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여정에는 [어둠에서 빠져나오는 여정]과 [빛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공존한다. 그리고 이 둘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하지만 둘은 다른 방향이 아니며 같은 목적을 향하고 있다. 상승의 구조이고 구원을 지향하며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이다.
적지 않은 이들에게는 자신이 뭔가 배배 꼬여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 기초적인 교만이 자신을 올바로 바라보고 문제를 직시하고 그것에서 해방되는 것을 방해한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자신이 마치 이미 빛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있기라도 한 듯이 보다 거룩한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다닌다. 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기도나 새로운 형태의 신앙 자료들을 찾아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묶여 있는 사슬조차 인정하지 않는 상태가 대부분이다.
진정한 거룩함의 여정에 있는 이는 자신으로 야기된 문제로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더 큰 사랑에 이르지 못한 스스로의 모자람을 안타까워한다. 남을 더 돕지 못해서 더 사랑하지 못해서 안타까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헛된 거룩함의 여정에 있는 이는 스스로의 오류도 수정하지 않은 채로 남들에게 더 드러낼만한 거룩함의 요소를 찾을 뿐이다. 내면에 존재하는 냄새나는 오물은 치우지 않은 채 어떤 향수를 더 발라야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사람인 셈이다.
하지만 하느님에게는 이러저러한 구분이 의미없다. 하느님은 이미 시작부터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헛된 거룩함'에 빠져드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겨자씨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변화는 가능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에게는 이 겨자씨의 믿음조차 찾기 힘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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