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를 소개할 때에 흔히 '평신도가 세운 교회'라는 별칭을 붙이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실 이 표현에 대해서 조금은 이상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성령'께서 세우는 것이지 신자들 가운데 특정 집단이 세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평신도가 주축이 되어 성령을 받아들이고 그 성령의 활동을 왕성하게 시작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시대에도 우리 평신도가 힘을 내어서 온 세상을 복음화하는 데에 힘쓰자고 나선다면 바람직한 표현이겠지만 마치 특정 집단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형태로 한국에서는 평신도가 모든 것을 했으니 사제나 수도자는 발언권이 없다는 식으로 의사를 이끌어간다면 여기에는 오류가 상당히 있는 셈입니다.
예수님은 사제도 수도자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외아들이었고 성령이 가득한 분이셨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나병 환자에게 가서 사제에게 몸을 보이라고 하시면서 당시의 사제 직분을 존중하셨습니다. 우리는 다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복음화하기 위해서 서로 힘을 더해야 합니다.
한국 교회를 세웠다는 그 평신도도 실은 교도권이 내놓은 '천주실의'라는 교리책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교도권은 평신도들의 초대와 박해를 감내한 노력으로 인해서 이 한국땅에 들어오게 되었지요. 그리고 수도자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복음을 퍼뜨리기 위해서 노력해 왔습니다. 우리는 한 몸의 지체들입니다. 그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지체가 없습니다.
정치적 논리에 사로잡혀서 어느 집단의 우열을 가리는 사상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소중한 하느님의 자녀들이고 서로 도와 주님의 빛을 만방에 전해야 하는 이들입니다. 교회는 평신도가 세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셨기 때문에 교회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종입니다. 그저 그 순간,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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