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집이 아니었다. 집과 동떨어진 곳이었다. 그곳에는 다시는 돌아가서는 안 되는 이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처음에 본 것은 걸어 다니는 나무 같은 이들이었다.
걸어 다니는 나무, 나무는 죽은 것 처럼 보이는 존재이다. 인간의 활동력에 비하면 멈춰 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 존재다. 그런데 그 나무가 활발하게 걸어 다닌다. 그것은 그 사람들의 내면이 딱딱한 나무처럼 굳어 있는 것을 드러내는 영적 현실이었다. 예수님이 뜨게 한 눈은 내면의 눈이었고 그는 걸어 다니는 나무와 같은 사람들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런 이들이 모인 곳은 삭막한 곳, 죽음이 횡행하는 곳, 메마른 가슴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는 그곳으로 돌아가면 안된다.
우리는 신앙 생활을 하면서 예수님의 손길을 마주한다. 예수님은 우리를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꺼내시고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방식으로 우리가 분명히 느끼는 치유를 행하신다.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에게 그것은 감각이었고 예수님은 그의 눈에 침을 바르시고 손을 얹으셨다. 우리 각자에게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실 것이다. 필요하다면 우리의 수준에 맞는 교리를 가르치실 것이고 필요하다면 우리와 같이 대화를 나누실 것이다. 필요하다면 내 가족의 모습으로, 혹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의 모습으로 다가와서 우리에게 '신앙의 초대'를 건네실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영혼의 눈을 뜨게 되고 우리가 머물러 있는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원래 속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의 집에서 떠나온 영혼들이고 그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하고 완전한 길이다. 그러니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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