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문제로 수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면 될 일을 미뤄두고 또 미루어 두다가 결국 그 일의 본질이 추구하는 바에서 실패하는 사람들이다. 비빔국수를 오른손으로 비벼야 할까 왼손으로 비벼야 할까? 도대체 그게 무슨 고민거리가 될 것인가? 중요한 건 비비는 것이고 면이 불기 전에 먹는 게 중요한 법이다. 엉뚱한 것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면이 퉁퉁 불어버려 원래의 맛을 느끼지도 못하고 불어터진 면을 억지로 먹어야 한다.
선을 실천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이건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이건 마땅히 실천해야 하는데 그것을 적극적으로 의심없이 용기있게 실천하지 못하는 나를 반성하고 더욱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면 될 문제이다. 하지만 선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읽을 것인가, 아니면 마찬가지로 선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기도를 바칠 것인가 하는 것은 둘 중 뭐든 해보면 된다. 그래서 하나에서 일이 잘 안풀리면 다른 것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신앙생활 안에서 사람들이 선택을 고민하는 문제는 그야말로 선과 악의 근본적인 선택이 아니라 교묘하게 뒤섞인 가치들의 선택의 문제이다. 남편에게 충고를 해 주는 게 좋을 것인지, 아니면 침묵을 지키는 게 좋을 것인지는 그 두 행위를 하려는 근본적인 의도에 달려 있다. 둘 다 남편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면 해보면 된다. 하지만 사실 그 안에 내가 답답해서 그걸 해소하려는 욕구가 있으면 거기서부터는 내 안의 욕구가 정당한 것인지 아니면 이기적인 것인지를 살펴보면 된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모르는 게 아니다. 아는데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힘들어서 차선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하느님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부족한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