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밖으로 나와 무덤으로 갔다. 두 사람이 함께 달렸는데,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요한 20,3-4)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 누가 으뜸일까요? 우리는 이 질문에 흔히 베드로라고 당연스레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베드로는 제자들 가운데 수장의 역할을 담당했지요. 하지만 으뜸이라는 것이 꼭 직분상으로 우두머리를 맡아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사랑의 으뜸을 소개합니다. 예수님을 향한 사랑이 누구보다도 뛰어났던, 그리고 내적인 겸손으로도 누구보다도 뛰어났던 제자입니다. 바로 베드로 곁에서 달려가는 다른 제자이지요. 요한 복음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요한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본문에서는 절대로 요한이라고 밝히지 않습니다. 그저 ‘다른 제자’라고 표현할 뿐이지요.
이 다른 제자는 베드로보다 더 빨리 무덤에 도착합니다. 물론 베드로가 늙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다른 제자의 열정과 사랑이 더 뛰어났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간절히 바라는 것을 애타게 기다리고 또 그러한 것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될 때에 그리로 달려가는 법이니까요.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는 이는 그러한 이들과 마주하는 일에 더 마음을 쓰고 반대로 돈만 밝히는 이는 돈에 관한 소식에 귀가 번쩍 뜨이지요.
그 다른 제자는 무덤에 먼저 도착하지만 들어가지 않고 베드로를 기다립니다. 이로써 자신의 겸손함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즉 사랑의 열정에 단순히 불타오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와 겸손도 지니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흔히 지나치게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파괴하려고 시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참되게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절제와 인내와 더불어 사랑하는 법입니다.
흔히 교회의 본질을 운운하면서 교회의 권위를 깡그리 무시하려는 시도를 하는 이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모습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무턱대고 모든 것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살리고 삼가할 줄을 아는 것입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도 마리아의 일을 두고 조용히 처리하고자 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다른 제자도 비록 자신이 먼저 도달했지만 뒤에 오는 베드로의 권위를 존중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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