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은 사제는 시작부터 좋은 것일까요? 그래서 서품식으로 틀에 쾅 찍어내면 그날로부터 [좋은 사제 완성!]이 되는 것일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평탄해 보이던 길이 무너지기도 하고, 실패를 통한 딛고 일어서는 경험이 누적되기도 하고, 때로는 지리멸렬함에 빠지기도 하고, 또 때로는 세속의 유혹에 시달리다가 쓰러지기도 하는 등등의 일이 수도 없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끝까지 주님을 신뢰하고 다시 방향을 수정하는 사제가 좋은 사제가 되는 것입니다. 비단 사제만이 아니라 우리 인생사가 그러한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세상은 '눈'이 엄청 많아졌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관찰하고 심지어 영상과 녹취로 담겨지는 일이 흔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실들은 '박제'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그런 관찰 속에는 '생생함'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살아 숨쉬는 존재이고 끊임없는 선택을 앞에 두고 있는 존재인데 어느 한 지점을 찍어서 그를 거기 구속시켜 버리면 그의 모든 변화의 가능성도 과거에 박제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바라보는 시선에는 언제나 '의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공통적인 수준으로 '선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착각입니다.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올바름'을 추구하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공격'하고 싶은 시선도 있고, '시기' 또는 '질투'의 시선도 있으며 열등감에서 비롯하는 '증오와 파괴'의 시선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런 관찰자의 의도는 교묘히 감추어지고 우리는 '드러난 사실'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시작부터 완벽하게 조성되어 있는 화단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흙덩이가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씨앗을 심고 가꾸고 함께 자라나는 잡초를 신경써서 제거하고 하면서 시간이 훌러 훌륭한 정원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완벽주의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밭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는 행여 자라날 잡초를 걱정하며 그 어떤 씨앗도 뿌리지 않는 것이 전부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그 어떤 나쁜 일도 없지만, 정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씨앗도 심지 않았으니 그 어떤 열매도 없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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