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의 능력치를 벗어난 문제를 다룰 때에 흔히 종교를 찾곤 합니다. 물론 초보적인 추구이지요. 그리고 그런 위기의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곧잘 다시 예전의 삶의 태도로 돌아가곤 합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신적인 것에 손을 털고 다시 예전의 세속적 욕망이 가득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이런 이들의 신앙생활에는 '진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신앙생활을 하기 때문입니다. 신이 필요하기에 찾는 것이지 신의 뜻에 자신의 의지를 내어맡기는 따위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수능이 다가왔습니다. 수많은 고3 수험생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이 신에게 매달릴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신의 뜻을 찾으려고 다가오는 것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욕구에 신의 능력을 끼워 맞추려고 찾는 것일까요? 이는 수능이 끝나고 나서 어렵지 않게 그 결과물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배은망덕함, 이것이 자신의 욕구에 사로잡혀 하느님을 무시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단어인 것 같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 수능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은총이라는 사실을 언제가면 깨닫게 될까요? 하지만 저의 이런 표현은 그들의 사나운 내면을 자극할 수 있으니 그냥 지켜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수능은 앞으로 그들이 마주하게 될 수많은 시련의 한 조각임을 직접 체험해가며 배우고 또 그 모든 시련들 안에서 정작 추구해야 했던 것은 '성공'이 아니라 바로 그 시련 자체가 하나의 배움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라는 것을 그들이 알아차리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할 테니까요.
그냥 두면 됩니다. 어차피 제 길은 제가 선택하는 것이니까요. 그들이 지혜를 찾았더라면 남방 여왕을 따라서 솔로몬을 찾아왔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솔로몬의 화려한 궁만을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가겠지요. 성모당에도 갔다가 갓바위에도 갔다가 자신의 유익에 도움이 될만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서 빌어볼 것입니다. 그냥 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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