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음식이 되어 오셨습니다. 말 그대로 먹을 것이 되어 오셨지요. 우리가 무언가를 먹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서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 입니다. 그래서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것들은 소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육체로 재생산되게 됩니다.
예수님의 몸과 피인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은 바로 그 음식의 형상을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먹는 행위를 통해서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그 말은 우리가 섭취하는 그분의 몸과 피가 바로 우리 자신 안에서 소화되어 우리의 몸을 형성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의 부족한 이해가 드러납니다. 즉, 우리는 입으로 받아 모시는 그 음식에 대한 외적인 차원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거기에서 우리의 이해가 멈춰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님이 오셨을 때에 잔과 접시를 깨끗이 닦아서 내어 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 뿐일까요? 그것이 손님을 맞이하는 준비의 전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단순히 잔과 접시, 혹은 의자나 식탁의 청결상태 만이 아닙니다. 그 손님을 맞이하는 우리 집안의 분위기도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신부님이 어떤 자매님의 집에 가정 방문을 갔는데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하게 깨끗하게 준비되어 있는 모습을 본다면 당연히 첫인상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안에 들어가서 마주하게 되는 집안 분위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묘하게 흐르는 집안 식구들 사이의 긴장관계,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와 불쑥 튀어나오는 말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서로에 대한 비난이 존재한다면 그만한 가시방석이 따로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무언가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외적인 준비만이 아니라 내적인 준비, 즉 영적인 준비를 의미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을 모신다는 것은 단순히 그 성체와 성혈을 모실 법적 준비(공복재, 중죄나 대죄의 고해 등)를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예수님을 기쁘게 맞아들일 내면을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것도 포함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모시는 예수님의 몸과 피는 바로 우리 자신의 존재 그 자체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잘못 먹은 음식은 전혀 소화되지 못하고 도리어 토해 내게 되는 것처럼 우리 역시도 예수님의 몸과 피를 그릇되이 모시면 그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은총이 전혀 우리에게 적용되지 못하고 낭비해 버릴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몸을 마지못하는 기분이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받아오실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할 때에 우리의 모든 신앙생활이 본 궤도를 찾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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