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였다. (탈출 40,21)
모세가 뭘 알아서 장막을 설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만일 모세에게 하라고 했더라면 더 많은 공을 들여서 더 아름답고 화려한 것을 세웠겠지요. 모세는 다만 주님께서 명하신 대로 했을 뿐이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길을 따라 나서면서 자꾸 부딪히게 되는 이유는 때로는 주님의 명이 우리의 이성과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분명히 더 나아보이는 무언가가 있는데 주님이 요구하시는 것, 주님이 교회의 지도자들을 통해서 원하시는 것은 때로는 너무나 엉뚱해 보이고 부족해 보이고 모자라 보이는 것입니다.
물론 주님의 뜻이 아예 없을 만한 일, 즉 탐욕스런 일이나 거짓된 일에 동참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순명에 힘들어하는 것은 그러한 요인들이기보다는 책상을 만드는 데 오동나무를 쓰느냐 대추나무를 쓰느냐의 차이 정도입니다.
모세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쫓기던 신세에서 자신의 민족의 지도자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백성을 영적으로 이끄는 이들은 바로 모세의 이 점에서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인간적인 능력으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 이 일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매사에 하느님의 뜻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생각에 아무리 합당해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우리의 원의를 내려놓고 하느님이 이끄시는 길에 따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볼리비아를 전혀 몰라서 가서 도대체 무엇을 할지 알 수 없음에도 그리로 가라는 명에 순명하였고, 또 몸이 아파 돌아와서도 잠시 쉬어야 마땅할 터에 신설 본당을 지으라는 명에 순명하였습니다. 우리의 올바른 이성은 그에 반대되는 수백가지 이유를 쏟아놓지만 나의 의지는 이성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것이기에 나는 교회의 명에 나 자신을 순응 시킵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일을 하십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내가 원하고 좋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저를 통해서 하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나의 하찮은 지혜를 훨씬 뛰어넘어 있기 때문에 그 일은 언제나 좋은 일입니다. 비록 그 과정이 아무리 괴롭고 힘들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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