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이 모세를 보니, 그 얼굴의 살갗이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에게 가까이 가기를 두려워하였다. (탈출 34,30)
사람들은 세상 안에서 빛나는 대상에 다가섭니다. 무심히 땅을 보고 가다가도 뭔가 반짝이는 것이 있으면 괜히 마음이 이끌려서 다시 쳐다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금붙이 은붙이와 귀금속을 좋아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모세의 얼굴에서 나는 빛은 달랐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었습니다. 반짝이는 물질을 좋아하는 인간들이 왜 모세를 바라보았을 때에는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것일까요?
왜냐하면 그 빛은 세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빛은 영원에서 오는 것이었고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빛은 거룩한 빛이었지요.
사람들은 한 편으로 거룩한 것을 동경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거룩한 것을 거부합니다. 인간의 깊은 내면은 거룩함을 향하여 다가가고 싶어하지만 인간의 죄스런 악습이 그 거룩함에서 스스로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지요.
방청소를 하지 않은 아이가 엄마가 집에 오는 것이 괜히 싫은 것처럼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야 할 우리들이 죄에 몸담고 있을 때에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기회를 멀리하고 싶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사를 같이 가자고, 성당에 같이 나가자고 초대를 할 때에 사람들이 그 초대를 그냥 받아들이기보다는 괜시리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세상 사람들을 거룩함에로 이끌 때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내민다고 해서 그들이 다가올 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먼저 그들이 호기심을 느낄 만한 것부터 내밀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라고 남에게 소중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도 그것에 대해서 올바로 배워 알지 못하는 이상은 무의미한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닌 소중한 보물을 잘 간직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내어줄 때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 가운데에는 거룩한 것을 짓밟은 뒤에 우리를 공격할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