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그 자체로 하느님이 아닙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지요. 그러면 하느님에게 나아가기 위해서 교회는 필요 없는가? 그것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교회를 이루신 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를 참으로 헷갈려 합니다. 하지만 사실 헷갈리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교회상이 저마다 달라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입니다. 하느님은 완전하신 분이십니다. 그분의 외아들도 완전한 분입니다. 하지만 교회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것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사람들이 교회를 통해서 하느님에게 나아오기를 바라셨습니다. 이를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가 완전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 말인즉슨 그 구성원들이 ‘완전’하다는 말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 역시도 그 안에 구성원이 되기 힘들게 되지요. 왜냐하면 우리는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누구든지 자신은 딱히 큰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그 자신이 지니고 있는 그 교만이 스스로를 더욱 불완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교회는 시작될 때부터 완전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초대 교회를 추억하지만 초대 교회라고 해서 모든 것이 완전했던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오류를 저지르고 그릇됨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함께’ 모색해 나갔습니다. 공동체가 잘못 생겨 먹었다고 공동체를 떠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오늘날 교회에 오류가 많다고 교회를 떠나서 홀로 하느님을 찾겠노라고 나서는 이들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이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합니다. 즉 하느님을 만나는 데에는 교회가 그다지 필요없다는 식의 주장이지요. 그것은 참으로 잘못된 생각입니다.
학교의 학생들이 모두 스승 수준의 지식을 지니고 있다면 그 학교는 존재의 이유 자체가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지상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사랑의 학교에 몸담고 있는 중입니다. 즉 우리에게는 완전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부족한 가운데에 서로 부딪히고 깨어지면서 사랑을 점점 더 넓혀 나가는 것입니다.
교회가 오류가 많고 부족해서 내가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정반대로 내가 내 앞에 놓인 십자가를 감당할 능력이 없어서 떠난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때로 떠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떠나는 이들 마저도 교회의 일부분이니까요. 그러나 훗날 우리의 깨달음이 완성되고 우리의 능력이 함양되고 나면 반드시 돌아와야 합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따라오라고 만들어 놓으신 지상의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떠나서 하느님을 섬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개인의 의지는 갈수록 나약해지고 무색해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하느님 마저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을 더욱 잘 알게 마련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교회의 울타리 밖에서 머무는, 하지만 교회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이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온전치 못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어서 신앙생활을 하는 게 아닙니다. 교회 안에는 성령이 함께 하십니다. 그래서 그 모든 못난 모습 가운데에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우리를 늘 추스려 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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