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견고한 성읍이 있네. 그분께서 우리를 보호하시려고 성벽과 보루를 세우셨네. 신의를 지키는 의로운 겨레가 들어가게 너희는 성문들을 열어라. (이사 26,1-2)
의로운 이들을 위한 성벽과 보루, 그것은 거룩함으로 이루어진 벽이라 세상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보이지 않을 뿐더러 어둠에 물든 이들은 그곳을 올라오기도 버거워하는 곳입니다.
담배에 찌든 사람에게 장시간의 비행기 여행은 주리가 틀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 많은 시간을 금연해야 할 테니까요. 이처럼 세상의 논리에 찌들어 있는 이들, 그것을 나날이 실천하여 거기에 중독되어 있는 이들에게 하느님이 마련하신 거룩함의 진리는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이고 다가서기 괴로운 일처럼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신의를 지키는 의로운 겨레’에게는 반대입니다. 그들에게는 도리어 그 성벽과 보루가 문을 활짝 여는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그래서 신의를 지키는 의로운 이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느님의 거룩함의 도성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게 되겠지요.
이 일은 세상 안에서도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또 훗날 ‘완성될’ 일입니다. 이 일이 완성되고 나면 그야말로 두 부류 사이에는 거대한 구렁이 생겨나게 되어서 서로 건너갈 수도 없게 되지요. 하지만 이 세상 안에서는 여전히 서로를 마주볼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거룩한 이들’이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짧은 생애 동안에 모든 것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너도나도 일종의 ‘조급증’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의 유한한 시선으로는 이 일이 빨리 완결되어야 할 것 같은데 좀처럼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악인들이 빨리 멸망하고 의인들이 되살아나기를 바랍니다.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세상을 사랑하는 이에게는 헛소리로 들릴 뿐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잠시 귀 기울이던 것마저 잃어버리고 다시 세상에 몰두하기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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