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심장을 잃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앙'이라는 것도 그것이 제대로 형성되고 나면 잃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신앙을 잃었다고 표현하는 사람은 신앙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거나 혹은 참된 신앙이 아닌 엉뚱한 것을 '신앙'으로 간직하고 있다가 그것을 놓아버린 사람입니다. 인간이 하느님을 떠나 도대체 어디에서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까? 하지만 신앙을 잃었다고 표현하는 이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들입니다.
다른 경우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하느님은 믿지만 교회는 나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이지요. 이들의 경우는 조금은 복잡한 면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는 하느님이 교회를 왜 만드신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완벽한 교회를 만들어서 우리가 그 안에서 살아가기를 기대하신 적이 없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교회 구성원들이 늘 부족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세우신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 부족함이 있는 교회를 끌어안을 줄 알아야 합니다. 바로 그 부족함으로 인해서 우리 안에서 참된 가치들이 자라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케이스는 게으름이 섞인 이기심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일에는 열정적으로 임하지만 어떤 공동체에 소속이 되거나 의무를 다하는 데에는 게으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취하려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구원’을 얻고는 싶지만 그 구원에 필요한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서는 해방되고 싶어하는 이들입니다. 그래서 입으로 하느님은 믿는다고 하지만 그 믿음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열매는 전혀 없는 이들입니다. 그들이 만일 교회를 떠나서라도 참으로 진실된 사랑에 헌신하고 봉사하고 끊임없이 하느님을 되새긴다면 원하는 구원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사랑에 게으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교회를 벗어나서 하는 일이라고는 악습을 꾸준히 형성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하는 것이 없습니다. 결국 그들은 원하는 구원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교회는 자생집단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복음 선포 사명으로 만들어진 지상에서 순례하는 이들입니다. 그래서 교회를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의 구원에 다가서게 됩니다. 자기 탓 없이 교회에 대해서 전혀 몰라서 다가오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의 탓이 아닙니다. 하지만 교회가 하느님에 대해서 배우는 곳이고 그 안에 부족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 방향이 하느님께로 향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라면 교회를 함부로 내동댕이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실천적으로 교회 안에서 많은 상처를 입는 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제의 부족함과 수도자와 평신도의 부족함으로 인해서 감정적인 상처를 입은 이들이지요.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서 자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교회 자체를 떠나서 그 성체성사와 기타 여러가지 훌륭한 축복의 근원들을 스스로 차단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 처음의 주제로 돌아와서 신앙을 잃었다고 표현하면서 신앙의 본거지에서 멀리 달아나는 이들은 사실 잃을 신앙이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버릴만한 것을 버린 것 뿐입니다. 아무도 자신의 몸 속의 뼈를 꺼내 던질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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