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나 목숨을 구하시오. 뒤를 돌아다보아서는 안 되오. 이 들판 어디에서도 멈추어 서지 마시오. 휩쓸려 가지 않으려거든 산으로 달아나시오.” (창세 19,17)
롯의 가족은 도망가기 시작한다. 그들은 이 들판의 어디에서도 멈추어 설 수 없었다. 그들의 길은 계속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산’으로 가야 했다. 지상에서 높은 곳, 자신을 드높일 수 있는 곳으로 가야했던 것이다.
우리는 지상의 삶, 이 들판의 삶을 살면서 곧잘 멈추어서곤 한다. 즉 우리의 마음이 어딘가에 꽂혀 그곳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뒤돌아본다. 이미 지나온 삶의 흔적을 그리워하면서 다시 예전에 머물던 곳으로 돌아가려는 시도이다.
하지만 그런 시도들은 모두 제 값을 받게 된다. 하느님은 우리가 높은 곳으로 나아오기를 바라시는 것이다. 결국 롯의 아내는 두고 온 것들이 너무나 아쉬웠던 나머지 뒤를 돌아보게 되고 결국 소금 기둥이 되어 버리고 만다.
소금 기둥, 뒤를 돌아다 본 이들의 상징. 그들의 허무한 삶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소금 기둥들이 있다. 내노라 하며 이 땅에서 살아간 이들의 최후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그 소금 기둥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점검하고 다시 산을 향해서 방향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아브라함이 바라본 소돔과 고모라는 모든 재앙이 밀어닥치고 연기가 솟아오르는 곳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엄청난 재앙 속에서도 믿음의 자녀들은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장 지금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현세적 위협들을 떠올린다. 지진, 화재, 경제적 붕괴 등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재앙에서 살아남기를 고대한다. 하지만 이는 관점이 잘못된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인간의 지상의 삶에는 위협이 다가오게 마련이고 우리는 가진 것을 상실하게 된다.
우리가 진정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는 바로 영혼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영혼을 영혼의 산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바로 주님이 계신 곳이 영혼의 산이다. 우리는 드높은 가치들을 향해서 하루에 한 걸음씩 걸어나갈 줄 알아야 한다. 하느님에 대해서 배우고 또 배우며 우리가 이미 아는 수많은 가치들을 익히고 또 연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에 우리는 약속된 땅에 이를 수 있게 되고 세상에 재앙이 닥치는 동안 우리의 영혼은 잠잠히 쉴 수 있게 될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