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사목회의를 하면서 한 형제님이 ‘직제를 시급하게 올바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를 했습니다. 즉 먼저 필요한 위원장들을 뽑아서 빨리 구조를 정비하자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그에 온전히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사수성당은 이제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존재입니다. 당연히 수많은 것들이 미비하겠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미비할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무엇에 우리 성당을 비교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사실 모든 존재들은 그 고유의 특이성으로 사랑받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사수성당은 지금의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우리 성당은 미흡함을 지녔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기의 다리를 억지로 잡아 당긴다고 다리가 자라나진 않으니까요. 모든 것은 제 때가 있을 것이고 그 때가 되면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더라도 절로 이루어질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본당에는 사목 구조가 미흡합니다. 아직 없는 위원회들이 많지요. 하지만 우리 성당에는 다른 본당에 없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가족과 같은 분위기이고 모든 신자들이 저와 함께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우리의 장점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비록 아기가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지만 그 나름의 순수함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과 같이 우리는 지금 본당의 즐거움을 누릴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본당을 다른 기성 본당에 비교해서 부족한 것들에 한탄을 하기 시작한다면 우리 본당은 늘 기준에 미달하는 몹쓸 본당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저는 제 본당을 사랑합니다. 저의 사랑은 제 본당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부족하고 미흡하기 때문에 전해지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과 미흡함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이끌어 내리라고 분명히 믿습니다.
그러나 우리 본당이 마냥 모든 것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본당은 부족하기에 더욱 열심히 일하려는 사제와 신자들이 있습니다. 우리 본당에는 복음 말씀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도우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으면서 하나의 가족을 이루어 갈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 본당의 상당히 많은 것들이 구비되고 나면 저는 이 본당을 떠나야 하겠지요. 그때까지 분주히 쉬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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