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떠올리면서 우리는 흔히 하느님에게 탓을 돌리고 싶은 욕구를 느끼곤 합니다. 하느님은 '전능하시고' '선하시니' 모든 이를 구해야 마땅하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지요.
하지만 당신의 전능과 선이 '정의'를 무시하고 집행될 수는 없습니다. 정의롭지 않은 하느님을 상상하실 수 있습니까? 선에 합당한 결과를 주지 않고 악을 못본체 하는 하느님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생각을 정돈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좋게 느껴지는 모든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대로 우리의 부족함을 하느님께 들어 올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은 선하십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선이 무분별함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분은 당신의 선을 한껏 발하지만 인간이 그 선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할 때에 그 선을 밀어 넣을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은 전능하십니다. 그래서 그분에게는 '불가능'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전능을 수행함에 있어서 하느님은 '한낱 피조물의 욕구'에 그 전능을 맡기지는 않으십니다. 오히려 가장 지혜롭고 가장 드높은 분별력에 그 전능의 권한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 당신의 내적 분별입니다. 그리고 그 영역은 인간이 아무리 자신의 능력을 확장해도 알 수 없는 영역입니다.
하느님은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악한 이에게도 '기회'를 주고자 하십니다. 그래서 악인이 빛으로 돌아서려고 마음 먹을 때에 그에게 선으로 돌아설 만큼의 빛이 부족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때가 이르렀을 때에는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때는 '정의의 때'가 다가오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수많은 기회들을 올바로 이용하지 못하고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악에 머물러 있는 이라면 하느님은 '정의'를 실행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영역은 '현세' 뿐입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부족함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영원을 관찰할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알 수 있게 될 일이지만 우리의 한계성은 우리를 현세에 국한시키고 이 현세에서 착하고 온유하게 살아온 이들이 당하는 부당함을 관찰하게 됩니다. 반대로 악인들이 승승장구하고 더 잘 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부당함을 느끼는 것이지요.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을 뿐이고 여전히 하느님의 '자비'가 그들에게 펼쳐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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