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신부 시절에는 아무래도 사랑을 많이 받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새 것'을 좋아합니다. 물건도 사람도 처음 시작하는 마음이 신선하고 좋은 법입니다. 아직 '물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보좌신부, 금방 서품받은 사제는 어딜가나 사랑받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갑니다. 그리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가 찾아옵니다. 그 첫 열정을 지켜나가는가 아닌가 하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작용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그리고 신자들을 향한 열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더 뜨겁게 키워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비판하고 욕하던 선배들의 모습을 답습해 가면서 변질되어 가기도 합니다.
저는 이게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모두 한때 사랑의 뜨거운 마음이 있었다는 것 말이지요. 그래서 더욱이 그들은 변명할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이 정도야 뭐'라고 조금씩 스스로에게 허락한 일이 어느새 골프 전문가가 되어 있는 자신을 만들어 버리거나 술에 거의 중독 상태가 되듯이 변해 있는 자신을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남들도 다 하는데 뭐'라는 마음 안에서 더는 고삐를 채우지 않고 방치해 버린 내면이 어느새 넘어서는 안될 선까지 쉽게 넘나들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에게 충실하지 않는 사제는 조금씩 사람들의 마음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그만큼 빈 곳을 채우기 위해서 더욱 자신이 추구하는 활동에 빠져들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받아들인 세상의 가치들이 스스로를 점점 보잘것 없는 존재로,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존재로 만들고 만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릴 무렵에는 이미 굉장히 엇나간 여정을 걷고 난 뒤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하느님의 신비는 우리의 능력보다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신뢰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손길 안에 머무는 이상 '늦은 때'는 없습니다. 누구든지 하느님에게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면 그분은 우리를 맞아들이고 누더기를 벗기고 겉옷을 둘러 주시고 가락지를 끼워 주실 것입니다.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그것이 우리 주님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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