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산다"는 건 뭘 의미할까요? 오늘 감기에 걸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으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잘 산다는 건 뭘까요? 한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지 잘 산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뭔가를 이루면 잘 사는 걸까요? 하지만 먼지처럼 사라져버릴 그의 위업인걸요. 잘 산다는 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문득 그런 생각도 드네요. 아예 방향을 잘못 잡은 건 아닐런지. 뭔가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뭔가를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닌지. 세우고 쌓아봐야 부질없는 짓이니 오히려 반대로 그런 쓸데없는 욕구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하는 건 아닌지. 아니면 이든 저든 모종의 나를 짓누르는 압박감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면 되는 것인지… 만일에 교회 안에서 그 답을 찾자면 이런 말을 들을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사는 삶" 하지만 문제는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이 뭔가 뚜렷이 제시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지요. 누군가는 하느님의 뜻이라며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고, 누군가는 십자군 전쟁을 치른걸요. 이 질문의 답은 아마 평생을 두고 찾아야 하는 답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가고 어느새 살아갈 나날보다 살아버린 나날이 많아지게 되면 슬슬 내려놓는 것들이 많아지겠지요. 어쩌면 지금부터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구요. 이런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그 순간을 충만하게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런 글을 적으면서 부정할 수 없는 진리 하나가 내 생각을 사로잡습니다. 그건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입니다. 이 육신의 삶이라는 것은 결국 '죽음'으로 향해 가는 과정이니, 우리의 모든 활동은 '허무'로 돌아가 버리고 말테지요. 그래서 '허무'해 지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할 듯 싶은데, 아마도 우리 주님께서 그 실마리를 쥐고 계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제자들이, 그 자기 목숨 살리려던 제자들이 자살이라도 하려는 듯이 주님의 부활을 증거하며 죽어갔을 리는 없을 테니까요.
여전히 저는 완성되지 않아서 이런 저런 해답을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허상들을 벗겨내는 중이고, 그 가운데 참되고 진실한 보물들을 추스리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선택한 길이 마음에 듭니다. 이 신앙의 여정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는 말입니다.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의 것들에 휘둘려 살 때보다는 훨씬 눈이 열린 느낌이라는 것. 그저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 더 멋진 것을 막연히 뜻도 모르고 추구하던 때보다는 지금의 삶이 훨씬 충만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 여정을 계속 해 나가려고 마음 먹어 봅니다.
감기가 저를 감성적으로 만들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제가 제 삶을 꾸려 나가는 방법이겠지요. 아프다는 건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니까요. 김대식 신부님이 저 아프다고 북어국을 끓여 먹여 주었습니다. 참 고마운 일이지요. ㅎㅎㅎ 언뜻 아무것도 아닌 음식에 불과하지만 그 뜨끈한 사랑에 또 제 삶은 충만해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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