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자 엄마는 오늘도 성당에 갑니다. 그리고 무수한 기도말을 준비해 놓습니다. 이때다 싶어 기도를 시작할 때가 되자 영자 엄마는 자신이 준비해 온 말을 쏟아놓기 시작합니다.
“하느님, 우리 남편 직장 잘 되서 성공하게 해 주시고, 우리 아들 꼭 취직하게 도와주세요. 우리 딸내미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하게 해 주시고 막내는 이번에는 대학 꼭 붙게….”
그녀의 기도는 지칠 줄을 모르고 이어집니다. 원하는 것을 쏟아놓는 것이 다 끝났나 싶더니 이제는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왜 그 아줌마랑 싸우게 되었는지 아시지요? 그 아줌마의 그 못된 성격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니까요. 그리고 우리 시어머니 성격 아시잖아요. 자기 아들에게 집착하는 그 성격 말예요. 그게 보통이 넘는다는 거 주님 아시지요? 그러니 내가 그 앞에서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거기다가 우리 남편….”
이 기도 역시 한참을 이어집니다. 이제 좀 잠잠해지나 싶은 순간 그녀는 묵주를 꺼내들고 자신이 레지오에서 보고해야 할 기도를 외우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바치는 기도문의 의미나 매번 바뀌는 신비의 내용은 그저 암기된 대로 스쳐 지나가는 것들일 뿐입니다. 그녀는 최대한 빨리 이 기도의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 기도가 마쳐지고 그녀는 스스로 이루어 낸 기도의 업적에 뿌듯해 하면서 성당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
그리고 성당 안에는 단 한 번도 당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예수님께서 당황스런 모습으로 서 계셨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마르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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