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도는 행정관이자 재판관으로서 진리를 추구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실관계' 또는 '정보'와 같은 것들이 필요했고 그것으로 인해서 '확신'을 얻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의 진리에 대한 탐구는 '거짓을 말하는 자들' 앞에서 혼선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예수님이 드러낸 진리는 당신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고 믿고 따르고 그분의 의지에 자신을 내어맡기는 삶 자체가 진리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자체로 진리의 광채를 드러내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빌라도에게 예수님은 그저 한낱 의심스러운 인간이자 다른 세상의 능력(재화, 명예, 권력)이 없는 보잘 것 없는 인물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빌라도는 진리를 맞대면하게 됩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단편적인 진리 역시 최종적으로는 참된 진리로 이끌어가기 때문에 진정한 진리를 마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또다른 세력, 즉 자신이 지금까지 추구해 온 권력을 흔들 수 있는 사람들의 의지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리고는 참된 진리를 저버리고 그를 살인자들의 손에 넘겨주는 결정을 하게 된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신앙의 문화적 환경을 누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진리를 맞대면하고 그 앞에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신앙의 문화적 환경은 우리를 무절제한 술자리로 이끌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진리는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절제를 훈련하고 사람들에게 외면 당하더라도 참된 진리를 고수하기를 요구합니다.
빌라도의 문제는 바로 우리가 직면한 문제입니다. 진리를 앞에 두고 그분께 이렇게 묻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진리가 무엇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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