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세상 안에서 힘을 지니고 있을 때의 향수를 지닌 분들이 많습니다. 동네에서 신부가 대학을 나온 사람이었고 나름 지식있는 사람이었으며 동네의 유지이기도 한 시절이 있었지요. 아직도 대형본당에서는 비슷한 대접을 받기도 합니다. 당연히 신자를 수천이나 거느린 지역 유지인 셈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세상도 많이 성장을 해서 더이상 예전처럼 주임 사제가 동네의 식견있는 어르신이자 유지로 간주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신자들 사이에서는 ‘영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기에 그렇지만 세상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시선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그래서 현대에 사제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신부가 되었다는 것만으로 좋아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제는 사제직 그 자체로 부여받는 영적인 능력과 더불어서 ‘인격적 성숙’도 마땅히 이루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기본도 안 된 인간’으로 분류되어 버리고 맙니다. 아직도 신자 어르신들의 향수에 젖은 대우에 길들여져서 세상 안에서 기본도 되지 못한 인격성으로 자신을 드러내다가는 욕을 먹기가 일쑤입니다.
사제는 어르신들에게 공손해야 하고 신자들에게 예의를 갖추어야 합니다. 또 인내심을 갖추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온유하고 친절하게 대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고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는 것을 잊어서도 안됩니다. 이런 기본적인 덕성도 갖추어지지 않은 채로 단순히 오랜 기간을 신학교에서 공부해서 사제직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는 이제는 크게 인정을 얻지 못하게 되는 세상입니다.
사제는 너무나 드높은 사제직에 늘 부족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인격적 소홀함을 정당화 시켜 주지는 못합니다. 흔히 말하는 ‘신부도 인간인데’라는 말이 사제직의 드높음에 부족하다는 표현으로 쓰일 수는 있지만 인간이 덜 된 것을 감싸주는 의미로 쓰여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술을 먹고 주사를 부리고 지나치게 화려한 취미활동에 헌신하고 줄담배를 피우면서 비흡연자들이 있는 곳에서도 거침없이 담배를 빼어무는 식의 모습이 모두 ‘사제도 인간인데’라는 변명으로 무마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며 못난 모습입니다.
사제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그 사랑을 이웃에 대해서 ‘내 몸을 바치는 사랑’으로 실천되어야 합니다. 얼마나 노력을 하더라도 부족한 모습일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노력의 태도와 자세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신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한다면 거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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