, 영신 사정과 천상적 관상 기도에 끊임없이 힘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2. 그런 때에는 천한 바깥일을 하고, 좋은 행위를 하여 스스로 휴양하면서, 내가 올 때와 하늘로부터 방문을 굳이 고대함이 좋고 또 내가 너를 다시 찾아 모든 근심 걱정을 면하게 할 때까지 네 귀양살이와 마음의 건조함을 인내로이 참아 견딤이 좋다. 나는 네게 모든 수고를 잊어버리게 해줄 것이며, 마음의 편안함을 누리도록 해줄 것이다. 내가 네 앞에 성경의 풀밭을 내놓아 주어, 마음껏 내 계명의 길을 걷게 해주리라. 그 때 너는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 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로마 8,18)하리라.

제52장 사람은 자기가 무슨 위로보다도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한 줄로 생각하여야 함

1. 제자의 말: 주여, 나는 당신의 위로를 받기에 부당하고, 또 당신이 내 영혼을 찾아 주심도 너무 죄송하옵니다. 그러므로 불쌍하게 또 위로 없이 나를 버려두셔도 마땅하옵니다. 내가 바닷물만큼 눈물을 흘릴 수 있다 하여도 당신 위로를 받기에 합당치 못하리이다. 나는 당신을 크게 모욕하였고 많은 일에 잘못하였사오니, 매를 맞고 벌을 받을 것밖에 다른 것이 없나이다. 그러므로 공정하게만 해주시면 미소한 위로마저 받을 자격이 없나이다. 그러나 인자하시고 자비하신 하느님이여, 당신 사업이 멸망하는 것을 원치 아니하시어 자비의 그릇에 베푸실 당신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를 보이기 위하여(로마 9,23), 자신의 공로가 조금도 없어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상으로 당신의 종을 은혜로이 위로하여 주시나이다. 당신의 위로는 사람의 담화와는 아주 다르나이다.

2. 주여, 내가 천상적 위로를 받게 하는 일이 무엇이 있나이까? 나는 아무 것도 잘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오며, 오직 어느 때나 악습에 기울어지고 회개하는 데 항상 게을렀나이다. 이는 사실이오니 내가 부인할 수 없나이다. 달리 내가 말한다면, 당신은 즉시 거슬러 일어나실 것이며 나를 변호할 사람이 없겠나이다. 나는 내 죄악으로 말미암아 지옥과 영원한 불 외에 무엇을 벌었나이까? 진실로 고백하오니, 나는 온갖 조롱과 능멸을 받음이 마땅하오며, 나를 당신의 경건한 자들 중의 하나로 생각하시기 에도 부당하옵니다. 비록 이것이 내 귀에 거슬리지마는 나를 거슬러 진실히 내 죄악을 고백하오니 이는 당신의 인자로우심을 더 쉽게 얻기 위함이로소이다.

3. 온갖 부끄러움에 싸인 범죄자인 나는 무슨 말을 아뢰리이까? "주여, 죄를 지었나이다.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나를 용서해 주소서." 이 말밖에는 내 입이 당신께 드릴 말씀이 없나이다. 암흑의 나라, 죽음의 어둠이 덮인 저 땅으로 가기 전에 "잠깐만이라도 밝은 날을 보게 하여 주소서"(욥기 10,20). 당신은 죄인에게 불쌍한 죄인에게 제 죄를 알고 통회하며 스스로 겸손해지는 것 외에 무엇을 구하시니까? 진실한 통회와 진정한 겸손으로 용서를 받을 희망이 생각과 산란한 양심이 화평하여지며, 잃은 은총을 얻게 되고, 장차 당할 하느님의 의노를 면하게 되오며, 통회하는 영혼은 하느님과 포옹하며 만나리이다.

4. 죄인의 겸손한 통회는, 주여, 당신 의향에는 맞는 제사이오며, 당신 대전에 유향보다도 더 유쾌한 향기가 되나이다. 이는 또한 당신의 거룩한 발에 부어 드리기를 원하신 좋은 향액이오니, 당신은 "찢어지고 터진 마음을 얕보지 아니하셨나이다"(시편 51,17). 그곳은 성낸 원수의 얼굴을 피하는 피난처이오며, 그곳은 다른 곳에서 더러워지고 악하게 된 모든 것을 씻고 고치는 곳이옵나이다.

제53장 세상의 것을 맛들이는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은총이 내리지 않음

1. 주의 말씀: 아들아, 내 은총은 귀중한 것이다. 딴 것과 세상의 위로와 섞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은총이 내리기를 원하거든 은총에 장애 되는 모든 것을 없앨 필요가 있다. 고요한 곳을 찾아 혼자 너와 있기를 좋아하고 사람과 담화하기를 원치 말고 오직 하느님께 신심 있게 기도를 드려 통회하는 마음과 조촐한 양심을 보존하도록 힘써라. 온 세상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모든 세상 사물보다도 하느님과 사귀는 것을 중히 생각하라. 네가 나와 가까이 지냄과 동시에 또한 지나가는 세상의 것을 즐겨 누릴 수는 없다. 너를 아는 자들과 네 친우들을 멀리하며 세상의 모든 위로 없이 네 마음을 보존하여야 된다. 성 베드로 사도는 그리스도의 신자들이 이 세상에서 나그네와 행인같이 자기를 절제하라고 권고하였다(1베드로 2,1).

2. 세상의 것에 조금도 마음을 두지 아니한 사람이라면 죽을 때에 이르러, 오, 얼마나 자신이 있을까! 그러나 자기 마음을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하여야 된다는 것을 병든 정신은 깨닫지 못하고, 또 자연적 인간은 내적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자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이 참으로 영신적 생활을 하자면, 먼 것이나 가까운 것이나, 다 버려야 할 것이요, 또 무엇보다도 자기를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너 자신을 완전히 이기게 되면 다른 것은 어렵지 않게 굴복시키리라. 완전한 승리는 너 자신을 이기는 데 있다. 무슨 일에든지 육정은 이성(理性)에, 또 이성은 내게 복종하도록, 자기를 정복한 그 사람은 참으로 자기를 이긴 자요, 세상의 주권을 잡은 자다.

3. 네가 이 완덕의 절정에 오르려 하거든, 사내답게 시작하여 너와 모든 사사로운 이익과 물질에 대한 숨은 절제 없는 경향을 뽑고 멸하기 위하여, 도끼를 뿌리에 댈 필요가 있다. 뿌리째 없애 버릴 모든 악습이 대개 다 자기를 너무 사랑하는 악습에 달렸다. 그러므로 이 악습을 처 이겨 이기면 평화가 가득할 것이요, 항상 평화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에 대하여 완전히 죽고 또 자기를 완전히 초월하여 나아가려는 자의 수가 적으므로, 많은 사람들은 자기에게 얽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를 돌파하여 영계로 오르지 못한다. 나와 더불어 자유롭게 가려는 사람은 악하고 절제 없는 모든 감정을 억제할 필요가 있고, 또 어떠한 조물에든지 사사로운 사랑으로써 집착치 말아야 한다.

제54장 본성과 은총의 작용이 서로 다름

1. 주의 말씀: 아들아, 본성과 은총의 작용을 잘 관찰하라. 사로 퍽 반대되지만 기묘하게 작용하니 영신적 생활을 하는 사람, 또 속마음에 신광을 받은 사람이 아니면 분별하기 어렵다. 누구든지 다 선을 원하고 그 말이나 행위가 선을 빙자한다. 그러므로 선이란 가면(假面)으로 많이 속는다. 본성은 매우 교활해서 많은 사람을 이끌고 옭고 속이고 또 항상 저 자신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러나 은총은 순직하게 행하고, 죄의 그림자도 다 피하며, 속이려 하는 일이 없고, 모든 것을 하느님을 위하여만 하며, 하느님을 최후 목적으로 삼아 그 안에 쉰다.

2. 본성은 극복되거나 압제를 받거나 남에게 지기를 싫어하고, 또 남의 밑에서 복종하고 스스로 굴복하기를 원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은총은 고신 극기에 힘쓰며 육욕에 저항하고, 남의 밑에 처하기를 구하여, 남에게 지기를 바라며, 자기 뜻을 따라 하려 하지 않고 규칙에 매여 있기를 좋아하며, 다른 사람을 다스리지를 원하지 않으며, 항상 하느님의 수중에 살고 거처하기를 원하며, 하느님을 위하여 모든 사람 아래에 자기를 겸손하게 낮추려고 준비하고 있다. 본성은 자기 이익을 위하여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기에게 무슨 이익이 돌아올는지를 주의하고 있다. 은총은 자기에게 무슨 유익할 것이나 편할 것을 찾지 아니하고, 오직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할 것을 도모한다. 본성은 명예를 얻고 공경 받는 것을 극히 좋아하나, 은총은 명예와 존경을 충실히 하느님께 돌려보낸다.

3. 본성은 수치와 천대를 무서워하나 은총은 "예수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욕을 당하게 된 것을 특권으로 생각하고 기뻐한다"(사도 5,41). 본성은 한가함과 육신의 편함을 좋아하나, 은총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가 없어 자원으로 일에 착수한다. 본성은 이상스럽고 아름다운 것을 찾고 천하고 거친 것을 싫어하나, 은총은 단순하고 비천한 것을 좋아하고 거친 것이라도 싫어하지 아니하고, 낡은 옷 입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본성은 현세 것을 돌보고 현세의 무슨 유익을 즐거워하며 손해를 슬퍼하고 무슨 좀 욕되는 말을 들으면 분노하지만, 은총은 영원한 것에 착심하여 현세 것에 애착하지 않고, 재물을 잃어도 혼란됨이 없고, 무슨 엄한 말을 들어도 노여워 아니한다. 이는 자기의 보배와 즐거움을 도무지 잃을 수 없는 천국에 간직해 두었기 때문이다.

4. 본성은 탐욕이 있어, 주기보다도 받기를 더 좋아하며 사사로운 것을 좋아하나, 은총은 경건하고 공동적으로 생각하여 개인적이기를 피라고 적은 것으로 만족하며,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 본성은 조물과 자신의 육체와 허영과 방황에 기울어지나 은총은 사람을 하느님과 덕행으로 이끌고 조물을 끊어 버리며 세속을 피하고 육체의 바람을 미워하여, 출입을 적게 하며 공중 앞에 나가기를 부끄러워한다. 본성은 오관을 즐겁게 하는 바깥 위로를 좋아하나 은총은 하느님 안에만 위로 받기를 원하고 모든 유형한 것을 지나 최고선(最高善)을 즐기기를 원하다.

5. 본성은 무엇을 하든지 무슨 유익이나 무슨 편리를 자라고 하며, 거저 공으로 하는 일이 없이 자기가 한 일에 그와 같은 혹은 그보다 더한 보수를 희망하며, 혹은 찬미나 혹은 총애를 바라고 하며, 자기가 한 일이나 자기가 준 것은 크게 여겨 선물을 희망하나, 은총은 잠세의 것은 도무지 찾지 않고, 자신의 보수를 위하여 하느님 외에 다른 무슨 상급을 구하지 않고, 영생을 얻는 데 요구되는 필요한 것 외에는 세상의 재물에 대하여 더 원하는 바가 없다.

6. 본성은 친구가 많고 친척이 번족한 것을 즐거워하며, 높은 지위와 문벌이 귀함을 영광으로 삼으며, 권세 있는 자에게 호감을 사려 애쓰고 부호에게 아첨하며, 자기편의 사람을 찬양한다. 그러나 은총은 원수도 사랑하며, 친구가 많다고 하여 교만을 부리지 않고, 덕행이 많지 않은 이는 지위가 높고 문벌이 장하다 하여도 귀하게 여기지 아니하며, 부호에게보다도 가난한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고, 세력가보다도 무죄한 사람을 동정하며, 신용 없는 사람과 친하지 않고 진실한 사람을 좋아하며, 착한 사람을 항상 권하여"더 큰 은총의 선물을 간절히 권하고"(1고린 12,31)덕행을 닦아 하느님의 성자와 비슷한 자 되기를 힘쓰라고 권면하다. 본성은 곤궁한 경우를 당하고 무슨 귀찮은 것을 당하면 즉시 원망하지만, 은총은 곤궁한 것이 있어도 잘 참아 나간다.

7. 본성은 모든 것을 자기에게로 이끌고 자기를 위하여 싸우며 변명한다. 그러나 은총은 만물의 근원이신 하느님께로 모든 것을 돌려보내고 자기는 무슨 좋은 것을 했다고 하지 않고, 오만하게 주제넘게 행하지 아니하며, 쟁론치 않고, 자기 의견을 영원한 지혜와 하느님의 판단에 굴복시킨다. 본성은 비밀을 알려 하고 새로운 소식을 듣고자 하며, 밖에 나서서 자기를 드러내기를 좋아하고 많은 것을 오관으로 체험하고자 하며, 남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사모하고, 감탄과 찬미를 일으킬 만한 것을 행하고자 한다. 그러나 은총은 새로운 것과 신기한 것을 찾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예로부터 부패한 데서 나오는 것이요, 또 땅 위에는 새 것도 없고 장구한 것도 없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은총이 가르치되 오관을 잘 제어하고 헛된 자만심과 감추고 무슨 일에든지 무슨 학문에든지 유익한 것과 하느님의 찬미와 영광을 도모하라고 한다. 은총은 자기와 자기 것으로 찬미 받기를 원하지 않고, 오직 순전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후히 주시는 하느님께서 당신 선물로 말미암아 찬송 받으시기를 원한다.

8. 이 은총은 초자연적 광명이요, 하느님의 특별한 선물이며, 원래 뽑힌 사람들의 기호(記號)요 영광의 증거다. 은총이 사람으로 하여금 세상의 것을 떠나 천상의 것을 사랑케 하고, 육체적 인간이 영신적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성을 누르고 이길수록 더 많은 은총을 받게 되고, 또 날마다 새로운 내적 심방(尋訪)으로 사람이 변하여, 더욱 하느님의 모습대로 되는 것이다.

제55장 본성과 부패와 은총의 효력

1. 제자의 말: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이 나를 당신 모습과 용모대로 조성하셨나이다. 그렇게 위대하고 구원에 필요하다고 가르치신 이 은총을 내게 내리시고 나를 죄와 멸망으로 이끌어 가는 이 퍽 괴악한 본성을 이기게 하소서.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을 깨닫사오니,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여 싸우고 있는 다른 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법은 나를 사로잡아 내 몸 속에 있는 죄의 법의 종이 되게 합니다"(로마 7,23). 그러므로 열렬하게 내 마음에 내리신 당신의 가장 거룩한 은총이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그 사욕을 저항할 수 없나이다. 젊어서부터 항상 악으로 기울어지는 내 본성을 이기기 위하여 당신 은총이 필요하고 또 많은 은총이 필요하옵니다. 본성은 원조 아담의 죄로 말미암아 타락하고 부패하여 그 죄의 벌을 모든 사람들에게도 전하게 되었나이다. 이로 인하여 당신이 만드실 때에는 좋고 바르던 본성이, 그냥 부패한 본성의 악습과 나약함에 잠기게 되어, 그 발동(發動)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악하고 낮은 것으로 기울어지나이다. 그리고 그나마 있는 작은 힘은 마치 재 속에 파묻힌 불티와도 같사옵니다. 이는 짙은 암흑 속에 싸여 있는 본성적 이성이오니,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 실행하지 못하고 또 진리의 원만한 광명을 받지 못하며 또 그 모든 감정이 건전하지 못하여도 아직 선과 악을 분별할 줄을 알고 또 진실한 것과 그른 것이 서로 상반되는 것을 아나이다.

2. 내 하느님이여, "나는 내 마음속으로는 하느님의 율법을 반기지만"(로마 7,22), 당신 계명이 좋고 공정하며 거룩한 줄을 알고, 또 육정을 따르므로 육체로 죄의 법률에 복종 하나이다. 그러므로 "마음으로는 선을 행하려고 하면서도 나에게는 그것을 실천할 힘이 없습니다"(로마 7,18). 그러기에 선한 것을 많이 행하기로 자주 결심하나, 나의 약함을 돕는 은총이 없이는 조그마한 장애로 인하여 물러나고 낙망하나이다. 그러기에 내가 완덕의 길을 인정하고 또 어떻게 행하여야 된다는 것도 밝히 보오나, 부패한 본성의 무게에 눌려 완덕의 길로 나아가지 못하나이다.

3. 오! 주여, 선행을 시작하는 데나 계속하는 데나 또 마치는 데나 당신의 은총이 얼마나 내게 필요하나이까? 은총 없이는 아무 것도 행할 수 없고 당신 은총이나를 견고케 하면 당신 안에 모든 것을 다 행할 수 있게 되나이다. 오! 참으로 천상적 은총이여! 이 은총이 없으면 아무것도 제 공로라 하지 못하고, 본성의 아무 은혜도 값이 없나이다. 주여, 은총이 없으면 당신 대전에 예술도, 재산도 미(美)도, 용맹도, 재주도, 웅변도 아무 가치가 없나이다. 이 본성의 은혜는 선인에게나 악인에게나 다 같이 있사오나, 은총, 즉 사랑은 뽑힌 사람들만이 가진 특은(特恩)이오니, 이 은총의 표를 가진 자는 영생을 받을 자격이 있나이다. 이 은총은 가장 귀한 것이오니, 예언할 특은이나 기적을 행할 특은이나 아무리 고상한 명상(瞑想)이라도, 은총이 없으면 아무 가치가 없나이다. 그뿐 아니라 신덕이나 망덕이나 다른 무슨 덕행이라도 사랑과 은총이 없으면 당신 뜻에 맞지 않나이다.

4. 오! 가장 행복스런 은총이여! 마음으로 가난한 이를 덕행으로 부요하게 하고, 많은 재산으로 부요한 이를 마음으로 겸손하게 하나이다. 오시옵소서! 내게 내리옵소서! 아침에 나를 위로로 충만히 채우시어, 마음이 피로하고 건조함으로 영혼이 기진 해지지 말게 하소서. 주여, 당신 대전에서 총애 받기를 간구하오니, 본성이 원하는 그 모든 것은 하나도 못 얻는다. 할지라도, 당신 "은총을 충분히 받았습니다"(2고린 12,9). 당신 은총만 내게 있사오면, 시련이 잇고 곤란으로 괴로울지라도 내가 두려워할 악이 없겠나이다. 은총은 나의 용맹이요, 은총은 충고와 도움을 주나이다. 은총은 모든 원수보다도 더 능하고, 모든 지혜로운 자들보다도 더 지혜롭사옵니다.

5. 은총은 진리의 스승이요, 수계(守誡)의 지도자요, 마음의 빛이요, 환난의 위로며, 근심을 쫓아 버리고 공포를 막으며 신심을 더하고 눈물이 흐르게 하나이다. 은총이 없으면 나는 마른나무와 내버리기나 할 무익한 장대와 다름이 없나이다. 그러므로 "주여, 당신 은총이 항상 나를 인도하고 내 뒤에 따르게 하시어, 나로 하여금 길이 선공에 열심케 하시되,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소서. 아멘".

제56장 자기를 끊어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름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너 자신을 떠나면 떠나는 그만큼 내게로 넘어올 수 있으리라. 바깥 것을 도무지 탐하지 않게 되면 내적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과 같이, 내적으로 자기를 버리게 되면 하느님과 합하게 되리라. 네가 나의 뜻안에서 아무 반항과 원망이 없이 완전히 너를 끊어 버릴 줄 알기를 나는 원한다. "나를 따라 오라"(마태 9,9)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 길이 없이는 다닐 수가 없고, 진리 없이는 인식할 수가 없고, 생명이 없이는 살수가 없다. 나는 네가 따라야 할 길이요, 네가 믿어야 할 진리요, 네가 바라야 할 생명이다. 나는 어긋날 수 없는 길이요, 그르칠 수 없는 진리요, 그침 없는 생명이다. 나는 가장 바른 길이요, 가장 높은 진리요, 참된 생명이요, 행복스러운 생명이요, 조성함을 받지 아니한 생명이다. 네가 나의 길에 머물러 행하면 진리를 알게 될 것이요, 진리가 너를 해방할 것이니, 영생을 얻게 되리라.

2. "네가 생명의 나라로 들어가려거든 계명을 지켜라"(마태 19,17). 네가 진리를 알고자 하거든 나의 말을 믿어라.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마태 19,21). 나의 제자가 되고자 하거든 너 자신을 끊어 버려라. 행복스러운 생활을 얻고자 하거든 현세의 생명을 천히 여겨라. 천국에서 높은 자리를 원하거든 세상에서 너를 낮추어라. 나와 더불어 다스릴 마음이 있거든 나와 더불어 십자가를 져라. 십자가의 종이 된 자만 행복의 길, 참광명의 길을 얻으리라.

3. 제자의 말: 주 예수여, 당신 길은 좁고 세속이 그를 천히 여겼사오니, 내가 세속을 천히 여겨 당신을 배울 은혜를 내게 베푸소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높을 수 없고, 종이 상전보다 더 높을 수 없나이다"(마태 10,24). 당신 종은 당신 행적에 익숙케 하소서. 거기에 내 구원이 있고 참성덕이 있나이다. 당신 행적 외에는 내가 무엇을 읽고 무엇을 듣든지, 나를 편안케 하고 또 완전히 만족시키는 것이 없나이다.

4.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이것을 알고 또 나의 행적에 대한 모든 것을 읽었으니, 그대로 행하면 복되리라. "내 계명을 받아들이고 지키는 사람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다. 나도 또한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를 나타내 보이겠고"(요한 14,21), 또 내 성부의 나라에서 나와 더불어 앉게 하리라.

5. 제자의 말: 주 예수여, 당신이 말씀하시고 허락하신 바와 같이 원컨대 이렇게 되어지이다. 또 내가 그 허락하신 바를 공로로 얻게 하소서. 내가 당신 손에서 십자가를 받고 받았사오니 당신이 내게 지워 주신 바와 같이 죽을 때까지 그를 지고 가리이다. 착한 수도자의 일생은 참으로 십자가로소이다. 그러나 이 십자가는 나를 낙원으로 인도하리이다. 이미 시작하였사오니 뒤로 물러서서는 안되고 버려서도 못 쓰겠나이다.

6. 그러면 형제들아, 같이 나아가자! 예수께서 우리와 같이 계시리라. 예수를 위하여 우리가 이 십자가를 받았으니 예수를 위하여 끝까지 십자가를 지고 가자! 우리의 인도자요, 우리보다 앞서 가신 그분은 우리를 도우시리라. 보라, 우리를 위하여 싸워 주실 우리 주께서 우리 앞에 나아가신다. 용맹히 그분을 따르자! 아무도 공포를 두려워하지 말라! 싸움터에서 용감히 죽기를 각오하자. 십자가를 피함으로써 우리 영광을 더럽히지 말자.

제57장 무슨 과실이 있다고 낙심하지 말 것

1. 주의 말씀: 아들아, 순경 중에서 위로와 신심이 많은 자보다는, 역경 중에서 참고 겸손한 자를 나는 더 기쁘게 생각한다. 남에게 좀 싫은 말을 들었다고 어찌 그리 걱정하느냐? 그보다 더한 것이 있어도 네 마음이 동요되지 말아야 할 것이었다. 이제는 이것이 지나가게 내버려두어라. 이것이 처음 되는 것이 아니요, 새로운 것도 아니요, 또 오래 살면 마지막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 역경도 없는 동안에는 너는 꽤 용감하다. 또 남을 잘 훈계하여 말로써 견고케 하면서도, 갑자기 네 눈앞에 무슨 곤란이 이르게 되면 그만 계획과 능력을 잃어버리는구나. 사소한 일로 자주 경험한 바와 같이 네가 대단히 연약하다는 것을 잘 관찰하라. 그런 일이 생기고 또 그와 비슷한 일이 생기를 것은 다 네 구원을 위하여 되는 일이다.

2. 네가 남에게 싫은 말을 들었으면 잘 아는 대로 그에 대한 생각을 마음에서 버려두어라. 그 말이 네 마음을 상하였을지라도 실망하지 말고 또 오랫동안 얽혀 있지 말라. 즐겨 참을 수 없으면 적어도 인내로이 참아라. 어떤 말이 듣기 싫어서 분할지라도, 너를 억제하여 약한 사람들에게 걸려 넘어짐이 될 만한 절제 없는 말을 입밖에 내지 말아라. 격분한 마음이 빨리 평안해지고 또 돌아오는 은총으로 인하여 마음의 고통이 즐거움으로 변하리라.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네가 내게 의탁하여 신심 있게 나의 도움을 청하면, 내가 너를 돕고, 또 보통 위로하는 것보다 더 잘 위로해 주고자 한다.

3. 마음의 공정(公正)을 기하라. 또 인내지덕을 다 완전히 입어라. 어떤 때에 곤란을 당하고 시련이 심하다 할지라도, 그렇다고 모든 것이 실패가 된 것이 아니다. 너는 사람이고 하느님이 아니며, 육신이 있는 인간이고 천사가 아니다. 하늘에 있던 천사들과 낙원에 있던 원조들에게도 항상 덕행의 같은 상태가 없었는데, 너는 어떻게 항상 이런 것이 있으랴? 나는 근심하는 자들을 구원하여 일어나게 하는 이요, 또 자기 약함을 아는 자들을 천주성으로 올려 주는 이다.

4.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말씀은 찬미를 받으소서. 내 입에는 꿀과 생청보다 더 다옵니다. 주께서 당신의 거룩한 말씀으로 나를 견고케 해주시지 않으면, 이렇게 큰 곤란과 곤궁 중에 나는 어찌하리이까? 마침내 구령의 항구(港口)로만 다다른다면, 어떠한 것을 당하고, 아무리 큰 괴로움을 당하였을지라도 내게 무슨 관계가 있겠나이까? 끝을 잘 마치게 하시고 이 세상을 행복스러이 떠나게 하소서. 내 하느님이여, 나를 생각하소서. 바른 길로 인도하시어 당신 나라로 데려다 주소서. 아멘.

제58장 심오한 문제와 하느님의 은밀한 판단을 탐구하지 말 것

1. 주의 말씀: 아들아, 심오한 문제와 하느님의 은밀한 판단에 대하여 변론함을 삼가라. 즉 하느님께서 왜 이 사람을 이렇게 버려 주시고 저 사람에게 어떻게 은총을 주시는가. 이 사람이 왜 이렇게 큰 괴로움을 당하고 저 사람이 왜 이런 높은 지위를 얻었을까 변론하지 말라. 이 모든 것을 깨닫기는 사람의 능력을 초월하는 일이며, 하느님의 판단을 탐지하기에는 아무런 이유도 변론도 당치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원수가 네게 이런 생각을 일으키던가 호기심이 많은 어떤 사람이 이런 문제를 내거든 선지자의 말씀을 빌려 대답하기를 "야훼여, 당신은 공정하시며 당신의 결정은 언제나 옳사옵니다."(시편 119,137)하고, 또 "야훼의 법령은 참되어 옳지 않은 것이 없다."(시편 19,9)하라. 나의 판단은 사람의 이지로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므로, 변론할 것이 못되고 다만 두려워할 것뿐이다.

2. 또 성인들의 공로에 대하여 연구하지 말고 변론하지도 말라. 즉 어느 성인이 어느 성인보다 더 거룩하다든지 누가 천국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였다든지 하는 문제를 취급하지 말라. 이런 모든 문제는 흔히 싸움과 쓸데없는 쟁론을 일으키고 또 교오와 허영심을 기를 따름이다. 이 사람은 이 성인이 낫다고 하고, 저 사람은 저 성인이 낫다고 하고 서로 교오하게 다투므로, 거기서는 질투와 분쟁이 난다. 이런 것을 알려고 하고 연구하려고 하는 것은 아주 유익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도리어 성인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주는 불목의 하느님이 아니요 평화의 하느님이신 까닭이다. 이 평화는 자기를 높이는 데 있지 않고, 참된 겸손에 있는 것이다.

3. 어떤 사람들은 열정으로 인하여 이 성인이나 저 성인에게 더 뜨거운 정으로 이끌리나, 이는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정이라기보다도 사람의 편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모든 성인들을 주성한 이는 나다. 내가 은총을 주고, 내가 영광을 주었다. 나는 각 성인의 공로를 알고, 자애로운 강복을 먼저 그들에게 주었다. 나는 천지 개벽 이전부터 나의 사랑하는 자들을 미리 알았고 그들을 세속에서 간선하였다. 그들이 나를 먼저 간선한 것이 아니다. 내가 저들을 은총으로써 불렀고 자비로써 이끌었고, 내가 저들을 여러 가지 시련으로써 단련시켜 끝까지 인도하였다. 내가 심대한 위로를 주었고 내가 항구한 마음을 베풀었으며 내가 저들의 인내지덕에 화관을 주었다.

4. 나는 첫째 성인도 알고 말째 성인도 안다. 나는 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랑으로 품어 준다. 나는 모든 성인들 때문에 찬송을 받을 것이요, 성인들을 이렇게 높은 품위에 이르게 하고, 아무런 자기의 공로 없이도 그들을 미리 간선하였으니, 각 성인 때문에 찬미와 영예를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극히 작은 성인이라도 경홀히 보는 사람은 큰 성인도 공경하지 아니하는 것이니, 이는 작은 성인이거나 큰 성인이거나 다 내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성인 중 하나의 명예를 감소하는 이는 나의 명예와 천국에 있는 모든 이의 명예를 감소한다. 모든 성인들은 다 사랑의 연결로써 하나가 되어, 생각이 같고, 또 다 하나가 되도록 서로 사랑한다.

5. 또 그보다도 더 고상한 것은, 성인들이 자신보다도, 제 공로보다도 나를 더 사랑하는 것이다. 그들이 자기를 초월하고 또 자기 사랑하기를 끊어서 오로지 나를 사랑하여 나아가며, 이 사랑을 누리면서 쉰다. 그들을 이 사랑에서 떼어 내거나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그들 안에 영원한 진리가 충만히 있고, 멸하지 못하는 사랑의 불이 타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사사로운 즐거움만 좋아할 줄 아는 육체적 금수적 사람들은 성인들의 처지에 대해서도 변론하지 말라. 제 생각대로 덜하기도 하고 더하기도 할 뿐, 영원한 진리에 의합한 대로 생각하지는 못하는 까닭이다.

6. 많은 이 가운데, 특히 신광(神光)을 별로 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완전한 영적 사랑으로 사랑할 줄 아는 이가 드물다. 아직도 본성적 감정과 인간의 우정으로 이 사람에게나 혹 저 사람에게로 이끌리니 세상에서 되듯이 천당에서도 되는 줄만 안다. 그러나 불완전한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신광을 받은 사람들이 천상적 묵시로 인하여 명상(冥想)하는 것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가 있다.

7. 그러므로 아들아, 네 지식을 넘는 이런 일에 대해서 부질 없이 호기심으로 변론할 생각을 말고, 오직 하느님의 나라에서 극히 작은 자나 되려고 힘쓰고 도모하라. 천국에서 누가 더 거룩하고 누가 더 높다는 것을 안다 해도, 이런 지식으로 인하여 내 앞에 자신이 더 겸손해지고 나의 이름을 더 찬미하는 것이 없다면, 그런 지식이 무슨 이익이 있느냐? 차라리 자기 죄가 크고 덕이 적다는 것, 또 자기가 성인들의 완덕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나를 생각하는 자는, 성인 중에 누가 크고 누가 작다는 것을 변론하는 자보다 하느님께 더 의합한 일을 행한다. 쓸데없는 수고를 다하여 성인들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보다, 그들에게 신심 있는 기도와 눈물로 간구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그들의 영화로운 전달을 청하는 것이 낫다.

8. 사람들이 만일 스스로 만족할 줄 알고 쓸데없는 말을 억제할 줄 안다면, 성인들도 매우 만족해 할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자기에게로 돌려보내지 아니하고, 다 내게로 돌려보내니, 자기의 무슨 공로가 있다고 스스로 무슨 영광을 취할 생각조차 없다. 이는 내가 끝없는 사랑으로 그들에게 모든 것을 주는 까닭이다.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넘치는 즐거움이 충만하여, 영광에 부족한 게 없다. 행복에 조금도 부족한 것이 없다. 성인들은 누구나 그 영광이 높을수록 그 만큼 겸손하여 내게 더 가깝고 더 사랑스러운 법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하느님 앞에 제 월계관을 놓으며 어린양 앞에서 엎디어 "찬양과 영예와 영광과 권능을 영원 무궁토록 받으소서."(묵시 5,14)라고 경배했다고 기록되었다.

9. 하느님의 나라에서 끝자리를 차지할는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들이 누가 천국에서 더 높은지 알려 한다. 위대한 자만 있는 천국에서 제일 천한 자리를 차지한다 하여도 이것이 큰 것이니, 거기서는 다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요"(마태 5,6). 또 사실 하느님의 아들들이 될 것이다. "가장 보잘것없는 자가 천 명으로 불어나고 가장 하잘것없는 자가 강대한 민족을 이루리라."(이사 60,22),또 같은 전지자의 "백세를 채우지 못하고 죽으면 벌을 받을 자라 할 것이다"(이사 65,20)하는 말씀이 죄인에 대해서 맞게 되리라. 천국에서 누가 높은 자가 되는지 서로 다투던 제 자들은 다음 대답을 들었다.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18,3). "그리고 하늘 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어 이 어린이와 같이 되는 사람이다 "(마태 18,4).

10. 어린아이와 같이 자유로이 스스로 겸손하여 하지 않는 자 에게는 화 있으리라. 이는 천국의 낮은 문이 그를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세에 위로가 많은 부자들에게는 화 있으리라. 가난한 자들이 천국으로 들어갈 때에 그들은 밖에서 부르짖으며 서 있으리라. 겸손한 자들아, 즐거워하고 가난한 자들아, 용약하라. 진리의 길을 끝까지 걷기만 하면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것이니라.

제59장 하느님께만 모든 희망과 미쁨을 둘 것

1. 제자의 말: 주여, 현세에서 나는 무엇을 믿고 살리이까! 하늘 밑에 보이는 모든 것 중에 무엇을 제일 큰 위로로 삼으리이까?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의 인자는 한이 없사오니 당신밖에 내가 믿을 것이 또 있으리이까? 당신 없이도 나흘로 행복할 수 있겠나이까? 당신을 떠나 부자가 되는 것보다 당신 때문에 가난하게 살기를 더 원하나이다. 당신을 떠나 하늘을 차지하는 것보다는 당신과 더불어 이 세상에 떠돌아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하나이다. 당신이 계신 그곳이 곧 천당이요, 당신이 안 계신 그곳에 죽음과 지옥이 있나이다. 나는 주를 사모하나이다. 그러므로 당신을 향하여 탄식하고 부르짖고 간구함이 당연하옵나이다. 또 마침내 내 하느님이신 당신 하나밖에는, 곤궁 중에 내가 의탁할 만큼 나를 정당히 도와 줄 이는 없나이다. 당신은 내 희망이시오, 내 의탁이시며, 당신은 나의 위로 자시오, 모든 일에 가장 성실한 벗이옵나이다.

2. 모든 사람이 다 제게 좋은 것만 찾으나 당신은 나의 구원과 나의 진보만 원하시고 모든 것을 내게 선으로 돌이켜 주시나이다. 설령 내가 여러 가지 시련과 역경을 당하게 하시더라도 이는 대 내 유익을 위하여 마련해 주실 따름이오니, 당신은 천 가지 모양으로 당신 사랑하시는 자들을 단련시키시나이다. 이렇게 나를 시험하시는 때에라도 천상적 위로를 충만히 내려 주시는 때와 다름없이 당신을 사랑하여야 하고 찬미하여야 하나이다.

3. 그러므로 내 주 하느님이여, 주께 내 모든 희망을 두고 피난처를 정하나이다. 나의 모든 곤란과 근심 걱정도 당신께 맡기오니, 당신 외에는 내가 보는 모든 것이 다 약하고 또 항구치 못할 것인 줄로 여기나이다. 당신이 계셔 도와 주시고 견고케 하시며, 위로하시고 가르치시며 지켜 주시지 않으면 친구가 많아도 소용이 없고 세력이 많은 사람들이 도와도 쓸데없사오며 지혜로운 자들이 의견을 내어도 유익한 답안이 될 수없고, 학자들의 책도 위로를 주지 못하고 귀중한 보물이 있어도 나를 구하지 못하고 은밀하고 안온한 처소가 있다 할지라도 나를 안심케 하지 못하리이다.

4. 평화와 행복을 줄 것 같은 그 모든 것이 다 당신이 안 계시면 아무 것도 아니요, 또 아무런 행복도 참으로 줄 수 없나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모든 선의 종극(終極)이요, 생명의 절정(絶頂)이오며, 웅변의 극치이옵니다. 또 모든 것을 초월하여 당신 안에 희망을 두는 것이 당신 종들의 극히 힘있는 위로이옵니다. 내 하느님이시요,"인자하신 아버지"(2고린 1,3)시여, 내 눈은 당신께로 향하오며 당신께 의탁하고 있나이다. 천상 강복으로 내 영혼을 강복해 주시어 당신의 거룩한 거처가 되게 하시고 당신의 영원한 어좌가 되게 하시며, 당신의 엄위한 대전에 거스르는 것은 당신의 존귀한 성전에서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하게 하소서. 당신의 막대한 선의(善意)와 무한한 인자를 따라 나를 돌보아주시고 죽음의 그늘진 이 땅에 귀양살이하는 당신의 불쌍한 종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죽을 인생의 많은 위험 중에서 당신 종의 영혼을 보호해 주시고 보존해 주시며 또 당신의 은총으로 평화의 길로 인도하시어 영원히 빛나는 고향에 이르게 하옵소서. 아멘.

제4권 성체성사에 대한 훈계

영성체를 권함

. 그리스도의 말씀
. "고생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 11,28).
.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요한 6,51).
. "받아먹어라. 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마태 26, 26; 1고린 11,24).
.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요한 6,56).
.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적인 것이며 생명이다"(요한 6,63).

제1장 공경을 다하여 그리스도를 영할 것

1. 제자의 말: 영원한 진리신 그리스도여, 이는 한때에 말씀 하신 것도 아니요, 어느 한 곳에만 기록된 것도 아니오나 당신의 말씀이옵니다. 이 말씀이 당신의 말씀이요, 또 진실한 말씀이므로 다 즐겨 또 착실히 받아야 하나이다. 이 말씀은 당신의 말씀이오며, 정말 당신이 그 말씀을 하셨나이다. 또 내 마리알 하여도 좋사오니, 이는 나를 위하여 하신 말씀이기 때문이옵니다. 당신의 입에서 나온 그 말씀을 내가 달갑게 받아 내 마음에 깊이 새기려 하나이다. 이렇게 인자한 당신 말씀, 사랑과 신락이 가득한 이 말씀은 과연 나를 감동케 하오나 내 지은 죄악을 생각할 때 떨리며, 당신의 이위대한 신비를 받기에 불결한 나의 양심이 나를 꾸짖나이다. 당신 말씀은 자애로이 나를 이끌지만, 나의 많은 죄악이나를 누르나이다.

2. 당신과 더불어 나도 한몫을 얻으려면 신뢰하는 마음으로 당신께 가까이 오라고 명하시고 또 영원한 생명과 영광을 누리려면 불사 불멸의 양식을 영하라 명하시나이다. 당신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 11,28) 하시나이다. 오! 죄인의 귀에는 이 말씀이 얼마나 인자하고 얼마나 친절하게 들리나이까?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은 극히 거룩하신 당신의 몸을 영하라고, 궁핍하고 가난한 자를 청하시나이다. 그러하오나 주여, 내가 누구이기에 당신 대전에 감히 나아가리이까? 보옵소서! 천산 하늘이 당신을 용납치 못하거늘, 당신은 "너희는 다 나에게로 오너라." 하시나이까?

3. 이 지극한 인자는 무슨 의미 옵니까? 이렇듯 친절히 나를 초대하심은 무슨 의미 옵니까? 당신의 부르심에 응할 만한 아무런 자격도 없음을 아오니 어떻게 감히 갈 수 있겠나이까? 당신의 그렇게 자애로운 마음을 상해 드린 나로서, 어찌 당신을 내 집에 모실 수 있겠나이까? "저 하늘, 저 꼭대기 하늘도 주를 모시지 못할 터인데"(1열왕 8,27), "너희는 다 나에게로 오너라." 하시나이까? 주여 당신의 말씀이 아니라면 누가 참말이라고 하겠나이까? 또 이것이 당신의 명령이 아니면 누가 감히 나아가리이까? 노아는 의인이면서도 몇 사람을 살릴 배를 만드는 데 백 년을 노력 하였거늘, 나는 세상을 창조하신 분을 영하기 위하여 한 시간을 준비한다면 어찌 되겠나이까?

4. 당신의 위대한 종이요, 특별한 벗이었던 모세는 십계판을 넣어 둘 궤를 썩지 않은 나무로 만들고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순금으로 입히었는데 부패한 조물인 나는 어찌 법률을 내신 입법자(立法者)시오, 생명을 주시는 당신을 쉽사리 영할 마음을 감히 둘 수 있겠나이까? 지혜가 출중하였던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은 당신의 이름을 현양하기 위하여 칠년 동안을 두고 웅대한 성전을 지었고 팔일 동안 헌 당식(獻堂式)을 지내며 수천의 희생을 바치고 음악과 노래를 부르면서, 계약의 궤를 이미 예비하여 놓았던 장소에 모셨나이다. 극히 비천하고 불행한 나는 겨우 반시간을 신심 있게 준비하는 그것도 합당히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좋겠나이다. 그러면 어떻게 당신을 내 집에 영접할 수 있겠나이까?

5. 오 내 하느님이여, 저들은 당신 마음에 맞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나이까? 슬프게도 내가 하는 준비는 얼마나 적사옵니까? 영성체를 준비하는 데 얼마나 적은 시간을 사용하나이까? 완전히 신심을 수습한 때가 드물고 모든 분심을 아주 없앤 때는 아주 적사옵니다. 그러나 당신의 존엄함 천주성을 대할 때 부당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어서도 안 되오며 무슨 조물을 생각해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 의심 없사오니, 나는 내 집에 천사를 영접하려는 것이 아니요, 천사들의 주를 영접하려 함이옵니다.

6. 그리고 유물(遺物)을 넣어둔 계약의 궤와 말할 수 없는 권능을 가지신 당신 정결한 육신과 비긴다면 그 차이는 너무나 심하오며, 장차 할 제사를 상징함에 불과한 저 모세 교법 제사와 모든 구약(舊約)제사를 보충하는 당신 성체의 참된 제물을 서로 비기면 역시 차이가 너무 심하옵니다. 그런데 어찌해서 당신의 존엄한 대전에 나온 내 마음에는 사랑의 불이 더 치열하지 않나이까? 저 옛 성조와 예언자들이, 왕들과 군주들이 온 백성과 더불어 당신을 공경하는 예식에 그렇게도 신심의 정을 드러내었는데, 나는 어찌 당신 성체를 영하려 더 많은 열정으로 예비하지 아니하나이까?

7. 신심이 지극한 다윗 왕은, 전에 성조들에게 베푸신 은혜를 생각하여 하느님의 계약의 궤 잎에서 전력으로 춤추었으며 여러 가지 종류의 악기를 만들고 시를 짓고 즐겁게 노래하기를 명하였으며 성령의 총우로 신광(神光)을 받아 자주 거문고를 탔고 이스라엘 백성을 가르쳐 전심으로 하느님의 찬미하는 소리를 같이 하여 매일 찬미하고 찬송하게 하였나이다. 계약의 궤를 모시고도 이렇게 신심이 있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정이 깊었거늘, 나와 또 모든 그리스도 신자는 존엄한 그리스도의 성체 앞에서나, 이 지극히 고귀하신 성사를 영할 때에 얼마만한 공경과 정성을 다하여야 하겠나이까?

8. 많은 사람들은 사방으로 순례(巡禮)하여 성인들의 성해(聖骸)를 참배하고 그들의 생적을 듣고 기묘히 생각하며 그들의 웅장한 성전을 참배하고 비단과 금으로 장식한 그들의 성해를 친구하나이다. 그러나 내 하느님이시오, 성인들 중에 가장 거룩하신 분이시오, 사람을 조성하신 분이시오, 천사를 주재(主宰)하시는 당신은 내 앞의 제대 위에 계시나이다. 흔히는 이러한 순례에는 새것을 보는 호기심이 많고 실상 개과천선의 결과가 적으며 특히 참통회가 없이 경솔히 돌아다시는 데도 그러하옵니다. 이곳 성체 성사에는 내 하느님이시오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완전히 계시오니 합당하게 신심 있게 영하면 영원한 구원(救援)의 결과를 풍성히 얻게 되나이다. 이 성체를 모시는 데는 무슨 경솔한 마음이나 혹은 호기심이나 무슨 사욕이 이끌지 아니하고, 다만 굳은 신앙과 열절한 바람과 성실한 사랑이 이끄나이다.

9. 우주의 무형한 창조자이신 하느님이여, 우리에게 얼마나 기묘히 행하시나이까? 당신의 뽑힌 사람들과는 얼마나 자애롭고 친밀히 하시나이까? 성체 성사로써 그들에게 당신자신을 양식으로 주시나이다. 이것은 과연 우리의 모든 지력을 초월하여 신심 있는 자들의 마음을 특별히 끌며 열정을 왕성케 하나이다. 그들은 당신의 충실한 종들로서 일생을 허물 고치기에 힘쓰오니, 이 지극히 존엄한 성사에서 신심의 은총을 얻고 덕행을 사랑하는 은혜를 자주 받나이다.

10. 오! 성체의 기묘하고 신비로운 은총이여! 이는 그리스도 신자들만이 아는 것이요, 외교인들과 죄의 종 된 자들은 체험 해 볼 수 없는 것이옵니다. 이 성사는 신령한 은총을 주시고 잃은 덕행을 영혼에 도로 주고 죄악으로 더러워진 것을 아름답게 하나이다. 이 은총의 힘은 어떤 때에 어떻게 위대한지 풍성히 받는 신심으로 인하여 영혼뿐만이 아니라 연약한 육체도 힘을 더 많이 받는 것을 깨닫게 되나이다.

11. 그러나 그리스도를 영하기에 우리는 열정이 없고 열심히 없고 경솔히 함을 생각하면, 실로 애통할 일이요, 가련한 사정이옵니다. 구령할 자들의 모든 희망과 공로가 그리스도께 있는 까닭이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거룩하심이요, 우리의 구속이시오, 나그네의 안위시오, 성인들의 영원한 행복이시옵니다. 천국을 즐겁게 하고 온 세상을 구원하는 이 기묘 한 성사를 많은 사람이 별로 알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통한(痛恨)할 일이옵니다. 슬프다! 어둡고 완악한 인간의 마음으로, 이 기막힌 은혜에 별로 주의를 아니하고 또 날마다 모시는 관계로 도리어 심상히 여기나이다.

12. 이 거룩한 성사를 세상의 어느 한 곳에서만 지낸다 하고, 또 세상의 한 사제만이 성체를 이루게 된다면 신성한 신비를 거행하는 것을 보려고 그곳으로 가서 참례할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겠으며 이러한 사제를 얼마나 사모하겠나이까! 그런데 사제도 많고 사방에서 그리스도를 제헌하는 것은 세상에 영성체가 아무쪼록 많아지고 그럴수록 사람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의 위대함이 더욱 드러나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영원하신 목자, 착하신 예수여, 귀양살이하는 불쌍한 우리를 어여삐 여겨 보배로운 당신의 성체와 성혈을 주시어 우리를 기르심을 감사하나이다. 또 이 성사를 영하기 위하여 당신은 당신의 거룩하신 입으로 우리를 초대하여 이르시기를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내게로 오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 11,28)하셨사오니 감사하나이다.

제2장 성체에 드러나는 하느님의 위대한 어지심과 사랑

1. 제자의 말: 주여, 내가 당신의 어지심과 인자에 의지하여 당신께로 나아가나이다. 병자가 구세주한테로, 배고프고 목마른 자가 생명의 샘으로, 가난한 자가 천국의 왕한테로 종이 주인에게로, 조물이 조물주께로 위로가 없는 자가 진실한 위로자에게로 나아가나이다. 그러나 당신이 내게 임하신다는 것은 그 어찌 된 일이옵니까? 내가 누구이온데 당신을 내게 주시나이까? 죄인이 어떻게 당신 대전에 나타날 수 있나이까? 또 당신은 어떻게 죄인에게 임하실 수 있나이까? 당신은 당신 종을 잘 아시오니 당신께 드릴 만한 아무런 좋은 것도 없는 줄을 잘 아시나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천함을 자백하옵고 당신의 착하심을 승복하오며, 그 착하신 마음을 찬미하옵고 그 지극한 사랑을 감사하나이다. 이렇게 하심은 내게 공고가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하여 하시는 것이오니, 당신의 착하심이 우리에게 더 드러나고, 당신의 사랑이 더 인식되고 겸손히 더 완전히 나타나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당신이 이렇게 되기를 원하시고 또 명하셨사오니 나도 당신의 이 후의(厚意)를 즐겨 받나이다. 다만 내 죄악이 이에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옵니다.

2. 오, 지극히 착하시고 인자하신 예수여, 당신의 품위는 아무도 능히 헤아릴 수 없사오니, 당신의 성체를 영하기에는 얼마만한 공경과 감사하는 정과 그침 없는 찬미를 당신께 드릴 것이겠나이까? 그러나 성체를 영하러 내 주께 나아갈 때 신심 있게 영할 마음은 간절하오나 합당하게 존경할 수 없사오니 무엇을 생각하리이까? 나를 당신 대전에 전혀 겸손되이 생각하고 당신의 무한한 인자를 내 위에 들어 높이는 그 생각 외에, 더 낫고 더 유익한 생각이 어디 있으리니까? 내 하느님이여, 당신을 찬미하고 영원히 들어 높이나이다. 나를 천히 보고 나 자신의 비천함을 생각하고 당신 대전에 나를 낮추나이다.

3. 보소서! 당신은 성인 중에 가장 거룩하신 분이시온데, 나는 더러운 죄인이옵니다. 그런데 당신을 뵈옵기도 부당한 나를 당신은 굽어보시나이다. 그런데 당신은 나에게 임하시고, 나와 더불어 계시고자 하시고 나를 당신 잔치에 청하시나이다. 당신은 나에게 천상의 양식,"천사들의 양식"(시편 78,25)을 주시고자 하시오니,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며 세상에 생명을 주는"(요한 6,33)당신의 살을 우리에게 내어 주심이옵니다.

4. 오 사랑의 근원이시여! 당신의 인자는 어떻게 빛나나이까! 이 모든 것을 위하여 얼마나 감사하고 얼마나 찬송하여야 하리이까! 오! 성사를 세우신 당신의 계획은 그 얼마나 좋고 유익하나이까! 당신 자체를 양식으로 주시는 그 잔치는 그 얼마나 좋고 즐겁사옵니까? 주여, 당신의 업적은 그 얼마나 기묘하나이까! 당신의 능은 그 얼마나 크나이까! 당신의 진리는 그 얼마나 오묘하나이까! 당신이 말씀하시매 모든 것이 이루어졌고 당신이 명하시매 모든 것이 그대로 되었나이다.

5. 참하느님이시오 참사람이신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이 작은 면병과 술의 형상 안에 온전히 계시오며 영하여도 진(盡)하지 아니하고 이 사실은 과연 기막힌 일이요 인간의 지력을 넘고 신앙으로써 믿을 일이옵니다. 우주 만물의 하느님이여, 당신은 아무 부족한 것이 없으시면 서도 성체 성사로써 우리와 더불어 사시고자 하셨나이다. 내 마음과 몸을 조촐히 보존케 해주시어 특히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또 영원한 기념을 위하여 결정하시고 세우신 성사를, 즐겁게 깨끗한 양심으로 자주 영하고 또 영원한 구원을 위하여 영하게 하소서.

6. 내 영혼아, 이 눈물의 골짜기에 있는 네게 남겨 주신 고귀한 예물과 특수한 위로를 생각하고 즐기며 하느님께 감사하라. 네가 이 성사를 거듭할 때와 그리스도의 성체를 영할 때마다 구속의 사업을 거듭함이요, 그리스도의 모든 공로에 참례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조금도 줄어드는 때가 없고 그분의 어여삐 여기시는 마음은 조금도 진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항상 마음을 새롭게 하여 이 성사를 잘 영하도록 준비하고 정신을 차려 이 구원의 신비를 묵상할 필요가 있다. 미사를 드리거나 혹 참례하거나 할 때마다 그 날에는 그리스도께서 처음으로 사람이 되시어 동정녀의 복중에 내려 임하시는 것처럼 혹 십자가에 달려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고난받아 죽으시는 것처럼, 그만큼 중대하고 새로우며 즐거운 일로 여겨야 한다.

제3장 자주 영성체함은 매우 유익함

1. 제자의 말: 주여, 나는 당신께 나아가오니, 당신의 선물을 받아 나의 일이 잘되고 또 "당신의 어지심으로써 굶주린 자에게 마련해 주신"(시편 68,10)당신의 거룩한 잔치를 즐기기 위함이로소이다. 나의 모든 희망을 둘 수 있고 또 두어야 할 그 모든 것은 전혀 당신께만 있나이다. 당신은 나의 구원이시오, 구속이시오, 희망이시오, 용기시오, 명예시오, 영광이로소이다. 그러므로 주 예수여, "내 마음 주를 향하여 올리오니 당신 종의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채우소서"(시편 86,4). 나는 지금 당신을 신심 있게 공경을 다하여 영하기를 사모하오며 또 자캐오와같이 당신께 강복을 받고 아브라함의 자손들 중에 들기에 합당하면 당신을 내 집으로 인도하기를 간절히 원하나이다. 내 영혼은 당신 성체를 원하고, 내 마음은 당신과 결합하기를 사모하나이다.

2. 당신을 내게 주소서. 그만하면 나는 만족하오니, 당신외에는 나에게 아무 다른 위로가 쓸데없나이다. 당신이 없이는 나는 지낼 수가 없고 당신이 나를 방문해 주시지 않으면 나는 살수가 없나이다. 그러므로 나는 자주 당신께 나아가 내 구원의 약이 되시는 당신을 영할 필요가 있사오니, 천상 양식을 받지 못하게 된 경우에 길에서 혹 기진 할까 두려워하는 까닭이옵니다. 극히 인자하신 예수여, 백성에게 강론하시며 여러 가지 병을 낫게 해주실 때에 말씀하시기를 "이 많은 사람들이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나와 함께 지내면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하였으니 참 보기에 안되었구나. 가다가 길에 서 쓰러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굶겨 보내서야 되겠느냐?"(마태 15,32)라고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이미 당신은 신자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성체 성사에 머물러 계시니 내게도 이렇게 해주소서. 당신은 영혼의 맛있는 양식이시오, 또 당신을 적당히 영하는 자는 영원한 영광에 참석하고 또 그의 상속자가 되리라. 이렇게 자주 넘어지고 범죄하며, 이렇게 급히 나태해지고 핍진하는 나에게는, 자주 기도하고 고해 성사를 받으며 당신 성체를 영함으로써 나를 새롭게 하고 깨끗하게 하며 열렬케 할 필요가 있나이다. 이는 너무 오래이 양식을 안먹어 거룩히 뜻한 바에 어긋날까 함이옵니다.

3. 사람의 마음은 그 어릴 때부터 악으로 기울어지며 하느님의 약이 없으면 사람은 곧 더 큰 악으로 떨어지니이다. 그러므로 영성체하는 것은 죄를 멀리하고 선을 행함에 견고케 하나이다. 성체를 영하며 미사를 지내는 데도 이렇게 자주 경솔하고 내 마음이 차갑거든, 만일 이 약을 쓰지 아니하고 이 큰 도움을 찾지 아니한다면 어찌 되겠나이까? 내가 비록 어떤 날에 적당히 준비하지 못하여 미사를 지내기에 합당치 못 할지라도 그래도 적당한 때를 이용하여 천상 은혜를 영하고 이만한 은총을 얻기로 힘쓰겠나이다. 당신을 멀리 떠나 이 죽을 육신을 끌고 다니며 사는 동안, 충실한 영혼에게 특별히 위로되는 것은, 자주 자기 하느님을 생각하여 신심 있는 마음으로 자기 사랑하는 분을 영함이옵니다.

4. 오! 주 하느님이여, 모든 신을 조성하시고 생활케 하시는 하느님이신 당신이 나의 주린 것을 풀어 주시기 위하여 천주성과 인성을 다하여 이 불쌍한 영혼 위에 내리고자 하시니, 당신의 우리에 대한 인자는 실로 기묘하옵나이다. 주 하느님이신 당신을 신심 있게 영하고 또 당신을 영함으로써 신령한 즐거움을 가득히 누리는 그 정신은 얼마나 행복스러우며, 그 영혼은 얼마나 복되옵니까? 그 영혼이 영하는 주님은 그 얼마나 위대하시옵니까? 맞아들이는 그 손님은 얼마나 사랑하는 분이시옵니까? 환영하는 친구는 얼마나 미쁨이 있나이까! 그가 안아 모시는 정배(淨配)는 얼마나 아름다우시고 높으신 분이옵니까! 모든 사랑함직한 자들보다도 모든 원함직한 것보다도 얼마나 더 사랑할 분이옵니까! 극히 착하신 나의 사랑하올 이여, 당신 대전에는 하늘과 땅과 그 만물이 묵묵해야 할 것이오니, 거기에 무슨 아름다운 것이 있고 찬미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 당신이 자애롭게 주신 것에 지나지 않고 또 측량할 수 없이 지혜가 있는 당신의 영광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옵니다.

제4장 신심 있게 영성체 하는 사람은 많은 선을 받음

1. 제자의 말: 내 주 하느님이여, 내게 미리 자애로운 강복을 내려 주시어 당신의 그 위대한 성사를 신심 있게 타당히 영하게 하여 주소서. 내 마음을 분발시켜 당신께로 향하게 하시고, 나의 심한 쇠약을 없애 주소서. 이 성사에 마치 샘과 같이 가득히 흐르는 당신의 자애에 영혼이 맛들이게 하기 위하여 나를 당신 구원의 은총으로 방문하소서. 이렇게 기묘한 신비를 깨닫도록 내 눈을 밝혀 주시고 의심 없는 신 덕으로 믿게 나를 견고케 해주시어. 이는 당신 업적이요, 인간의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발명한 것도 아니요, 당신이 거룩히 세우신 것이옵니다. 천사의 명석한 지력이라도 다 초월하는 이 사실을 알아듣고 투시(透視)할 만한 재주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이다. 그러하오니 흙과 먼지에 불과한 부당한 죄인인 내가 이렇게 고상하고 거룩한 신비(神秘)를 어찌 연구하고 알아들을 수 있겠나이까?

2. 주여, 내 순진한 마음과 참되고 견고한 신앙과 당신 명에 복종하는 뜻으로 정성을 다하여 희망을 품고 당신께 나아가오니, 확실히 믿나이다. 그리고 당신은 내가 당신을 영하여 사랑으로 당신과 결합하기를 원하시나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인자를 구하고 이에 마땅한 특별한 은총을 내려 주시기를 간절히 청하오니, 내가 당신 안에 완전히 녹고 사랑에 깊이 잠기며, 또한 다른 무슨 위로를 조금도 찾지 않게 되고자 하나이다. 이 극히 높고 극히 존귀한 성사는 영혼과 육신의 구원이요, 모든 영혼의 병을 치료하는 약이오니, 이 성사로써 내 악습(惡習)을 고치고 욕망을 제어하며, 시련을 이기거나 혹 시련이 적어지며, 은총을 더 풍성히 받고 시작된 덕행이 더 커지며, 신적이 견고해지고 희망이 두터워지고, 사랑이 열렬하여지고 넓어지나이다.

3. 내 마음을 붙들어 주시고 인간의 약함을 건지시며 모든 내적(內的)위로를 주시는 내 하느님이여! 당신이 신심 있게 성체를 영하는 당신의 사랑하는 자들에게는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셨고 또 더 자주 베푸시나이다. 그들에게는 여러 가지 곤란을 잘 참아 나가게 하기 위하여 많은 위로를 내려 주시고, 또 극히 낮은 번민에서 일으키시어 당신의 두호하심을 바라게 해주시며 어떠한 새로운 은총으로 그들의 마음을 건장케 하시고 비추어 주시어 성체를 영하기 전에는 근심스럽고 아무 정이 없던 그들이, 천상의 양식을 받고서는 훌륭하게 변하였음을 깨닫게 하시나이다. 당신의 뽑힌 이들에게 이렇게 하시는 것은, 사람이 자기 혼자서는 얼마나 약하다는 것을 참으로 인정하고 밝히 체험해 보게 하시기 위함이옵니다. 그들이 자신으로서는 냉정하고 무정하고 신심이 없사오나, 당신의 도우심을 입으면 열정이 있고 쾌활하고 신심이 있게 되나이다. 이 극히 선하신 샘으로 겸손하게 향하여 가는 사람으로서, 어찌 작은 즐거움이라도 누리지 못하겠나이까? 혹 큰 불 옆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거기서 작은 더위라도 감각하지 못하겠나이까? 당신은 항상 가득하고 항상 넘치는 샘이시며 항상 타고 도무지 식지 않는 불이로소이다.

4. 그러므로 만일 내가 이 가득한 샘에서 물을 긷지 못하게 되고, 또 배부르도록 마시지 못하게 되면, 적어도 내 입을 천상의 그 관(管)에 대고 적어도 몇 방울 물이나마 마시어 갈증을 풀어, 말라죽지 않고자 하나이다. 또 내가 비록 완전히 천상 인간이 되지 못하고, 또 케루빔과 세라핌과 같이 불 타듯하게 되지 못할지라도, 신심을 내고 내 마음을 준비시키려 힘쓰겠사오니, 생활케 하는 성사를 겸손 되이 영하여 하느님의 화염의 조그마한 불덩어리라도 받으려 하나이다. 거룩하신 구세주, 착하신 예수여, 내게 부족한 그 모든 것은 인자하고 착하신 마음으로 보충해 주소서. 당신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 11,28)하시고 모든 사람을 다 당신께로 불러들이셨나이다.

5. 나는 얼굴에 땀을 흘리며 수고하오며, 마음의 고통으로 괴롭고 내 죄가 무거운 짐과 같고, 시련이 있어 평안히 있지 못하오며, 여러 가지 악한 사욕이 있어 이끌리고 눌리는데 나를 도와 줄 분은, 나의 구세주 하느님이여, 당신밖에 아무도 없사와 당신께 나와 나의 모든 것을 맡기오니, 나를 보호해 주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해 주소서. 당신은 성체와 성혈을 나를 위하여 양식으로 준비해 주셨으니 당신의 거룩한 이름의 영광과 찬미를 위하여 나를 받아 주소서. 나의 구원이신 주 하느님이여, 당신 성체를 자주 영함으로써 내 신심의 열정이 더욱 자라게 하여 주소서.

제5장 성체 성사의 고귀함과 사제의 지위

1. 예수의 말씀: 네가 천사처럼 깨끗하고 요한 세자처럼 거룩하다 할지라도 이 성사를 영하기에나 거행하기에 부당하리라.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의 성체를 축성하고 만지며 천상의 떡을 양식으로 받는 것이 사람에게 무슨 공로가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다. 사제들은 얼마나 고귀한 직무와 얼마나 위대한 품위를 가졌는고! 천사들에게 주지 않은 것을 사제에게 준 것이다. 성교회 안에 법대로 신품 성사를 받은 사제들만이 미사를 거행하고 그리스도의 성체를 축성할 권능이 있다. 사제는 하느님의 명과 그의 설정하심을 따라 하느님의 말씀을 사용하는 하느님의 시종이다. 하느님께서는 그 근본 되는 집권자(執權者)시오, 무형한 주례자(主禮子)시니, 원하시는 바가 다 그분에게 속하고, 그분이 명하시면 무엇이든지 다 복종한다.

2. 그러므로 이 지극한 존엄한 성사에 있어 자기의 오관이나 유형한 표적보다는, 전능하신 하느님을 더욱 믿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성사에 나아갈 때는 두려운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너는 주교의 안수(按手)를 받음으로써 누구의 직무를 맡았는지 삼가 반성하라. 보라, 너는 사제가 되고, 미사를 거행하기 위하여 신품을 받았으니, 삼가 살펴 충실을 다하여 신심 있게 제때에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고, 네가 비난받지 않는 자로 그 분 앞에 있도록 삼가라. 너는 네 짐을 가볍게 한 것이 아니요, 도리어 더 엄한 규율의 사슬로 너를 얽었고, 또 더 완전한 성덕을 닦을 의무가 있다. 사제는 모든 덕행으로 꾸민 자가 되고, 남에게 좋은 생활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는 사람들의 보통 길로 다니지 말고, 천국에 있는 천사들이나 완덕에 도달한 지상의 사람들과 같이 행할 것이다.

3. 제의를 입은 사제는 자기와 모든 백성을 위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겸손되이 기도를 하느님께 바치기 위한 그리스도의 대리자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항상 기억하리 위하여 십자가는 제의의 앞쪽과 뒤쪽에 있다. 제의 앞쪽에 십자가가 있음을, 그리스도의 자취를 삼가 살펴 열심히 따르기로 힘쓰기 위함이다. 제의 뒤쪽에 십자가를 짐은, 무슨 곤란을 당하든지 하느님을 위하여 잘 참아 받기 위함이다. 제의 앞쪽에 십자가가 있음은, 자기 죄를 울기 위함이요, 제의 뒤쪽에 십자가를 짐은, 남의 범한 죄도 동정하여 울어 하느님과 죄인 사이에 중재자 된 것을 생각하여 인자하심과 은총을 구하여 얻을 때까지 기도함과 또 성제 드림에 게으르지 않기 위함이다. 사제가 미사를 지내면, 하느님을 존경하고 천사들을 즐겁게 하며 성교회를 건설하고 살아 있는 자들을 도우며 죽은 자들을 평안히 쉬게 하고 저 자신을 모든 선에 참섭하게 한다.

제6장 영성체 하기 전에 수업에 대한 질문

1.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고귀한 품위를 생각하고 또 나희 천함을 헤아리면, 대단히 두렵고 스스로 부끄러워하나이다. 나아가지 않으면 생명을 피하는 것이 되고 만일 부당하게 나아가면 당신 마음을 상하는 것이 되나이다. 나를 도와주시고, 곤란 중에 나를 충고하시는 내 하느님이여, 그러면 나는 어찌하오리까?

2. 당신은 내게 바른 길을 가르쳐 주시고, 성체를 영하는데 필요한 무슨 적당하고 간단한 수업(修業)을 가르쳐 주소서. 당신 성체를 효과 있게 영하는 데나, 이처럼 위대하고 신성(神聖)한 제사를 지내는 데 있어, 내 마음을 어떻게 즉 얼마만한 신심과 공경으로 준비하여야 하는지 아는 것이 유익하옵나이다.

제7장 자기 양심을 살피고 죄를 고치기로 결심함

1. 예수의 말씀: 하느님의 사제로서는 이 성사를 거행하고 만지며 영하려 할 때는 특별히 겸손한 마음과 간절한 공경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경건한 지향이 었어야 한다. 삼가 네 양심을 성찰하고 네 힘대로 참된 통회와 겸손한 고해로써 깨끗이 하고 빛나게 하여, 마음에 거리껴 자유로이 나가지 못하게 하는 큰 관계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혹 적어도 없는 줄을 알도록 하라. 모든 죄를 전반적으로 통회하고, 또 날마다 잘못하는 일에 대하여는 특별히 통회하고 탄식할 것이다. 또 시간이 있거든 네 마음의 은밀한 곳에서 네 사욕의 모든 가련함을 하느님께 고하라.

2. 너는 아직도 이렇게 육체에 속하여 세속을 따르고 사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욕망이 가득 차 있는 것을 탄식하고 원통히 여겨라. 또 너는 이처럼 오관을 잘못 지키고 이렇게 자주 여러 가지 잡념에 걸려 있으며, 이렇게 바깥일에는 몰두하고 내적 일에는 소홀하며, 그렇게 쉽게 웃고 방탕하나, 울고 통회하는 데는 그렇게 완고하며, 좀 헐하고 육신이 편한 데는 그렇게 민첩하면서도, 좀 엄하고 열심하는 데는 그렇게 느리며, 새것을 듣고 아름다운 것을 보는 데는 그렇게 호기심이 많으나, 천하고 낮은 것을 만나는 데는 그렇게 게으르고, 받는 데는 그렇게 욕심을 내어 많이 가지려 하고 주는 데는 그렇게 인색하고, 머물러 두는 데는 그처럼 악착스러우며, 말에 그처럼 조심이 없고, 침묵을 지키는 데는 그처럼 참지 못하며, 행실에는 그처럼 단정하지 못하고 동작(動作)에 그처럼 염치없으며, 먹는 데는 그렇게 팔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데는 그처럼 귀가 먹으며, 쉬는 데는 그처럼 빠르고, 일함에는 그렇게 느릿느릿하며, 고담(古談)을 듣는 데는 그처럼 정신을 차리고 거룩히 밤새움에는 그처럼 졸며, 일을 얼른 마치려고만 하고, 주의할 데는 이렇게 산란하며,성무 일도를 보는 데는 그처럼 소홀하고 미사를 거행하는 데는 그렇게 열심히 없고, 성체를 영하는데 그렇게 냉랭하며, 이렇게 급히 마음이 산란하고 정신을 온전히 수렴하는 때는 극히 드물며, 갑자기 감정을 품어 분노 하기를 잘하고, 남의 마음을 그렇게 쉽게 상해 주며, 남을 판단하는 데 그처럼 쉽게 기울어지고, 남을 책망하는 데 그렇게 엄혹하며, 순경에는 그렇게 좋아하고 역경에는 그렇게 연약하며, 그렇게 자주 좋은 뜻을 두지만 적게 실행하는 것을 탄식하고 원통히 여겨라.

3. 이런 또 다른 많은 결심을 아파하고, 또 자신이 이처럼 연약함을 크게 슬퍼하는 마음으로 고백하고 통곡한 후에, 항상 행동을 고치고 선에 진보할 굳은 결심을 가져라. 그 다음에는 네 육신과 영혼을 미쁨을 있게 내게 맡기면서, 나의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너 자신을 완전히 내게 부탁하여, 온전한 마음으로 전혀 너를 제헌하되, 나의 마음의 제단 위에 영원한 희생으로 바쳐라. 이 방법으로 합당하게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러 나아가며, 또 내 성체를 유효하게 영할 은혜를 받으리라.

4. 미사를 거행하고 성체를 영할 때, 그리스도의 성체를 드리면서 자기를 순전히 또 완전히 봉헌하는 것보다 더 나은 봉헌이 없고, 씻을 죄를 위하여 더 큰 보속이 없다. 사람이 제 힘을 다하고 참으로 제 죄를 통회하여 죄의 사함과 은총을 얻으러 내게로 나올 때마다, "죄인이라고 해도 죽는 것을 나는 기뻐하지 않는다. 죄인이라도 마음을 바로 잡아 버릇을 고치고 사는 것을 나는 기뻐한다"(에제 33,11)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결코 그들이 죄와 잘못을 마음에 두지 않을 것"(히브 10,17)이기 때문이며, 그 사람이 모든 죄의 사함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8장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제사와,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맡겨 버림

1. 예수의 말씀: 나는 네 죄를 위하여, 벗은 몸으로 두손을 집자가 위에 펴고 자기를 온전히 하느님 성부께 자유로이 바쳐, 내게는 아무 것도 남겨 놓은 것이 없이, 전혀 하느님의 마음과 화해시키는 제사가 되게 하였음과 같이, 너도 그렇게 매일 미사 때 자유로이, 할 수 있는 정성을 다하여 너 자신을 모든 능력과 정과 더불어 결정하고 거룩한 제물로 삼아 나에게 바쳐라. 너를 온전히 내게 맡겨 두는 일에 힘쓰는 것밖에 내가 네게서 무엇을 더 구하랴? 네가 너 자신이 아닌 그 모든 것을 다 바친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상관치 않는다. 네 선물을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요, 너 자신을 구하기 때문이다.

2. 너도 너 자신이 아닌 것을 다 차자한다. 할지라도 만족하지 않을 것과같이 너 자신을 내게 바치지 않는다면 무엇을 주든지 그것이 내게 흡족할 수 없다. 너를 내게 바치고 하느님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바쳐라. 이것이 곧 합당한 희생이 되리라. 보라, 나는 너를 위하여 성부께 나를 온전히 바쳤으며 또 나의 몸과 피를 양식으로 주어 온전히 네 것이 되고 너도 나의 것이 되게 하고자 하였다. 너는 아직도 네 안에 서 있고, 즐겨 너를 나의 뜻에 맡기지 아니하면 완전한 희생이 못 되고 나와 너 사이엔 완전한 결합이 없다. 그러므로 자유와 은총을 얻고자 하면 무슨 사업보다도 먼저 하느님의 손에 너 자신을 즐겨 바칠 것이다. 마음의 광명을 받고 자유를 얻는 사람의 수가 그처럼 적은 것은 자신을 온전히 희생할 줄 모르는 까닭이다.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루가 14,33) 한 말을 확실한 말이니, 네가 나의 제자가 되려거든 너 자신을 네 모든 정과 더불어 나에게 바쳐라.

제9장 우리 자신과 우리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바치고 모든 이를 위하여 기도할 것

1. 제자의 말: 주여,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은 다 당신의 것이옵니다. 나는 자유로이 나를 당신께 제물로 바치기를 원하오며, 영원히 당신의 것으로 머물러 있기를 원하나이다. 주여, 나는 오늘 순진한 마음으로 나를 당신의 영원한 종으로 바치오며, 순명의 희생과 영원한 찬미와 제사로 나를 당신께 바치나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천사들이 두루 모시는 대전에 내가 드리는 당신의 존귀한 성체의 제사와 더불어 나를 받아 주시어, 나와 모든 백성의 구원에 도움이 되게 하소서.

2. 주여, 나는 내 모든 죄악과 모든 과실을, 즉 내가 처음으로 죄를 범할 줄 알게 된 때로부터 이 시간까지 당신과 천사들 대전에 범한 모든 잘못을 속죄하는 이 당신 제대 위에 바치오니, 당신 사랑의 불로 이 모든 것을 다 불질러 태우시고 내 죄의 모든 더러움을 없이 하시며, 내 양심을 모든 죄악에서 씻어 주시고, 완전히 사하시어, 범죄 함으로써 잃어버린 은총을 회복케 해지시며, 자애로이 나를 받아 평화의 친구로 삼아 주소서.

3. 내 죄악을 겸손 되이 자백하고 울며, 그침 없이 당신의 너그러우신 속죄를 간구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행할 수 있나이까? 내 하느님이여, 당신께 간구하오니, 당신 대전에 서 있는 나를 관대히 들어 허락하소서. 나의 모든 죄악을 극히 원통히 생각하오며, 다시는 범하지 않으려 하오며 그 죄를 울고, 또 내가 사는 동안까지 울며 회개하고자 하오며 될 수 있는 대로 보속하려 하나이다. 하느님이여, 나를 사하여 주소서. 당신의 거룩하신 이름을 위하여 내 죄악을 사하여 주소서. 당신의 보배로운 피로 구속하신 내 영혼을 구해 주소서. 보소서, 당신 인자에 나를 맡기오며, 당신 손에 나를 부탁하나이다. 나의 악과 내 죄대로 내게 하시지 마시고, 당신 인자대로 하소서.

4. 나의 모든 좋은 것은 비록 극히 작고 불완전하오나, 다 당신께 바치오니, 씻어 주시고 거룩케 하여 주소서. 내가 드리는 것을 당신 마음에 흡족하고 당신이 즐기시는 것이 되게 하시며 항상 더 나은데로 이끌어 주시며, 게으르고 쓸데없는 나 같은 사람이라도 행복스럽고 찬송하올 목적으로 인도하여 주소서.

5. 또한 신심 있는 자들의 정성된 원의를 다 당신께 바치오며 부모와 친구와 형제와 자매와 나의 모든 사랑하는 자들과 또 당신 사랑을 위하여, 나와 또 다른 사람들, 은혜를 입은 그 모든 사람들의 요구를 품달하오며, 또 자기와 자기 모든 친척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고 미사 지내 주기를 내게 원하고 청한 자들을, 아직 살아 있든지 이미 죽어 세상을 떠났든지 당신께 추천하오니, 다 당신 성령의 도움을 받고 위로의 보존을 받고 위험 중에 보호되고 벌을 면하게 되는 것을 깨닫게 하여 주시며, 모든 불행에서 구원되어 당신께 즐겨 장엄한 감사를 드리게 하소서.

6. 또한 내 마음을 어느 방면으로든지 상하게 하고 근심을 끼쳐 주고 나를 비난하고 혹 무슨 해나 괴로움을 끼쳐 준 자들을 위하여서도, 화해의 제물과 기도를 바치나이다. 또한 내가 전에 말로나 행실로나, 또 알고 모르고 근심을 끼쳐 준 자와 걱정을 시킨 자와 괴롭게 한 자와 좋지 못한 표양을 준 자들을 위하여도 이 제사와 기도를 당신께 바치오니, 우리의 모든 죄악과 서로서로의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를 구하나이다. 주여, 우리 마음에서는 모든 의심과 원한과 분노와 쟁론과 그 외에 무엇이든지 애덕을 거스르오 형제적 사랑을 더는 그 모든 것을 다 없이해 주소서. 주여, 당신의 인자를 구하는 우리를 너그러이, 불쌍히 여겨 주시고 긍련히 여겨 주소서. 모든 것이 궁한 우리에게 은총을 주소서. 또 우리가 당신 은총을 누리고 영원한 생명에 이를 자격이 될만한 그러한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아멘

제10장 영성체를 함부로 궐하지 말 것

1. 예수의 말씀: 네 사욕과 악습을 고치고 또 모든 시련과 마귀에 꾐에 대항하는 데 힘을 더 얻고 주의를 더 깊게 하려면 은총의 샘으로, 하느님의 인자의 샘으로, 모든 선과 정결함의 샘으로 자주 달아가야 할 것이다. 원수는 성체를 영하는 것이 효과와 보양이 가장 큰 것을 알므로, 온갖 방법을 다하고 모든 기회를 타 열심 있는 신자들을 될 수 있는 대로 영성체를 못하게 방해한다.

2. 어떤 사람은 성체를 영하려고 잘 준비할 때 사탄의 맹렬한 유혹을 당한다. 저 악신은(욥기에 기록된 것같이) 하느님의 아들들 중에 와서 흔히 악한 계교를 써 그들의 마음을 산란케 하여 그 마음의 정을 덜거나, 위협을 주어 신앙을 없이하려고 힘써, 혹은 전혀 영성체를 않게 하거나, 영한다 해도 아무 열심 없이 하게 한다. 그러나 그 계교와 환상에 대하여 아무리 더럽고 흉측하다 할지라도 조금도 걱정할 바 아니요, 오직 그 모든 환상을 전부 마귀에게 돌려보내고 말 것이다. 가련한 그 신을 경천히 보고 업신여길 것이요, 그의 충동하는 공박이나 발동이 있을지라도 영성체를 궐할 바 아니다.

3. 또는 흔히 너무 열정을 얻으려는 사람의 노력이나, 또는 고해 성사에 대한 걱정이 성체를 영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지혜로운 자들의 훈계를 따라 행하여 걱정을 말고 세심(細心)을 가지지 말 것이니,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은총에 장애가 되고 마음의 신심을 감하는 까닭이다. 무슨 작은 걱정이 있고 마음이 좀 산란하다고 영성체를 궐하지 말라. 오직 더 급히 나아가 고해 성사를 받고 남이 네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을 다 즐겨 용서해 주어라. 그러나 네가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한 일이 있거든 겸손되이 용서를 구하라. 그렇게 하면 하느님께서 너를 즐거이 사해 주시리라.

4. 오랫동안 고백을 아니하고 성체를 영하지 않으면 네게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 급히 너를 조촐히 하고 빨리 독을 토해버리며 급히 약을 써라. 오래도록 성체 영하기를 미루는 것보다 더 나으리라. 오늘 이런 일이 있다고 영성체하기를 궐하면 내일은 아마 더 큰 장애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랫동안 성체를 영하는 데 장애가 있을 것이여, 너는 더 부당하게 되리라. 할 수 있는 대로 빨리 현재의 네 무거운 짐과 태만을 버려라. 오랫동안 근심 걱정하고 혼란한 상태로 지내고 매일매일의 장애 때문에 하느님의 성체를 받지 아니하는 것이 유익할 점이 없다. 오랫동안 영성체룰 미루는 것은 대개는 매우 해로우니, 그렇게 하게 되면 흔히 열정이 줄어든다. 오! 슬프다. 냉담하고 방탕한 자들은 고해 성사받기를 미루며 또 영성체하기를 미루려 하니 이는 성체를 자주 영하게 되면 제게 대한 주의를 더하여야 할까 두려워하는 까닭이다.

5. 슬프다, 영성체를 이렇게 쉽게 미루는 자는 그 사랑이 얼마나 적고 그 열정이 얼마나 미약한가! 할 수만 있고 또 주목을 끌지 않고 행할 수 있다면, 날마다 라도 영성체할 마음이 있고 또 그렇게 할 준비가 될 만큼 살고 제 양심을 조촐하게 지키는 자는 얼마나 복되고 얼마나 하느님의 마음에 맞는 자인가! 만일 누가 겸덕을 닦을 생각으로 혹 정당한 까닭이 있어 어떤 때는 영성체를 못하게 된다면 이런 자는 그 성체 께 대한 존경심 때문에 칭송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원인이 나태에 있다면 이런 자는 바삐 자기가 자기를 격려하여 자기 역량이 미치는 데까지는 힘 쓸 것이니, 그리하면 하느님께 착한 지향을 특별히 돌아보시고 그 착한 지향을 살펴 주시리라.

6. 정당한 까닭이 있어 성체를 못 영하게 될 때에는 항상 성체를 영하고자 하는 착한 원의와 경건한 지향을 가질 것이니, 성체 성사의 효과가 없지 않으리라. 열정 있는 자는 누구든지 언제를 막론하고 유익하게 신령성체할 수 있으니, 이를 금하는 것은 없다. 그래도 일정한 날과 정한 때에 구세주의 성체를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성사적으로 영할 것이니, 그런 때에 자기 위로보다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영광을 더 간절히 도모하여야 한다. 그리스도의 강생 구속의 신비와 수고 수난을 정성껏 묵상하여 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 하여질 때마다 이것이 곧 신령성체함이요, 그 영혼을 무형하게 길러감이다.

7. 축일이 임박할 때나 혹 영성체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만 이 성사를 받기로 예비하는 사람은, 이 성사를 받을 준비가 부족할 수 있다. 미사를 드리거나, 혹 영성체할 때마다 제 몸을 주께 희생으로 드리는 사람은 복되다. 미사를 지낼 때에는 너무 느리게 하지 말며 너무 빨리도 하지 말고, 오직 너와 생활을 같이하는 좋은 풍속대로 하라. 미사 드릴 때에 참례하는 이들에게 불쾌한 느낌이나 혹 싫증을 일으키게 하지 말고, 선조들이 작정한 보통 길을 따라가라. 자기 정성이나 감정대로 행하지 말고, 다른 이들에게 유익을 주기로 힘써라.

제11장 우리 주의 성체와 성서가 충실한 영혼에게 크게 필요함

1. 제자의 말: 지극히 다신 주 예수여! 당신 잔치에서 당신과 더불어 참례하는 신심 있는 영혼의 신락이 얼마나 크오리까? 이 잔치에서 먹을 음식은 다른 것이 아니라 곧 이 세상의 모든 희망과 원의의 목표요, 과녁이 되시는 당신이옵나이다. 당신과 더불어 있어 정열의 눈물을 흘리어 그 눈물로써 막달라 여인 마리아같이 당신 발을 씻겨 드리기가 나의 유일한 원의옵나이다. 그러나 이런 열정이 어디 있나이까? 이런 거룩한 눈물이 어디 있나이까? 참으로 당신과 당신의 거룩한 천사들 앞에서 나의 온 마음이 타야 될 것이요, 기쁨의 눈물을 흘려야 될 것이옵나이다. 당신은 비록 떡과 술의 형상으로 감추어 계시오나, 이 성사에 참으로 나와 더불어 계시나이다.

2. 만일 당신이 면주의 형상에 감추어 계시지 않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것 같으면 나의 눈은 감당치 못할 것이요, 나뿐이니라. 온 세상이 당신의 존엄의 영광을 감당치 못하리이다. 그러므로 나의 연약함을 생각하시어 당신의 본체를 드러내시지 않고 성체 성사 안에 감추어 계시나이다. 천사들이 천국에서 흠숭하는 분을 나도 모시고 흠숭하나이다. 그러나 천사들은 가리움이 없이 본체로 흠숭하는 당신을 나는 아직 신덕의 눈으로 뵈어 흠숭하나이다. 나는 영원한 광명의 날이 와서 표상(表象)의 그림자가 지나갈 때까지는 당신의 신덕의 빛으로 뵈옵는 것으로 만족히 여겨야 하고 이 빛을 거닐 것이옵나이다. 그러나 "완전한 것이 오면"(1고린 13,10)성사를 영하는 법이 없어지겠사오니 천상 영광 중의 성인들에게는 성사적 신약(神藥)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옵나이다. 그때에는 주의 영광을 직접 대면하여 끝없이 주님 앞에 즐기고, 또 항상 더욱 영화롭게 무량하신 하느님 안의 그 광명으로 화하여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을 누리되 처음부터 계시고 영원토록 계신 그 상태로 누리겠사옵니다.

3. 이 신가한 것을 생각하오 매 다른 모든 것이 영신적 위로까지도 내게 싫증이 나오니, 이는 내 주를 그 영광 중에 명백히 보기전에는 내가 이 세상에서 보고 듣는 것이 다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까닭이옵나이다. 내 주 하느님이여, 내가 영원토록 뵈옵기를 갈망하는 당신 외에 아무것도 나를 위로하지 못하고 아무 조물도 내게 평화를 주지 못할 줄을 당신이 잘 아시나이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죽음의 이 세상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 될 수 없는 일이옵나이다. 그러하오니, 아직은 인내지덕으로 참아야 하겠사옵고, 모든 원의에 있어서 당신에게 복종할 따름이옵나이다. 주여, 지금 벌써 천국에서 당신과 더불어 용약하는 성인들도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 신앙과 큰 인내 덕으로써 당신 영광이 오는 것을 고대하였나이다. 그들이 믿은 것을 나도 믿고, 그들이 바란 것도 바라오며, 그들이 도착한 곳에 나도 당신 은총의 도움을 받아 도락할 줄을 바라나이다. 지금은 저 성인들의 표양으로 견고케 되어 당분간 신앙의 길을 걸으리이다. 성서도 내게 위로와 생활의 거울이 되고 또 이모든 것 위에 당신 성체가 내게 유일 무이한 신약과 피난처가 되시리이다.

4. 이 세상에서는 특별히 두 가지 것이 내게 필요한 줄을 생각하오니, 이것이 없으면 이 생활을 견딜 수 없나이다. 즉 이 육신의 옥에 갇힌 내가 두 가지 것을 요구하오니, 곧 음식과 빛이옵나이다. 당신은 연약한 내게 당신 성체를 영신과 육신의 양식으로 주시고, 또 "당신의 말씀은 내 발에 등불이옵니다."(시편 119,105). 이 두 가지 없이는 내가 살 수 없사오니, 하느님의 말씀이 내 영혼의 빛이요, 또 당신 성사는 생명의 덕이옵나이다. 이것은 성교회의 보고(寶庫)양편에 둔 두 가지 상(床)이라고 할 수 있사온데 한 가지 상은 제대이오니, 그 위에 거룩한 면병, 즉 그리스도의 성체를 모셨고 다른 상은 하느님의 법의 상이오니, 그 안에 거룩한 교리가 있어 옳은 신앙을 가르쳐 휘장 뒤에 있는 지성소에까지 안전히 인도하나이다. 영원한 빛의 빛이신 주 예수여, 당신종인 선지자들과 사도들과 다른 학자들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신 이 성서의 상을 위하여 당신께 감사를 올리나이다.

5. 인류를 조성하시고 구속하신 이여, 당신의 사랑을 모든 사람에게 드러내시기 위하여 큰 잔치를 차리셨사오니, 당신께 감사하나이다. 이 잔치에서는 다만 상징(象徵)의 어린양을 주시지 않고 오직 당신 성체와 성혈을 양식으로 주시나이다. 이 잔치에서는 당신이 모든 신자들을 즐겁게 하시고 만복소의 모든 희락을 가진 구원의 잔으로 취하게 하시나이다. 여기에는 천사들이 우리와 함께 잔치에 참례하나 우리보다 더 행복스럽게 참례하나이다.

6. 오! 사제의 직무가 어떻게 위대하고 명예스러우니 이니까! 사자들은 존엄하신 주를 거룩한 말씀으로 축성하고 입술로 찬미하며 손으로 들고 자기 입으로 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해 줄 권리를 받았나이다. 오! 그 손은 얼마나 조촐하여야 하고 그 입은 얼마나 깨끗하여야 하며 그 육신은 얼마나 거룩하여야 되겠나이까! 정결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 이렇게 가끔 들어가시는 사제의 마음은 얼마나 정결해야 하리이까? 이렇게 자주 그리스도의 성사를 영 하는 사제의 입에서는 거룩한 말씀, 정직한 말씀, 유익한 말씀만 나와야 하리이다.

7. 그리스도의 성체를 자주 보는 그 눈은 순직하고 정결하여야 되며, 천상이 창조주를 자주 만지는 그 손은 순결하여야 되며, 하늘로 올린 것이 될 것이 없나이다. 특별히 사제들에게 교법에 이르기를 "나 야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레위 19,2)하셨나이다.

8. 전능하신 하느님, 사제의 직무를 받은 우리를 당신 은총으로 도우시어, 우리로 하여금 합당하게 정성껏, 완전히 조촐해져 순결한 양심으로 당신을 섬기게 하소서. 또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무죄한 생활을 못하오면 범한 죄나 합당하게 뉘우쳐 울 은혜를 주시며, 또 겸손한 영신으로 좋은 뜻을 결심하여 이후에는 더욱 열심히 당신을 섬기게 하소서.

제12장 성체를 영하는 사람은 착실한 예비를 할 것

1. 예수의 말씀: 나는 정덕을 사랑하는 자요, 모든 성덕의 근원이다. 나는 정결한 마음을 찾으며, 그러한 마음에서만 나의 안위를 처소를 얻어 만난다. "이미 자리가 다 마련된 큰 이층방을 보여 줄 터이니 거기에다 준비해 놓아라"(마르 14,15). 이에 내가 내 제자들과 더불어 네게서 파스카를 행하겠다. 내가 너한테 가서 네게 머물기를 원하면 묵은 누룩을 없애고 네 마음의 처소를 깨끗이 하라. 세속과 모든 악습의 요란함을 물리치고 "지붕 위의 외로운 새와도 같이"(시편 102,7)앉아서 서러워하는 마음으로 네 죄악을 생각하라.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의 사랑하는 자를 위하여는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리를 예비해 주니, 사랑하는 자를 대접하는 자의 정이 여기에 드러나는 까닭이다.

2. 그러나 네 공로만 가지고서 이런 예비를 넉넉히 할 수 없는 줄을 알아라. 비록 일 년 동안 다른 것을 생각지 않고 예비만 하더라도 부족하다. 네가 내 잔칫상에 나오게 됨은 전혀 나의 인자요 나의 특허인 줄을 알아라. 이는 마치 걸인이 어떤 부자의 초대를 받았다 하면 그 걸인은 부자에게 겸손하게 감사를 드리는 것밖에 아무 다른 갚을 방법이 없음과 같다. 너는 네 힘대로 삼가 예비할 것이니 단순히 습관적으로 혹 억지로 할 것이 아니라, 나를 은혜로이 방문하러 오시는 네 사랑하는 주 하느님의 성체를 두려워 하고 공경하며 사랑하는 정으로 받아라. 너를 부른 이는 곧 나요, 하라고 명한 이도 곧 나니, 네게 부족한 것을 내가 보충하여 주리니 마음놓고 와서 나를 영하라.

3. 내가 정성의 은혜를 주거든 네 하느님께 감사하라. 이는 네가 그런 은혜를 받기에 합당한 자 된 까닭이 아니라. 전혀 내가 너를 불쌍히 여기는 까닭이다. 만일 신심이 없어서 영혼이 건조할 것 같으면, 기도하고 탄식하며 문을 두드려라. 또는 구원의 은총의 부스러기나 혹 몇 방울을 은혜로이 받기 전에는 그만두지 말라. 네가 나를 거룩케 하려고 오지 않고 내가 너를 거룩케 하고 낫게 하려고 간다. 네가 내게 옴은 나로 말미암아 거룩한 한 되고 나와 결합하며 내 은총을 얻어 다시 네 허물을 고치기에 분발하기 위함이다. 이 은혜를 소홀히 여기지 말아라. 네 전력을 다하여 네 마음을 예비한 후에 네 사랑하는 이를 네게로 모셔라.

4. 다만 나를 영하기 전에만 예비하여 신심을 발할 뿐 아니라 이 성사를 영한 후에도 이 신심을 보전하기로 극진히 힘 쓸 것이다. 나를 영하기 전에 신심이 있게 예비하기보다, 영한 후에 못지 않게 신심을 보존하는데 힘 쓸 것이다. 성체를 영한 후에 자기를 수호하는 것이 다시 더 훌륭한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예비하는 방법이 되는 까닭이다. 영성체 한 후에 즉시 너무 세속 위로로 이끌리는 자는, 더 훌륭한 은총을 받기에 준비가 매우 부족한 자 되리라. 너무 말을 수다히 하지 말고, 고요한 곳에 있어 네 친구를 즐거움으로 삼아라. 네게 오신 이는 온 세상이라도 네게서 빼앗아 갈 수 없는 이다. 네게 너를 완전히 바친 이는 나다. 그렇게 되면 네가 네게 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아무 걱정도 없이 네게 사는 것이 되리라.

제13장 신심 있는 영혼은 그리스도와 결합하기를 사모할 것

1. 제자의 말: 주여, 어찌하면 내가 홀로 당신만을 찾아 모시게 되어 당신께 온 마음을 바쳐 내 영혼이 원하는 대로 당신을 내 즐거움으로 삼으리이까? 그리되면 아무도 나를 경멸하지 않고 아무 조물도 내 마음을 요동케 하지 아니하며 바라보지도 아니하오리니, 당신이 홀로 내게 말씀하시고 내가 당신께만 말할 것이오니, 이는 마치 사랑하는 자에게 말하고 친구가 친구와 잔치하는 것과 같은 것이옵니다. 주여, 나는 온전히 당신과 결합하여 내 마음이 조물을 끊어 버리고 또 더욱 영성체함과 가끔 미사를 드림으로써 천상의 것, 영원한 것에 맛들이게 되는 것을 빌고 또 바라나이다. 오! 주 하느님이여, 나는 언제나 완전히 당신과 결합하여 있고 당신께 흡수되어 나를 완전히 잊으리이까? 당신은 내 안에 계시고 나는 당신 안에 있게 하시어, 우리가 더불어 합하여 하나가 되어 머물기를 은혜로이 허락해 주소서.

2. 참으로 당신은 내 사랑하는 분이시오, "만인 위에 뛰어난 사람이시니"(아가 5,10), 내 영혼이 제 온 일생에 당신 안에 거처하고자 하나이다. 참으로 당신은 내게 평화를 주시는 분이시니 당신 안에 지극히 평화와 참된 안정이 있고, 당신밖에는 수고와 고통과 한없는 불행이 있나이다. "하느님께서 너도 몰래 너를 보살피시니" (이사 45,15), 당신은 악인들과 같이 상의하시지 않고, 당신이 겸손한 자들과 순직한 자들에게 말씀하시나이다. "주님의 불멸의 정기는 만물 안에 들어 있다!"(지혜 12,1). 당신이 자녀들에게 당신 즐거운 사랑을 보이시기 위하여 가장 단 면병을 하늘로부터 내리시어 그들을 은혜로이 기르시나이다. "우리 하느님 야훼께서는 우리가 부를 때마다 가까이 계셔 주시는 분이시다. 그처럼 가까이 계셔 주시는 신을 모신 위대한 민족이 어디 또 있겠느냐?(신명 4,7). 당신은 모든 신자들에게 가까이 계셔 일용할 위로로 마음을 천당으로 향하게 하시기 위하여, 당신 자신을 주시어 먹고 누리게 하시나이다.

3. 우리 그리스도의 백성과 같이 훌륭한 백성이 어디 있나이까! 신심 있는 영혼과같이 사랑을 받는 조물이 이 세상 어디에 있나이까? 하느님께서 이런 영혼에게 임하시어 당신 영화로운 육신으로 그를 기르시나이다. 오! 형언할 수 없는 은혜여! 오! 신기한 어짐이여! 오! 사람에게만 베푸신 무한한 사랑이여! 이 은혜를 위하여, 이렇게 탁월한 사랑을 위하여 주께 무엇으로 갚으리이까? 내 마음을 내 하느님께 완전히 드려 서로 친밀하게 결합시키는 것보다 더 마음에 맞는 것을 드릴 수 없나이다. 내 영혼이 완전히 하느님과 결합하게 되면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용약하리이다. 그 때에 하느님께서 네게 이르시기를,"네가 나와 더불어 있고자 하면, 내가 너와 더불어 있으리라." 하시리이다. 내가 대답하기를, "주여, 내가 즐겨 당신과 더불어 있고자 하오니, 은혜로이 나와 더불어 머물러 계시옵소서. 내 마음이 당신과 결합되는 것이 나의 모든 원이옵나이다." 하리이다.

제14장 신심 있는 사람들의 성체께 대한 열성

1. 제자의 말: "당신의 주시는 복은 어찌 이리 크시옵니까? 당신을 경외하는 자들을 위하여 간직하신 그 복을 당신께 피신한 사람에게 사람들 보는 앞에서 베푸십니다"(시편 31,19). 주여 신심 있는 이들이 지극한 신심과 사랑으로 영성체하는 것을 생각할 때에 내 마음은 산란해지고 부끄러워지오니, 이것은 내가 당신 제대나 영성체 난간에 나갈 때에 내 마음이 이렇게 미지근하고 냉랭하며 건조하고 사랑이 없으며 내 하느님이신 당신 대전에 완전히 타지 않는 까닭이옵니다. 많은 열정 있는 자들은 성체 영하기를 너무나 사모하고 마음에 관능적으러 사랑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나는 이렇게 열절하게 이끌리지 못하고 이런 정이 없나이다. 저들은 영혼과 육신의 입으로 생활한 샘이신 하느님 당신을 간절히 사모하면서, 당신 성체를 아주 재미스러움과 영신적 욕망으로 영하지 아니하고서는 제 기갈을 덜고 풀 방법이 없었나이다.

2. 오! 그들의 뜨거운 진실할 신앙이여! 이 신앙은 당신이 이 성사에 계신 것을 근사하게 증명하는 것이옵나이다. 그들은 "빵을 떼어 주실 때에야 비로소 그분이 예수시라는 것을 알아보고"(루가 24,35),그들과 더불어 길을 걸으시는 예수께 대하여 그들의 마음은 비상히 열절하옵니다. 이런 정과 신심, 이런 뜨거운 사랑과 열심히 내게서는 흔히 멀리 있나이다. 어지시고 다시고 인자하신 예수여, 내게 인자를 베푸소서! 이 불쌍한 걸인에게 영성체할 때 가끔이라도 마음의 열절한 사랑을 은혜로이 느끼게 하시어, 내 신덕을 견고케 하시고 당신 인자에 대한 망덕이 늘어가게 하시며, 한번 완전히 타 내 애덕은 천상 만나를 체험한 후에 다시 없어지지 못하게 하소서.

3. 당신은 인자하시니, 내가 사모하는 이 은혜를 내게 베풀어주소서. 또 당신이 좋아하시는 날이 오거든 나를 찾아 주옵소서. 나는 지극한 신심이 있는 자들과 같은 열절한 마음이 없어도 당신의 은총으로써 이 크고 열절한 사랑을 사모하며 당신을 간절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모든 이 가운데 풀고, 저들의 거룩한 반열에 들기를 빌고 바라나이다.

제15장 신심의 은혜는 겸덕과 자기를 끊음으로 얻음

1. 예수의 말씀: 신심의 은혜는 항구히 찾고 간절히 청하며 인내와 의뢰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고, 또 고마운 마음으로 받고 겸손하게 보존하며, 전력하여 그와 협력하여야 한다. 또 하느님께서 오실 때까지 그에게 그 은혜의 기간과 정도를 맡겨 둘 것이다. 네 안에 신심을 조금만 느끼거나 혹 조금도 느끼지 아니하는 때에 특별히 겸손한 마음을 발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래도 너무 번민하거나 혹 절제 없이 근심하는 것은 마땅치 못하다. 하느님께서는 오랫동안 거절하신 것을 가끔 짧은 순간에 주시고, 기도를 시작할 때에 주시지 않은 것을 기도가 끝날 때에 주시기도 하신다.

2. 하느님께서 항상 지체 없이 은총을 베풀어주시고, 또 사람이 제 원의대로 받을 수 있다면 이런 것을 나약한 사람이 잘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희망과 겸손한 인내로 신심의 은혜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그 은혜를 하느님께서 안 주시거나 혹 가만히 빼앗으실 것 같으면, 너와 네 죄의 탓인 줄로 생각하라. 은총을 가로막거나 혹 숨기는 것은 어떤 때엔 사소한 것이다. 그러나 비록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이런 막대한 선을 가로막는 것은 큰 사건이라 할 것이다. 또 네가 그것을 작은 것이든지 큰 것이든지 물리치고 완전히 이기면 구한 것을 얻으리라.

3. 너 자신을 온 마음으로 하느님께 맡겨, 이것이나 저것을 네 마음이나 혹 지향대로 원치 않고, 오직 너를 완전히 하느님께 바치면 곧 그분과 결합되어 안온하리라. 하느님의 성의와 같이 맛있고 마음에 맞는 것이 없다. 즉 누구든지 순직한 마음으로 제 지향을 위로 하느님께 향하게 하고 또 모든 절제 없는 사랑이나 혹 모든 조물들에 대한 불만을 끊어버린 자는, 은총을 받기에 합당한 자요, 신심의 은혜를 받기에 합당한 자가 되리라. 그릇이 비면 하느님께서 당신 강복으로 채우시리라. 사람이 이 세상 사물을 끊어 버리고 자기를 업신여겨 자기에게 완전히 죽을수록 더욱 빨리 은총이 오고 더욱 풍성히 마음에 들어가며, 더욱 높이 자유스러운 마음을 위로 올린다.

4. 저 때에는 저 사람이 보고 크게 즐거워할 것이며,"너의 가슴은 벅차 올라 부풀리라"(이사 60,5). 주의 손이 너와 더불어 있고, 너는 영원토록 너 자신을 주의 손에 맡기리라. 보라, 온전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는 자는 "이렇게 복을 받으리라"(시편 128,4). 이런 자는 쓸데없이 제 마음을 갖지 아니하였다. 이런 자는 영성체함으로써 하느님과 결합함의 위대한 은혜를 받으니, 자기 신심과 위로를 사모하지 아니하고 모든 신심과 위로 위에 하느님의 영광과 영예를 생각하는 까닭이다.

제16장 우리의 곤궁을 그리스도께 드러내어 그분의 은총을 구함

1. 제자의 말: 지극히 다시고 사랑스러우신 주여, 나는 당신을 지금 열정껏 영하고자 하나이다. 당신이 보시는 바와 같이 나는 약함과 곤궁으로 신음하고, 많은 죄와 악습 중에 살고, 가끔 눌리며 시련을 당하고 번민하며 더러워지나이다. 나는 치료를 받으러 당신께 왔나이다. 위로와 구조를 구하나이다. 모든 것을 다 아시는 당신께 나는 아뢰나이다. 당신이 내 마음속을 다 명백히 통탄하시며 또 당신이 홀로 나를 완전히 위로하시고 도우실 수 있나이다. 내게 특별히 무슨 선이 필요하고 덕행이 얼마나 부족한지 당신은 아시나이다.

2. 보소서, 나는 가난하고 공이 없는 자로, 당신 대전에 서 있어 은총을 청하고 인자를 간구하나이다. 당신은 주리는 걸인을 먹이시고 내 찬 마음을 당신의 불로 타게 하시며 당신의 광명으로 나의 소경됨을 비추소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쓴 것이 되게 하시며, 모든 어렵고 반대되는 것을 인내지덕이 되게 하시며 모든 낮고 조성된 것을 업신여기고 잊어버리게 하소서. 내 마음을 위로 올리시어 당신께로 향하게 하시고, 땅에서 방황하지 말게 하소서. 당신만 홀로 이제부터 무궁지세에 흠모하려 하오니 이는 당신 홀로 내 양식이시오, 내 사랑이시며, 내 즐거움이시오, 내 일락이시며, 내 선이 되시는 까닭이옵나이다.

3. 원컨대 당신이 나와 더불어 계심으로 나를 완전히 불사르시고 태우시며 당신으로 변화케 하시어 나로 하여금 결합시키는 은총과 왕성한 사랑의 녹임으로써 당신과 한 정신이 되게 하소서. 배부르고 건조한 채로 당신을 떠나지 말게 하시고 오직 당신이 가끔 당신 성인들에게 기묘하게 행하심과 같이 내게도 인자하게 행하소서. 당신은 항상 타고 한 번도 꺼지지 않는 불이시오, 마음을 조촐케 하시고 정신을 비추시는 사랑이시니, 나는 당신으로 말미암아 완전히 타서 스스로 사라져 없어진다 한들 무엇이 이상하리이까?

제17장 그리스도의 성체를 영하려는 치성한 사랑과 간절한 원의

1. 제자의 말: 많은 성인들과 신심 있는 사람들이 성체 영하기를 간절히 원하였음과 같이, 주여, 나도 지극한 정성과 타는 사랑과 온전한 애정과 열정으로 당신을 영접하려 하나이다. 성인들은 거룩한 생애로써 당신을 매우 기쁘게 하였으며, 뜨거운 열정으로 살았나이다. 영원한 사랑이시오, 나의 온전한 선이시며 끝없는 행복하신 하느님이여, 허다한 성인들이 늘 품고 느끼신 가장 치성한 원의와 지극한 공경으로 당신을 영하려 하나이다.

2. 나는 비록 열렬한 신심을 느끼기에는 부당하오나, 내가 홀로 당신 마음에 맞는 치성한 윈의로써 내 마음의 모든 감격을 당신께 드리나이다. 그 외에 경건한 마음이 생각하고 사모할 수 있는 것을 지극한 공경과 친밀한 열정으로 당신께 드리고 바치나이다. 나는 내게 아무 것도 보류하여 두지 아니하고자 하오니 오직 나 자신과 내 모든 것을 당신께 자유로이 달갑게 희생하나이다. 내 조물주시오, 내 구세주시오, 내 주 하느님이여, 천사가 구속의 비사를 전할 때에 당신 성모, 영화로우신 동정 마리아께서 겸손하고 신심 있게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38)라고 대답하시며 당신을 영접하고 사모하셨나이다. 나는 그런 애정과 찬미와 존경과 그런 감사와 합당한 예비와 사랑과 그런 신덕과 망덕과 정결로 당신을 영업하고자 하나이다.

3. 또 당신 복된 선구자시며 모든 성인 중에 가장 우월하신 성 요한 세자가, 오직 모친 복중에 있을 때에 주께서 임하신 것을 깨달아 성령의 즐거움 가운데 기뻐 용약하고 또 그 후에 예수께서 사람중에 다니시는 것을 보고 겸손을 다하여 뜨거운 정성으로 이르기를,"신랑의 친구도 옆에 서 있다가 신랑의 목소리가 들리면 기쁨에 넘친다."(요한 3,29)함과 같이, 나도 크고 거룩한 원의로 온 마음으로 나 자신을 당신께 드리고자 하나이다. 그러므로 모든 열심 있는 영혼들의 용약함과, 열렬한 애정과 탈혼과, 초자연적 비추임과, 천상적 묵시와, 모든 조물이 천상과 천하에서 드리는 바와, 드릴 바 모든 덕행과 찬미를, 나를 위하고 또 내게 기도하여 주기를 부탁한 모든 이를 위하여 당신께 드리고 바치오니, 이는 당신이 모든 이에게 영원토록 합당한 찬미와 현양을 받기 위함이옵나이다.

4.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께 무한한 찬미와 무량한 찬양을 드리고자하는 내 정성과 소원을 받아 주옵소서. 이런 찬미와 찬양은 당신이 형언할 수 없이 광대무변(廣大無變)하시므로 지당하옵나이다. 이런 찬미는 당신께 날마다 각 순간에 드리고 또 드리고자 하오며 또 나와 더불어 감사와 찬미를 드리기 위하여 모든 천상 천사와 모든 신자들과 함께 말과 애정으로 청하고 간구하나이다.

5. 모든 민족과 종족과 언어가 당신을 찬미하고 또 당신 거룩하고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장 지극한 즐거움과 치성한 정성으로 높이게 하소서. 누구든지 공경하는 마음으로 신심있게 가장 높은 성체의 성사를 거행하거나 혹 굳은 신덕으로 영하여 그가 당신한테서 총애와 인자를 얻고 죄인인 나를 위하여도 간절히 기도하게 하옵소서. 그들이 간절한 소원을 채우고 즐겁게 결합되어 위로를 잘 받고 기묘하게 보양(保養)되어, 천상적 제대를 물러난 후에 불쌍한 나를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제18장 성체 성사를 호기심으로 연구하려고 하지 말고, 오직 오관을 신덕에 복종시켜 겸손하게 그리스도를 본받을 것

1. 예수의 말씀: 네가 의심하는 구렁에 빠지지 않으려거든 이 가장 오묘한 성사를 호기심으로 쓸데없이 연구하는 것을 삼가라. 하느님의 위엄을 연구하는 사람은 그 영광에 눌리리라.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깨달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행하실 수 있는 것이다. 진리를 경건하고 겸손하게 연구하는 것은 교훈을 받고 또 교부(敎父)들의 건전한 의견을 따라갈 마음을 두고 한다면 괜찮은 것이다.

2. 어려운 문제의 길을 버리고 하느님의 계명의 평범하고 안전한 길을 거니는 사람의 순진은 복되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것을 연구 하려다가 신앙을 잃어버렸다. 네게 요구되는 것은 예민한 지력과 하느님의 비밀을 깊이 통달함이 아니요, 오직 신덕과 진실한 생활이다. 네가 네 밑에 있는 것도 깨닫지 못하면서 네 위에 있는 것을 어떻게 깨닫겠느냐? 하느님께 굴복하고 네 의견을 신앙에 복종시키면, 네게 유익하고 필요한 만큼 지식의 광명을 받으리라.

3. 어떤이는 신덕과 성체 성사로 인하여 큰 시련을 당하나, 이는 자기 탓으로 되는 일이 아니요 원수의 짓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나도 상관하지 말고 그들과 쟁론하지도 말며 또 마귀가 일으키는 의심에 대답하지도 말라. 오직 하느님의 말씀, 성인들과 예언자들의 말을 믿어라. 이런 경우에 괴악한 원수는 도망하리라. 이런 일을 참는 것이 가끔 하느님의 종에게 유익한 것이다. 마귀가 불신자들과 죄인들을 유혹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이미 수중에 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자와 신심 있는 자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유혹하고 괴롭힌다.

4. 그러므로 순진하고 든든한 신덕으로 나아가며 간절한 존경으로 성체 성사를 영하라. 네가 깨닫지 못하는 것을 그냥 전능하신 하느님께 맡겨라. 하느님께서는 너를 속이시지 않지만 자기를 너무 믿는 사람은 속으리라. 하느님께서는 순진한 사람들과 더불어 거니시며, 겸손한 사람들에게 당신을 드러내시며, 미천한 사람들에게 지력을 주시며, 조촐한 사람들의 정신을 밝히시며, 호기심이 있고 교만한 사람들에게는 은총을 감추신다. 사람의 이해력이 약함으로 그르칠 수 있으나 신앙을 따르는 사람은 그르칠 수 없다.

5. 사람의 추론과 본성적 연구는 신덕을 앞서 가지도 말고 거스르지도 말며 오직 신덕을 따라갈 것이다. 성체 성사에서는 신덕과 사랑이 넘치고, 또 비밀한 방법으로 이 가장 거룩하고 가장 높으신 성사에 작용한다. 영원하시고 무량하시며 또 무한한 덕능을 가지신 하느님께서는 하늘과 땅에서 위대하고 또 통달할 수 없는 업적을 행하시니, 사람이 그 기묘한 일을 연구하여 풀어 낼 수 없는 것이다. 하느님이 행하시는 업적이 사람의 지능으로 쉽게 통당하여 풀 수 있을 것 같으면 기묘하다 할 수 없고, 또 형언할 수 없는 바라 할 수도 없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성체를 모시는 방법

- 성체를 손으로 모시는 게 신성모독이라는데 사실인가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습니다. 일단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체를 입으로 직접 받아 모셔왔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주님의 수난 만찬때에 제자들과 모여 함께 나눈 빵을 제자들이 무릎을 꿇고 입만 벌리고 받아 모셨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손으로 빵을 받아서 나누어 옆의 동료들에게 나누어가며 먹었습니다. 하지만 성체에 대한 공경이 날이 갈수록 더해 감에 따라 부스러기 하나라도 흘리지 않으려는 극진한 공경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제단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입을 벌리고 받아모시게 한 것이지요. 그러다가 신자들의 수가 너무 많아지고 또 입으로 모시다가 자꾸 사제의 손에 침이 발리니 위생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손으로 받아 모시게 한 것입니다. 사실 한국과 같은 곳은 입으로 받아 모시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거의 전부가 손으로 받아 모십니다. - 그럼 그런 표현을 하는 사람은 왜 그러는 건가요? - 제가 보았을 때에는 성체에 대한 극진한 존경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성체를 공경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만 손으로 모시는 사람을 잘못되었다고 할 필요는 없지요. 여기서는(볼리비아에서는) 입으로 모시는 사람과 손으로 모시는 사람의 두 부류가 있고 둘 다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입으로 모시는 이들의 혀가 제 손에 자꾸만 닿는 것은 분명히 사실이고 이는 굉장히 비위생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입으로 모시는 것이 성체를 흘리고 떨어뜨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모시는 것이 보다 안정적이지요. 다만 손으로 모실 때에는 미사 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왼손 아래에 오른손을 받치는 올바른 자세를 갖추고 왼손으로 성체를 받아 뒤의 사람이 앞으로 나와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옆으로 살짝 비켜나서 성체를 모셔야 합니다. 성체를 모시고 나서 손에 남은 부스러기를 함부로 다루지 말고 입으로 가져가서 혓바닥으로 깨끗이 처리할 필요가 있지요...

신부님이랑 목사님은 뭐가 달라요?

통상적으로 가톨릭의 성직자(거룩한 직분을 받은 자)를 신부님이라고 부르고 개신교의 목회자(회중을 사목하는 자)를 목사님이라고 부릅니다. 당연히 이를 올바로 구별하기 위해서는 가톨릭(또는 천주교)과 개신교의 차이를 알아야 하겠지요? 기독교라는 말은 ‘그리스도교’의 한자 음역을 한 단어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기독교는 통상적으로 가톨릭과 개신교를 모두 포함하는 말입니다.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천주교(가톨릭: 보편적)과 개신교(프로테스탄트: 저항)로 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먼저는 예수님입니다. 2000여년 전 인류사에서 한 인물이 등장을 했고 엄청난 이슈를 남기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소위 ‘믿는 이들의 공동체’인 교회가 생겨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이 교회는 역사를 통해서 그 덩치를 키우게 됩니다. 그리고 덩치가 커지니 만큼 순수했던 처음의 열정이 사라져가고 온갖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서게 되지요. 그리고 엉뚱한 움직임들이 많이 등장하게 됩니다. 즉 교회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많은 모습들이 보이게 되었지요. 돈에 대한 탐욕, 권력에 대한 집착과 같은 움직임들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등장하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개신교의 시초인 셈입니다. 루터라는 인물이 95개조의 반박문을 쓰고 했다는 역사적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개신교 형제들이 자기들의 신조를 들고 갈려 나오기 시작 했습니다. 그들은 오직 믿음, 오직 성경, 오직 은총과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가톨릭에서 갈려 나와 자신들이 진정한 초대교회의 정통성을 이어 받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가톨릭은 여전히 가톨릭대로 자신들이 정통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게 됩니다. 우리의 몸이 때로는 아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이 아프다고 해서 성한 팔을 따로 잘라내지는 않는 것처럼 공동체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공동체가 아프면 모두 힘을 모아서 그 아픈 부위...

미사 봉헌

미사를 봉헌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간단하게 우리가 알고 있는 바를 말하자면 사무실에 가서 해당하는 비용을 내고 기도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올리는 행위를 ‘미사 봉헌’이라고 말합니다. 헌데 우리는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을까요? 미사를 봉헌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무엇보다도 연옥 영혼들을 위한 효과가 일어납니다. 우리가 망자를 기억하면서 그를 위해서 드리는 미사는 그 영혼에게 효과가 미칩니다. 물론 무슨 효과가 얼마나 미칠지 우리는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공로가 아니라 예수님의 수난의 공로로 인해서 그 영혼은 자비를 입게 되고 자신이 채워야 할 수난의 시간을 메꿀 수 있습니다. 이는 수많은 성인들의 실제적인 증언으로 우리가 알게 된 것입니다. 또한 살아있는 이들을 위해서 드리는 미사도 그 효과를 발휘합니다. 하지만 이 때에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이루어집니다. 우리의 정성은 받아들여지지만 그 은총의 효과는 하느님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병자가 건강하기를 바랄 수 있지만 그의 건강의 회복은 오직 하느님의 뜻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그가 건강을 회복하고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까지 아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들이 단순히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미사를 드리는 우리의 정성이 중요한 것이지요. 돈을 지불하는 것이 우리의 정성의 일부분이 되는 이유는 우리가 지닌 돈은 결국 우리의 정성을 모아서 벌어들인 돈이기 때문에 우리는 예물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봉헌하는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더욱 소중한 정성입니다. 미사에 참례해서 진심으로 그 미사의 말씀을 듣고 성찬의 전례에 온전히 참례하게 된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미사의 은총을 더욱 배가 될 것이 틀림 없습니다. 나아가 우리가 그런 미사 참례를 통해서 드리는 봉헌의 행위로 우리의 삶 자체는 변화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 모든 은총의 결과물은 바로 우리의 몫이 될 것입니다. 저는 진실한 마음으로 미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