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의사에게 가는 것은 아프기 때문입니다. 아프지 않으면 애시당초 의사도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주님에게 나아가는 것은 우리가 어둡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서 환한 빛이 나온다면 굳이 주님의 빛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빛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이 필요합니다.
의사에게 가면서 자가진단을 다 내려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올바른 검사를 거치지 않고 주변 인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그러려니 하고 스스로 진단을 내려 버리는 것입니다. 병의 원인은 전혀 다른 곳이고 올바로 진단되어 합당한 치료법이 내려져야 하는데 스스로가 다 안다고 생각해서 그럴 필요 없다고 그저 감기약이나 좀 먹으면 낫는다고 우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진단이고 뭐고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애시당초 병원에 왜 온 것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때로 주님 앞에 나아가는 이에게서도 비슷한 모습이 발견됩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그것을 솔직히 내비치고 그에 합당한 치료를 얻기 위해서 나아가야 하는데 이미 스스로가 완벽한 신앙인이 되어서 나아가려고 합니다. 치유하는 분보다도 자신이 스스로를 더 잘 파악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그 착각을 우기면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다보니 진단도 안되고 치유도 안됩니다. 그의 영적 질환은 더욱 내밀한 것으로 숨어들게 되고 더 지독해집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 아는 걸 정작 자신만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프지 않아서 주님께 나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아프니까 치유자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치유자 앞에 섰을 때의 태도가 문제입니다. 교만하고 고집스러운 마음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치유자가 살펴보고 적절한 진단을 내리고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헛똑똑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저런 기도법이나 찾아다니고 그저 대놓고 묵주기도만 '많이' 바치면 뭐든 된다고 자가진단을 내려 버리는 사람들입니다. 마음 속 한껏 피어나는 교만이라는 거대한 나무의 씨앗은 그대로 방치하고 잡초나 뜯으려는 사람입니다. 낙타는 삼키면서 벌레는 걸러내는 사람들입니다. 바리사이의 누룩을 전혀 조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치유자 앞에서 필요한 태도는 '겸손'과 '믿음'입니다. 아프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치유하는 분의 손길을 막지 말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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