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쓰려고 돈을 번다.
분명한 사실이다.
자신이 쓰지도 않을 걸 기를 쓰고 추구하는 사람은 없다.
헌데 그러다보니 '잉여분'이 생긴다.
내 일상의 필요를 넘어서서 돈이 점점 모이고 축적된다.
그래서 '소유'의 범위를 확장하기 시작한다.
이미 있는 것을 더 좋은 것으로 바꾸고,
자기 한 몸 쉴 만한 그 이상을 찾아서
물건들이 가득차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돈이 남는다.
통장에 숫자가 늘어난다.
더 큰 숫자가 되어갈수록 마음이 편안해져야 하는데
이상하게 이 통장의 숫자는 늘수록 더 갈증이 생긴다.
항상 나보다 더 잘 사는 이가 보이고
나보다 더 멋지고 여유로운 사람이 보인다.
온통 타인의 '좋아 보이는 점'만 뒤쫓으니
돈은 항상 부족해 보인다.
이미 하루에 일정액을 써도 죽을 때가지 쓰고도 남을 돈을 축적해 두고도
땅을 사고 건물을 사고 투자를 한다.
그러다가 때가 다가온다.
죽음이다.
자신의 마음을 축적해 놓은 것에 빼앗긴 나머지
죽음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늘어가는 주름을 감추려고 값비싼 화장품을 바르고
실력이 좋다는 의사를 찾아가 시술을 받는다.
온갖 건강식품을 죄다 먹어보고 몸에 좋다는 건 찾아 다니며 한다.
그러나 죽음은 멈추지 않고 다가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축적된 재물을 노리는 수많은 이들,
가까운 이들, 먼 이들...
심지어 자식들도 돈 앞에서 하이에나가 되어간다.
이제쯤 후회가 되기 시작한다.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가.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헌신했던가.
그제야 하느님을 찾는다.
그러나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생의 촛불은 꺼져가고
그의 손에 남아 있는 재물이 스스로를 고소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가 생의 주인공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정하신 대로 생은 마감되고 만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그는 거절했고,
정의에 따라 그 결과는 그에게 돌아간다.
당신들의 금과 은은 녹이 슬었고 그 녹은 장차 당신들을 고발할 증거가 되며 불과 같이 당신들의 살을 삼켜버릴 것입니다. 당신들은 이와 같은 말세에도 재물을 쌓았습니다. (야고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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