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15)
“신부님, 할 일이 천지인데 기도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고 사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전히 내적인 신앙생활과 외적인 종교생활의 일치를 올바로 이루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의 신앙과 세상의 생활이 무척이나 동떨어진 두 가지 활동이라고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즉 열심히 신앙생활을 할 수록 우리는 절로 세상의 생활을 소홀히 하게 된다고 착각하는 것이지요.
정반대입니다. 우리가 더욱 신앙에 충실할수록 우리의 외적 생활, 우리의 일상 생활도 더욱 충실해집니다. 이는 나침반이 올바로 작동하는 배가 항해를 더 잘 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반대로 나침반이 망가진 배는 아무리 배가 크고 화려하고 속도가 빠르더라도 쉽사리 암초에 부딪히거나 엉뚱한 목적지에 이르고 말겠지요.
하느님이 제시하는 생명이라는 것은 편협한 구원관 속에서 한 사람이 천당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이 제시하는 생명이라는 것은 보다 원대한 섭리 안에서 방향성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변화되어 이 세상 안에 충실한 구성원이 되는 것이며 그 길을 똑바로 걸어나가서 나중에는 영원한 나라에도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 봅시다. 어느 버스 기사가 신자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성당 활동에만 목을 매달고 운전도 엉망으로 하고 다른 사람과 툭하면 불화를 일으킨다면 과연 그 모습을 하느님께서도 좋아하실까요? 아닙니다. 정반대입니다. 하느님은 세상 안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직분에 충실하는 이를 더욱 사랑하실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일상을 더욱 충실하고 성실하게 꾸려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결국 그런 이들은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신부님, 할 일이 천지라서 기도 하면서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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