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교회는 '하늘 나라'에 대한 복음을 전해 왔습니다. 예수님의 핵심 메시지는 '하늘 나라'에 대한 기쁜 소식입니다. 하지만 하늘 나라를 말한다는 것이 지상의 나라에서 완전히 마음을 떼고 무관심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것 같으면 하느님은 시작부터 우리를 하늘 나라에서 창조하셨을 것입니다. 우리는 하늘 나라라는 '목적지'를 선물 받은 것이고 그 목적지를 바탕에 두고 지금의 현세를 적극적이고 실천적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에 뒤따르게 되는 온갖 어려움들을 갖가지 비유를 들어 잘 설명해 주십니다. 그것이 바로 밀과 가라지의 비유인 것입니다.
하늘 나라의 핵심은 우리의 자유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의 자유로운 선택이 의지적으로 '선'을 선택하는 상태, 바로 거기에 하늘 나라의 기쁨이 놓여 있습니다. 즉 하늘 나라는 영혼의 기쁨이 가득한 곳입니다. 어쩔 수 없어서 선을 행하는 이들이 아니라 선과 악의 자유로운 선택 가운데에서 선의 가치를 분명히 알고 의지적으로 그것을 선택하는 이들이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달리 나쁜 일을 할 수 없도록 모든 것이 금지된 방 안에서 나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칭찬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달리기를 하는 데에 자기 혼자 트랙을 달려서 질 가능성이 하나도 없는 경주를 이겼다고 그에게 상을 주지도 않습니다. 그에게 선택지가 열려 있고 그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악의 유혹을 스스로 피하고 선을 향해 돌아서 꾸준하고 열성적으로 그 선을 완성해 나갈 때에 그가 상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밀과 가라지가 뒤섞여 있습니다. 하느님이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방치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잘 알고 있고 의인과 악인이 섞여 살아가도록 허락하십니다. 한편으로는 의인에게는 상급의 기회를 더 확장하는 것이고 악인에게는 회개의 기회를 선물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자유의지는 생생히 살아 있어서 지금 조금 착하다고 해서 죽는 순간까지 그것을 유지하라는 법이 없습니다. 반대로 지금 어둠의 여정 가운데 있다고 죽는 순간까지 그 길을 유지하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에게 뽑아버리지 말라고, 즉 그의 영혼의 구원에 대해서 심판하지 말라고 가르치십니다. 하지만 심판하지 말라는 것이 아무런 식별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영혼이라는 텃밭 가운데 자라고 있는 밀과 가라지를 올바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이는 이런 식별을 바탕으로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공동체를 잘 살필 줄 알아야 합니다.
아주 먼 훗날 하느님께서는 최종적인 심판을 하게 되실 것입니다. 하느님을 막연하게 '자비로운 분'으로만 알고 있던 이들은 그분의 정의로운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될 것입니다. 그때에는 '남을 죄짓게 하는 모든 자들'과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이 모두 불구덩이에 던져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성경의 묘사 역시도 지금 악을 자행하는 이들에게는 우스워보이는 경고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의인들은 그런 악인들에 의해 고통을 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영혼 안에 심겨져 있는 하느님의 씨앗은 바로 그 시련을 통해서 더욱 크게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훗날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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