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에 대해서 우리가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사건이 이미 2000년 전에 이루어진 사건이라 오늘날의 우리에게서는 기억에서 점점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만일 누군가가 나의 눈 앞에서 매를 맞고 십자가에 못박히는 것을 보면서도 정작 못박은 이를 용서하는 모습을 본다면 우리는 그 강렬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그분 안에 존재하는 힘의 근원을 따르려고 노력하겠지요. 하지만 예수님의 소위 ‘사건’은 2000년 전에 그쳐 버렸습니다.
그러나 끝난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바로 ‘우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때 일어난 일을 오늘날 우리들이 ‘재현’하라는 것이지요. 세상의 불의에 맞서서 우리의 사랑으로 그 불의를 끄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신앙인들이 해야 하는 일인 것입니다. 지금의 시대에 생생히 살아있는 새로운 그리스도의 모습이 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는 우리들의 힘에 상응하는 것이 됩니다. 물론 당연히 십자가니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만큼 우리에게 삶의 보람도 허락하십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실망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뿐입니다.
얼마나 많은 반대에 부딪히게 될지, 얼마나 많은 몰이해에 부딪히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이 우리를 이해하기를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세상은 변덕스럽고 심지어는 악하기까지 해서 선의 빛을 보는 족족 꺼버리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할 테니까요. 여러분 내면에 존재하는 선의 힘을 절대로 양보하지 말고 더욱 더 사랑스럽고 선한 사람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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