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녀를 키운다고 할 때에 우리는 먹고 입히고 재우는 것을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장 기초적이고 일차적인 돌봄입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고 더욱이 ‘미성년자’ 즉 보호자가 없이는 자신의 앞가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아이들에게는 필수적이자 부모의 의무입니다.
이 첫 돌봄에서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잘 살펴야 합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마치 자선사업이라도 하는 듯이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세상에 태어난 자녀가 마땅히 누릴 권리를 우리가 베푸는 무언가라고 생각하고 자녀가 그에 대해서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자녀에게 섭섭함을 지니기 시작하는 부모가 존재합니다.
두번째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지나친 돌봄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녀를 위한 돌봄의 수준이 아닌 다른 부모와의 경쟁 구도로 들어가서는 안됩니다. 서로 비교하고 누가 더 좋은 옷을 입히고 더 잘 먹이는지를 비교하기 시작할 때에 과열경쟁이 일어나게 되고 자녀의 행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어른의 만족도가 깃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되면 거꾸로 자녀는 불행해지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고유한 존재감이 마치 어른의 목적을 위한 대상으로 전락하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바라는 것은 지나치고 과도한 것이 아닙니다. 아주 기초적인 것만 하더라도 그것을 따스한 애정으로 할 때에 자녀는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거룩한 돌봄입니다. 자녀의 내면 안에는 하나의 영혼이 씨앗처럼 성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 영혼은 또 다른 하나의 어른이 되고 영원 안에서 나의 벗이 될 존재라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현재의 관계로 살아갈 이들이 아닙니다. 우리가 키우는 자녀들은 결국 우리의 형제가 될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부모는 단순히 아이를 입히고 먹이는 수준으로 책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 대한 영적인 돌봄을 해야 합니다. 이것 역시 그리스도인 부모의 거룩한 의무가 됩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부모들은 혼란을 겪습니다. 먹이고 입히는 것을 제공하는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영혼을 돌볼 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영혼은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요?
그러나 사실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영혼이 목말라하는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육신은 음식을 필요로 하듯이 영혼은 영적 음식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 음식은 바로 ‘사랑’입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필요로 하고 사랑을 통해 내면을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 부모는 자녀를 사랑으로 돌보아야 하고 사랑으로 먹여야 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사랑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아 먹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미사가 존재합니다. 우리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려고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직접 받아 모심으로써 그 사랑을 체험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신앙’이 없이는 이런 일련의 모든 활동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됩니다. 믿지 않는 사람이 미사를 아무리 가도 그 거룩한 성체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얻어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신앙이라는 것은 외부로부터 강압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영혼 고유의 작용에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우리 존재의 다른 영역이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영혼이 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바를 스스로 결정하는 셈입니다. 하느님을 신뢰하는 이는 그 안에서 믿음의 요소를 받아들이고 사랑을 키워 나가고 자녀들에게도 사랑을 선물하는 한편, 믿지 못하는 이는 팍팍한 세상 속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쾌락을 꼭 쥐고 갈수록 메말라가는 내면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자녀를 거룩하게 키우려면 사랑을 먹여야 합니다. 사랑을 잘 먹이려면 올바른 신앙을 지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올바른 신앙은 올바른 들음에서 옵니다. 들음은 선포하는 이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선포는 파견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파견은 거룩한 영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그 영은 하느님과 그 외아들 예수님에게서 오십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이에게는 이 모든 것이 의미없는 설명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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