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서품을 받을 때에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물론 사제 서품을 받으려고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제 서품을 받는다는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고 그것을 청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사제 생활이 어떠할 것인지, 어떤 역경과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사제직을 고수하고 성소에 매달릴 것인지를 나날이 고민해야 하는 삶을 선택하겠다는 분명한 인식을 품고 그 선택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다가올 일을 모두 알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즉 사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자신들이 무엇을 청하는지 분명히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저 막연히 자신들이 청하는 것이 좋은 것이리라 예상할 뿐입니다. 좋지 않은 것을 자진해서 청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오른편과 왼편에 앉는 영광, 그들은 그것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고 하느님께서 선택하실 몫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청을 보다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청으로 바꾸어 주십니다. 즉, 주님이 마시려는 잔을 나누어 마시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할 수 있습니다'하고 응답합니다. 하지만 그 대답은 그 순간 완성된 것이 아니라 그 순간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완성하겠다는 일종의 약속이 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수난 앞에서 도망가 버리는 약한 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성령께서 오시고 그들을 조금씩 이끌어서 마침내 그들은 예수님의 수난의 영광을 나누어 받는 자리까지 이르게 됩니다.
우리도 비슷한 일을 겪습니다. 사실 우리가 세례때에 무엇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서는지 올바로 인지하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세례를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모두 인지하고 '네'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세례가 뭔가 좋은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속에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나날이 그 대답에 충실하면서 우리의 세례를 결국 완성으로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첫 대답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비록 온전히 인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응답'하는 것은 주님에게 소중한 일이었습니다.
모르면 배우면 되고 부족하면 채워 나가면 됩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문제는 배우려 하지 않고 채우려 하지 않는 데에 있습니다. 모르는 것은 죄가 되지 않지만 알 수 있는 가능성과 노력을 의도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죄가 됩니다.
댓글
신부님 안녕하세요.
저는 광명에 사는 56세 주부입니다.
10년전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싶어 성경을 3번 정독하였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무슨 뜻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어 저는
제가 머리가 나빠서 이해를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신부님이 유튜브 강의에서 성경을 올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시대적 배경과 말씀이 내포하고 있는 내면의 뜻(성령의 뜻)을 알아야
한다고 하셔서 요즘 신부님의 강의 창세기 1장부터 듣고 있습니다.
신부님는 성령의 말씀을 현세에 맞는 비유로 부연 설명까지 해주셔서
더 빨리 이해가 됩니다.성경 말씀에 목말라 있던 저에게는 신부님의
강의가 꿀물입니다.감사합니다.
신부님이 허락해 주신다면 저는 신부님의 팬클럽 회장을 하고 싶습니다.
저도 등산을 좋아하여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은 정복하였습니다.
지금은 치매3등급인 엄마 간병으로 여러상황이 자유롭지 않으나 언젠가는
신부님과 마주보고 앉아 성경 말씀을 듣는 시간이 오도록 저는 신부님
유튜브 강의를 꾸준히 들으며 신부님 뵙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상순 바울리나(광명 하안성당) 010-3390-8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