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장을 들고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 자 여러분, 이 종이는 언제부터 떨어진 것일까요?
분명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종이는 여전히 저의 손에 들려 있고 저는 이 종이가 떨어졌다고 말하면서 그게 언제부터냐고 묻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종이를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설명을 했지요.
- 종이는 아까 질문하는 순간까지 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이는 이미 제가 종이를 바라보고 이 종이를 가지고 예시를 삼아야 되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떨어져 있었던 셈이지요.
요한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람들 앞에서 ‘왜 나를 죽이려 하느냐?’라고 묻습니다. 사람들은 그 예수님의 말에 참으로 당황하고 황당해 합니다. 아무도 죽인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것이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이미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내면에 질투와 증오가 가득하며 결국 예수님을 죽이고 말 의도를 강하게 품고 있었던 것을 미리 보셨던 것이지요.
수많은 일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교리실의 한 반의 학생들은 여전히 별 일 없이, 별 탈 없이 잘 지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아무 일이 없다고 해서 평화롭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인 셈이지요. 예비된 문제들이 수두룩 한 것입니다. 결국 그 반에서 아이들에게 ‘추후’ 일어나게 될 일은 이미 일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그 반을 담당하는 교리 선생님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하느님에 대해서 가르치기 시작하면 그 반의 학생들은 모두 삶이 바뀌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일어나야 할 불운한 일들이 아이들에게 모두 일어나게 되겠지요.
그러나 저는 이 본당에 오면서부터 이 공동체를 하느님께 이끌 마음이었고 성경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공동체는 앞으로 하느님 앞에 나아갈 운명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저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저를 불러주신 예수님에게서 시작된 것이고, 더 거슬러 올라가서 하느님은 태초부터 인간들을 사랑하시고 구원으로 이끌 작정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 모든 일은 ‘계획된’ 일입니다. 남은 것은 그 계획에 동참 하느냐 아니냐 하는 우리의 선택일 뿐이지요.
댓글