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힘들게 하는 게 무엇인가요?
바로 '악' 때문입니다. 선이 우리를 힘들게 하지는 않습니다. 선은 오히려 반대로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도와주고 격려해주고 어긋나는 길을 고쳐줍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악'입니다. 악은 잘 가는 길도 비난하고 우리가 실패하거나 넘어졌을 때에 우리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우리를 짓밟아 버리고 맙니다. 그것이 악의 특성입니다.
우리가 힘든 이유는 '악' 때문이고, 또 그 악에 물든 사람들 때문입니다.
악은 눈에 드러나는 뚜렷한 실체가 있는 게 아닙니다. 마치 곰팡이가 모든 음식물에 피어날 수 있는 것처럼, 어제까지 좋은 음식도 곰팡이가 피면 못먹는 음식이 되듯이 마찬가지로 악도 모든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고 아름다운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립니다.
멀쩡하던 아내의 마음에 '의심'이라는 것이 스멀스멀 피어 올라서 남편을 의심하게 되면 그 의심이 편집증이 되고 남편을 지독히 못살게 괴롭하게 됩니다. 악은 이처럼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의 아주 작은 미묘한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어제까지 열심히 일하던 사람에게 '좌절'이라는 것이 스며들게 되면 의욕을 상실하고 희망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런 그는 분노와 증오로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악은 끊임없이 인간의 내면에 작용해서 그를 파괴하고 주변을 망가뜨리기 시작합니다.
악은 분별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악인은 겉으로 드러나기는 선하게 드러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타인에게 선하게 보이는 것이 자신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을 사라지게 하지는 않습니다. 악을 간직하고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스스로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악을 지닌 사람은 굉장히 다채로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느 때에는 천사처럼 타인에게 다가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변장의 한계성에 다다르고 나면 다시 악을 뿜어댑니다. 그래서 악은 분별이 필요합니다.
현대에 와서 이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바로 '심리학'을 그릇되이 적용하면서부터입니다. 심리적 약점과 '악'은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현대의 사람들은 악한 이를 '심리적 약자'라고 생각하고 개선시킬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그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방치해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릇되이 사용된 심리학은 악의 현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리고 맙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는 악을 극복해야 합니다. 악은 일종의 영적인 어두움인데 그 어두움을 극복하려면 '빛'이 필요합니다. 빛을 통해서 우리는 어둠을 비출 수 있고 구석진 곳을 밝혀 어둠을 쫓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빛을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합니다.
또한 악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빛을 전해 주어야 합니다. 악에 시달리는 이들은 갈수록 주변을 더욱 어둠게 만들고 더욱 극심한 악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한 냄새 때문에 토하는 사람이 자신의 구토물에 더욱 심하게 토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들에게는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다만, 그 도움을 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올바로 깨달아야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별하고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하느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내어 맡기는 일도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내가 다 하려고 들다가는 역으로 내가 그 악에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