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하늘에서 골고루 떨어지지만 일단 땅에 닿고 나면 나아가는 방향은 뚜렷합니다. 비는 높은 곳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비는 낮은 곳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가장 낮은 곳으로 모이고 모여 그곳에 고여 넓은 호수를 이루게 됩니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 우리를 낮추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느님은 겸손한 이를 사랑하십니다. 그래야 당신의 은총을 쏟아부어 그 안에서 당신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겸손은 나약함이나 무능함이 아닙니다. 겸손은 그저 삼가기만 하고 착한 척을 하는 게 아닙니다. 하느님 앞에서의 진정한 겸손은 당신이 시키는 일을 용감하게 하는 것입니다. 소명을 받고 그 소명을 적극적으로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반면 교만, 거만은 하느님의 뜻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의지를 가장 앞세우는 것입니다. 이런 이들의 귀는 순하지 않으며 이들은 진리를 들어도 의심하고 거부하는 것이 흔한 일입니다. 이런 이들이 세상 안에서는 오히려 사랑받기도 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목적에 따라 사람을 분류해서 이득이 될 만한 사람 앞에서 알랑방구를 뀌는 것을 서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뜻 외부에서 보면 그들이 잘 사는 것 같고 잘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들은 내면에 거만을 품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은총을 배제하는 결과를 맞게 됩니다. 마치 비가 머무르기 위해서는 낮은 곳이 필요한데 이들의 영혼 속 자리는 높은 곳 뿐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은총을 자연스럽게 거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힘을 믿고 자신의 영리함을 믿을 뿐 은총에 기대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결국 메말라가기 시작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없는 영혼은 아무리 부와 권력과 명예를 향유하더라도 결국에는 텅 빈 삶이 되고 맙니다.
겸손한 이들은 하느님의 말씀 앞에 무릎을 꿇는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격언을 되새기고 살아가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하느님의 뜻에 맞추기 위해서 늘 깨어 있습니다. 그러면 하느님은 그들을 통해서 당신의 위대한 일을 시작하십니다.
하느님, 당신은 넉넉한 비를 뿌리시어, 메말랐던 상속의 땅을 일구셨나이다. 당신 백성이 그곳에 살고 있나이다. 하느님, 당신은 가련한 이를 위하여, 은혜로이 마련하셨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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